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철씨 “아버지의 박 위원장 지지는 확실. 대승적 차원에서 그렇게 가야”
⊙ “아들 현철씨 공천 의식한 덕담 수준일 것”(여권 관계자)
⊙ “아들 현철씨 공천 의식한 덕담 수준일 것”(여권 관계자)
- 2012년 1월 6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여성신문 신년하례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1
1999년 5월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은 ‘박정희(朴正熙) 기념관’ 건립을 약속했다. 김 전(前)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화해를 시도한 것이다. 이 일에 발끈한 이가 김영삼(金泳三·이하 YS) 전 대통령이다. YS는 그해 6월 17일 오전 4·19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김대중·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성명서 발표 전 YS는 “독재자가 독재자를 미화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라고 두 전직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했다. 성명서의 골자는 “경제위기 원인이 박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는 것과 “박정희는 독재의 상징 인물”이라는 비판이었다.
#2
같은 날 오후. 당시 부총재였던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위원장은 YS에 대해 “자신이 한 것은 모두 옳고 다른 사람이 한 것은 모두 틀리다고 하는 것은 반(反)사회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1등, 김영삼 전 대통령이 꼴찌로 나오는 데 대해 생각해 보라”고 힐난했다. 그 며칠 후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등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기다렸으나 당 차원의 입장표명이 없어 더 이상 부총재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부총재직에서 사퇴했다.
YS와 친박 이혜훈 의원의 대화
두 장면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정치인 YS와 박근혜 위원장은 늘 멀리 있었다.
YS는 지난 대선에서 박 위원장의 경쟁자였던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을 지지했다. 박 위원장을 겨냥해 “박정희는 독재자”라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이 논란됐을 때도 YS는 원안+알파를 주장했던 박 위원장과 달리 수정안을 지지했다. 지난해 연초까지도 그런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1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사에서 “18년 장기독재를 한 박정희가 이 나라 군사독재 정권의 원흉”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이 발언 후 라이트코리아,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들은 상도동 YS 자택 부근에서 ‘YS 망언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8일 83회 생일을 맞은 YS의 상도동 자택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박 위원장의 측근인 이혜훈(李惠薰) 당시 당 사무총장 권한대행이 그날 오후 늦게 상도동을 방문한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화다.
<이혜훈(이하 이): 건강하시고, 뵈니까 정말 청년이시네요.
김영삼(이하 김): 청년이죠?
이: 네, 너무 정정하시고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저희가 당을 쇄신하기 위해 비대위를 어제 본격적으로 출범시켰습니다.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이시고, 어제 11명의 비대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께서 난을 꼭 전달하고 인사 전해 올리라고 해서 찾아뵈었습니다.
김: 감사해요. 박근혜 대표가 잘되길 바랍니다.
이: 감사합니다. 워낙 정치적 경륜도 있으시고, 저희 당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저희에게 지혜를 많이 주십시오.
김: 참 나라가 어려워요. 한나라당도 어렵지만, 나라가 어려워요. 이걸 잘 개척해 나가야 해요. 박근혜 대표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하세요. 나도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이: 감사합니다.
김: 이런 말은 처음 하죠?
이: 네,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북한 문제도 있고.
김: 나라에 참 중요한 시기가 될 겁니다.
이: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님 계시던 시절에, 15대 공천하셨던 것이 그 이후에 가장 많은 평가를 받고 있고 많이 말을 하는, 아주 모범적인 공천으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저희 한나라당도 공천 때문에 많은 국민이 관심 갖고 있고, 당도 고민이 깊은 상황입니다.
김: 그래요. 결국 선거는 공천을 잘해야 하는 거니까. 내가 야당 총재를 오래 했기 때문에, 또 대통령을 하면서 동시에 총재를 해서 공천을 많이 했잖아요. 정치는 결국 공천이에요. 또 우리가 참 시기적으로 어려운 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 중요한 때입니다.>
“YS 발언은 원론적 얘기” (김기수 실장)
다음날 언론들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토대로 ‘YS, 박근혜 지지 선언’으로 보도했다. 도저히 같은 길을 갈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화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중론은 YS 차남 김현철(金賢哲)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공천 문제와 결부시켰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한나라당 공천에서 좌절을 맛본 차남 김현철 부소장의 공천을 위해 YS가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김 부소장은 지난 1월 4일 거제에서 총선 출마 선언을 했다.
또 하나의 관심은 YS-박근혜의 화해를 위한 메신저 역할을 누가 맡았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 정치에서 두 사람이 차지하는 중량감을 생각할 때 양측이 사전조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메신저로 거론된 인물은 서청원(徐淸源) 전 미래희망연대 공동대표, 이성헌(李性憲) 의원 등 구 민주계 출신으로 현재 박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인사들이다.
YS를 만나 ‘YS의 박근혜 지지’를 현장에서 직접 들은 이혜훈 의원에게 사전조율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두 사람은 공식적인 대화 외에도 20여 분간 비공식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박 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 측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 나는 당 사무총장 권한대행으로서 생일 축하 난을 전달하러 실무 차원에서 다녀온 것입니다. (비공식 대화에서) 정치적 얘기는 오가지 않았습니다. 사전조율을 위해 내가 한 역할은 없습니다. 그것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까지 YS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김기수 실장은 “화해 문제를 놓고 양측 간 사전에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그날 이야기는 덕담 수준의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아직 경선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지지선언은 무슨 지지선언인가요.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금 어려운 당을 이끌고 계시니까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 위기를 잘 극복하라는 얘기였습니다. 아직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지켜봐 주세요. 후보가 정해져야지 지지선언을 할 것 아닌가요. 나라도 어렵고 당도 어려운 상황에서 박 위원장을 도와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김 실장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등 민주계의 역할에 대해 “사전조율이 없었는데 역할은 무슨 역할이냐. 서 대표 같은 경우는 몸이 안 좋아 상도동에 오지 못하다가 1월 1일에 신년 세배차 방문한 게 전부다”고 말했다.
한동안 YS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해 온 박종웅(朴鍾雄) 전 의원의 말도 김 실장과 비슷한 뉘앙스다.
“신년 세배 때 서 대표가 상도동을 왔지만 조용히 있다가 갔어요. 어떤 역할을 했다면 활발히 움직였을 것입니다. 이성헌 의원은 지금 다른 문제 때문에 그런 일에 관여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사전조율자로 나섰다고 봅니까.
“그런 역할을 한 사람은 없었다고 봅니다. 원론 수준의 말씀 아니었나요.”
박 위원장, YS 발언에 반응 안 보여
‘친박연대’에서 활동했던 한 정치인은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YS의 발언은 혼자 생각해서 한 것으로 봅니다. 나도 근자에 상도동을 서너 번 방문했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분이 혼자 생각으로 발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에요. 구사하는 언어도 ‘독재자’, ‘쿠데타’ 등 정해져 있더라고요. 심사숙고 끝에 한 정치적 발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차남 김현철 소장의 공천까지를 고려한 발언이라고 봅니다.”
―왜 그렇게 보나요.
“중요한 것은 박 위원장이 YS의 지지발언에 대해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전조율이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화답했을 것 아니겠어요.”
―개인적으로 김현철 부소장 공천을 어떻게 예상합니까.
“어렵다고 봅니다. 지금 박 위원장이 구태정치 청산을 외치고 있습니다. 구태정치가 뭡니까. 돈정치의 청산입니다. 그런데 돈 때문에 구속됐던 사람을 박 위원장이든 누구든 내놓고 공천할 수 있겠습니까.”
서청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서 대표는 몸도 아프고, 요즘은 YS를 자주 찾아가지도 않는다. 누군가 박 위원장 지지선언을 끌어냈다면 김현철 부소장이 직접 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1월 4일 총선 출마를 선언한 김 부소장은 그동안 번번이 한나라당 공천 문턱에서 탈락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김 부소장의 한 측근은 조심스럽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 이번에도 한나라당 공천이 안된다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해 6월 ‘거제미래포럼’ 사무실을 개소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출마선언 후 김 부소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거제에서 보내고 있다.
‘박 위원장 지지선언’과 관련한 김 부소장의 생각은 YS 측근들의 주장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가 있었다. 김 부소장은 “YS가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것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다음은 김 부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현철, “대선 승리라는 대승적 차원”
―YS의 박 위원장 지지선언은 김 부소장의 작품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비약이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출마를 하니까 그렇게 볼 수는 있죠. 아버님은 평소 박정희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고 박 위원장에게도 비판적이었습니다. 이번에 이혜훈 의원이 방문했을 때 하신 말씀은 대승적 차원에서 하신 말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승적 차원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아버님은 10년 만에 좌파로부터 정권을 찾아왔는데 다시 좌파에게 뺏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갖고 계십니다.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대선 승리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지선언을 하신 겁니다.”
―김 부소장의 공천 문제 때문에 지지선언을 했다는 분석이 많지 않나요.
“(웃음) 사실 내가 출마한다고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아버님은 가족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 분 아닌가요. 물론 이번에만은 아버님이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계신 것은 맞습니다.”
―시기상 YS의 지지선언 직후 김 부소장이 거제에 내려가서 출마선언을 한 것도 박 위원장과 YS의 화해에 김 부소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는 이유인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거제시청에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내 출마 기자회견은 원래 작년 12월 20일에 예정돼 있었습니다. 김정일(金正日)이 급사하면서 연기했던 겁니다. 만약 아버님의 지지선언과 내 출마선언이 관련 있었다면 그런 시기에 출마선언을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내 출마선언과 아버님의 지지선언을 연결지어서는 안 됩니다.”
―YS가 박근혜 위원장을 지지하는 것은 확실한가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총선이 잘못되면 대선 패배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분명한 것은 YS-박 위원장 간 ‘화해’를 위한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것이 확실한 것처럼 YS의 박 위원장 지지도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1999년 5월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은 ‘박정희(朴正熙) 기념관’ 건립을 약속했다. 김 전(前)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화해를 시도한 것이다. 이 일에 발끈한 이가 김영삼(金泳三·이하 YS) 전 대통령이다. YS는 그해 6월 17일 오전 4·19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김대중·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성명서 발표 전 YS는 “독재자가 독재자를 미화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라고 두 전직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했다. 성명서의 골자는 “경제위기 원인이 박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는 것과 “박정희는 독재의 상징 인물”이라는 비판이었다.
#2
같은 날 오후. 당시 부총재였던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위원장은 YS에 대해 “자신이 한 것은 모두 옳고 다른 사람이 한 것은 모두 틀리다고 하는 것은 반(反)사회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1등, 김영삼 전 대통령이 꼴찌로 나오는 데 대해 생각해 보라”고 힐난했다. 그 며칠 후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등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기다렸으나 당 차원의 입장표명이 없어 더 이상 부총재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부총재직에서 사퇴했다.
YS와 친박 이혜훈 의원의 대화
두 장면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정치인 YS와 박근혜 위원장은 늘 멀리 있었다.
YS는 지난 대선에서 박 위원장의 경쟁자였던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을 지지했다. 박 위원장을 겨냥해 “박정희는 독재자”라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이 논란됐을 때도 YS는 원안+알파를 주장했던 박 위원장과 달리 수정안을 지지했다. 지난해 연초까지도 그런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1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사에서 “18년 장기독재를 한 박정희가 이 나라 군사독재 정권의 원흉”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이 발언 후 라이트코리아,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들은 상도동 YS 자택 부근에서 ‘YS 망언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8일 83회 생일을 맞은 YS의 상도동 자택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박 위원장의 측근인 이혜훈(李惠薰) 당시 당 사무총장 권한대행이 그날 오후 늦게 상도동을 방문한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화다.
<이혜훈(이하 이): 건강하시고, 뵈니까 정말 청년이시네요.
김영삼(이하 김): 청년이죠?
이: 네, 너무 정정하시고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저희가 당을 쇄신하기 위해 비대위를 어제 본격적으로 출범시켰습니다.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이시고, 어제 11명의 비대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께서 난을 꼭 전달하고 인사 전해 올리라고 해서 찾아뵈었습니다.
김: 감사해요. 박근혜 대표가 잘되길 바랍니다.
이: 감사합니다. 워낙 정치적 경륜도 있으시고, 저희 당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저희에게 지혜를 많이 주십시오.
김: 참 나라가 어려워요. 한나라당도 어렵지만, 나라가 어려워요. 이걸 잘 개척해 나가야 해요. 박근혜 대표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하세요. 나도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이: 감사합니다.
김: 이런 말은 처음 하죠?
이: 네,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북한 문제도 있고.
김: 나라에 참 중요한 시기가 될 겁니다.
이: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님 계시던 시절에, 15대 공천하셨던 것이 그 이후에 가장 많은 평가를 받고 있고 많이 말을 하는, 아주 모범적인 공천으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저희 한나라당도 공천 때문에 많은 국민이 관심 갖고 있고, 당도 고민이 깊은 상황입니다.
김: 그래요. 결국 선거는 공천을 잘해야 하는 거니까. 내가 야당 총재를 오래 했기 때문에, 또 대통령을 하면서 동시에 총재를 해서 공천을 많이 했잖아요. 정치는 결국 공천이에요. 또 우리가 참 시기적으로 어려운 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 중요한 때입니다.>
“YS 발언은 원론적 얘기” (김기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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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정치적으로 ‘먼 사이’였다. |
또 하나의 관심은 YS-박근혜의 화해를 위한 메신저 역할을 누가 맡았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 정치에서 두 사람이 차지하는 중량감을 생각할 때 양측이 사전조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메신저로 거론된 인물은 서청원(徐淸源) 전 미래희망연대 공동대표, 이성헌(李性憲) 의원 등 구 민주계 출신으로 현재 박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인사들이다.
YS를 만나 ‘YS의 박근혜 지지’를 현장에서 직접 들은 이혜훈 의원에게 사전조율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두 사람은 공식적인 대화 외에도 20여 분간 비공식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박 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 측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 나는 당 사무총장 권한대행으로서 생일 축하 난을 전달하러 실무 차원에서 다녀온 것입니다. (비공식 대화에서) 정치적 얘기는 오가지 않았습니다. 사전조율을 위해 내가 한 역할은 없습니다. 그것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까지 YS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김기수 실장은 “화해 문제를 놓고 양측 간 사전에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그날 이야기는 덕담 수준의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아직 경선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지지선언은 무슨 지지선언인가요.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금 어려운 당을 이끌고 계시니까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 위기를 잘 극복하라는 얘기였습니다. 아직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지켜봐 주세요. 후보가 정해져야지 지지선언을 할 것 아닌가요. 나라도 어렵고 당도 어려운 상황에서 박 위원장을 도와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김 실장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등 민주계의 역할에 대해 “사전조율이 없었는데 역할은 무슨 역할이냐. 서 대표 같은 경우는 몸이 안 좋아 상도동에 오지 못하다가 1월 1일에 신년 세배차 방문한 게 전부다”고 말했다.
한동안 YS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해 온 박종웅(朴鍾雄) 전 의원의 말도 김 실장과 비슷한 뉘앙스다.
“신년 세배 때 서 대표가 상도동을 왔지만 조용히 있다가 갔어요. 어떤 역할을 했다면 활발히 움직였을 것입니다. 이성헌 의원은 지금 다른 문제 때문에 그런 일에 관여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사전조율자로 나섰다고 봅니까.
“그런 역할을 한 사람은 없었다고 봅니다. 원론 수준의 말씀 아니었나요.”
박 위원장, YS 발언에 반응 안 보여
‘친박연대’에서 활동했던 한 정치인은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YS의 발언은 혼자 생각해서 한 것으로 봅니다. 나도 근자에 상도동을 서너 번 방문했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분이 혼자 생각으로 발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에요. 구사하는 언어도 ‘독재자’, ‘쿠데타’ 등 정해져 있더라고요. 심사숙고 끝에 한 정치적 발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차남 김현철 소장의 공천까지를 고려한 발언이라고 봅니다.”
―왜 그렇게 보나요.
“중요한 것은 박 위원장이 YS의 지지발언에 대해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전조율이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화답했을 것 아니겠어요.”
―개인적으로 김현철 부소장 공천을 어떻게 예상합니까.
“어렵다고 봅니다. 지금 박 위원장이 구태정치 청산을 외치고 있습니다. 구태정치가 뭡니까. 돈정치의 청산입니다. 그런데 돈 때문에 구속됐던 사람을 박 위원장이든 누구든 내놓고 공천할 수 있겠습니까.”
서청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서 대표는 몸도 아프고, 요즘은 YS를 자주 찾아가지도 않는다. 누군가 박 위원장 지지선언을 끌어냈다면 김현철 부소장이 직접 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1월 4일 총선 출마를 선언한 김 부소장은 그동안 번번이 한나라당 공천 문턱에서 탈락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김 부소장의 한 측근은 조심스럽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 이번에도 한나라당 공천이 안된다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해 6월 ‘거제미래포럼’ 사무실을 개소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출마선언 후 김 부소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거제에서 보내고 있다.
‘박 위원장 지지선언’과 관련한 김 부소장의 생각은 YS 측근들의 주장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가 있었다. 김 부소장은 “YS가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것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다음은 김 부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현철, “대선 승리라는 대승적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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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고(故) 황장엽 1주기 추도식. 추도식에 함께 참석한 YS-현철씨 부자가 대화를 하고 있다. |
“비약이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출마를 하니까 그렇게 볼 수는 있죠. 아버님은 평소 박정희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고 박 위원장에게도 비판적이었습니다. 이번에 이혜훈 의원이 방문했을 때 하신 말씀은 대승적 차원에서 하신 말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승적 차원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아버님은 10년 만에 좌파로부터 정권을 찾아왔는데 다시 좌파에게 뺏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갖고 계십니다.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대선 승리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지선언을 하신 겁니다.”
―김 부소장의 공천 문제 때문에 지지선언을 했다는 분석이 많지 않나요.
“(웃음) 사실 내가 출마한다고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아버님은 가족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 분 아닌가요. 물론 이번에만은 아버님이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계신 것은 맞습니다.”
―시기상 YS의 지지선언 직후 김 부소장이 거제에 내려가서 출마선언을 한 것도 박 위원장과 YS의 화해에 김 부소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는 이유인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거제시청에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내 출마 기자회견은 원래 작년 12월 20일에 예정돼 있었습니다. 김정일(金正日)이 급사하면서 연기했던 겁니다. 만약 아버님의 지지선언과 내 출마선언이 관련 있었다면 그런 시기에 출마선언을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내 출마선언과 아버님의 지지선언을 연결지어서는 안 됩니다.”
―YS가 박근혜 위원장을 지지하는 것은 확실한가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총선이 잘못되면 대선 패배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분명한 것은 YS-박 위원장 간 ‘화해’를 위한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것이 확실한 것처럼 YS의 박 위원장 지지도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좁쌀동무
(201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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