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 : 월간조선

지난 1월 31일.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 세 글자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점령했다. 주인공은 정홍원(鄭烘原) 변호사였다. 네티즌들이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19대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할 그에게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날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정 위원장과의 전화통화는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정 위원장은 2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비롯한 공천위원들은 언론사와의 개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인 3일 무작정 정 위원장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멀리까지 왔으니 차나 한 잔 하고 돌아가라”고 했지만 “방향만이라도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정 위원장은 고심하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구설에 오른 자체가 낙천사유 될 수도

―공천과정에서 부정부패 비리 전력자를 어느 정도 엄격히 가려낼 것입니까.(마침 이날은 한 언론사가 새누리당 사무처의 총선 공천 작업을 위한 기초자료를 인용, 18대 국회 회기 동안 각종 이유로 재판을 받았거나 말 실수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당 소속 의원 명단을 보도해 정치권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날이었다.)

“부정부패 비리 전력이 있는 사람은 배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깨끗한 사람을 국민 앞에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사회적 물의도 포함되는 건가요. 권영세(權寧世) 사무총장은 “우리는 사법제도 내에서 심판받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심판을 받는 집단이다. 혐의가 심각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 안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처벌은 명확한 기록이 있으니까 가려낼 수 있는데 ‘사회적 물의’는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밝혀 내고 검증할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다만, 예를 들어 성추행 전력이 있는데 합의가 돼서 처벌을 안 받은 경우에는 공천에서 배제할 것입니다. 또 국민이 봤을 때 지탄받아야 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은 배제돼야 한다고 봅니다.”

새누리당 공직자추천규정 제9조는 공직후보자 부적격 기준 11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피선거권이 없는 자와 동일한 선거에서 2개 이상의 선거구에 중복 신청한 경우, 당적을 이탈·변경한 경우가 포함된다. ▲이중당적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중에 있는 자 ▲등록서류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자 ▲파렴치 범죄 전력자 ▲부정·비리 등 관련자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등이다.

―공천을 앞두고 국회에서 ‘살생부’가 돌고 있습니다. 이들 면면을 보면 새누리당 당규에 어긋나는 사람이 많던데요. 이런 경우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봐야죠. 국민은 구설에 오른 자체만으로도 지탄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래도 억울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 검증해 봐야겠죠.”

―만약 물의(物議)를 일으킨 의원이 지역구에서 인기가 좋다면 어떻게 하죠.

“혼자 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국민 앞에 내놓아서는 안 될 사람들은 공천하지 않을 겁니다.”

세 번 여론조사, 20% 앞서면 공천

정홍원 위원장은 원칙주의자다. 대검 감찰부장 재직시에는 ‘검찰 낮술 금지를 실시하는 등 내부 개혁과 쇄신에 솔선수범해 왔다.

이번 공천의 최대 화두는 현역교체, 즉 물갈이다. 50% 이상 파격적인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가장 최근인 1월 24일 《동아일보》와 채널 A가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에게 휴대전화와 일반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5명은 현역의원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대위에서도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역대 공천의 교체율이 40% 가까이 됐는데, 평가 하위 25% 현역의원을 강제 탈락시키고 49개 전략지역과, 이미 용퇴한 분들까지 고려하면 (이번에는) 절반 가까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전신(前身)인 한나라당의 현역의원 교체율은 15대 때 39.1%, 16대 31.0%, 17대 36.4%, 18대 38.5%였다.

―파격적인 물갈이 이야기가 많습니다.

“국민의 여망이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조건 반을 자르겠다는 식으로 공천작업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교체율이 50%에 못 미칠 수도 있겠군요.

“바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작업을 해 보면 실제 못 따라오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순리대로 일을 풀어 나가면 다 잘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자료는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결과인가요.

“여론조사가 전부는 아니지만,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여론이 좋은 사람이 주민 신망이 두터울 것으로 봅니다.”

새누리당은 공천 전까지 세 번의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다. 김광림(金光琳) 여의도연구소장은 “우선 현역의원들의 지지도를 조사하고 그다음으로는 도전자를 조사한다. 두 번의 조사가 끝나면 지지율이 낮은 의원들을 탈락시키고, 성적이 괜찮은 의원들과 예비후보들 중 1위를 차지한 인물을 1대1로 붙여 세 번째 여론조사를 할 예정인데, 여기서 누구든 20%포인트 이상 앞서면 공천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2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는 경선(競選)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방식이면 중진의원들이 공천 받을 가능성이 적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불출마 선언을 하는 중진들의 숫자가 적은데요.

“마음을 비우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억지로 불출마를 종용하는 것은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맞춰서 공천작업을 할 것입니다. 다만 중진이나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진들이 모두 낙천(落薦)한다면 국회의장은 누가하죠? 경륜이 있는 사람도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나이, 선수(選數)를 떠나 국민을 위해 국회에서 얼마나 활동을 열심히 했느냐를 중점적으로 볼 것입니다.”

―‘텃밭’의 중진 중에는 공천을 못 받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사람도 상당수 있습니다. 심사결과에 불복해서 무소속 출마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

“낙천됐다고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배신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옳지 않은 태도입니다. 공천에 탈락해도 승복하겠다는 자필 서약서가 강제력이 있지는 않지만,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위적 律士 죽이기는 없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4명 중 1명은 법조계 출신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법조당(法曹黨)이라고 불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도 대표 시절 ‘법조당 탈피’의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그는 “판검사 출신은 현장의 치열함을 모르고 자신이 잘났다는 사람이 많다”며 법조인 공천비율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었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 167명 가운데 법조 출신은 38명으로 22.7%를 차지하고 있다.

―법조인이 너무 많다는 비판은 아시죠. 좀 줄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회의원이 독립적 입법기관인 만큼 율사 출신이 많다는 것이 부정적일까 하는 데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국민이 보기에는 새누리당이 하이클래스(high-class)만 선호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공천심사를 하겠습니다.”

―율사 출신이 어느 정도 줄어들겠군요.

“인위적으로 퍼센티지를 낮추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겠지만, 사람의 문제인 만큼 율사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평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 위원장의 지인들은 그를 ‘원칙주의자’라고 평가한다. 한 측근은 “치밀하고 꼼꼼해 실수가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朴槿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왜 정 위원장에게 공천의 칼자루를 쥐게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위원장은 무엇보다 원칙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박심(朴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外壓 온몸으로 막을 것”

사실 안강민(安剛民)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도 전두환(全斗煥)·노태우(盧泰愚)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등 엄정성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친이(親李)·친박(親朴)의 싸움 속에서 외부 입김에 크게 흔들리며 독립성을 지켜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역대 공천위원장들이 여권이 사전에 정한 내용을 통과시키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외압이 들어올 정황 자체가 없습니다. 이미 박근혜 위원장이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기로 했습니다. 설령 외압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제가 절대적으로 막을 것입니다. 그런 방탄 역할을 하기 위해 위원장직도 수락한 것입니다.”

실제 박 위원장은 공천 때마다 “공천심사위원 외에는 누구도 공천에 관여하지 마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친박측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특정 권력자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본래 소신인 데다 2008년 총선을 겪으면서 그 강도가 더 세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박계 공심위원이 ‘공천’을 담보로 줄을 세우려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계파가 나뉘어 있는 만큼 공천갈등은 불가피한 거 아닌가요. 사실 새누리당 비대위는 노골적으로 친이계를 향해 국정실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친이·친박이라는데 그분들이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위원장과 얼마나 친할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탕평(蕩平)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박 위원장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때문에 친박쪽에 이익이 가고, 친이쪽에 불이익이 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파(派)를 나누는 구시대적인 모습은 사라져야 할 때가 됐습니다.”

앞서 친박계 비대위원인 김세연(金世淵)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한나라당이 이토록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제 때가 됐다”며 친이계를 정면으로 겨냥했었다. 발언 직후 친이계는 “김 의원이 비대위에서 나쁜 것만 배웠다. 자신이 누구를 물러가라 할 만큼 당에 기여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이렇게 편을 갈라 대립하는데, 누가 친이고 누가 친박인지 잘 알지 않습니까.

“저는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게다가 머리가 나빠서 누가 친이인지, 친박인지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왜 공천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나요.

“나라가 참 걱정스러웠습니다. 뒤에 돌아앉아서 불만만 표시할 게 아니라 어려운 때 몸을 던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쓴잔을 마시는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위원장직을 맡기로 한 것이지요.”

“어떻게 날 찾아냈을까 궁금”

―박근혜 위원장과 평소 인연이 있어 수락한 것은 아닙니까.

“전 회전문에서 나온 사람이 아닙니다.”

―인연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군요.

“예.”

―그럼 영입 제안은 박 위원장이 직접 했나요.

“아이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도리가 아닌데…. 중요한 자리를 맡기는 데 직접 연락을 안 하겠습니까. 사실 전화를 받고 감동했어요. 저와 친분이 전혀 없는 분인데 어떻게 나를 찾아냈을까 궁금했죠.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을 보니 사심(私心)이 없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계파에 얽매이지 않고, 파격적인 물갈이를 단행한다면 새누리당이 어렵다는 수도권에서도 나름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예상합니까.

“새누리당이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개혁의지를 갖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악일 때보다 분위기가 좋아진 것도 사실이고요. 바닥을 쳤으니 올라가는 일만 남았죠. 하지만 더욱 과거를 반성하고 진심으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민심이 돌아올 것입니다.”

정 위원장은 외부에서 들어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파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물음에 “내부 전문가들은 오랜 경륜이 장점이지만 반대로 신선한 감각은 떨어진다. 외부인사들은 그런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답했다.

啓導시킨 사건이 더욱 기억에 남아

2012년 2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공직후보추천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근혜 대표가 정홍원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공천과 관련한 질문들이 껄끄러웠는지 정 위원장은 “내 이야기를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12남매 가정에서 자랐는데, 셋째 형이 고시공부를 하다가 결국 중도에 포기했어요. 유학자이셨던 선친께서 (형의 낙방에) 실망이 큰 나머지 일종의 교육 무용론으로 돌아섰습니다. 그 여파로 부산 경남중을 다니던 저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선친과 절충한 게 사범학교 진학과 가사(家事)를 돌보는 것이었는데, 사범학교를 졸업할 당시 형편이 조금 풀린 형님의 지원 아래 법대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사범학교에서 전인교육을 받은 것이 법조생활 하는 데 많은 보탬이 됐습니다.”

자신이 법조인의 길을 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 그에게 검사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에 대해 물었다.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1972년 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약 30년 동안 검찰에 몸담으며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사건, 워커힐 카지노 외화 밀반출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특별수사통’으로 불리던 그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건은 검사 초년병 시절 맡게 된 한 고등학생의 살인사건이었다고 한다.

“뒤돌아보니까 사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형사건보다는 범법자들을 개과천선(改過遷善)시켰던 사건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제가 초임검사 시절이었어요. 한 고등학생이 자기 친구를 살해한 사건을 맡게 됐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다 살인을 한 녀석의 정신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요즘에야 정신장애 범법자를 치료하는 치료감호제도가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제도가 없었어요. 그래서 징역을 보내느냐 마느냐를 두고 많이 고민을 했죠. 고민 끝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 아이를 정신병원에 보내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신병원으로 옮긴 이후로는 그 아이를 본 적이 없지만, 항상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건은 없습니까.

“대도(大盜) 조세형 사건이 기억에 남네요. 실패해서 그런지….”

―실패라니요.

“83년 절도죄로 징역 15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던 조씨는 청송교도소에서 98년 출소했어요. 그후 그는 기독교에 귀의했죠. 제가 그때 서울지검 남부지청장 할 때인데 저도 기독교이고 해서, 조씨를 불러 다시는 범죄의 길로 빠지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특히 언론을 타지 말고 교회에 전념하라고 충고했어요. 언론을 타서 갑자기 유명인 반열에 오르면 질 안 좋은 사람이 붙어 재범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숙소도 알선해 주고 그랬는데…. 결국 다시 죄를 저지르더라고요. 조씨를 개과천선시키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건으로 볼 수 있죠.”

―예전 인터뷰에서는 톱스타였던 가수 A씨의 마약사건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던데요. A씨가 누구입니까.

“고인(故人)이 된 이남이씨요. 그런데 그 사건은 이남이씨 개인 사건이 아니라 그가 포함돼 있었던 ‘사랑과 평화’ 그룹의 대마초 사건입니다. 1980년 사랑과 평화 멤버 전원이 대마초를 피운 적이 있는데 제가 사건을 맡게 됐죠. 그들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어요. 인기 최정상의 그룹이었는데 안타깝더군요. 그런데 집행유예 선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단체로 저를 찾아왔더라고요. 기특하고 해서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습니다. 어느 날인가 신문을 보니 이남이씨 인터뷰가 실렸더군요. 자세히 읽어 보니 자신의 최대 히트곡인 ‘울고 싶어라’가 구속됐을 때의 심정을 담은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가슴이 아팠죠.

그가 한 시인과 함께 교도소를 순회하며 공연을 펼치는 교화원(敎化員) 역할을 하고 있다 해서 수소문해서 찾았는데 암으로 입원하고 있더라고요. 춘천병원까지 직접 찾아갔는데 얼마 안돼서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참 그분한테는 마음의 빚이 있어요.”

30년 동안 검찰에 몸담은 정 위원장은 검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2004년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 용퇴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최근 검찰에 대해 물었다.

“기획수사란 말도 안되는 이야기”

―4·11 총선 민주통합당 경기 부천원미갑 예비후보에 대한 무혐의 결정,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뇌물수수 사건 무죄선고 등은 특수부 등 인지부서에 있는 일부 검사들이 정치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저는 무혐의로 결정된 수사들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관전평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 검사 시절 때와 비교해 보면 검찰이 죄를 입증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옛날에는 법원에서도 어느 정도 심증이 형성되면 유죄판결을 내렸는데 지금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뇌물사건의 경우는 주고받은 두 사람의 증언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물증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목격자가 있으면 증거제시가 가능하지만, 뇌물사건의 경우는 주고받은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 쉽지 않죠. 일반인들은 계좌를 추적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을 하시지만, 계좌추적이 만능은 아닙니다. 계좌추적을 해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죠. 무작정 검찰을 감싸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도 신중하게 수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만요.”

―그렇다면 예를 들어 무죄를 선고받은 한명숙 대표의 뇌물수수 의혹이 과거였으면 유죄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기준이과거에 비해 엄격해진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의 최고 의사결정 모임이었던 ‘6인회의’ 멤버들 다수에게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는 것을 일종의 ‘검찰 줄서기’로 봐도 될까요.

“검찰이 기획수사를 한다는 말입니까. 흔히 제기되는 기획수사, 타깃(target)수사가 가능해지려면 우선 검찰이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검찰이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검찰은 범죄척결을 사명으로 삼고 그 긍지로 살아가기 때문에 범죄정보가 입수되면 곧장 수사에 착수합니다. 정보를 비축해 뒀다가 시기에 맞춰 조사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흔히 정치인들이 자신을 타깃으로 수사한다고 말하는데, A라는 국회의원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파고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오해는 이제 없었으면 합니다.”

―민주통합당은 BBK 의혹을 제기했던 정봉주(鄭鳳株) 전 의원이 정치검찰과 사법부의 자의적인 법해석에 의해 구속됐다고 판단, 허위사실 유포자 처벌을 어렵게 하는 일명 ‘정봉주법(法)’ 추진을 천명했는데요.

“허위사실 유포는 선거권자의 판단을 삐뚤어지게 합니다. 사실이 왜곡된다면 좋은 지도자를 뽑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허위사실 유포자는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든지, 공직취임을 막는다든지 등의 확실한 불이익을 줘야 합니다. 허위사실 유포는 굉장히 중대한 범죄입니다. 어느 범죄도 나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허위사실 유포는 특히 악의적인 범죄입니다.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요즘은 영웅시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직접 기타 치며 연주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연주하고 있는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손목시계를 보던 정 위원장은 “간단하게 하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며 인터뷰를 마쳐 달라고 요구했다.

정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사무실 한쪽에 기타가 보였다. “기타도 치느냐”고 묻자 그는 “배운 지 7개월 됐다. 나 때문에 집사람이 가수가 다 됐다”며 “한 곡 뽑아 줄 테니 듣고 가라”고 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조용필(趙容弼)의 명곡 ‘그 겨울의 찻집’을 멋들어지게 연주했다. 자신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칼자루를 쥔 그의 또다른 면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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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

“대폭 물갈이는 국민의 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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