[특집] 4·11 총선 이후 - 심리학적으로 본 總選과 大選 관계 : 월간조선

거대 야당의 출현을 경계하는 심리의 발동이었을까, 아니면 새누리당과 과거 한나라당이 다르다는 박근혜(朴槿惠) 비상대책위원장의 주장이 먹힌 것일까?

어찌됐든 근소하게나마 야당의 승리가 점쳐졌던 4·11 총선(總選).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여당인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의 과반(過半)의 승리였다. ‘야권연대(連帶)’를 이루었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총선 며칠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작년 10·26 재보궐선거 때까지만 해도 여당을 사정없이 심판할 것 같던 민심(民心)이었다. 민심이 그 사이에 변한 것일까? 변했다면, 왜 변하게 된 것일까?

총선예상과 실제 결과 사이의 괴리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이에 민심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지난 몇 달 사이에 일어난 ‘민심의 변화’가 아니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정치권과 정치전문가의 무지(無知)를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총선은 ‘여당에 대한 심판’과 ‘야당에 대한 지지’라는 구도의 선거가 아닌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그들만의 싸움’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빚 받으러 나선 채권자 같던 야권連帶

모두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중요한 선거일까? 총선 결과를 통해 연말에 있을 대선(大選)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 결과는 어떤 대선 상황을 예측하게 만드는가?

놀라운 사실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마음을 잡은 것은 ‘MB 정부 실정(失政) 심판’을 내건 야권연대의 주장이 아니었다. ‘정권 심판’보다는 ‘막말 심판’이 마지막에 선거의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에게 ‘나꼼수’ 지지집단이나 야권을 지지하는 멘토그룹, 또는 젊은층의 투표율만을 기대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전략도 없는 집단으로 비쳤다. MB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민주당과 진보당으로 대표되는 ‘야권연대’는 총선에서 심판하는 입장에서 심판받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선거 초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권연대는 마치 빚 받으러 나선 채권자(債權者)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총선에서 다수당(多數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도 확실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야당의 오만한 모습에서 국민들은 MB 정권의 정치인들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권연대는 MB 정권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거 몇 년 동안 MB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살피기보다 자신의 잘난 모습을 알리기에 급급해했던 그런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국민들에게는 이번 총선을 통해 노무현(盧武鉉)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심리적 부채(負債)를 청산하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오만한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친노(親盧)정치인들을 지지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부채를 청산하면서, 현 여당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야당정치세력에는 일침을 가했다.

20~30대에게 총선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민주당-진보당 야권연대는 ‘MB정권심판’을 내걸었지만, 기대만큼 국민의 호응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선거 전, 정치를 할 것인지 여부가 아직도 불명확한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노래와 춤을 추겠다고 했다. 안 원장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안 원장은 여전히 막연한 메시지를 던지는 수준이었다.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미심쩍어하고 새누리당으로 옷을 갈아입은 여당에 대해서는 마음을 두기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안철수 원장은 여전히 훈수를 두는 구경꾼의 자세를 견지하였다.

그렇기에 투표율은 70%는커녕 50% 중반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지난 총선에 비해서는 높아졌지만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결집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준은 아니었다. 아직 많은 국민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선거를 며칠 앞둔 날, 주위의 젊은 연구원들에게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모두 20대와 30대인지라 이번 선거에 큰 의미를 두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냥 던져본 질문이었다. 마치 ‘세대(世代)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서로 다른 세대의 투표율에 따라 총선결과가 정해진 것으로 이야기하는 정치전문가들의 예상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중 한명이 말했다.

“우리 동네 강용석이 나와요.”

그러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재미있다. 기호 8번인 무소속으로 나오는구나.”

“‘저는 할 말을 했습니다.’ 이런 문구가 있더라고요.”

“쪽팔리지도 않나? 나 같으면 가만있을 텐데, 뻔뻔하구나.”

“슈스케 1차 통과했다며? 재미있는 사람이네.”

“저런 구호를 쓰려고 그렇게 행동했구나. 머리가 좋은 것 같다. 내 친구라면 좋을 것 같다.”

박근혜 對 야권연대당

예상하지 못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각자 한마디 던지는 말들은 내가 예상했던 총선 관전평이 전혀 아니었다.

“아니, 그런 것 말고. 강용석이 말고, 이 선거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본 것 있니?”

모두 뜨악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그들은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라는 나의 요청에 정말 선거에 대해 관심을 표했는데, 나의 반응이 영 아니기에 당황한 것 같았다.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그렇지, 내 마음부터 한번 확인해 봐야지. 정말 이번 선거가 분명 국회의원을 뽑는 것인데,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 거지?’

아니, 무엇을 위해 투표를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데, 젊은 연구원들로부터 내가 어떤 반응을 기대했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들이 ‘MB 정권 심판’이나 ‘거대 야당 견제’ 또는 ‘민간인 사찰 문제’ 등의 주제와 선거를 연결지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치인이 아닐 뿐 아니라, 이런 주제들을 언급하는 것들이 국민의 마음을 충분히 나타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총선 때에는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사라지고 현직 이명박(李明博) 대통령과는 다른 리더인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이라는 당이 등장했다. 기존 여당과는 다른 새 정당과 ‘야권연대’라는 또 다른 불분명한 세력의 대립이 된 것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위원장과 한명숙(민주당)-이정희(진보당)라는 두 여성 정치인이 대표하는 ‘야권연대당’의 대결이었다.

여기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원들의 예상치 않은 표정 변화에 정색을 하게 된 나의 안면 근육을 관리하면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니, 잡담 수준이 아니고, 그냥 너희가 이번 선거나 정치에 대해 가지는 생각을 한번 이야기해 달라는 것인데….”

“야권連帶는 민주주의의 후퇴”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진보당 공동대표 등이 2012년 3월 28일 경남도청에서 야권연대 공동선대위를 출범시키고 총선 승리를 다지는 회견을 가졌다.

나의 표정에 조금 긴장한 듯한 연구원들이 다시 한두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야권연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민주주의가 많이 퇴보(退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와 진보당(당시는 국민승리21)의 권영길(權永吉)이 따로 나왔던 1997년 대선 때에는 ‘정권교체’냐 ‘진보’냐와 같은 당위적(當爲的)인 무엇을 위해 선택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과 진보당이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연대해서 함께 MB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나의 선택권이 침해된 듯한 생각이 들어요.”

‘점입가경(漸入佳境)’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아니, 야권연대를 하면 정권교체를 더 잘할 수도 있을 터인데, 여기에 대해 자신의 선택권이 침해를 당했다고 느낀다 말이지?’

엉뚱하다 싶은 논리에 다시 한 번 당혹스러움을 느껴야 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했던 ‘야권의 이미지’는 젊은 연구원들에게는 더 이상 ‘야당의 입장에서 진보적 성향을 가진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얘기도 나왔다.

“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이 전체 정치권의 대세(大勢)를 점한 것 같았어요. 오죽했으면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바꾸기까지 했겠어요.

민주당은 이미 정권을 잡은 것 같거든요. 그러면서 이들은 더 분열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야권연대’라고 하면서 진보와 통합하는 것 같지만, 정작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에 완전히 서로 공천으로 나누어 먹기 한 것이었잖아요. 새누리당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고요. 그렇지만 새누리당은 차라리 박근혜씨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막연히 느끼게 되는 ‘정권심판론의 실종’이 무슨 뜻인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與野 정치공방에는 무관심

《조선일보》에서는 ‘與 “이념투쟁 세력 막아야”… 野 “이명박 정권 심판해야”’라는 타이틀을 깔고 있었다. 선거에 임하는 여당과 야당의 입장을 다룬 것이다.

허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선거에 나서는 논리도 문제의식도 없다는 것을 군색하게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니, 강용석의 기행(奇行)과 같은 선거운동이나 언급하면서 별 관심 없는 선거에 대한 약간의 관심이라도 유지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민생 문제’, ‘불법사찰’, ‘김용민 막말’ 등의 이야기를 두고 여야가 이전투구(泥田鬪狗)식 공방전을 벌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죄 없는 국민들 뒷조사, 미행하고 개인의 사생활 파헤쳐서 괴롭히고 도청하고 이메일 뒤지는 이런 나라에서 더 이상 살고 싶은가.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보통 국민들에게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새누리당이 이야기하는 ‘경제민주주의’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 모두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모두 민생과 복지를 언급하는 상황이었다. 여당과 야당 모두 멋있고 좋아 보이는 이야기를 하기에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대중의 마음은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 어느 쪽이 덜 거짓말을 할 것 같은지로 판단하게 된다.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지난 몇 년 동안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으로 변신한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더 이상 공감을 불러내기 힘들다. 대중에게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의 당이지만, 새누리당은 박근혜 위원장의 당이기 때문이다. 친이계(親李系)가 몰락하고, 특히 표면적으로 ‘박근혜’와 ‘한명숙’이라는 두 정치인의 대결처럼 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에서, 정권심판은 식상한 남의 일이 된다. 레임덕 수준으로 잊혀 가는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난하면서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는 야당의 주장은 공허하기만 하다.

민주당-진보당은 선거 전부터 한미(韓美)FTA 말 바꾸기와 더불어 제주해군기지를 두고 ‘해적기지’ 운운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총선을 ‘1% 대(對) 99%’의 대결로 몰고 간 것도 역풍(逆風)을 몰고 왔다. 자기들은 계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나눠 먹기 공천’ ‘측근 공천’을 하면서, 1% 기득권자를 심판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모순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MB 정권에 대한 신뢰를 철회했지만, 그렇다고 야당을 무조건 지지할 마음은 아니었다. 야당은 선거 전에 이미 다수당이 된 것 같은 행태를 보임으로써 과거 한나라당 못지않은 오만함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젊은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현실 정치의 모습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젊은 연구원들의 얘기는 계속됐다.

“새누리당의 손수조 후보나 야권의 청년 비례대표라는 사람들이 정말 20대를 대표하는지 모르겠어요. 20대라고 하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전혀 아니거든요. 모두 20대, 30대를 이용하려는 것 같아요. 투표율 높이려 하는 것도 이런 것 아닐까요?”

그랬다. “2040세대의 투표참여율이 관건”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 상황은 바로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이 사회의 기성세대가 젊은층을 이용하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이라는 곳에서 여야 모두 진흙탕 속에서 구르는 상황이라, 어디선가 새로운 느낌을 주는 느낌을 찾아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2040세대라는 이들이 된 것이다.

권력이 된 나꼼수 심판

4·11 총선 직전인 4월 8일 ‘나꼼수’는 막말파문을 일으킨 김용민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집회를 서울광장에서 열었다. 왼쪽부터 ‘나꼼수’ 출연진인 주진우 기자, 김용민 후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거대 야당 견제’를 주장했던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다. 그리고 이 정당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이명박당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나름 과거의 여당과 현재의 새누리당 간의 차별화를 시도했고 이것은 먹혀들었다.

민주당은 이런 변화를 간과하고 통합진보당과 ‘단일화’를 통해 ‘정권심판’을 외쳤다. 심판받을 대상이 실종되어 버린 상황에서 허공을 보고 헛발질을 한 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막연히 ‘거대 야당 폭주 견제’, ‘이념 싸움’, ‘막말 세력’ 등의 단어들을 더 선거구호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요란한 투표독려와 선거운동은 있는데, 정작 이번 선거에서는 찍어야 하는 이유도, 찍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는 야당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더 그랬다. 민주당이 정말 심판할 자격이 되는지, 또는 이들이 제대로 뭔가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한미FTA 폐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의 이슈들조차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또 다른 심판처럼 느껴졌다.

결국 심판을 받은 사람은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민주당 노원갑(甲) 후보였다. 과거 막말과 욕설 파문으로 MB 정권의 실정 이상의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되고 말았다.

선거 며칠 전에 김용민을 지지하기 위해 시청 앞에 모여든 5000여 명의 시민은 분명 나꼼수의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이벤트는 ‘나꼼수’ 세력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의 의미를 ‘나꼼수가 지지하는 야권연대 세력’과 이것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지지세력’의 대립처럼 느끼게 했다.

분명 나꼼수는 이명박 정권 심판 세력으로 등장했지만, 이 세력이 힘을 발휘하게 되면서 국민들은 불편한 마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나꼼수가 거대한 권력집단으로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총선에서 MB 정권을 사정없이 심판할 것 같던 민심은 새로이 오만한 권력으로 등장한 민주당을 경계하고 심판했다.

박근혜에 대한 지지, 계속 이어질까?

이제 4·11 총선은 끝났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대권(大權)가도에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반면 야권연대를 이루었던 민주당과 진보당은 총선 패배의 아픔 속에서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남은 것은 연말(年末)의 대선이다.

총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은 ‘선거의 여왕’으로 귀환한 박근혜 의원을 뚜렷한 대선주자로 받들면서 일사불란하게 대선 준비에 임할 것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중은 현 MB 정권의 연장선상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정권’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헛발질로 끝난 ‘이명박근혜 심판’

야권연대를 최고의 선거전략으로 삼고 또 무조건적인 국민의 지지를 기대했던 야당에 이번 총선은 분명 뼈아픈 학습의 기회였다. 박지원(朴智元) 민주당 최고위원은 선거 다음 날 “국민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준비가 되었건만 민주당은 요행을 바랐다”고 말했다. 사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아무런 전략도, 심지어 싸움의 대상도 제대로 정하지를 못했다.

‘이명박근혜’라는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내면서까지 이명박과 박근혜를 동일시하면서 정권심판론을 밀어붙였지만, 국민들에게 총선은 ‘새누리당’과 ‘야권연합’의 대결이었다. 한나라당과 MB 정부에 대한 심판이 되지 못한 것이다.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이나 숨은 지지표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민주당의 한탄은 모두 구태의연함과 무능의 표현일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은 국민들이 지각하는 기본적인 대결구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 단지 자신들이 보고 싶었던, 또는 보려고 했던 ‘이명박근혜 심판’ 구도를 막연히 주장할 뿐이었다.

야당은 여당의 눈속임과 같은 당명(黨名) 개정과 분칠 노력을 지적하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미래의 국가 방향성, 발전전략이나 이슈를 제시해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들도 ‘야권연대’라는 또 다른 종류의 화장발로 국민의 마음을 잡기만을 기대했으니, 야당의 참패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일지도 모른다.

총선으로 우리는 박근혜당의 탄생과 MB 정권의 끝을 확인하였다. 향후 대선에서 민심은 어떻게 움직일까?

그것은 새누리당의 잠재적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이명박 정권’의 계승자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줄 것인지, 아니면 거기서 벗어날 것인지, 그리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중 어느 쪽이 더 국민들에게 참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박근혜 의원 외엔 해법(解法)이 없다. 그리고 대중은 박근혜씨나 야권에서 제시하는 인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박근혜의 위기와 기회

야당의 ‘MB정권심판’이라는 구호가 의미를 가지려면, 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장 대비되는 인물’을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에는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야당에는 불행하게도, 현재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장 대비되는 인물’로 생각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근혜 의원이다. 이제 그는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정당의 가장 힘 있는 정치인, 대통령과 유사한 위상의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들은 여전히 현실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다. 갈급한 마음으로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박근혜 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러한 국민들의 그러한 바람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박근혜 의원은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하게 된 셈이다.

남은 7개월 동안에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다면, 이번 4월 총선에서 미처 폭발하지 않은 민심은 12월 대선에서 폭발하고 말 것이다. 그럴 경우 이번 총선에서의 승리는 박근혜 의원에게 독(毒)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