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선의만을 기대하며 그들을 그냥 두기에는 그들의 권한과 힘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다
⊙ ‘국회의원의,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에 국민은 없다
⊙ 年中 국회 핑계로 보좌진 늘리고 친인척 보좌관 기용 금지 법안 잠재우고
⊙ 노후연금, 자녀학비보조수당, 가족수당 신설
全希卿
⊙ 36세. 이화여대 행정학과. 이화여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KDI스쿨 경제정책과정 수료.
⊙ 바른사회시민회의 미디어감시위 국장,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이행점검단 위원. 現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 ‘국회의원의,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에 국민은 없다
⊙ 年中 국회 핑계로 보좌진 늘리고 친인척 보좌관 기용 금지 법안 잠재우고
⊙ 노후연금, 자녀학비보조수당, 가족수당 신설
全希卿
⊙ 36세. 이화여대 행정학과. 이화여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KDI스쿨 경제정책과정 수료.
⊙ 바른사회시민회의 미디어감시위 국장,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이행점검단 위원. 現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국회의원들이 소위 ‘생활의 달인’이 되고 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나마 국민의 선량, 민의의 대변자,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고 자처하던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자기 민원의 해결사가 되어 맞춤형 입법을 양산하고 있다. 법을 만들 수 있고 이 법에 수반되는 예산을 심의, 의결할 수 있으니 다른 곳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다.
국회의원들은 삼권분립(三權分立)에 입각해 국회도 행정부, 사법부의 견제를 받는다고 항변하겠지만 국회에 미치는 나머지 두 국가권력의 힘은 국회의 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국회는 국정감사 권한과 예산권을 통해 행정부를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행정부가 입법부를 제대로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법부는 선출된 권력인 입법부에 대해 그 독립성과 자유재량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회는 오히려 다른 국가권력과의 관계보다 정당 간 역학관계, 여야 대립구도 속에서 더 많은 긴장이 형성되고 이 속에서 실질적인 견제와 통제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수당이라 할지라도 소수당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할 수 없고, 사회 이슈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대립은 어느 한편의 일방적 독주를 방지한다. 개별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정당정치하에서 소속 정당의 당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수혜자가 되는 입법활동에 있어서는 이런 기제도 작동을 멈춘다. 여야 의원들은 순식간에 동업자(同業者)가 되고 국회에는 동료애가 싹튼다. 앞장서서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의 행위는 동료를 위한 헌신으로 여겨진다.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내용의 법안들은 적극적 동참이냐 소극적 방조냐의 차이만 있을 뿐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국민 여론이 유일한 부담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이를 피해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다른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면서 살짝 끼워넣기, 속전속결로 처리해서 논란이 될 여지 차단하기는 익히 쓰는 방법들이다. 알려져서 여론이 들끓으면 개정안을 내서 고치겠다고 하고 미적거리거나 여론이 잦아들 때를 기다리면 된다. 국민의 망각에 기대면 그뿐이고 이미 통과된 법의 효력은 진행 중이니 급할 것도 없다.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국회에 국민은 없고 ‘국회의원의,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지금 국회는 외부견제의 사각지대이며 내부 통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국회의 아전인수 행태, 한계수위를 넘다
18대 국회에서 아전인수 행태, 자기만족 입법이라 할 수 있는 사례는 여러 가지이다.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 본인들에게 불리한 법을 느슨하게 개정하는 것, 국회 예산증액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여야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민심을 따르고 민생을 생각한다는 국회의원들이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국회는 지난해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 의원실별로 한 명의 비서관을 증원했다. 재석 188인 중 찬성 164명으로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당시 세종시 문제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어 여야가 처리키로 한 법안 중 상정조차 되지 못한 법이 39개에 달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국회의원들은 연중(年中) 상시적으로 국회가 열리는 추세이며 의원들의 입법활동이 활발해져 보좌진 증원이 시급하다고 역설했지만 국민들이 알고 있는 국회의 상황은 달랐다.
연중 상시 국회는커녕 파행과 점거가 일상화된 국회, 열어만 놓고 의원은 없는 개점휴업 국회에 진력이 난 국민들이 한해 190여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보좌진 증원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 오히려 국민들은 일 안 하는 국회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라며 ‘세비반납’ 운동을 벌였고 기존 보좌진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현재 국회 보좌진의 운영에 있어 정책보다는 지역구 관리에 편중되고 있는 점, 있지도 않은 사람을 등록해 급여만 챙기는 유령보좌관,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친인척을 기용하는 문제 등 국회 보좌진 운영에 대한 개선요구가 팽배했다.
미국의 경우 1967년부터 친인척의 보좌관 채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국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친인척 보좌진 기용이 문제가 되자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되었으나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일방적으로 비서관 증원안을 통과시킨 것은 말 그대로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임에 분명하다.
국회의원 노후연금 부담을 국민이 해라?
2010년 2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품위유지 명목의 지원금을 월 12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법안통과 6개월이 지난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하루 만에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고 찬반 토론 과정도 없이 진행되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속전속결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법안은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의원직을 상실했어도, 보유재산 정도나 다른 연금 수급여부와 상관없이 사망 시까지 일괄 지급하게 되어 있다. 말 그대로 국회의원 연금제도를 만들고 이를 국민에게 부담토록 한 것이다. 특히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폐지를 국회개혁 18대 과제로 삼았던 민노당도 이 법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자신들의 밥그릇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 진보가 따로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민노당 이정희(李正姬) 대표가 지난해 9월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아직도 운영위원회 계류 중으로 통과는 요원한 상태이다.
2011년부터 국회는 국회의원에게 자녀학비보조수당과 가족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결과다. 이에 따라 의원 100여 명이 1월에만 모두 499만원의 가족수당을 수령했고 의원 5명은 자녀학비보조수당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기준이므로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국회의원 292명의 지난해 재산 평균 신고액이 29억2900만원(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 1000억원 이상인 한나라당 정몽준, 김호연 의원 제외)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의 재력을 감안하면 염치없는 자기 잇속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회 보좌진 인건비, 정책개발비는 물론 사무실 유지 관리비, 차량 유지비 및 유류비, 정책자료 발송료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의 세세한 부분까지 혈세로 보전해 온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의 수당 신설 소식에 허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죄라고? 무죄가 되도록 법을 바꾸면 그만!
지난 3월에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에 의해 기습적으로 처리되었다. 지난해 청목회의 입법로비에 연루된 의원 6명이 기소되자 이들을 구명하기 위해 서둘러 개정을 시도한 것이다. 현행법상 유죄라면 무죄가 되도록 법을 바꾸면 그만이라는 국회의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 법의 공동발의자에는 기소된 의원 중 한 명인 강기정(姜琪正) 의원이 포함되어 있어 자기 손으로 자신에게 적용되는 법을 직접 고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입법로비의 물꼬를 트고 자신들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추진되던 이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며, 이제는 교사와 공무원단체의 후원을 가능케 하라는 쟁점까지 추가되면서 더욱 민의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나라당 김충환(金忠環)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요건을 대폭 완화하자는 것이다. 당선무효 요건을 당선인의 경우 벌금형 100만원 이상에서 300만원 이상으로, 선거사무장과 후보 배우자의 경우 300만원 이상에서 70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해 선거범죄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하는 확률을 낮추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김충환 의원 역시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현행 선거법이 적용되는 당사자면서 그 개정안을 직접 발의한 사례에 해당된다.
이런 내용의 선거법 개정 시도는 2009년과 2010년에도 있었으나 비난 여론에 주춤한 상태다. 이번 시도에서도 여론이 악화되자 발의를 철회하는 의원이 생기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순간 언제 속전속결로 법안이 처리될지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현행법을 준수하기보다 법을 자의적, 편의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는 전형적인 입법권 남용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여야의 중수부 폐지 합의, 감히 누굴 수사하겠다고!
지난 6월,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찰소위는 중수부 폐지에 합의했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자 나온 이 합의안은 자신들을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야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고 정치적 중립을 위해 중수부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검찰개혁의 방향, 그 핵심인 중수부 존폐 및 수사권 존부에 대한 이견이 컸던 여야가 갑작스럽게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에는 당장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를 피해 가야 하는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에서 그 해답을 찾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여와 야 중 어느 한쪽만 비리에 연루되었다면 이토록 쉽게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겠는가. 그 답은 국회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 예산은 전년도 4479억원에서 올해 5175억원으로 15.5% 증가했다. 국가 전체 예산이 292조8159억원에서 309조567억원으로 5.5% 증가한 것의 세 배에 달하는 증가폭이다. 지난 8년간 국가예산이 1.3배 규모로 증가한 반면 국회 예산은 2배 이상 늘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예산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회 예산을 마구잡이로 늘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는 예결위 단계에서 소폭 조정되기는 하지만 결국 국회의원 스스로가 자신들의 예산을 깎는 일은 시늉에 불과하다.
이번에 드러난 국회 제2의원회관 문제도 혈세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주차장을 늘리도록 설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148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투입됐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민원은 민원대로 내고 사후적으로 훈계하는 척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국회에 완공된 한옥의 경우도 당초 15억1900만원이었던 건축비가 세 차례에 걸쳐 41억2800만원으로 증가했다. 처음 계획에서 3배에 달하는 건설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한옥이 완공된 데는 국회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부 예산의 쓰임과 짜임새를 꼼꼼하게 살펴야 할 국회가 스스로 방만과 낭비적 요소를 안고 있으니 예산심사에서 국회의 권위가 설 수 없다.
국회에서 쓴 돈의 사후통제도 마찬가지다. 중앙 행정기관들은 지난해 7월 제정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외부전문가의 지휘를 받는 독립 감사기구를 두어야 하지만 국회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취지에 따라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도 아니다.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받긴 하지만 감사원에 대한 예산권, 국정감사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에 대해 감사원이 얼마나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벌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국회사무처가 국회의 감사 외에 별도의 감사를 받지 않고 이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민원이 국회사무처를 통해 실현되어 이해관계가 일치하다 보니 국회의 문제는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국회의 업무추진비, 특별활동비의 불투명한 사용, 정책개발비의 용도 외 사용 등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겠다며 ‘공공감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원들 스스로를 제약하게 될 이 법의 국회 통과는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요원한 일이다.
권력남용과 몰염치한 자기 잇속 챙기기
국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외부적 견제장치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군부 독재를 거치면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에 대한 존중, 삼권분립의 취지상 입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에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가 높았다. 그런데 국회가 이 점을 이용해 권한남용과 몰염치한 자기 잇속 챙기기의 방편으로 사용하고 이를 견제하고 제어할 방법이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대통령 선거도 간선에서 직선으로 바뀌고 교육감도 직선으로 뽑는 시대에 국회만 왜 여전히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인 것이냐는 물음에 지금의 국회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 스스로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는 법안에 대해 의무적으로 국민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공청회를 거치게 하고 외부위원회를 두어 이를 심의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국회 예산의 결정과 집행에 있어서도 효율성,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보공개의 확대는 물론 외부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청원제도의 실효성 확보도 이 중 하나다. 현행 청원법은 국민들이 입법청원을 하려 할 때 국회의원 1인 이상의 소개를 받아 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들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내용의 법안에 소개의원이 구해질 리 만무하고 이런 법은 국회에서 찬반 표결은 고사하고 논의조차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다.
국회 방청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직접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이를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현재 본회의장 방청에는 소개의원을 요하고, 상임위장 방청은 소개의원과 함께 상임위원장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견학이나 관광 목적이 아닌 다음에야 소개의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방청허가 기준도 자의적이기 때문에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국회 문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원칙적으로 모든 회의는 공개로 한다는 헌법정신과 국회법에도 반하는 것으로 개선이 요구된다.
우리가 국회를 존중하고 우리 헌법에서 국가권력 중 입법권인 국회를 제일 먼저 배치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라는 정당성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으로 국회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모인 곳이라는 절차적, 기능적인 정당성 외에 국회 내에 국민의 뜻, 즉 민의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이는 국회의 정당성의 핵심이며 국회의 힘의 근원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에 반해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이를 입법을 통해 실현하는 것은 명백한 입법권 남용이다. 이제 이런 입법권 남용에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의 선의만을 기대하며 그들을 그냥 두기에는 그들의 권한과 힘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다.⊙
국회의원들은 삼권분립(三權分立)에 입각해 국회도 행정부, 사법부의 견제를 받는다고 항변하겠지만 국회에 미치는 나머지 두 국가권력의 힘은 국회의 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국회는 국정감사 권한과 예산권을 통해 행정부를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행정부가 입법부를 제대로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법부는 선출된 권력인 입법부에 대해 그 독립성과 자유재량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회는 오히려 다른 국가권력과의 관계보다 정당 간 역학관계, 여야 대립구도 속에서 더 많은 긴장이 형성되고 이 속에서 실질적인 견제와 통제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수당이라 할지라도 소수당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할 수 없고, 사회 이슈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대립은 어느 한편의 일방적 독주를 방지한다. 개별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정당정치하에서 소속 정당의 당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수혜자가 되는 입법활동에 있어서는 이런 기제도 작동을 멈춘다. 여야 의원들은 순식간에 동업자(同業者)가 되고 국회에는 동료애가 싹튼다. 앞장서서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의 행위는 동료를 위한 헌신으로 여겨진다.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내용의 법안들은 적극적 동참이냐 소극적 방조냐의 차이만 있을 뿐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국민 여론이 유일한 부담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이를 피해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다른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면서 살짝 끼워넣기, 속전속결로 처리해서 논란이 될 여지 차단하기는 익히 쓰는 방법들이다. 알려져서 여론이 들끓으면 개정안을 내서 고치겠다고 하고 미적거리거나 여론이 잦아들 때를 기다리면 된다. 국민의 망각에 기대면 그뿐이고 이미 통과된 법의 효력은 진행 중이니 급할 것도 없다.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국회에 국민은 없고 ‘국회의원의,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지금 국회는 외부견제의 사각지대이며 내부 통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국회의 아전인수 행태, 한계수위를 넘다
18대 국회에서 아전인수 행태, 자기만족 입법이라 할 수 있는 사례는 여러 가지이다.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 본인들에게 불리한 법을 느슨하게 개정하는 것, 국회 예산증액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여야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민심을 따르고 민생을 생각한다는 국회의원들이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국회는 지난해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 의원실별로 한 명의 비서관을 증원했다. 재석 188인 중 찬성 164명으로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당시 세종시 문제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어 여야가 처리키로 한 법안 중 상정조차 되지 못한 법이 39개에 달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국회의원들은 연중(年中) 상시적으로 국회가 열리는 추세이며 의원들의 입법활동이 활발해져 보좌진 증원이 시급하다고 역설했지만 국민들이 알고 있는 국회의 상황은 달랐다.
연중 상시 국회는커녕 파행과 점거가 일상화된 국회, 열어만 놓고 의원은 없는 개점휴업 국회에 진력이 난 국민들이 한해 190여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보좌진 증원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 오히려 국민들은 일 안 하는 국회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라며 ‘세비반납’ 운동을 벌였고 기존 보좌진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현재 국회 보좌진의 운영에 있어 정책보다는 지역구 관리에 편중되고 있는 점, 있지도 않은 사람을 등록해 급여만 챙기는 유령보좌관,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친인척을 기용하는 문제 등 국회 보좌진 운영에 대한 개선요구가 팽배했다.
미국의 경우 1967년부터 친인척의 보좌관 채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국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친인척 보좌진 기용이 문제가 되자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되었으나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일방적으로 비서관 증원안을 통과시킨 것은 말 그대로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임에 분명하다.
국회의원 노후연금 부담을 국민이 해라?
2010년 2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품위유지 명목의 지원금을 월 12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법안통과 6개월이 지난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하루 만에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고 찬반 토론 과정도 없이 진행되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속전속결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법안은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의원직을 상실했어도, 보유재산 정도나 다른 연금 수급여부와 상관없이 사망 시까지 일괄 지급하게 되어 있다. 말 그대로 국회의원 연금제도를 만들고 이를 국민에게 부담토록 한 것이다. 특히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폐지를 국회개혁 18대 과제로 삼았던 민노당도 이 법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자신들의 밥그릇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 진보가 따로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민노당 이정희(李正姬) 대표가 지난해 9월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아직도 운영위원회 계류 중으로 통과는 요원한 상태이다.
2011년부터 국회는 국회의원에게 자녀학비보조수당과 가족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결과다. 이에 따라 의원 100여 명이 1월에만 모두 499만원의 가족수당을 수령했고 의원 5명은 자녀학비보조수당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기준이므로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국회의원 292명의 지난해 재산 평균 신고액이 29억2900만원(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 1000억원 이상인 한나라당 정몽준, 김호연 의원 제외)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의 재력을 감안하면 염치없는 자기 잇속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회 보좌진 인건비, 정책개발비는 물론 사무실 유지 관리비, 차량 유지비 및 유류비, 정책자료 발송료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의 세세한 부분까지 혈세로 보전해 온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의 수당 신설 소식에 허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죄라고? 무죄가 되도록 법을 바꾸면 그만!
지난 3월에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에 의해 기습적으로 처리되었다. 지난해 청목회의 입법로비에 연루된 의원 6명이 기소되자 이들을 구명하기 위해 서둘러 개정을 시도한 것이다. 현행법상 유죄라면 무죄가 되도록 법을 바꾸면 그만이라는 국회의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 법의 공동발의자에는 기소된 의원 중 한 명인 강기정(姜琪正) 의원이 포함되어 있어 자기 손으로 자신에게 적용되는 법을 직접 고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입법로비의 물꼬를 트고 자신들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추진되던 이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며, 이제는 교사와 공무원단체의 후원을 가능케 하라는 쟁점까지 추가되면서 더욱 민의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나라당 김충환(金忠環)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요건을 대폭 완화하자는 것이다. 당선무효 요건을 당선인의 경우 벌금형 100만원 이상에서 300만원 이상으로, 선거사무장과 후보 배우자의 경우 300만원 이상에서 70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해 선거범죄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하는 확률을 낮추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김충환 의원 역시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현행 선거법이 적용되는 당사자면서 그 개정안을 직접 발의한 사례에 해당된다.
이런 내용의 선거법 개정 시도는 2009년과 2010년에도 있었으나 비난 여론에 주춤한 상태다. 이번 시도에서도 여론이 악화되자 발의를 철회하는 의원이 생기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순간 언제 속전속결로 법안이 처리될지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현행법을 준수하기보다 법을 자의적, 편의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는 전형적인 입법권 남용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여야의 중수부 폐지 합의, 감히 누굴 수사하겠다고!
 |
| 지난 5월 완공된 국회 한옥. 당초 15억1900만원이었던 건축비가 세 차례에 걸쳐 41억2800만원으로 증가했다. 국회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시각이 많다. |
여야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고 정치적 중립을 위해 중수부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검찰개혁의 방향, 그 핵심인 중수부 존폐 및 수사권 존부에 대한 이견이 컸던 여야가 갑작스럽게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에는 당장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를 피해 가야 하는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에서 그 해답을 찾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여와 야 중 어느 한쪽만 비리에 연루되었다면 이토록 쉽게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겠는가. 그 답은 국회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 예산은 전년도 4479억원에서 올해 5175억원으로 15.5% 증가했다. 국가 전체 예산이 292조8159억원에서 309조567억원으로 5.5% 증가한 것의 세 배에 달하는 증가폭이다. 지난 8년간 국가예산이 1.3배 규모로 증가한 반면 국회 예산은 2배 이상 늘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예산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회 예산을 마구잡이로 늘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는 예결위 단계에서 소폭 조정되기는 하지만 결국 국회의원 스스로가 자신들의 예산을 깎는 일은 시늉에 불과하다.
이번에 드러난 국회 제2의원회관 문제도 혈세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주차장을 늘리도록 설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148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투입됐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민원은 민원대로 내고 사후적으로 훈계하는 척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국회에 완공된 한옥의 경우도 당초 15억1900만원이었던 건축비가 세 차례에 걸쳐 41억2800만원으로 증가했다. 처음 계획에서 3배에 달하는 건설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한옥이 완공된 데는 국회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부 예산의 쓰임과 짜임새를 꼼꼼하게 살펴야 할 국회가 스스로 방만과 낭비적 요소를 안고 있으니 예산심사에서 국회의 권위가 설 수 없다.
국회에서 쓴 돈의 사후통제도 마찬가지다. 중앙 행정기관들은 지난해 7월 제정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외부전문가의 지휘를 받는 독립 감사기구를 두어야 하지만 국회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취지에 따라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도 아니다.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받긴 하지만 감사원에 대한 예산권, 국정감사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에 대해 감사원이 얼마나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벌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국회사무처가 국회의 감사 외에 별도의 감사를 받지 않고 이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민원이 국회사무처를 통해 실현되어 이해관계가 일치하다 보니 국회의 문제는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국회의 업무추진비, 특별활동비의 불투명한 사용, 정책개발비의 용도 외 사용 등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겠다며 ‘공공감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원들 스스로를 제약하게 될 이 법의 국회 통과는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요원한 일이다.
권력남용과 몰염치한 자기 잇속 챙기기
 |
| 국민들에게는 파행과 점거만 기억되고 있을 뿐임에도 국회의원들은 연중 상시 국회 추세라는 이유로 보좌진을 늘리는 법안을 스스로 통과시켰다. |
대통령 선거도 간선에서 직선으로 바뀌고 교육감도 직선으로 뽑는 시대에 국회만 왜 여전히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인 것이냐는 물음에 지금의 국회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 스스로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는 법안에 대해 의무적으로 국민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공청회를 거치게 하고 외부위원회를 두어 이를 심의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국회 예산의 결정과 집행에 있어서도 효율성,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보공개의 확대는 물론 외부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청원제도의 실효성 확보도 이 중 하나다. 현행 청원법은 국민들이 입법청원을 하려 할 때 국회의원 1인 이상의 소개를 받아 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들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내용의 법안에 소개의원이 구해질 리 만무하고 이런 법은 국회에서 찬반 표결은 고사하고 논의조차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다.
국회 방청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직접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이를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현재 본회의장 방청에는 소개의원을 요하고, 상임위장 방청은 소개의원과 함께 상임위원장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견학이나 관광 목적이 아닌 다음에야 소개의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방청허가 기준도 자의적이기 때문에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국회 문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원칙적으로 모든 회의는 공개로 한다는 헌법정신과 국회법에도 반하는 것으로 개선이 요구된다.
우리가 국회를 존중하고 우리 헌법에서 국가권력 중 입법권인 국회를 제일 먼저 배치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라는 정당성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으로 국회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모인 곳이라는 절차적, 기능적인 정당성 외에 국회 내에 국민의 뜻, 즉 민의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이는 국회의 정당성의 핵심이며 국회의 힘의 근원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에 반해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이를 입법을 통해 실현하는 것은 명백한 입법권 남용이다. 이제 이런 입법권 남용에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의 선의만을 기대하며 그들을 그냥 두기에는 그들의 권한과 힘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다.⊙
하영기
(2011-08-04)
: 164
: 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