總選 후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하고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같은 정치 이벤트를 기획한다면 야권후보 경쟁력은 거의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 민주통합당, 총선 후 정파갈등 예상
⊙ “대선 승자는 총선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 간파한 인물이 될 것”
裵鍾贊
⊙ 41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현재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국제팀장 역임.
⊙ 부산시 부산미래발전 정책공모 최우수상(2007년) 외 정책공모 다수 수상.
⊙ 《여론이 세상을 바꾼다(공저)》(2009년).
⊙ 민주통합당, 총선 후 정파갈등 예상
⊙ “대선 승자는 총선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 간파한 인물이 될 것”
裵鍾贊
⊙ 41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현재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국제팀장 역임.
⊙ 부산시 부산미래발전 정책공모 최우수상(2007년) 외 정책공모 다수 수상.
⊙ 《여론이 세상을 바꾼다(공저)》(2009년).
4·11 총선에서 과연 어느 당이 승리를 할까. 그리고 이번 총선 결과는 연말 대통령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까.
올해는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해다. 총선과 대선은 역사적인 사례를 보더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1992년 3당 합당을 통해 출범한 민주자유당은 같은 해 3월 24일 치러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구를 포함, 149석을 차지함으로써 제1당이 됐다. 여세를 몰아 12월의 대선에서 김영삼(金泳三) 민주자유당 후보가 민주당 김대중(金大中) 후보를 190여만 표 차이를 내며 여유 있게 당선됐다.
새누리당, 총선에서 선전 예상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와 대선 후보 지지도 간 연관성을 교차분석표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1>을 보면 이번 선거에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정당과 대선 후보 간의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관성은 총선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이 대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가장 궁금한 것이 총선 결과가 어느 대선 후보에게 가장 유리할 것이냐는 점이다. 우선 총선 결과와 유력 대선 후보 간 당선 비율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표2>를 보면 총선과 대선에서 한 정당이 모두 승리할 확률은 50%이다. 총선 또는 대선만 승리하는 경우 또한 50%다. 하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중 한 정당이 총선에서 이길 경우 25%의 확률을 먼저 잡는 것이 된다.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이다.
4·11 총선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실시된 여론조사를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을 먼저 살펴보자.
<그림1>은 지난 2월 24~25일 이틀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다(가구전화 50%+휴대전화 50% RDD 전국 800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3.5%P). 투표일을 50여일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 ‘MB심판론’이 과반수에 가까운 것을 보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의 승리를 점칠 수 있다. 물론 이 조사 결과처럼 민주통합당 또는 야권 후보에게로 모든 표가 가지는 않겠지만 새누리당 후보들은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3월 둘째 주에 실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대통령 지지율은 27.1%로 나타났다. 집권 중반기에 한나라당 지지도를 10%포인트 이상 앞서 가던 대통령 지지율을 기억한다면 20%대 후반 지지도는 선거에 가장 큰 악재가 되고 있다. 투표 기준만 놓고 보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 후보가 유리하고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체 의석 중 3분의 1도 확보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판세 예측의 중요한 기준인 정당지지율은 선거일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연초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2>의 《조선일보》 창간기념 조사를 보면 민주통합당이 정당지지율에서 2011년 3월 이후 줄곧 열세에 있다가 2012년 들어 새누리당에 앞서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만 해도 많은 전문가는 정권 말기에 치러지는 선거의 특성상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야권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진행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이 3월 초 조사부터는 근소하게 앞서 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슈 선점한 민주통합당
정치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이 주는 수치는 수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 제17대 총선(2004년) 당시 한나라당은 지역구에서 100석을 차지, 129석의 열린우리당과 29석의 차이를 보였지만 비례대표 의석 차이는 불과 2석에 불과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현재의 정당지지율을 감안할 경우 수도권 등 야권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곳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새누리당 지지율 상승을 보며 어쩌면 총선에서 제1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2>의 정당지지율 추이를 보더라도 선거가 다가오는 시기의 효과, 즉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를 감안할 때, 새누리당은 2011년 초보다도 못한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30%대 중반에 진입했고 선거 30여일을 남겨 놓은 시기에 다시 한 번 야당 단일화라고 하는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한편 정책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한미(韓美) 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으로 이슈 대결에서 선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대응능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MB심판론’이라는 가장 분명한 표심을 방어해 내기에는 새누리당으로서 역부족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자동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적극 뛰어 줄 가능성은 적다. 아무튼 새누리당이 예측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번 총선에서 거둔다고 하더라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제18대 총선에서의 당선자 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실제 투표를 앞두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
총선 결과와 大選 勝者
야권의 총선 승리는 8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유력한 대선 후보 3명의 위상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승리하고 문재인(文在寅)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신도 지역구에서 당선된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를 것이다. 마치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난 후 정몽준(鄭夢準) 당시 국민통합21 대표가 일으켰던 바람 이상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선전할 경우 박근혜 위원장은 특급 소방수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공천 결과와 맞물려 어떤 식으로든 당 내외의 재평가 수순을 거치게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근소하게라도 민주통합당을 앞서 원내 제1당이 될 경우 박근혜 위원장은 ‘제2의 박근혜 대세론’을 만들 수도 있다.
세 사람의 유력 대선 후보 중 가장 목이 타는 인물은 아무래도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총선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했던 안 원장으로서는 총선과 관련된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기 어렵다. 신중 모드를 통해 총선 과정에서 조기에 불거질 수 있는 ‘검증 공방’은 피해 갔지만, 야권 유력 후보 자리를 놓고 거친 정글에서 살아 돌아오는 문재인 이사장과의 일전이 불가피할 것이다.
둘째, 야권이 장악하게 될 제19대 국회는 ‘MB정권 심판론’을 가속화시키는 여러 이슈들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대선 후보들도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한미 FTA를 비롯해 제주해군기지 문제, 그리고 얽히고설켜 있는 대북(對北)관계가 연일 국회에서 다루어지며 정당 간에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 낼 것이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야당은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사안에 대해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를 끝없이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소위 ‘반MB’ 정서의 확대로 문재인 이사장과 안철수 원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반면에 총선을 주도적으로 지휘했던 박근혜 위원장에게는 체계적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큰 암초처럼 다가올 것이다.
셋째, 총선을 통해 형성된 지역 구분과 세대 구분이 대선에서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세대 간 투표 성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그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20대와 30대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 후보 지지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된다.
<표3>을 보면 여러 명의 대선 후보들이 등장하는 다자대결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이 앞서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대세론’이 지배했던 2009~2011년 초의 소위 ‘고정표’와 비슷한 구성이다. 50대 이상은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30대에서는 박 위원장이 전체 선호도 3위인 문재인 이사장보다도 지지율이 낮다. 즉 세대 간 집단적 투표 성향이 강해지고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선거마다 높아지면서 ‘보수정권 10년 프로젝트’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같은 정치 이벤트를 기획한다면 야권 후보의 경쟁력은 거의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마치 대선 승리를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는 선거 환경이 조성될지도 모른다.
2002년 李會昌과 盧武鉉의 경우
그렇다면 총선 승리에 이어 대선도 야권의 승리로 끝나게 되는 것일까.
장담할 수 없다. 총선 이후 8개월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그만큼 많은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총선 승리가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의 승승장구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서로 다른 3개의 조직이 뭉쳐진 민주통합당의 내부 갈등이 총선 승리 순간부터 터져 나올 수 있다.
기존 민주당을 이끌었던 손학규(孫鶴圭) 전 대표의 보폭도 총선 이후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종로에서 정세균(丁世均) 전 대표가 당선되고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가 총선 승리 후 당내 장악력을 높여 갈 경우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도 적잖은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단일화로 총선 이후 격렬한 대여(對與) 공방을 벌일 경우 총선 승리 효과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둘째로, 야권의 경우 ‘MB정권 심판론’으로 동반책임을 물어 박근혜 위원장을 침몰시키려 들겠지만 3월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동반책임에 공감하지 않는다’가 47.6%였고, ‘공감한다’가 45.2%로 나타나 박근혜 위원장을 이 대통령과 분리하려는 경향성이 더 강했다. 즉 ‘MB심판론’이 총선에서는 작동하겠지만 대선까지 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 있었던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의 결과를 기억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이를 발판으로 당시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연말 대선 승리를 확신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결과는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당선이었다.
이번 총선은 대선을 향해 달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최종 승자는 총선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인물이 될 것이다.⊙
올해는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해다. 총선과 대선은 역사적인 사례를 보더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1992년 3당 합당을 통해 출범한 민주자유당은 같은 해 3월 24일 치러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구를 포함, 149석을 차지함으로써 제1당이 됐다. 여세를 몰아 12월의 대선에서 김영삼(金泳三) 민주자유당 후보가 민주당 김대중(金大中) 후보를 190여만 표 차이를 내며 여유 있게 당선됐다.
새누리당, 총선에서 선전 예상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와 대선 후보 지지도 간 연관성을 교차분석표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1>을 보면 이번 선거에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정당과 대선 후보 간의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관성은 총선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이 대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가장 궁금한 것이 총선 결과가 어느 대선 후보에게 가장 유리할 것이냐는 점이다. 우선 총선 결과와 유력 대선 후보 간 당선 비율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표2>를 보면 총선과 대선에서 한 정당이 모두 승리할 확률은 50%이다. 총선 또는 대선만 승리하는 경우 또한 50%다. 하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중 한 정당이 총선에서 이길 경우 25%의 확률을 먼저 잡는 것이 된다.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이다.
4·11 총선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실시된 여론조사를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을 먼저 살펴보자.
<그림1>은 지난 2월 24~25일 이틀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다(가구전화 50%+휴대전화 50% RDD 전국 800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3.5%P). 투표일을 50여일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 ‘MB심판론’이 과반수에 가까운 것을 보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의 승리를 점칠 수 있다. 물론 이 조사 결과처럼 민주통합당 또는 야권 후보에게로 모든 표가 가지는 않겠지만 새누리당 후보들은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3월 둘째 주에 실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대통령 지지율은 27.1%로 나타났다. 집권 중반기에 한나라당 지지도를 10%포인트 이상 앞서 가던 대통령 지지율을 기억한다면 20%대 후반 지지도는 선거에 가장 큰 악재가 되고 있다. 투표 기준만 놓고 보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 후보가 유리하고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체 의석 중 3분의 1도 확보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판세 예측의 중요한 기준인 정당지지율은 선거일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연초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2>의 《조선일보》 창간기념 조사를 보면 민주통합당이 정당지지율에서 2011년 3월 이후 줄곧 열세에 있다가 2012년 들어 새누리당에 앞서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만 해도 많은 전문가는 정권 말기에 치러지는 선거의 특성상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야권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진행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이 3월 초 조사부터는 근소하게 앞서 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슈 선점한 민주통합당
정치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이 주는 수치는 수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 제17대 총선(2004년) 당시 한나라당은 지역구에서 100석을 차지, 129석의 열린우리당과 29석의 차이를 보였지만 비례대표 의석 차이는 불과 2석에 불과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현재의 정당지지율을 감안할 경우 수도권 등 야권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곳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새누리당 지지율 상승을 보며 어쩌면 총선에서 제1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2>의 정당지지율 추이를 보더라도 선거가 다가오는 시기의 효과, 즉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를 감안할 때, 새누리당은 2011년 초보다도 못한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30%대 중반에 진입했고 선거 30여일을 남겨 놓은 시기에 다시 한 번 야당 단일화라고 하는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한편 정책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한미(韓美) 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으로 이슈 대결에서 선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대응능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MB심판론’이라는 가장 분명한 표심을 방어해 내기에는 새누리당으로서 역부족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자동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적극 뛰어 줄 가능성은 적다. 아무튼 새누리당이 예측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번 총선에서 거둔다고 하더라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제18대 총선에서의 당선자 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실제 투표를 앞두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
총선 결과와 大選 勝者
야권의 총선 승리는 8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유력한 대선 후보 3명의 위상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승리하고 문재인(文在寅)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신도 지역구에서 당선된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를 것이다. 마치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난 후 정몽준(鄭夢準) 당시 국민통합21 대표가 일으켰던 바람 이상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선전할 경우 박근혜 위원장은 특급 소방수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공천 결과와 맞물려 어떤 식으로든 당 내외의 재평가 수순을 거치게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근소하게라도 민주통합당을 앞서 원내 제1당이 될 경우 박근혜 위원장은 ‘제2의 박근혜 대세론’을 만들 수도 있다.
세 사람의 유력 대선 후보 중 가장 목이 타는 인물은 아무래도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총선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했던 안 원장으로서는 총선과 관련된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기 어렵다. 신중 모드를 통해 총선 과정에서 조기에 불거질 수 있는 ‘검증 공방’은 피해 갔지만, 야권 유력 후보 자리를 놓고 거친 정글에서 살아 돌아오는 문재인 이사장과의 일전이 불가피할 것이다.
둘째, 야권이 장악하게 될 제19대 국회는 ‘MB정권 심판론’을 가속화시키는 여러 이슈들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대선 후보들도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한미 FTA를 비롯해 제주해군기지 문제, 그리고 얽히고설켜 있는 대북(對北)관계가 연일 국회에서 다루어지며 정당 간에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 낼 것이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야당은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사안에 대해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를 끝없이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소위 ‘반MB’ 정서의 확대로 문재인 이사장과 안철수 원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반면에 총선을 주도적으로 지휘했던 박근혜 위원장에게는 체계적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큰 암초처럼 다가올 것이다.
셋째, 총선을 통해 형성된 지역 구분과 세대 구분이 대선에서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세대 간 투표 성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그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20대와 30대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 후보 지지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된다.
<표3>을 보면 여러 명의 대선 후보들이 등장하는 다자대결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이 앞서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대세론’이 지배했던 2009~2011년 초의 소위 ‘고정표’와 비슷한 구성이다. 50대 이상은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30대에서는 박 위원장이 전체 선호도 3위인 문재인 이사장보다도 지지율이 낮다. 즉 세대 간 집단적 투표 성향이 강해지고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선거마다 높아지면서 ‘보수정권 10년 프로젝트’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같은 정치 이벤트를 기획한다면 야권 후보의 경쟁력은 거의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마치 대선 승리를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는 선거 환경이 조성될지도 모른다.
2002년 李會昌과 盧武鉉의 경우
그렇다면 총선 승리에 이어 대선도 야권의 승리로 끝나게 되는 것일까.
장담할 수 없다. 총선 이후 8개월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그만큼 많은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총선 승리가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의 승승장구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서로 다른 3개의 조직이 뭉쳐진 민주통합당의 내부 갈등이 총선 승리 순간부터 터져 나올 수 있다.
기존 민주당을 이끌었던 손학규(孫鶴圭) 전 대표의 보폭도 총선 이후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종로에서 정세균(丁世均) 전 대표가 당선되고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가 총선 승리 후 당내 장악력을 높여 갈 경우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도 적잖은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단일화로 총선 이후 격렬한 대여(對與) 공방을 벌일 경우 총선 승리 효과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둘째로, 야권의 경우 ‘MB정권 심판론’으로 동반책임을 물어 박근혜 위원장을 침몰시키려 들겠지만 3월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동반책임에 공감하지 않는다’가 47.6%였고, ‘공감한다’가 45.2%로 나타나 박근혜 위원장을 이 대통령과 분리하려는 경향성이 더 강했다. 즉 ‘MB심판론’이 총선에서는 작동하겠지만 대선까지 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 있었던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의 결과를 기억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이를 발판으로 당시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연말 대선 승리를 확신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결과는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당선이었다.
이번 총선은 대선을 향해 달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최종 승자는 총선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인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