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국회 내 승강기, 주차장, 열람실 등 ‘의원전용’ 천지
⊙ 기본적인 특권에서 파생되는 보이지 않는 특혜 수두룩
⊙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는 순간 절대권력을 가진 ‘제왕’
⊙ 기본적인 특권에서 파생되는 보이지 않는 특혜 수두룩
⊙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는 순간 절대권력을 가진 ‘제왕’
- 의원들은 총선에서 당선되는 순간 절대 권력을 가진 제왕이 된다.
국회의원과 일반 유권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국회의원을 하다 (낙선으로)유권자가 된 사람이 제일 잘 느낄 것이다.
지난 1월 2일 심규철(沈揆喆) 새누리당 보은·옥천·영동 당협위원장을 만났다. 16대에 당선됐다가 17·18대 총선에서 연거푸 이용희(李龍熙) 의원에게 패퇴(敗退)한 그는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모색 중이다.
심 위원장은 “한 달 전(2011년 12월 13일)에 제19대 국회의원 출마선언을 했다”며 “16대 국회를 마친 이후 8년간 나를 돌아보고 우리 지역과 국가를 위해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준비했다. 많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네 번째 도전장이다.
그에게 솔직한 답변을 해 달라며 물었다.
―국회의원이 마약과 같다는 말이 사실이군요. 왜 한 번 배지를 달아 본 사람이면 더욱 포기를 못할까요. 국회의원이 되면 특권이 있나요.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직후에는 다 불편하더라고요. 당장 기차(KTX) 타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제가 정말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이유는 국회의원이 되면 제 워딩(wording)을 언론에서 받아 주기 때문이에요. 언론에 제 주장이 보도되면서 잘못된 부분이 수정된 경우도 많습니다.”
‘선출된 제왕’
최근 여러 언론의 보도로는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크고 작은 특권이 무려 200개에 이른다고 한다. 한 표 행사하는 것이 전부인 일반 유권자들과 비교할 수 없다.
국회의원 특권이 200개에 달한다는 주장은 그들의 특권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습관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권(利權)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등의 기본적인 특권에서 파생되는 보이지 않는 특혜는 계산하기 어려운 탓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200개 이하도 그 이상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선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불체포와 면책이다.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된 경우라도 국회 요구에 의해 석방된다’고 하고,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두 가지는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상징적 특권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특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개최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민주노동당 김선동(金先東)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상 초유의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사태의 주인공인 김 의원은 현재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국회 최루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형근)는 김 의원에게 구두통보까지 총 다섯 번째 출석조사를 요구했지만, 그는 계속 거부 중이다. 헌법상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할 수 없다는 불체포특권이 김 의원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벌써 잡혀 갔을 터다.
구속되기는 했지만 ‘나꼼수’로 유명세를 탄 정봉주(鄭鳳株) 전 의원도 2007년 대선 직전 면책특권 뒤에 숨어 이명박 대통령의 BBK 연루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가 국회 밖에서도 공개하는 바람에 유죄를 받았다.
“배지 떼니 출입국검사장 거쳐야 하더라”
KTX와 항공기를 누구보다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대표적인 특권이다. 우선 공적인 출장이면 모두 공짜로 이용한다. 매년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공무수행 출장비(비례대표 수도권 지역구, 비수도권 지역구 차등지급)로 표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인당 배정액을 모두 소진한 경우에도 KTX 등 철도 이용은 계속 할 수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KTX를 이용할 수 있다. 국토해양위원회로부터 국정감사를 받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이들은 영원한 갑(甲)이다. 오랜 시간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과 호흡을 맞춘 보좌관의 이야기다.
“명절 때만 되면 타 상임위의 의원들이 보좌진을 통해 표를 구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저희는 구할 수 있으니까요. 한번은 주말이었는데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표를 구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들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된다고. 그래서 원하는 시간의 표를 여러 번 마련해 줬습니다.”
비행기의 경우는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귀빈실 이용은 물론, 출입국검사장을 통하지 않고 출입국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귀빈실 운영관련 근거 자료를 보면 현역 국회의원은 공사의 귀빈실 운영규정 제4조에 따라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 또 규정 제10조에 따라 출입국검사장을 통하지 않고 출입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규정 제10조는 ▲국회의원 입국의 경우 탑승교 입구에서 여권을 인계받아 입국수속을 대행하고 나서 귀빈실로 안내한다 ▲출국의 경우 항공사의 체크인 수속이 종료된 여권을 인계받아 출국수속을 대행하고 귀빈실에서 탑승교로 안내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은 공항에서 일반인과 함께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국회에 오래 출입한 경찰 정보과 관계자는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제가 고(故) 김진재(金鎭載) 전 의원님이랑 가깝게 지냈습니다. 의원님이 16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나서 전화가 왔어요. ‘국회의원이 아니니까 무조건 출입국검사장을 통해 출입국해야 하더라. 다음에 외국 나갈 일이 있으면 미리 연락하겠으니 조처를 해 달라’고 하셨죠. 아마 국회의원 때의 간소한 출입국 절차가 생각나셨던 것 같습니다.”
비행기 좌석은 최소한 비즈니스석이다. 사적인 일로 외국에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비행기표를 자비(自費)로 낸다는 차이가 있지만, 의원들에게는 이코노미 좌석을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기름값 급등은 딴 세상 이야기”
국회의원의 월 세비(歲費)는 1036만6443원이다. 선수(選數)와 관계없이 똑같다. 세비만 놓고 보면 연 수익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세비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별도로 ▲차량유지비(월 35만8천원) ▲차량 유류비(월 110만원) ▲사무실운영비(월 50만원) ▲사무실 공공요금(월 91만원: 전화요금 30만원+우편요금 61만원) ▲의정활동 지원 매식비(신청에 따라 지급) ▲정책홍보물 유인비 및 정책자료 발간비(신청에 따라 지급) ▲공무수행 출장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등을 지원받는다.
보좌진 9명(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각 1명씩 3명, 인턴 2명)의 급여도 국가가 대신 지급해 준다. 의원들은 국회 관련 예산을 심의할 때마다 의원실 예산을 늘리려 눈에 불을 켠다.
국회의원 보좌관 제도는 아예 없고 의원이 여행할 때에는 가장 싼 표를 구입해야 국회에서 환불받을 수 있는 스웨덴과는 대조적이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2011년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을 ‘특권층’이라 여기지 않는다”면서 “80%를 훌쩍 넘는 총선 투표율은 스웨덴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가의 여러 가지 지원을 지나친 특혜로 꼽는다. 차량유지비와 유류비는 극히 개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고, 보좌진 역시 선거 시즌이 되면 국가의 업무가 아닌 의원 개인의 당선을 위해 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받는 혜택 모두를 특권, 특혜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일반기업에서도 출장비, 유류비 등은 지원하지 않느냐. 보좌진 문제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색안경만 끼고 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헌정회 종신연금은 의원 그만둬도 특권자임을 입증
그렇지만 국회는 올해부터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품위유지 명목으로 매달 120만원씩 ‘종신연금’을 주도록 했다. 이 결정을 두고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반 국민이 이 정도 연금을 받으려면 30년간 매달 30만원씩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물론 생활이 어려운 고령의 원로 의원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최재욱(崔在旭) 전 환경장관은 “전직 의원 중에서 재산이 많은 분이 많지만, 반대로 생활이 어려운 분들도 있다”며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신연금’은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금고 이상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에게도 지급한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지내도 평생 지원금을 받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고 아니할 수 없다.
현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소속 현역의원들에 대해 전직 원로의원에게 지급하는 연금 특혜를 자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다른 직업을 겸직(兼職)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특권으로 볼 수 있다. 투잡(two job)은 죄가 아니다. 물가급등으로 직장인들 사이에 투잡족이 느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다르다. 겸직을 할 경우 이권에 개입할 여지가 큰 까닭이다.
2011년 6월 10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18대 국회의원 겸직 현황’에 따르면 재적 국회의원 297명 가운데 42.8%인 127명이 겸직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직책을 가진 의원의 경우는 17개 기관의 간부직을 맡고 있었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국회의원에게 많은 세비와 다양한 특혜를 주는 것은 입법권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것인데, 다른 기관에서 월급까지 받는 부분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29조는 ‘의원이 당선 전부터 다른 직을 가진 경우에는 임기 개시 후 1개월 이내에, 임기 중에 다른 직에 취임한 경우에는 취임 후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는 탓에 많은 의원이 회피하고 있다.
21세기는 권위주의와 거리가 멀다. 하지만 국회만은 다르다.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 의원들의 배타적인 공간이 널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부활시킨 의원 전용 승강기다. 국회의원 전용 승강기는 17대 국회 개원 초인 2004년 9월 초 없어졌다.
하지만 2010년 권오을(權五乙) 당시 국회사무총장은 “국정감사 기간 10분씩 승강기를 기다려야 하는 의원이 많았다”며 의원 전용 승강기를 부활했다. 의원 전용 승강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회기 중에만 의원 전용으로 운행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고 권위주의적 태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국회의원은 회기중에는 국회에 잘 나오지도 않는다.
국회도서관 내에도 국회의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의원 전용 열람실이다. 100평이 훨씬 넘는다. 국회 직원이 상주하면서 관리하는데 여기서 의원을 만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1층 민원인용 열람실은 항상 만원(滿員)이다.
이밖에 의원용 주차장, 헬스장, 목욕탕 등도 모두 ‘의원님 전용’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은 “의정활동에 바쁜 의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일을 볼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장치들”이라고 주장하지만, 의원들을 이렇게까지 특권의식에 젖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주차문제로 시간을 허비한 한 민원인의 말이다. “국회의 협소한 주차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전화 한 통화면 1~2분 내로 ‘대령’할 수 있는 기사 딸린 의원용 차량과 기사 딸린 관용차를 이용하는 국회 고위직 차량이 한강 둔치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비서에 집안 청소 시키는 의원도
앞서 소개한 헌법상, 국회법상 특권은 그렇다 쳐도 나라에서 월급을 주는 보좌진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에 목소리가 높다. 의원들이 보좌진에게 극히 사적인 업무를 강요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중진 의원실의 한 6급 비서는 “화나는 건 국회의원 가족들의 일까지 우리가 다 처리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가족 일까지 처리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의원 자녀의 취학문제부터 연말정산까지 저희가 다 처리합니다.”
―취학문제라니요.
“원서를 대신 제출한다든가 하는….”
―예전에는 여비서에게 집 안 청소를 시켰다는 사람도 있던데 아직도 그런 의원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사실 예전 모 의원은 청소하기 위해 자신의 방을 드나든 여직원과 스캔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예전과 바뀐 게 하나도 없네요.
“사실 동료와 이야기해 보면 심각한 사례가 많아요. 본인과 가족의 생활을 정치자금으로 해결하는 의원도 있고, 직원용으로 나온 택시비를 의원 가족들 교통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직원들 매식비도 물론이고.”
보좌진들은 이런 억울한 일을 하면서도 공론화시킬 수가 없다. 의원들이 보좌진 인사권을 전적으로 쥐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인사권이 국회사무처가 아닌 국회의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의무는 팽개치고 특권만 누려
국회의원들의 ‘특권’ 얘기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그들은 어마어마한 특권에도 불구하고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18대 국회는 임기 중 한 번도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임기 4년 중 두 번을 새해 전날 예산안 처리를 했다.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 기한은 12월 2일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이러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독식의 정치 ▲가식의 정치 ▲반칙의 정치 ▲무법의 정치로 규정하고 “여권이든 야권이든 특권과 특혜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공정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국민의 체감적 불공정성을 낮추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가진 특권이 200개라는 한 언론 보도를 봤다. 특권을 조금만 줄인다면 국민은 공정사회에 대한 정치인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지금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거듭 나기’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 과거 예를 보면 호박에 줄 긋기 정도에 그쳤다. 이번에는 어떨까.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이 물론 없기는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특권’을 만들고 유지하고 방어하는 데는 기가 막히게도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까.⊙
지난 1월 2일 심규철(沈揆喆) 새누리당 보은·옥천·영동 당협위원장을 만났다. 16대에 당선됐다가 17·18대 총선에서 연거푸 이용희(李龍熙) 의원에게 패퇴(敗退)한 그는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모색 중이다.
심 위원장은 “한 달 전(2011년 12월 13일)에 제19대 국회의원 출마선언을 했다”며 “16대 국회를 마친 이후 8년간 나를 돌아보고 우리 지역과 국가를 위해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준비했다. 많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네 번째 도전장이다.
그에게 솔직한 답변을 해 달라며 물었다.
―국회의원이 마약과 같다는 말이 사실이군요. 왜 한 번 배지를 달아 본 사람이면 더욱 포기를 못할까요. 국회의원이 되면 특권이 있나요.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직후에는 다 불편하더라고요. 당장 기차(KTX) 타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제가 정말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이유는 국회의원이 되면 제 워딩(wording)을 언론에서 받아 주기 때문이에요. 언론에 제 주장이 보도되면서 잘못된 부분이 수정된 경우도 많습니다.”
| ▣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과 특혜 ⊙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표결과 관련 법률상 면책(免責)특권 ⊙ 불체포(不逮捕)특권 ⊙ 차량유지비(월 35만8000원) ⊙ 차량유류비(월 110만원) ⊙ 의원사무실 운영비(월 50만원) ⊙ 의원사무실 전화요금(월 30만원) ⊙ 의원사무실 우편요금(월 61만원) ⊙ 의정활동 지원 매식비(신청에 따라 지급) ⊙ 정책홍보물 유인비(신청에 따라 지급) ⊙ 정책자료 발간비(신청에 따라 지급) ⊙ 지역구 의원에 대한 정책자료 발송료(지역별로 연 370만~604만원) ⊙ 비례대표 의원에 292만원의 정책자료 발송료 ⊙ 수도권 지역구 의원에게 162만원 공무수행 출장비 ⊙ 보좌진 임면권 ⊙ 4급 보좌관 2명 월급(1인당 연봉 6400만원) ⊙ 5급 비서관 2명 월급(1인당 연봉 5500만원) ⊙ 6급 비서 1명 월급(연봉 3800만원) ⊙ 7급 1명 월급(연봉 3300만원) ⊙ 9급 1명 월급(연봉 2500만원) ⊙ 인턴 2명 월급(연봉 1440만원) ⊙ 회계책임자 임명권 ⊙ 65세 이상 되면 연금(월 120만원) ⊙ 비례대표 의원 공무수행 출장비 연 135만3000원 ⊙ 지역구 의원 공무수행 출장비(수도권 162만3000원~제주 1360만8000원까지) ⊙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원 ⊙ 보좌진 출장비 지원 ⊙ 연간 1억원이 넘는 세비(회의에 출석 한 번 안 해도, 또 지역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하는 기간에도 똑같이 지급) ⊙ 골프장 이용 때 VIP 대우 ⊙ 공항 귀빈실 이용 ⊙ 출입국절차 대행 ⊙ 출입국검사장 통하지 아니하고 출입국할 수 있는 특권(지정된 별도의 출입국검사장 이용) ⊙ 출입국 시 귀빈실에서 기자회견할 수 있는 특권 ⊙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 이용 ⊙ 법률 제정안(制定案) 발의권 ⊙ 법률 개정안(改正案) 발의권 ⊙ 결의안·건의안 발의권 ⊙ 헌법개정안 제출권 ⊙ 탄핵소추 발의권 ⊙ 국가 예산안 심의권 ⊙ 본회의 안건의 찬반 토론권 ⊙ 본회의 발의안의 표결권 ⊙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권 ⊙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처리권 ⊙ 국회사무총장 임명승인 안건 처리권 ⊙ 상임위원장 선출안 처리권 ⊙ 특별위원회 위원장 선출안 처리권 ⊙ 국무총리, 국무위원 및 정부위원에 대한 일반 질문권·서면 질문권·긴급 질문권 ⊙ 의제가 돼 있는 의안과 관련 상임위원장(국무위원·정부위원·발의자)에 대한 질의권 ⊙ 법안 제안 설명권 ⊙ 상임위원회 소집권 ⊙ 국회의장 부의장 선출권 ⊙ 임시국회 소집요구권 ⊙ 의사규칙 제정권 ⊙ 행정부 감시를 위한 국정감사권 ⊙ 자료청구권 ⊙ 의원총회 소집요구서 제출권 ⊙ 국회의원 전용 주차장·이발소·미장원·승강기·헬스장·전용문 이용 ⊙ 국회의원 식당 이용 ⊙ 후원회 조직 매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 모금 ⊙ 국회도서관 평생열람증 교부 ⊙ 국회도서관 의원 전용 열람실 이용 ⊙ 연 2회 해외시찰 국고지원 ⊙ 외국 출장 시 해당 공관원 영접 ⊙ 항공 출장 시 비즈니스석 배정 ⊙ 국회 내 연구단체 구성 ⊙ 연구단체 우수 상금 ⊙ 광복절 3·1절 개천절 등 정부의 각종 기념식 때 상석 배려 ⊙ 준공식 포상식 개관식 발대식 등 입·퇴장 시 관할 경찰관서에 교통통제 협조 등 |
‘선출된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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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22일 한미FTA 비준안 처리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후 경위들에게 끌려나가는 김선동 민노당 의원. 김 의원은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검찰 출두를 거부하고 있다. |
국회의원 특권이 200개에 달한다는 주장은 그들의 특권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습관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권(利權)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등의 기본적인 특권에서 파생되는 보이지 않는 특혜는 계산하기 어려운 탓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200개 이하도 그 이상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선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불체포와 면책이다.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된 경우라도 국회 요구에 의해 석방된다’고 하고,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두 가지는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상징적 특권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특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개최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민주노동당 김선동(金先東)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상 초유의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사태의 주인공인 김 의원은 현재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국회 최루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형근)는 김 의원에게 구두통보까지 총 다섯 번째 출석조사를 요구했지만, 그는 계속 거부 중이다. 헌법상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할 수 없다는 불체포특권이 김 의원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벌써 잡혀 갔을 터다.
구속되기는 했지만 ‘나꼼수’로 유명세를 탄 정봉주(鄭鳳株) 전 의원도 2007년 대선 직전 면책특권 뒤에 숨어 이명박 대통령의 BBK 연루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가 국회 밖에서도 공개하는 바람에 유죄를 받았다.
“배지 떼니 출입국검사장 거쳐야 하더라”
KTX와 항공기를 누구보다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대표적인 특권이다. 우선 공적인 출장이면 모두 공짜로 이용한다. 매년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공무수행 출장비(비례대표 수도권 지역구, 비수도권 지역구 차등지급)로 표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인당 배정액을 모두 소진한 경우에도 KTX 등 철도 이용은 계속 할 수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KTX를 이용할 수 있다. 국토해양위원회로부터 국정감사를 받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이들은 영원한 갑(甲)이다. 오랜 시간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과 호흡을 맞춘 보좌관의 이야기다.
“명절 때만 되면 타 상임위의 의원들이 보좌진을 통해 표를 구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저희는 구할 수 있으니까요. 한번은 주말이었는데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표를 구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들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된다고. 그래서 원하는 시간의 표를 여러 번 마련해 줬습니다.”
비행기의 경우는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귀빈실 이용은 물론, 출입국검사장을 통하지 않고 출입국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귀빈실 운영관련 근거 자료를 보면 현역 국회의원은 공사의 귀빈실 운영규정 제4조에 따라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 또 규정 제10조에 따라 출입국검사장을 통하지 않고 출입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규정 제10조는 ▲국회의원 입국의 경우 탑승교 입구에서 여권을 인계받아 입국수속을 대행하고 나서 귀빈실로 안내한다 ▲출국의 경우 항공사의 체크인 수속이 종료된 여권을 인계받아 출국수속을 대행하고 귀빈실에서 탑승교로 안내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은 공항에서 일반인과 함께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국회에 오래 출입한 경찰 정보과 관계자는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제가 고(故) 김진재(金鎭載) 전 의원님이랑 가깝게 지냈습니다. 의원님이 16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나서 전화가 왔어요. ‘국회의원이 아니니까 무조건 출입국검사장을 통해 출입국해야 하더라. 다음에 외국 나갈 일이 있으면 미리 연락하겠으니 조처를 해 달라’고 하셨죠. 아마 국회의원 때의 간소한 출입국 절차가 생각나셨던 것 같습니다.”
비행기 좌석은 최소한 비즈니스석이다. 사적인 일로 외국에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비행기표를 자비(自費)로 낸다는 차이가 있지만, 의원들에게는 이코노미 좌석을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기름값 급등은 딴 세상 이야기”
국회의원의 월 세비(歲費)는 1036만6443원이다. 선수(選數)와 관계없이 똑같다. 세비만 놓고 보면 연 수익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세비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별도로 ▲차량유지비(월 35만8천원) ▲차량 유류비(월 110만원) ▲사무실운영비(월 50만원) ▲사무실 공공요금(월 91만원: 전화요금 30만원+우편요금 61만원) ▲의정활동 지원 매식비(신청에 따라 지급) ▲정책홍보물 유인비 및 정책자료 발간비(신청에 따라 지급) ▲공무수행 출장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등을 지원받는다.
보좌진 9명(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각 1명씩 3명, 인턴 2명)의 급여도 국가가 대신 지급해 준다. 의원들은 국회 관련 예산을 심의할 때마다 의원실 예산을 늘리려 눈에 불을 켠다.
국회의원 보좌관 제도는 아예 없고 의원이 여행할 때에는 가장 싼 표를 구입해야 국회에서 환불받을 수 있는 스웨덴과는 대조적이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2011년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을 ‘특권층’이라 여기지 않는다”면서 “80%를 훌쩍 넘는 총선 투표율은 스웨덴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국가의 여러 가지 지원을 지나친 특혜로 꼽는다. 차량유지비와 유류비는 극히 개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고, 보좌진 역시 선거 시즌이 되면 국가의 업무가 아닌 의원 개인의 당선을 위해 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받는 혜택 모두를 특권, 특혜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일반기업에서도 출장비, 유류비 등은 지원하지 않느냐. 보좌진 문제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색안경만 끼고 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헌정회 종신연금은 의원 그만둬도 특권자임을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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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헌정회 초청오찬에 참석한 헌정회원들. 이들에게는 품위유지 명목으로 월120만원의 종신연금이 지급된다. |
하지만 ‘종신연금’은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금고 이상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에게도 지급한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지내도 평생 지원금을 받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고 아니할 수 없다.
현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소속 현역의원들에 대해 전직 원로의원에게 지급하는 연금 특혜를 자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다른 직업을 겸직(兼職)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특권으로 볼 수 있다. 투잡(two job)은 죄가 아니다. 물가급등으로 직장인들 사이에 투잡족이 느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다르다. 겸직을 할 경우 이권에 개입할 여지가 큰 까닭이다.
2011년 6월 10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18대 국회의원 겸직 현황’에 따르면 재적 국회의원 297명 가운데 42.8%인 127명이 겸직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직책을 가진 의원의 경우는 17개 기관의 간부직을 맡고 있었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국회의원에게 많은 세비와 다양한 특혜를 주는 것은 입법권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것인데, 다른 기관에서 월급까지 받는 부분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29조는 ‘의원이 당선 전부터 다른 직을 가진 경우에는 임기 개시 후 1개월 이내에, 임기 중에 다른 직에 취임한 경우에는 취임 후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는 탓에 많은 의원이 회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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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전용 승강기는 2010년 전격 부활했다. 회기 중에만 이용되지만 권위적으로 비치기는 마찬가지다. |
하지만 2010년 권오을(權五乙) 당시 국회사무총장은 “국정감사 기간 10분씩 승강기를 기다려야 하는 의원이 많았다”며 의원 전용 승강기를 부활했다. 의원 전용 승강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회기 중에만 의원 전용으로 운행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고 권위주의적 태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국회의원은 회기중에는 국회에 잘 나오지도 않는다.
국회도서관 내에도 국회의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의원 전용 열람실이다. 100평이 훨씬 넘는다. 국회 직원이 상주하면서 관리하는데 여기서 의원을 만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1층 민원인용 열람실은 항상 만원(滿員)이다.
이밖에 의원용 주차장, 헬스장, 목욕탕 등도 모두 ‘의원님 전용’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은 “의정활동에 바쁜 의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일을 볼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장치들”이라고 주장하지만, 의원들을 이렇게까지 특권의식에 젖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주차문제로 시간을 허비한 한 민원인의 말이다. “국회의 협소한 주차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전화 한 통화면 1~2분 내로 ‘대령’할 수 있는 기사 딸린 의원용 차량과 기사 딸린 관용차를 이용하는 국회 고위직 차량이 한강 둔치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비서에 집안 청소 시키는 의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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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는 국회의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주차장도 있다. |
중진 의원실의 한 6급 비서는 “화나는 건 국회의원 가족들의 일까지 우리가 다 처리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가족 일까지 처리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의원 자녀의 취학문제부터 연말정산까지 저희가 다 처리합니다.”
―취학문제라니요.
“원서를 대신 제출한다든가 하는….”
―예전에는 여비서에게 집 안 청소를 시켰다는 사람도 있던데 아직도 그런 의원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사실 예전 모 의원은 청소하기 위해 자신의 방을 드나든 여직원과 스캔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예전과 바뀐 게 하나도 없네요.
“사실 동료와 이야기해 보면 심각한 사례가 많아요. 본인과 가족의 생활을 정치자금으로 해결하는 의원도 있고, 직원용으로 나온 택시비를 의원 가족들 교통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직원들 매식비도 물론이고.”
보좌진들은 이런 억울한 일을 하면서도 공론화시킬 수가 없다. 의원들이 보좌진 인사권을 전적으로 쥐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인사권이 국회사무처가 아닌 국회의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의무는 팽개치고 특권만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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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대엽 고려대 교수. |
단적인 예로 18대 국회는 임기 중 한 번도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임기 4년 중 두 번을 새해 전날 예산안 처리를 했다.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 기한은 12월 2일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이러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독식의 정치 ▲가식의 정치 ▲반칙의 정치 ▲무법의 정치로 규정하고 “여권이든 야권이든 특권과 특혜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공정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국민의 체감적 불공정성을 낮추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가진 특권이 200개라는 한 언론 보도를 봤다. 특권을 조금만 줄인다면 국민은 공정사회에 대한 정치인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지금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거듭 나기’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 과거 예를 보면 호박에 줄 긋기 정도에 그쳤다. 이번에는 어떨까.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이 물론 없기는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특권’을 만들고 유지하고 방어하는 데는 기가 막히게도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까.⊙
ysline99
(201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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