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舊 DJ계 사람들만 도태, 의도적인 DJ 측근 학살
⊙ “나라종금 로비사건이 낙천 이유라면 비슷한 문제에도 공천받은 사람은 무엇인가”
⊙ “한명숙ㆍ이해찬은 DJ와 고통을 함께하지 않았다”
⊙ 상도동계와 총선 연대 실패, “새누리당 대권주자 지지할 수 없어서”
韓光玉
⊙ 70세. 서울대 영문과 3년 중퇴.
⊙ 11·13·14·15대 국회의원, 민추협 대변인, 평화민주당 총재비서실장, 국회노동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부총재, 제1기 노사정위원장, 대통령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現 정통민주당 대표.
⊙ “나라종금 로비사건이 낙천 이유라면 비슷한 문제에도 공천받은 사람은 무엇인가”
⊙ “한명숙ㆍ이해찬은 DJ와 고통을 함께하지 않았다”
⊙ 상도동계와 총선 연대 실패, “새누리당 대권주자 지지할 수 없어서”
韓光玉
⊙ 70세. 서울대 영문과 3년 중퇴.
⊙ 11·13·14·15대 국회의원, 민추협 대변인, 평화민주당 총재비서실장, 국회노동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부총재, 제1기 노사정위원장, 대통령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現 정통민주당 대표.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4선 의원 출신의 영원한 DJ맨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치적 둥지’를 박차고 나섰다. 그는 지난 2월 29일 서울 관악갑에 민주통합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3월 12일 구(舊) DJ계가 중심이 된 ‘정통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 민주통합당의 공천 배제를 국민의 심판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통 ‘DJ맨’은 왜 공천에서 탈락했을까. 그는 또 왜 신당 창당을 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 대표를 찾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모아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이야말로 구태로 비치기 쉬운데요.
“민주통합당이 ‘과거 한풀이 기준’에 따른 보복을 자행하는 공천을 했기 때문입니다. 밖에 나가도 몇 사람이 밀실 공천을 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민주통합당이 의도적으로 ‘호남 물갈이’나 ‘옛 DJ계를 학살했다’는 얘긴가요.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아무래도 우리 같은 구 민주계 사람들이 도태(陶汰)됐으니까요.”
친노의 동교동 죽이기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요.
“떳떳하다면 (공천 심사)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민주통합당은 국민경선제를 운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선을 치르기에 큰 하자(瑕疵)가 없는 후보는 경선에 참여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당에서는 정체성, 당선가능성을 우선 본다고 했는데 어느 지역은 이 기준을 적용했지만, 어느 지역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경우만 봐도 경선을 치러보지도 못하고 탈락하지 않았습니까. 명색이 당 대표까지 한 사람을 명확한 이유없이 경선에도 못 나가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9년 전 유죄판결을 받았던 ‘나라종금 로비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과거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이 공천을 받은 것은 무엇입니까. 게다가 나라종금 사건은 검찰의 조작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전 나라종금 회장 김모씨가 지난달 양심 고백이 담긴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한 대표는 3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나라종금 로비사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재심 청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날 그는 “나라종금 회장이었던 고교 후배 김모씨가 보낸 서신에는 ‘자금을 조성한 적도 없다. 검찰의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고, 법정에서의 진술도 각본대로 했지, 사실이 아니다’고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2000년 1월 나라종금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03년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고령(高齡)·다선(多選) 공천배제 기류도 있지 않았습니까.
“저보다 나이가 많은 홍재형(洪在馨) 의원도 공천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 70세인데 건강이 좋지 않다면야 배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고령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나이가 많아도 개혁적인 사람이 있고, 나이가 젊어도 개혁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선 이야기하는데 예전에는 원로들을 비례로 대접했습니다. 신구 조화가 이뤄져야 올바른 정당이 되기 때문이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께서도 74세 때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고령과 다선은 낙천(落薦)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한명숙 이해찬 DJ와 기쁨만 나눈 사람들”
한광옥 대표를 비롯한 친 DJ 인사들은 이번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친노의 동교동 죽이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시민단체 세력과 통합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예상 못 한 일”이라고 했는데 한 대표는 2009년 4ㆍ29 재보선 당시, 전주 완산갑 지역에 도전했을 때도 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골수 동교동계 배제 분위기가 있지 않았나요.
“당시 경선을 치렀는데 정말 불공정하게 이뤄졌습니다.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 대표까지 한 사람이 그러면 당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생각해 포기했지요. 아무리 그래도 (19대 공천을) 이렇게까지 할지는 몰랐습니다.”
―공천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는 한명숙(韓明淑) 대표와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도 크게 보면 동교동계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했잖아요. 본인들도 “김대중 정신을 따랐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기쁨은 같이 나눴는지 모르지만, 고통을 같이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같은 선생님한테 배웠어도 제자가 다 다릅니다. 그분들을 받치는 건 ‘노무현 세력’ 아닌가요.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어떻게 다릅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화해와 포용을 강조하셨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도 김 전 대통령이 과거사 화해 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비극적인 일에 대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원칙을 준수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지 않습니까. 공천권을 조자룡 헌 칼 쓰듯 남발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DJ의 뜻에 따라 정치를 해온 민주당의 뿌리입니다. 그래서 당명도 정통민주당이라 지은 것입니다.”
―동교동계의 원로들이 원내로 진입하면 부담스러워서 떠미는 것일까요.
“그것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동교동계인 박지원(朴智元) 최고위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하라고 했지 분열로 패배하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김대중 정신을 생각할 때”라며 정통민주당 창당을 비판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분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불의에 항상 저항했던 세력이지만 그분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우린 민주화 운동을 해서 고생한 사람이지만 그분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희는 김 전 대통령이 힘들 때 같이 해왔습니다. 좋을 때 기쁨 같이 나누는 것은 누가 못하겠습니까.”
―가신그룹 중심의 동교동계와 출신성분이 다른 박 최고위원 간에 오래전부터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어 왔다고 하는데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게 아닌가 보군요.
“할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이 시점에서는 참겠습니다. 인제 그만 하시지요.”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 상임고문은 신당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대화는 나누고 있습니다. 권 고문도 동교동계가 억울하게 공천 탈락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못 할 이야기가 없는 사이입니다.”
동교동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권 고문은 부친의 친일행적이 문제가 되는 신기남(辛基南) 전 의원까지 공천을 받은 상황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무더기로 낙천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사실 DJ 비서실장을 지낸 지 10년도 넘는 분이 선거용 ‘구락부’를 만든 것은 명분도 비전도 안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우리가 나간 게 아니라 그들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은 당의 정체성을 상실했습니다. 원래 중도개혁, 중도진보를 지향하는 당인데 자꾸 좌로 가고 있습니다. 중도세력을 잊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40%를 차지하는 중도세력을 어떻게 포용, 흡수하느냐입니다.”
한화갑의 평화민주당과는 다르다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200명을 출마시킬 계획이라고 했는데 인재풀은 충분한가요.
“김덕규 전 부의장, 이훈평ㆍ조재환ㆍ김충현ㆍ김기석 전 의원을 포함해 한 70명 정도의 정치인들을 규합했습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요.”
―공천에서 탈락한 최인기(崔仁基) 의원 등은 합류하지 않았습니까.
“그분들도 공천이 부당하고 민주통합당의 진로가 불투명하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정통민주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를지 아직 결정하지 못해 합류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한화갑(韓和甲) 전 의원이 평화민주당을 만들어 독자 세력화를 꾀했지만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신당 실패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요.
“평화민주당은 한 사람이 저희와 큰 상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만든 당입니다. 하지만 정통민주당은 많은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나서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 창당한 것이지요. 평화민주당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의석 수를 얼마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왜 정통민주당을 창당했는가를 진정성을 갖고 낮은 자세로 설명하면 현재 ‘혹시나’ 하는 기우는 사라질 것으로 믿습니다. 몇 석을 건지겠다 장담하기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총선 이후 다시 민주통합당으로 돌아갈 계획은 있는지요. 이훈평 전 의원은 어떤 형식이 됐든 당선되면 다시 민주당에 들어가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만.
“제가 정통민주당 대표인데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으로 합류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대화론자라 단절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민주통합당이 현재의 분열주의적인 행태, 한풀이정치를 이어간다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지금 저희가 탈당한 것을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린 쫓겨난 것입니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집 가진 사람이 전세 사는 사람 조심해야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본채에 있던 사람들이 다 밀려났습니다.”
상도동계와 연합에 차질
구 DJ계 인사를 중심으로 한 정통민주당은 창당 전부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상도동ㆍ동교동이 결합한 형태의 신당일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한광옥 대표가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노사정 대타협 등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한 협상의 대가이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통민주당은 동교동계로만 이뤄졌다. 상도동 측과 물밑접촉은 있었지만,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한 것이다.
―상도동계 핵심이었던 김덕룡(金德龍) 전 의원이 3월 4일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들이 뭉쳤으면 좋겠다”고까지 제안했는데 왜 성사되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질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김무성(金武星) 의원만 해도 우리가 봤을 때는 탈당해서 같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생각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니 우리만이라도 일단 창당을 해놓고 보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연대 논의는 계속하는 겁니까.
“사실 민주화추진협의회를 1984년 YS와 DJ가 함께 결성했으니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뿌리는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정치적 상황 변화로 갈라지게 됐죠. 그러다 보니 우리 쪽(동교동계) 사람 중에는 상도동계와 결합하는 것이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동안의 갭(gap)이 있었으니까요. 제 개인적으로야 연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저 혼자 판단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거든요. 두 계파를 융화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갑자기 부상한 사람이 대통령 되면 5년 내내 국민이 불편”
―결국 새누리당의 뿌리가 상도동이기 때문에 연대 협상이 결렬된 것이군요.
“저는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지요.”
―그럼 결국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은 시대정신의 산물입니다. 때문에 민주통합당 대권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현재 거론되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적임자가 있습니까.
“누구라고는 묻지 마십시오. 다만 제 오랜 정치경력으로 본다면 총선이 끝난 뒤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다 보면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 수 있습니다.”
―정운찬(鄭雲燦) 전 총리나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염두에 둔 말씀 같은데요.
“그분들이 대통령 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란 모름지기 꾸준히 준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포퓰리즘에 의해서 부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이 5년 내내 불편해할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꾸준히 대권 준비를 해왔다고 보십니까.
“대통령 비서실장 경력만으로는 대통령 준비를 많이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 대표를 찾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모아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이야말로 구태로 비치기 쉬운데요.
“민주통합당이 ‘과거 한풀이 기준’에 따른 보복을 자행하는 공천을 했기 때문입니다. 밖에 나가도 몇 사람이 밀실 공천을 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민주통합당이 의도적으로 ‘호남 물갈이’나 ‘옛 DJ계를 학살했다’는 얘긴가요.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아무래도 우리 같은 구 민주계 사람들이 도태(陶汰)됐으니까요.”
친노의 동교동 죽이기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요.
“떳떳하다면 (공천 심사)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민주통합당은 국민경선제를 운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선을 치르기에 큰 하자(瑕疵)가 없는 후보는 경선에 참여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당에서는 정체성, 당선가능성을 우선 본다고 했는데 어느 지역은 이 기준을 적용했지만, 어느 지역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경우만 봐도 경선을 치러보지도 못하고 탈락하지 않았습니까. 명색이 당 대표까지 한 사람을 명확한 이유없이 경선에도 못 나가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9년 전 유죄판결을 받았던 ‘나라종금 로비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과거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이 공천을 받은 것은 무엇입니까. 게다가 나라종금 사건은 검찰의 조작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전 나라종금 회장 김모씨가 지난달 양심 고백이 담긴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한 대표는 3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나라종금 로비사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재심 청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날 그는 “나라종금 회장이었던 고교 후배 김모씨가 보낸 서신에는 ‘자금을 조성한 적도 없다. 검찰의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고, 법정에서의 진술도 각본대로 했지, 사실이 아니다’고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2000년 1월 나라종금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03년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고령(高齡)·다선(多選) 공천배제 기류도 있지 않았습니까.
“저보다 나이가 많은 홍재형(洪在馨) 의원도 공천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 70세인데 건강이 좋지 않다면야 배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고령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나이가 많아도 개혁적인 사람이 있고, 나이가 젊어도 개혁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선 이야기하는데 예전에는 원로들을 비례로 대접했습니다. 신구 조화가 이뤄져야 올바른 정당이 되기 때문이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께서도 74세 때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고령과 다선은 낙천(落薦)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한명숙 이해찬 DJ와 기쁨만 나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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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2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정통민주당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한광옥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 |
―“예상 못 한 일”이라고 했는데 한 대표는 2009년 4ㆍ29 재보선 당시, 전주 완산갑 지역에 도전했을 때도 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골수 동교동계 배제 분위기가 있지 않았나요.
“당시 경선을 치렀는데 정말 불공정하게 이뤄졌습니다.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 대표까지 한 사람이 그러면 당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생각해 포기했지요. 아무리 그래도 (19대 공천을) 이렇게까지 할지는 몰랐습니다.”
―공천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는 한명숙(韓明淑) 대표와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도 크게 보면 동교동계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했잖아요. 본인들도 “김대중 정신을 따랐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기쁨은 같이 나눴는지 모르지만, 고통을 같이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같은 선생님한테 배웠어도 제자가 다 다릅니다. 그분들을 받치는 건 ‘노무현 세력’ 아닌가요.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어떻게 다릅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화해와 포용을 강조하셨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도 김 전 대통령이 과거사 화해 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비극적인 일에 대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원칙을 준수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지 않습니까. 공천권을 조자룡 헌 칼 쓰듯 남발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DJ의 뜻에 따라 정치를 해온 민주당의 뿌리입니다. 그래서 당명도 정통민주당이라 지은 것입니다.”
―동교동계의 원로들이 원내로 진입하면 부담스러워서 떠미는 것일까요.
“그것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동교동계인 박지원(朴智元) 최고위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하라고 했지 분열로 패배하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김대중 정신을 생각할 때”라며 정통민주당 창당을 비판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분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불의에 항상 저항했던 세력이지만 그분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우린 민주화 운동을 해서 고생한 사람이지만 그분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희는 김 전 대통령이 힘들 때 같이 해왔습니다. 좋을 때 기쁨 같이 나누는 것은 누가 못하겠습니까.”
―가신그룹 중심의 동교동계와 출신성분이 다른 박 최고위원 간에 오래전부터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어 왔다고 하는데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게 아닌가 보군요.
“할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이 시점에서는 참겠습니다. 인제 그만 하시지요.”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 상임고문은 신당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대화는 나누고 있습니다. 권 고문도 동교동계가 억울하게 공천 탈락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못 할 이야기가 없는 사이입니다.”
동교동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권 고문은 부친의 친일행적이 문제가 되는 신기남(辛基南) 전 의원까지 공천을 받은 상황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무더기로 낙천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사실 DJ 비서실장을 지낸 지 10년도 넘는 분이 선거용 ‘구락부’를 만든 것은 명분도 비전도 안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우리가 나간 게 아니라 그들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은 당의 정체성을 상실했습니다. 원래 중도개혁, 중도진보를 지향하는 당인데 자꾸 좌로 가고 있습니다. 중도세력을 잊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40%를 차지하는 중도세력을 어떻게 포용, 흡수하느냐입니다.”
한화갑의 평화민주당과는 다르다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200명을 출마시킬 계획이라고 했는데 인재풀은 충분한가요.
“김덕규 전 부의장, 이훈평ㆍ조재환ㆍ김충현ㆍ김기석 전 의원을 포함해 한 70명 정도의 정치인들을 규합했습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요.”
―공천에서 탈락한 최인기(崔仁基) 의원 등은 합류하지 않았습니까.
“그분들도 공천이 부당하고 민주통합당의 진로가 불투명하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정통민주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를지 아직 결정하지 못해 합류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한화갑(韓和甲) 전 의원이 평화민주당을 만들어 독자 세력화를 꾀했지만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신당 실패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요.
“평화민주당은 한 사람이 저희와 큰 상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만든 당입니다. 하지만 정통민주당은 많은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나서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 창당한 것이지요. 평화민주당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의석 수를 얼마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왜 정통민주당을 창당했는가를 진정성을 갖고 낮은 자세로 설명하면 현재 ‘혹시나’ 하는 기우는 사라질 것으로 믿습니다. 몇 석을 건지겠다 장담하기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총선 이후 다시 민주통합당으로 돌아갈 계획은 있는지요. 이훈평 전 의원은 어떤 형식이 됐든 당선되면 다시 민주당에 들어가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만.
“제가 정통민주당 대표인데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으로 합류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대화론자라 단절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민주통합당이 현재의 분열주의적인 행태, 한풀이정치를 이어간다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지금 저희가 탈당한 것을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린 쫓겨난 것입니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집 가진 사람이 전세 사는 사람 조심해야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본채에 있던 사람들이 다 밀려났습니다.”
상도동계와 연합에 차질
구 DJ계 인사를 중심으로 한 정통민주당은 창당 전부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상도동ㆍ동교동이 결합한 형태의 신당일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한광옥 대표가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노사정 대타협 등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한 협상의 대가이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통민주당은 동교동계로만 이뤄졌다. 상도동 측과 물밑접촉은 있었지만,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한 것이다.
―상도동계 핵심이었던 김덕룡(金德龍) 전 의원이 3월 4일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들이 뭉쳤으면 좋겠다”고까지 제안했는데 왜 성사되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질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김무성(金武星) 의원만 해도 우리가 봤을 때는 탈당해서 같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생각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니 우리만이라도 일단 창당을 해놓고 보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연대 논의는 계속하는 겁니까.
“사실 민주화추진협의회를 1984년 YS와 DJ가 함께 결성했으니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뿌리는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정치적 상황 변화로 갈라지게 됐죠. 그러다 보니 우리 쪽(동교동계) 사람 중에는 상도동계와 결합하는 것이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동안의 갭(gap)이 있었으니까요. 제 개인적으로야 연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저 혼자 판단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거든요. 두 계파를 융화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갑자기 부상한 사람이 대통령 되면 5년 내내 국민이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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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광옥 대표는 이해찬, 한명숙 두 정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을 직접 전수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저는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지요.”
―그럼 결국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은 시대정신의 산물입니다. 때문에 민주통합당 대권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현재 거론되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적임자가 있습니까.
“누구라고는 묻지 마십시오. 다만 제 오랜 정치경력으로 본다면 총선이 끝난 뒤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다 보면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 수 있습니다.”
―정운찬(鄭雲燦) 전 총리나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염두에 둔 말씀 같은데요.
“그분들이 대통령 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란 모름지기 꾸준히 준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포퓰리즘에 의해서 부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이 5년 내내 불편해할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꾸준히 대권 준비를 해왔다고 보십니까.
“대통령 비서실장 경력만으로는 대통령 준비를 많이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