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1년 4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신민당 대통령후보가 인천공설운동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박정희 정권이 자신에 대한 암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미국 측에 주장했으나 묵살당했다.
주한(駐韓) 미국 대사관의 포터 대사가 대통령 선거 기간인 1971년 4월 19일에 미 국무부의 브라운 대사 앞으로 보낸 전문(電文)이 미국 정부에 의해 최근 공개됐다. 전문에는 흥미로운 비화(秘話)가 실려 있다. 이 전문의 제목은 ‘김대중에 대한 협박 주장에 대하여’이다. 포터 대사는 이렇게 썼다.
<1. 지난 금요일 김대중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와서 이번 주(週)엔 전라도에 가 있을 것이므로 그날 밤에 급히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해 왔다. 나는 이런 시점에 그를 만나게 되면 오해를 부를 것이라면서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 경우, 가까운 상담역 같은 사람을 보내 주면 정치담당 참사관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답신했다.
2. 오늘 정일형(鄭一亨) 박사(민주당 시절 외무장관, 당시 신민당 국회의원)가 참사관의 관사(官舍)에서 조용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는 김대중과 그가 몇 통의 협박전화와 편지를 받았는데, 정부가 시킨 것 같다면서 자신들은 한국의 정보부가 여론의 지지가 쏠리는 김대중 후보를 암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김대중이 내가 나서서 한국 정부가 그런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방법을 찾아 주기를 원한다는 말도 했다. 참사관은, 차분한 태도로 “그런 전화나 편지는 미친 자들의 소행일 수도 있고, 협박용일 수도 있다”고 했더니 정 박사도 동의했다.
대화 중 정 박사는 신민당이 대규모 부정투표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으나, 정부가 어떻게 부정을 저지를 것이냐고 물었더니 확실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 그는 또 궁정 쿠데타의 가능성과 여당(與黨·민주공화당)이 선별된 투표소에서 혼란을 일으켜 투표를 무효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그와 김대중이 협박에 겁을 집어먹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보고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김대중의 요청에) 더 대응할 계획은 없다.
3. 정 박사는 (참사관에 의하여) 설득을 당한 인상을 풍겼는데, 그는 또 신민당이 선거운동의 방향에 흥분하고 있다면서 김대중이 현재로서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면 50만 표 차로 이길 것이라 기대하며, 남은 선거 기간 중 여론이 김대중 쪽으로 쏠리면 표차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의 신민당 책임자로서 그는 매우 당파적이지만, 귀하도 알다시피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이다.>
김대중 측, 의문의 죽음 주장 운전기사는 생존
1971년 4월 27일 선거에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후보는 김대중(金大中) 후보에게 약 90만 표 차로 승리했다. 투·개표는 대체로 공정하게 치러졌다. 박정희 정권이 당시 김대중에게 위해(危害)를 가하려 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해 5월 김대중씨가 탄 승용차가 트럭에 받힌 사고를 그는 박정희 정권에 의한 암살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트럭 운전사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였다고 말하였으나, 《월간조선(月刊朝鮮)》의 수차례 취재 결과 단순 교통사고로 확인된 바 있고 트럭 운전사도 생존해 있었다.⊙
<1. 지난 금요일 김대중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와서 이번 주(週)엔 전라도에 가 있을 것이므로 그날 밤에 급히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해 왔다. 나는 이런 시점에 그를 만나게 되면 오해를 부를 것이라면서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 경우, 가까운 상담역 같은 사람을 보내 주면 정치담당 참사관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답신했다.
2. 오늘 정일형(鄭一亨) 박사(민주당 시절 외무장관, 당시 신민당 국회의원)가 참사관의 관사(官舍)에서 조용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는 김대중과 그가 몇 통의 협박전화와 편지를 받았는데, 정부가 시킨 것 같다면서 자신들은 한국의 정보부가 여론의 지지가 쏠리는 김대중 후보를 암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김대중이 내가 나서서 한국 정부가 그런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방법을 찾아 주기를 원한다는 말도 했다. 참사관은, 차분한 태도로 “그런 전화나 편지는 미친 자들의 소행일 수도 있고, 협박용일 수도 있다”고 했더니 정 박사도 동의했다.
대화 중 정 박사는 신민당이 대규모 부정투표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으나, 정부가 어떻게 부정을 저지를 것이냐고 물었더니 확실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 그는 또 궁정 쿠데타의 가능성과 여당(與黨·민주공화당)이 선별된 투표소에서 혼란을 일으켜 투표를 무효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그와 김대중이 협박에 겁을 집어먹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보고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김대중의 요청에) 더 대응할 계획은 없다.
3. 정 박사는 (참사관에 의하여) 설득을 당한 인상을 풍겼는데, 그는 또 신민당이 선거운동의 방향에 흥분하고 있다면서 김대중이 현재로서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면 50만 표 차로 이길 것이라 기대하며, 남은 선거 기간 중 여론이 김대중 쪽으로 쏠리면 표차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의 신민당 책임자로서 그는 매우 당파적이지만, 귀하도 알다시피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이다.>
김대중 측, 의문의 죽음 주장 운전기사는 생존
1971년 4월 27일 선거에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후보는 김대중(金大中) 후보에게 약 90만 표 차로 승리했다. 투·개표는 대체로 공정하게 치러졌다. 박정희 정권이 당시 김대중에게 위해(危害)를 가하려 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해 5월 김대중씨가 탄 승용차가 트럭에 받힌 사고를 그는 박정희 정권에 의한 암살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트럭 운전사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였다고 말하였으나, 《월간조선(月刊朝鮮)》의 수차례 취재 결과 단순 교통사고로 확인된 바 있고 트럭 운전사도 생존해 있었다.⊙
황룡
(20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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