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이 방치되면 국가안보에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요. 국가기밀 유출로 정보당국과 국회 사이에 신뢰가 무너지면 정보의 질도 떨어져 정보위의 기능이 오히려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 18대 국회 들어 기밀 유출 사례 21건
⊙ 국가기밀 보고방식·공개절차 담은 국회규칙 제정해야
⊙ 미국·영국·독일·이스라엘 등 해외 선진국, 정보위 회의 공개 않고 브리핑도 안 해
⊙ 18대 국회 들어 기밀 유출 사례 21건
⊙ 국가기밀 보고방식·공개절차 담은 국회규칙 제정해야
⊙ 미국·영국·독일·이스라엘 등 해외 선진국, 정보위 회의 공개 않고 브리핑도 안 해
천안함(艦) 폭침(爆沈)과 연평도 포격(砲擊) 도발 이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정보 보안(保安)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 발발 이후 우리 정보당국의 정보망이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상당히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국정원의 긴급 보고 사항이 아무런 제재 없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오랫동안 공을 들여 구축한 정보망이 와해돼 유무형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정보위원회(이하 정보위)를 통한 국가기밀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보출처 노출은 禁忌사항
기밀 유출로 야기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북(對北)정보 수집능력의 약화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2010년 8월 감청을 통해 북한의 서해 5도 공격 징후를 파악했으나 포격 당일에는 북한이 유선통신을 사용해 도발 상황을 제때 파악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회의가 종료된 후 여야(與野) 간사는 브리핑을 통해 기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다. 이날 여야 간사가 브리핑 내용을 논의할 때 국정원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보 유출에 깜짝 놀란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우리의 정보수집망이 노출될 수 있다”며 “기밀 유출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피해는 곧바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 이후 북측이 우리를 기망하는 역정보(逆情報)를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활동의 최고 금기(禁忌)사항인 ‘정보 출처’ 노출은 우리 정보기관의 감청능력과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여야 간사가 브리핑을 앞두고 공개 수위를 논의할 때 통상 정보기관 관계자가 참여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참여 횟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정보위원 측이) 불편해 하기 때문입니다. 또 서로 공개 사항을 합의해도 그 내용 이상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국가기밀 유출로 대북정보 수집력에 타격을 받은 사례는 또 있다. 2009년 11월 박지원(朴智元) 당시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박영선(朴映宣)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국정원 자료를 근거로 ‘국정원의 패킷 감청장비 보유 현황’을 공개했다. 패킷 감청은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전달되는 데이터 조각인 ‘패킷’을 이용한 감청방식이다.
국정원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고정간첩이나 북측과 연계된 세력의 간첩행위를 적발하고 테러방지를 위해 법원의 허가를 얻어 패킷 감청을 하고 있다. 국정원이 보유한 감청장비명(名)이 공개되면서 대북(對北) 감청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입장이다.
2010년 9월, 북측의 당(黨)대표자회 연기 이유와 북한 군량미 100만t 비축설에 대한 국정원의 보고 내용도 언론에 공개돼 대북정보 수집망이 또다시 노출되기도 했다.
국회법의 국가기밀 누설금지 조항 死文化
김정일의 건강 정보도 대표적인 유출 사례다. 김정일의 건강은 북한은 물론 우리 정보당국에도 민감한 사항이다. 김정일의 건강 상태는 한반도 급변사태와 직결돼 있다. 이 때문에 정보당국은 김정일의 건강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동원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어렵게 수집한 김정일 건강 정보가 국회 정보위를 통해 쉽게 유출돼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2008년 9월 한 일간지는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의 말을 빌려 “국정원이 정보위 업무보고 중 김정일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회복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상태이며 병명이 뇌출혈 또는 뇌일혈’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2008년 11월에는 “김정일 건강이상설 이후 북한에서 공개된 김정일 관련 사진들이 대부분 사실이며 김정일이 집중 재활치료로 제한된 범위에서 공개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정일의 건강 정보가 공개되면 북측은 정보유출 경로를 역추적해 차단작전을 편다고 한다. 반대로 우리 정보당국은 새로운 정보망을 뚫기 위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국정원의 수사(搜査) 상황이 노출돼 외교적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2010년 9월 한 일간지는 “국정원은 정보위 회의 중 보고를 통해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할 때 김정은이 동행했으며 중국으로부터 후계 체제를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중국 측은 한국 정보원과 접촉하는 이들을 내사했다고 한다.
2009년 3월에는 “국정원이 테러 연계 혐의를 두고 감시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5명이라고 국회 정보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갔다. 이에 앞서 2008년 9월에는 “국정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도부터 최근까지 19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암약하는 알카에다·탈레반 등과 연계된 74명이 구속되거나 강제퇴거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2008년 10월에는 ‘북한의 해외 무기 구매현황’이 공개돼 해당 무기 수출국이 우리 측에 강력히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18대 국회 들어 국가기밀 보안사고가 21차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유출 사례 중에는 국정원의 조직 개편 내용까지 공개되는 경우도 있었다.
정보위원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보안 유출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도입된 브리핑 제도가 여야 의원들의 의정홍보 활동, 위상 과시, 정부비판 수단 등으로 악용되고 있어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정보위 의원들이 합의만 하면 별다른 제약 없이 국가기밀을 공개할 수 있어요.”
현재 법체계상 규제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 54조 2항은 “정보위원회 위원 및 소속 공무원은 직무수행상 알게 된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을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摘示)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4조에 따르면, 국가기밀을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 조항은 국회의원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다. 단 한 차례의 처벌 사례도 없다.
국정원 정보는 의정활동 홍보수단이자 정치공세 도구
국회 정보위 소속 관계자의 말이다.
“국회 정보위원들은 국정원 정보를 공개하려는 유혹에 항상 빠집니다. 국정원 정보를 원하는 기자들을 통해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죠. 또 야당의원들은 국정원 정보를 정치공세 도구로 활용하기도 해요.”
국회 정보위는 1994년 김영삼(金泳三) 정권 당시 ‘문민화’ 바람을 타고 만들어졌다. 출범 당시 국가정보의 보고방법, 공개절차 등을 규정하는 ‘국회규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제정되지 않았다. 이후 정보위를 통해 기밀이 계속 새나가자 정보당국은 국회의원들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2006년 국정원의 문제제기로 ‘정보위 예규’ 제정이 본격적으로 거론됐으나 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정보위원들이 기밀 유출 방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며 “자신들의 발목을 스스로 묶는 일을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회 정보위가 고급 정보를 다루는 만큼 의원들이 서로 정보위에 들어가려 한다”며 “전문성이 없는 일부 의원들과 정치적 욕심이 강한 의원들로 인해 국가기밀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해외 선진국은 정보위와 관련한 의사규칙을 상세히 정해 놓고 있다. 이를 위반할 때에는 법 적용 또한 엄격히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기밀을 공개할 때 정보위원들의 ‘표결’을 거쳐 대통령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대통령이 공개를 반대할 경우,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면 의원직을 박탈하고 제명조치까지 내린다. 적성국(敵性國)을 이롭게 하는 비밀사항을 공개할 때는 FBI가 간첩혐의로 조사할 수도 있다.
1987년 패트릭 리히(Patrick J. Lea hy) 당시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은 ‘이란-콘트라게이트’ 관련 보고서를 언론에 흘린 사실이 들통나자 정보위원직에서 물러났다. 2002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9·11 테러와 관련한 통신첩보내용을 상·하원 정보위에 보고했는데, 이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자 FBI가 정보위원들을 대상으로 보안조사를 실시한 적도 있다.
독일의 경우, 의원이 국가기밀을 유출했을 때 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의원들은 기밀 누설이 적발되면 재선(再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스로 보안유지를 강조한다.
영국은 ‘공직자기밀보호법’에 따라 임명권자인 수상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위반 사항의 경중(輕重)을 따져 징역형(최고 2년)에 처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는 정보위 회의 내용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형법에 의해 강력히 처벌한다고 한다.
국회의원 보안의식 不在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정보위 회의 내용을 통제하고 있고 언론 브리핑도 ‘보안 우선’ 원칙에 따라 실시하지 않는다”며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국가기밀 처리 수준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국회의원들의 보안의식 부재(不在)가 문제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방치되면 국가안보에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요. 국가기밀 누출로 정보당국과 국회 사이에 신뢰가 무너지면 보고하는 정보의 질도 떨어져 정보위의 기능이 오히려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정보위에서 다루는 사안이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는 만큼 ‘국익(國益)’에 무게를 두고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해요. 국가기밀의 보고 방법, 공개 절차 등 정보위 업무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회규칙’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여야 합의로 시행하고 있는 ‘브리핑제도’는 재고(再考)해야 해요. 정보위원을 선임할 때는 전문성을 고려하고 임기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정보출처 노출은 禁忌사항
기밀 유출로 야기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북(對北)정보 수집능력의 약화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2010년 8월 감청을 통해 북한의 서해 5도 공격 징후를 파악했으나 포격 당일에는 북한이 유선통신을 사용해 도발 상황을 제때 파악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회의가 종료된 후 여야(與野) 간사는 브리핑을 통해 기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다. 이날 여야 간사가 브리핑 내용을 논의할 때 국정원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보 유출에 깜짝 놀란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우리의 정보수집망이 노출될 수 있다”며 “기밀 유출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피해는 곧바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 이후 북측이 우리를 기망하는 역정보(逆情報)를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활동의 최고 금기(禁忌)사항인 ‘정보 출처’ 노출은 우리 정보기관의 감청능력과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여야 간사가 브리핑을 앞두고 공개 수위를 논의할 때 통상 정보기관 관계자가 참여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참여 횟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정보위원 측이) 불편해 하기 때문입니다. 또 서로 공개 사항을 합의해도 그 내용 이상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국가기밀 유출로 대북정보 수집력에 타격을 받은 사례는 또 있다. 2009년 11월 박지원(朴智元) 당시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박영선(朴映宣)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국정원 자료를 근거로 ‘국정원의 패킷 감청장비 보유 현황’을 공개했다. 패킷 감청은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전달되는 데이터 조각인 ‘패킷’을 이용한 감청방식이다.
국정원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고정간첩이나 북측과 연계된 세력의 간첩행위를 적발하고 테러방지를 위해 법원의 허가를 얻어 패킷 감청을 하고 있다. 국정원이 보유한 감청장비명(名)이 공개되면서 대북(對北) 감청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입장이다.
2010년 9월, 북측의 당(黨)대표자회 연기 이유와 북한 군량미 100만t 비축설에 대한 국정원의 보고 내용도 언론에 공개돼 대북정보 수집망이 또다시 노출되기도 했다.
국회법의 국가기밀 누설금지 조항 死文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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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은 기밀유출을 막기 위해 ‘국회규칙’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11월 국회 정보위원장실을 방문한 원세훈(오른쪽) 국정원장과 권영세 국회 정보위원장. |
2008년 9월 한 일간지는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의 말을 빌려 “국정원이 정보위 업무보고 중 김정일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회복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상태이며 병명이 뇌출혈 또는 뇌일혈’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2008년 11월에는 “김정일 건강이상설 이후 북한에서 공개된 김정일 관련 사진들이 대부분 사실이며 김정일이 집중 재활치료로 제한된 범위에서 공개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정일의 건강 정보가 공개되면 북측은 정보유출 경로를 역추적해 차단작전을 편다고 한다. 반대로 우리 정보당국은 새로운 정보망을 뚫기 위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국정원의 수사(搜査) 상황이 노출돼 외교적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2010년 9월 한 일간지는 “국정원은 정보위 회의 중 보고를 통해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할 때 김정은이 동행했으며 중국으로부터 후계 체제를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중국 측은 한국 정보원과 접촉하는 이들을 내사했다고 한다.
2009년 3월에는 “국정원이 테러 연계 혐의를 두고 감시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5명이라고 국회 정보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갔다. 이에 앞서 2008년 9월에는 “국정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도부터 최근까지 19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암약하는 알카에다·탈레반 등과 연계된 74명이 구속되거나 강제퇴거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2008년 10월에는 ‘북한의 해외 무기 구매현황’이 공개돼 해당 무기 수출국이 우리 측에 강력히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18대 국회 들어 국가기밀 보안사고가 21차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유출 사례 중에는 국정원의 조직 개편 내용까지 공개되는 경우도 있었다.
정보위원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보안 유출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도입된 브리핑 제도가 여야 의원들의 의정홍보 활동, 위상 과시, 정부비판 수단 등으로 악용되고 있어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정보위 의원들이 합의만 하면 별다른 제약 없이 국가기밀을 공개할 수 있어요.”
현재 법체계상 규제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 54조 2항은 “정보위원회 위원 및 소속 공무원은 직무수행상 알게 된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을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摘示)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4조에 따르면, 국가기밀을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 조항은 국회의원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다. 단 한 차례의 처벌 사례도 없다.
국정원 정보는 의정활동 홍보수단이자 정치공세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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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2월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국정원이 제공한 북한 무도지역 피폭지점 위성사진을 놓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국회 정보위원들은 국정원 정보를 공개하려는 유혹에 항상 빠집니다. 국정원 정보를 원하는 기자들을 통해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죠. 또 야당의원들은 국정원 정보를 정치공세 도구로 활용하기도 해요.”
국회 정보위는 1994년 김영삼(金泳三) 정권 당시 ‘문민화’ 바람을 타고 만들어졌다. 출범 당시 국가정보의 보고방법, 공개절차 등을 규정하는 ‘국회규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제정되지 않았다. 이후 정보위를 통해 기밀이 계속 새나가자 정보당국은 국회의원들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2006년 국정원의 문제제기로 ‘정보위 예규’ 제정이 본격적으로 거론됐으나 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정보위원들이 기밀 유출 방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며 “자신들의 발목을 스스로 묶는 일을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회 정보위가 고급 정보를 다루는 만큼 의원들이 서로 정보위에 들어가려 한다”며 “전문성이 없는 일부 의원들과 정치적 욕심이 강한 의원들로 인해 국가기밀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해외 선진국은 정보위와 관련한 의사규칙을 상세히 정해 놓고 있다. 이를 위반할 때에는 법 적용 또한 엄격히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기밀을 공개할 때 정보위원들의 ‘표결’을 거쳐 대통령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대통령이 공개를 반대할 경우,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면 의원직을 박탈하고 제명조치까지 내린다. 적성국(敵性國)을 이롭게 하는 비밀사항을 공개할 때는 FBI가 간첩혐의로 조사할 수도 있다.
1987년 패트릭 리히(Patrick J. Lea hy) 당시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은 ‘이란-콘트라게이트’ 관련 보고서를 언론에 흘린 사실이 들통나자 정보위원직에서 물러났다. 2002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9·11 테러와 관련한 통신첩보내용을 상·하원 정보위에 보고했는데, 이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자 FBI가 정보위원들을 대상으로 보안조사를 실시한 적도 있다.
독일의 경우, 의원이 국가기밀을 유출했을 때 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의원들은 기밀 누설이 적발되면 재선(再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스로 보안유지를 강조한다.
영국은 ‘공직자기밀보호법’에 따라 임명권자인 수상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위반 사항의 경중(輕重)을 따져 징역형(최고 2년)에 처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는 정보위 회의 내용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형법에 의해 강력히 처벌한다고 한다.
국회의원 보안의식 不在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정보위 회의 내용을 통제하고 있고 언론 브리핑도 ‘보안 우선’ 원칙에 따라 실시하지 않는다”며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국가기밀 처리 수준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국회의원들의 보안의식 부재(不在)가 문제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방치되면 국가안보에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요. 국가기밀 누출로 정보당국과 국회 사이에 신뢰가 무너지면 보고하는 정보의 질도 떨어져 정보위의 기능이 오히려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정보위에서 다루는 사안이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는 만큼 ‘국익(國益)’에 무게를 두고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해요. 국가기밀의 보고 방법, 공개 절차 등 정보위 업무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회규칙’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여야 합의로 시행하고 있는 ‘브리핑제도’는 재고(再考)해야 해요. 정보위원을 선임할 때는 전문성을 고려하고 임기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송정환
(201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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