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논의가 탄력 못 받으면, 2012년 19대 총선 앞두고 선거제도·공천제도 개혁이 화두 될 것
⊙ MB, 거대담론보다는 ‘경제’에 전력하는 것이 레임덕 방지에 유리
⊙ 2012년 대선 앞두고 ‘국민통합’도 화두로 再등장할 것
金亨俊
⊙ 1957년 생.
⊙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인문교양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MB, 거대담론보다는 ‘경제’에 전력하는 것이 레임덕 방지에 유리
⊙ 2012년 대선 앞두고 ‘국민통합’도 화두로 再등장할 것
金亨俊
⊙ 1957년 생.
⊙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인문교양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지난 2009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 개헌 세미나. 개헌논의는 새해 정치권의 화두 중 하나가 되겠지만, 얼마나 동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한 해의 화두가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원래 화두(話頭)의 의미는 불가(佛家)의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참구(參究)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화두는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양극화 해소, 상생을 통한 사회적 통합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을 함께 고민하는 과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화두는 종종 이슈와 비슷한 뜻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화두는 퍼즐(puzzle)과 가까운 것으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이 되고 있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쟁점’ 또는 ‘논쟁거리’인 이슈(issue)와는 성격이 다르다. 화두는 이슈보다는 좀 더 추상적이고 시대정신에 근접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 또는 이념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이다”고 규정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표현한다면 시대정신이란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한 번도 이룩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것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국민통합,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양성평등 실현 등이 이에 해당된다. 화두란 이런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미래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성찰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던진 화두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집권 3년이 마무리되는 2011년에 정치권에 어떤 화두가 부상될지 전망해 보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특정 화두가 부상하고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그림1>에서 보듯이 크게 5가지 요인이 초기 화두 부상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대통령이 어떤 어젠다로 국정을 운영할지가 관건이다. 이전에 제기했던 어젠다를 유지·강화시킬 수도 있고,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는 새해에도 2010년에 제기했던 공정사회론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도 있고,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다.
집권 4년차를 맞이했던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되었다. 문민 정부시절(1993~1998) 김영삼(金泳三) 대통령(YS)은 1995년 10월 집권 초기에 제시했던 ‘신(新)한국 창조와 세계화’라는 화두를 접고,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새로운 화두를 부각시켰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등 2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자금 조성과 국가 반란 사건이란 고리로 구속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9년에 3당 합당으로 탄생했던 민자당은 해체되고 199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창당했다. 이회창(李會昌)·박찬종(朴燦鍾) 등 개혁성향의 인물들과, 이재오(李在五)·김문수(金文洙) 등 민중당 출신들에게 과감히 문호를 개방해 ‘정치개혁’을 국정운영의 새 화두로 부각시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DJ)은 1998년 취임사에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국정(國政) 목표로 제시했고 1999년에는 ‘생산적 복지’를 추가했으며, 2000년에는 다시 ‘지식 정보 강국’을 보탰다. 하지만 2001년에는 ‘강한 정부’를 바탕으로 경제개혁의 속도를 높여 하반기에 경제를 연착륙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상시적 남북교류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언론개혁이었다. 이는 2001년 8월부터 시작된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사찰로 이어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005년 말에 “우리 사회의 창조적이고 통합적인 흐름과 의제를 만들자는 게 나의 제안이며 내년부터 이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대통령과 언론)가 그동안 견제하고 갈등하는 구도에서 살아왔지만 ‘만남의 광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을 언론에 대한 화두로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이 새해를 맞이하여 대통령이 제시하는 어젠다는 일정기간 사회의 화두로 부상하는 경향이 있다.
돌발변수나 민심의 흐름도 화두가 된다
둘째, 유력한 대권후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선거가 가까울수록 화두로 등장한다. 가령, 박근혜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바로 세우는’ ‘줄푸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연히 2006년의 화두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 살리기가 최대의 화두로 부상했다. 한편, 당시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의장은 햇볕정책의 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평화가 경제이다’라는 화두를 전면에 부상시켰다.
셋째, 예상치 않은 돌발변수에 의한 화두의 부상이다. 실례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는 경제위기 극복이, 2002년 대선에서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효순·미선 두 여학생 사망으로 부상된 반미 이슈가 화두가 됐다. 이번에 북한의 연평도 기습 포격으로 국가 안보문제가 화두로 급부상한 것도 마찬가지다.
넷째, 글로벌 이슈가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부상하는 예상치 못한 화두다.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에서는 ‘조기 경제위기 극복’의 화두로 연결된 것이 이에 해당된다.
다섯째, 민심의 미묘한 흐름이 화두를 형성하기도 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당사상 처음으로 국민들이 참여해서 대선 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제를 채택했고, 경선에서 승리했던 노무현 후보가 “국민은 대통령입니다”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면서 ‘참여’가 최대의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민심은 변화와 개혁을 내세운 노무현 후보에 열광했다.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후보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와 ‘지역주의 청산’을 국정운영의 최대 화두로 등장시켰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민심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공정사회론’을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공정이 화두로 급부상했다.
만약 이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부상된 화두가 정치권 논쟁의 핵심이 되고, 언론·미디어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배적인 화두로 전환된다. 급기야 선거를 앞두고 이런 화두가 여야 유력 후보들 간의 논쟁으로 점화되거나,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에서 네티즌들 간에 토론이 가열되면 초기에 부상했던 화두가 선거를 주도하는 프레임(frame)으로 부각된다.
개헌논의
2011년 초반에 부상할 화두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마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어젠다 제시’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1년에는 개헌(改憲) 및 선거제도 개편이 정국의 최대 화두로 부상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2010년 후반기를 개헌의 적기(適期)로 보고 정기국회 기간에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왔다. 2011년 중반부터 대권(大權) 주자들이 레이스에 들어갈 경우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8·15 경축사에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10월 29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개헌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특임장관의 임무”라고 말하면서 꺼져 가던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은 11월 3일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개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개헌 문제를 거론했다.
선거제도 개혁
개헌론에 비판적이거나 침묵하던 한나라당 친박계(親朴系)도 2011년 11월 9일 ‘개헌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참석자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여러 복잡한 상황들을 감안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국민 여론이 높은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라면 차기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친박계가 개헌 화두에 동참하고 나선 이유는 4년 중임제(重任制)로의 개헌에 방점을 찍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는 개헌론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평소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중임제는 예전부터 말해 온 소신이며,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거나, 차기 유력 대권 주자가 반대하거나,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개헌은 실패한다는 ‘경험적 법칙’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개헌론이 확산되기보다는 급격히 소멸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개헌론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으로 선진국 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분단국가이므로 외국의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을 국민이 선출하되 임기를 갖고 외교·국방·통일을 책임지게 하자. 대신 내치는 국회의원들이 책임지고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아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내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를 둘러싸고 친이-친박 간에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고, 민주당의 반대가 강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010년 10월 말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여권이) 개헌 논의를 꺼내는 것은 그 자체가 떳떳하지 못한, 어떻게 해서든지 집권세력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구차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개헌론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 여권 수뇌부는 선거제도 개편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역주의를 없애길 원한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며, 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는 한 극복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지역에서 사람을 뽑을 때 호남에서는 한나라당이 한 명도 안되고 또 영남에선 민주당이 한 명도 안되고, 이렇게 되어서는 문제”라면서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개혁
대통령 자문 사회통합위원회는 2010년 12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정기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지방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사회통합위가 가장 비중 있게 제시한 방안은 지역구와 권역별 비례대표 동시 출마를 허용하고, 지역구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명부순위를 결정하는 ‘석패율제(惜敗率制)’였다. 이 방안은 일본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취약지역에서 애석하게 패배한 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되게 하는 제도이다.
사통위는 이외에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전제로 한 일본식 또는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출했다. 일본식은 권역별 득표율로 권역의 비례대표 수를 배분하고 정당별로 석패율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반면, 독일식은 전국 총 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수가 결정되고 권역별로 의석을 배분한다.
사통위는 현재 299석의 의석수를 356석으로 늘려 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한나라당이 호남과 제주에서 2석, 민주당이 영남권에서 5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한나라당이 호남과 제주에서 5석을, 민주당이 영남권에서 9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야권이 선호했던 중대선거제로 변경하는 방안은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불투명한 반면, 파벌(派閥)정치, 금권(金權)선거 등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2011년에 선거 게임의 룰로서의 선거구제 개편에 집중하면서 국민통합을 화두로 제기할 개연성이 크다.
정치권이 새해에 선거구제 개혁 이외에 더욱 관심을 끌 수 있는 화두는 공천(公薦)제도 개혁이다.
한나라당 공천제도개혁특위는 2010년 10월 25일 상향식(上向式) 공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천개혁 가안(假案)을 발표했다. 특위가 마련한 가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공천의 경우 대선(大選) 후보자 선출 방식에 준해 대의원 20%, 일반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비율로 국민경선을 실시키로 했다. 19대 총선 공천은 선거 6개월 전인 2011년 9월 말까지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이어 3개월 전인 2012년 1월까지 공천을 완료하기로 했다. 물론 한나라당 내에는 국민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많다.
상향식과 하향식 공천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나경원(羅卿瑗)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이 내세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국민지향 공천제도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있다. 민주당도 개혁성향의 천정배(千正培) 최고위원을 당 개혁위원장으로 임명한 만큼 획기적인 공천 개혁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10월에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가 61.6%로 한나라당 재(再)집권을 원하는 사람(38.4%)보다 1.6배 높게 나왔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표 지지층의 30% 정도가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당이든 당내 계파 갈등을 은근슬쩍 봉합해 적당한 사람으로 얼굴만 바꾸면서 기존의 하향 방식을 약간 수정하는 안이한 공천 방식으로 제19대 총선에 임한다면 패배하고 말 것이다. 국민들은 공정하고 원칙 있는 공천을 통해 깊은 감동을 주는 정당에 2012년 총선, 더 나아가 그해 말 대선에서 승리를 안겨 줄 것이다.
MB, 거대 담론보다 ‘경제’에 주력해야
이외에도 새해에 예상되는 정치권의 화두로는 4대강 사업, 한미(韓美) FTA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이슈 차원을 넘어 꿈과 비전을 줄 수 있는 화두이다.
5년 단임제(單任制)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헌법 아래서 집권 4년차를 맞이하는 현직 대통령은 예외 없이 3가지 유혹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차기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원하고,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를 기대하며,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싶어하는 유혹이 그것이다.
이런 유혹과 강박관념으로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집권 4년차에 정치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실패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개헌, 선거제도 개편 등 거시적(巨視的) 정치 담론보다는 자신의 최대 정점인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KPSI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향후 우리나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목표로 ‘경제 살리기’(32.5%)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복지확대’(23.1%), ‘공정사회 실현’(12.8%)이 뒤를 이었다. ‘정치 개혁’을 지적한 사람은 8.7%에 불과했다. 새해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요구하는 이런 어젠다를 화두로 삼아 전면에 부상(浮上)시켜야 레임덕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민통합
더불어, 새해에는 진보와 보수, 남(南)과 북(北), 동(東)과 서(西),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중앙과 지방, 남성과 여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국민통합이 화두로 부상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 이후 한국 사회가 극심한 이념·지역·세대(世代)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국민은 2007년 대선에서 경제살리기 못지않게 국민통합을 요구했었다. 이러한 요구가 이념을 넘어 중도(中道)에 바탕을 둔 창조적 실용주의를 통해 국민통합을 구현하겠다는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 기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 집회, 용산 참사, 미디어법 처리,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전개된 정치 갈등의 심화로 빛이 바랬다.
이에 따라 2012년 대선에서는 통합이 시대정신으로 다시 등장할 것이고, 새해에 정치권은 ‘국민통합’이라는 화두를 자신이 주도하는 프레임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화두는 퍼즐(puzzle)과 가까운 것으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이 되고 있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쟁점’ 또는 ‘논쟁거리’인 이슈(issue)와는 성격이 다르다. 화두는 이슈보다는 좀 더 추상적이고 시대정신에 근접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 또는 이념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이다”고 규정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표현한다면 시대정신이란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한 번도 이룩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것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국민통합,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양성평등 실현 등이 이에 해당된다. 화두란 이런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미래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성찰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던진 화두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집권 3년이 마무리되는 2011년에 정치권에 어떤 화두가 부상될지 전망해 보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특정 화두가 부상하고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그림1>에서 보듯이 크게 5가지 요인이 초기 화두 부상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대통령이 어떤 어젠다로 국정을 운영할지가 관건이다. 이전에 제기했던 어젠다를 유지·강화시킬 수도 있고,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는 새해에도 2010년에 제기했던 공정사회론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도 있고,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다.
집권 4년차를 맞이했던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되었다. 문민 정부시절(1993~1998) 김영삼(金泳三) 대통령(YS)은 1995년 10월 집권 초기에 제시했던 ‘신(新)한국 창조와 세계화’라는 화두를 접고,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새로운 화두를 부각시켰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등 2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자금 조성과 국가 반란 사건이란 고리로 구속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9년에 3당 합당으로 탄생했던 민자당은 해체되고 199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을 창당했다. 이회창(李會昌)·박찬종(朴燦鍾) 등 개혁성향의 인물들과, 이재오(李在五)·김문수(金文洙) 등 민중당 출신들에게 과감히 문호를 개방해 ‘정치개혁’을 국정운영의 새 화두로 부각시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DJ)은 1998년 취임사에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국정(國政) 목표로 제시했고 1999년에는 ‘생산적 복지’를 추가했으며, 2000년에는 다시 ‘지식 정보 강국’을 보탰다. 하지만 2001년에는 ‘강한 정부’를 바탕으로 경제개혁의 속도를 높여 하반기에 경제를 연착륙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상시적 남북교류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언론개혁이었다. 이는 2001년 8월부터 시작된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사찰로 이어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005년 말에 “우리 사회의 창조적이고 통합적인 흐름과 의제를 만들자는 게 나의 제안이며 내년부터 이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대통령과 언론)가 그동안 견제하고 갈등하는 구도에서 살아왔지만 ‘만남의 광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을 언론에 대한 화두로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이 새해를 맞이하여 대통령이 제시하는 어젠다는 일정기간 사회의 화두로 부상하는 경향이 있다.
돌발변수나 민심의 흐름도 화두가 된다
둘째, 유력한 대권후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선거가 가까울수록 화두로 등장한다. 가령, 박근혜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바로 세우는’ ‘줄푸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연히 2006년의 화두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 살리기가 최대의 화두로 부상했다. 한편, 당시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의장은 햇볕정책의 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평화가 경제이다’라는 화두를 전면에 부상시켰다.
셋째, 예상치 않은 돌발변수에 의한 화두의 부상이다. 실례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는 경제위기 극복이, 2002년 대선에서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효순·미선 두 여학생 사망으로 부상된 반미 이슈가 화두가 됐다. 이번에 북한의 연평도 기습 포격으로 국가 안보문제가 화두로 급부상한 것도 마찬가지다.
넷째, 글로벌 이슈가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부상하는 예상치 못한 화두다.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에서는 ‘조기 경제위기 극복’의 화두로 연결된 것이 이에 해당된다.
다섯째, 민심의 미묘한 흐름이 화두를 형성하기도 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당사상 처음으로 국민들이 참여해서 대선 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제를 채택했고, 경선에서 승리했던 노무현 후보가 “국민은 대통령입니다”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면서 ‘참여’가 최대의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민심은 변화와 개혁을 내세운 노무현 후보에 열광했다.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후보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와 ‘지역주의 청산’을 국정운영의 최대 화두로 등장시켰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민심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공정사회론’을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공정이 화두로 급부상했다.
만약 이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부상된 화두가 정치권 논쟁의 핵심이 되고, 언론·미디어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배적인 화두로 전환된다. 급기야 선거를 앞두고 이런 화두가 여야 유력 후보들 간의 논쟁으로 점화되거나,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에서 네티즌들 간에 토론이 가열되면 초기에 부상했던 화두가 선거를 주도하는 프레임(frame)으로 부각된다.
개헌논의
2011년 초반에 부상할 화두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마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어젠다 제시’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1년에는 개헌(改憲) 및 선거제도 개편이 정국의 최대 화두로 부상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2010년 후반기를 개헌의 적기(適期)로 보고 정기국회 기간에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왔다. 2011년 중반부터 대권(大權) 주자들이 레이스에 들어갈 경우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8·15 경축사에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10월 29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개헌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특임장관의 임무”라고 말하면서 꺼져 가던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은 11월 3일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개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개헌 문제를 거론했다.
선거제도 개혁
개헌론에 비판적이거나 침묵하던 한나라당 친박계(親朴系)도 2011년 11월 9일 ‘개헌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참석자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여러 복잡한 상황들을 감안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국민 여론이 높은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라면 차기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친박계가 개헌 화두에 동참하고 나선 이유는 4년 중임제(重任制)로의 개헌에 방점을 찍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는 개헌론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평소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중임제는 예전부터 말해 온 소신이며,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거나, 차기 유력 대권 주자가 반대하거나,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개헌은 실패한다는 ‘경험적 법칙’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개헌론이 확산되기보다는 급격히 소멸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개헌론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으로 선진국 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분단국가이므로 외국의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을 국민이 선출하되 임기를 갖고 외교·국방·통일을 책임지게 하자. 대신 내치는 국회의원들이 책임지고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아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내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를 둘러싸고 친이-친박 간에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고, 민주당의 반대가 강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010년 10월 말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여권이) 개헌 논의를 꺼내는 것은 그 자체가 떳떳하지 못한, 어떻게 해서든지 집권세력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구차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개헌론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 여권 수뇌부는 선거제도 개편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역주의를 없애길 원한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며, 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는 한 극복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지역에서 사람을 뽑을 때 호남에서는 한나라당이 한 명도 안되고 또 영남에선 민주당이 한 명도 안되고, 이렇게 되어서는 문제”라면서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개혁
대통령 자문 사회통합위원회는 2010년 12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정기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지방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사회통합위가 가장 비중 있게 제시한 방안은 지역구와 권역별 비례대표 동시 출마를 허용하고, 지역구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명부순위를 결정하는 ‘석패율제(惜敗率制)’였다. 이 방안은 일본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취약지역에서 애석하게 패배한 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되게 하는 제도이다.
사통위는 이외에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전제로 한 일본식 또는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출했다. 일본식은 권역별 득표율로 권역의 비례대표 수를 배분하고 정당별로 석패율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반면, 독일식은 전국 총 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수가 결정되고 권역별로 의석을 배분한다.
사통위는 현재 299석의 의석수를 356석으로 늘려 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한나라당이 호남과 제주에서 2석, 민주당이 영남권에서 5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한나라당이 호남과 제주에서 5석을, 민주당이 영남권에서 9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야권이 선호했던 중대선거제로 변경하는 방안은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불투명한 반면, 파벌(派閥)정치, 금권(金權)선거 등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2011년에 선거 게임의 룰로서의 선거구제 개편에 집중하면서 국민통합을 화두로 제기할 개연성이 크다.
정치권이 새해에 선거구제 개혁 이외에 더욱 관심을 끌 수 있는 화두는 공천(公薦)제도 개혁이다.
한나라당 공천제도개혁특위는 2010년 10월 25일 상향식(上向式) 공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천개혁 가안(假案)을 발표했다. 특위가 마련한 가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공천의 경우 대선(大選) 후보자 선출 방식에 준해 대의원 20%, 일반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비율로 국민경선을 실시키로 했다. 19대 총선 공천은 선거 6개월 전인 2011년 9월 말까지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이어 3개월 전인 2012년 1월까지 공천을 완료하기로 했다. 물론 한나라당 내에는 국민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많다.
상향식과 하향식 공천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나경원(羅卿瑗)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이 내세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국민지향 공천제도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있다. 민주당도 개혁성향의 천정배(千正培) 최고위원을 당 개혁위원장으로 임명한 만큼 획기적인 공천 개혁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10월에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가 61.6%로 한나라당 재(再)집권을 원하는 사람(38.4%)보다 1.6배 높게 나왔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표 지지층의 30% 정도가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당이든 당내 계파 갈등을 은근슬쩍 봉합해 적당한 사람으로 얼굴만 바꾸면서 기존의 하향 방식을 약간 수정하는 안이한 공천 방식으로 제19대 총선에 임한다면 패배하고 말 것이다. 국민들은 공정하고 원칙 있는 공천을 통해 깊은 감동을 주는 정당에 2012년 총선, 더 나아가 그해 말 대선에서 승리를 안겨 줄 것이다.
MB, 거대 담론보다 ‘경제’에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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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광역단체장 공천심사 모습. 국민들에게 호소력 있게 공천제도를 바꾸는 정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
5년 단임제(單任制)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헌법 아래서 집권 4년차를 맞이하는 현직 대통령은 예외 없이 3가지 유혹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차기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원하고,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를 기대하며,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싶어하는 유혹이 그것이다.
이런 유혹과 강박관념으로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집권 4년차에 정치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실패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개헌, 선거제도 개편 등 거시적(巨視的) 정치 담론보다는 자신의 최대 정점인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KPSI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향후 우리나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목표로 ‘경제 살리기’(32.5%)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복지확대’(23.1%), ‘공정사회 실현’(12.8%)이 뒤를 이었다. ‘정치 개혁’을 지적한 사람은 8.7%에 불과했다. 새해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요구하는 이런 어젠다를 화두로 삼아 전면에 부상(浮上)시켜야 레임덕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민통합
더불어, 새해에는 진보와 보수, 남(南)과 북(北), 동(東)과 서(西),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중앙과 지방, 남성과 여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국민통합이 화두로 부상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 이후 한국 사회가 극심한 이념·지역·세대(世代)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국민은 2007년 대선에서 경제살리기 못지않게 국민통합을 요구했었다. 이러한 요구가 이념을 넘어 중도(中道)에 바탕을 둔 창조적 실용주의를 통해 국민통합을 구현하겠다는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 기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 집회, 용산 참사, 미디어법 처리,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전개된 정치 갈등의 심화로 빛이 바랬다.
이에 따라 2012년 대선에서는 통합이 시대정신으로 다시 등장할 것이고, 새해에 정치권은 ‘국민통합’이라는 화두를 자신이 주도하는 프레임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