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인 조사하며 회유·유도심문하고 확인서도 代筆
⊙ 총리실 관계자,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구속 결정한다”
⊙ 총리실에 차적조회기 불법 설치, 공직자·민간인 대상 1645건 조회
⊙ 경찰청 동원해 시민단체 주요 간부 성향까지 파악
⊙ 총리실 감찰활동 법적 보완 필요하다는 용역결과 무시
⊙ 총리실 관계자,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구속 결정한다”
⊙ 총리실에 차적조회기 불법 설치, 공직자·민간인 대상 1645건 조회
⊙ 경찰청 동원해 시민단체 주요 간부 성향까지 파악
⊙ 총리실 감찰활동 법적 보완 필요하다는 용역결과 무시
- 노무현 정권 당시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작성한 對外秘 문건들.
2005년 7월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무총리실 산하 조사심의관실에 ‘경찰청 보고서’를 내려보내며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 시장이 ○○경찰서장 등 10여 명에게 격려금 및 전별금을 준 사실에 대한 경찰청장의 조사결과 보고서가 미진하므로 조사심의관실이 재조사 후 보고할 것.>
청와대로부터 하명(下命)사건을 전달받은 조사심의관실은 2005년 7월 18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분주히 움직였다. 사건 현장이 지방이라 현지출장도 다녀왔다. 조사관들은 경찰청 보고서에 적시된 관련 업소의 업주와 종업원을 대상으로 확인서를 작성하고, 영수증의 허위(虛僞) 유무를 조사했다. 사건에 연루된 시청 공무원들은 서울 정부청사 조사심의관실로 호출해 진술내용을 녹음했다.
2005년 경찰청, 청와대에 허위보고
조사를 끝낸 조사심의관실은 2005년 7월 28일 대통령비서실에 ‘하명사건 조사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올렸다. 분량은 A4용지 116쪽이었다. 보고서에 적시된 조사결과는 이랬다.
<▲관련 민간인 조사결과
―‘○○갈비’ 업소 주인에게 확인한 결과, 2005년 4월경 시청 직원이 찾아와 ‘2004년 1월 시청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이 갈비식당에서 회식을 하였다’고 미리 작성된 내용의 확인서를 보여주며 식당 주인의 날인을 요구하여 업소 여주인은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날인함.
―‘○○주점’ 여종업원에게 확인한 결과, 2005년 4월경 직원 2명이 미리 작성된 업주 명의의 확인서를 소지하고 업소를 찾아와 대표자 날인을 요구하자 내용 확인도 하지 않고 날인해 주었으며, 시청 직원이 요구하는 대로 90만원짜리 영수증을 여종업원이 자필로 작성 발급.
―‘○○’에서 송별회식 여부를 확인한 결과, 업소대표 ○○○은 송별회식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경찰청에 제출된 확인서 및 영수증은 본인이 사인하지 않았다고 진술.
▲공무원 관련 부분
―○○○ 조사결과, 이틀 동안 조사한 결과 처음에는 경찰청 조사결과와 동일하다고 강력히 주장하다가 조사관들이 조사한 업주의 확인서를 제시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격려금 및 전별금이 모두 전달되었다고 시인. 그러나 확인서 작성을 거부하여 부득이 녹음을 통해 격려금과 전별금이 ○○ 경찰 간부들에게 전달된 경위를 녹취함.
―○○○ 조사결과,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상 사실대로 말하면 지역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본인이 횡령한 것으로 일관되게 주장하고 확인서까지 작성하였으나, 기초조사 내용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격려금과 전별금이 모두 전달되었다고 구두 진술.
▲사실관계
―조사결과, 경찰 공무원 10명에게 격려금 및 전별금이 모두 전달된 것으로 확인.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시청 공무원과 ○○경찰서장이 상호 공모(共謀)하여 회식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였으며, 그 조작한 서류로 경찰청 감찰조사에 임하여 결과적으로 허위 사실이 보고된 것으로 확인됨.>
이 사건을 다시 정리하면 청와대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 하명 사건을 내려보냈고 조사심의관실은 공무원과 민간인을 조사한 결과 경찰청의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검사 세 명 떡값 받았다”
당시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의 업무는 △공직감찰 및 비위자료 수집 △건설·소방·금융분야의 구조적 부조리 실태점검 △청와대 하명사항에 대한 조사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동향 파악 △현장감찰 등이었다.
조사심의관실의 업무는 공직자 비리 및 감찰활동에 한정돼 있었다. 비리 혐의가 있는 공무원을 조사할 때는 피감찰자의 동의(同意)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감찰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민간인을 접촉해야 할 때는 절차가 더욱 까다롭다.
그런데 2005년도 청와대 하명 사건 조사 당시 조사심의관실 감사관이 민간인 업주 6명을 조사할 때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관이 업주 본인 명의의 확인서를 받지 않고 인척 명의로 확인서를 받은 것이다. 인척 명의의 확인서도 실제로는 감사관이 대필(代筆)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심의관실 감사관은 시청 공무원 2명을 총리실 별관에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회유와 유도심문를 했다. 다음은 감사관과 시청 공무원의 대화가 기록된 녹취록의 일부다.
<감사관1: 그래서 그렇게 말을 맞추기로 한 거는 그걸 한번 검토해 보라고 했습니까.
시청공무원: 자꾸 그렇게 묻지 마십시오. 아주 괴롭습니다.(중략) 아이, 유도하지 마세요.
감사관1: 그러니까 똑같은 거 아닙니까.
시청공무원: 아이, 유도, 유도하지 마세요. 잘 아시면서….
감사관1: 제가 아는 게 사실인 거, 그러면 확실한 거죠.>
“사정비서관이 구속 여부 결정”
조사심의관실 관계자는 시청 공무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장 명의로 ○○지청 검사(檢事) 세 명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도 인지했다. 녹취록의 일부다.
<시청공무원: 전별금 세 분은 여자 검사가 한 분 있었어요. 세 분이 (대검찰청 감찰실 조사를 받을 때) 시 관계자가 와서 봉투를 놓고 갔는데 돌려주지 못한 것은 본인의 실수라고 자백했더라고요.
감사관1: 가시기 전에 미리 확인서 받아 놓으신거고요? 그쪽.
시청공무원: 그렇지요. 우리는 가기 전에 벌써 다 준비해 놨어요.(중략)
감사관1: 검찰, 경찰 다 받으신 거고 다만 경찰은 자주 대하기 때문에 경찰하고 같이 (회식)한 걸로 하시기로 한 거고요. 그렇지요?
시청공무원: 네.>
조사심의관실 관계자는 검사들에게 ‘떡값’을 제공한 ○○시장과 돈을 전달한 시청 공무원들의 구속여부를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결정한다는 말도 했다.
<시청공무원: 비록 쓰지는 않았더라도 좀 어떻게, 처신하면 되니까요. 해 주십시오.
감사관2: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그(구속 여부) 결정은 우리 사정비서관님께서 하실 테니까 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의견은 말씀드릴게요.>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면 이는 불법이다. 조사심의관실 관계자의 말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장과 시청공무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더군다나 ○○시장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조사심의관실의 혐의내용이 사실이라면 무사할 리가 없었다. 떡값을 받은 검사와 경찰간부들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이상하게도 조사심의관실에 재조사를 지시했던 사정비서관은 조사종료 한 달 뒤 일신상의 이유로 청와대를 그만뒀다.
법대로 움직여야 할 조직이 법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청와대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은 이렇게 움직였다.
점수로 감찰활동 독려
당시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2005년 10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감찰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에 대해 모(某) 법무법인에 용역을 의뢰했다. 2006년 4월 총리실에 제출된 보고서는 감찰활동에 대해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
<△비록 피감찰자의 동의(同意)가 전제되더라도 헌법상 절차적 기본권은 포기대상이 아니므로,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적법 절차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일반행정공무원인 감찰자는 현행범을 대상으로 피감찰자의 동의(同意)하에 비리 혐의사실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하고 증거물을 수령하여 수사기관에 넘기는 중개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권한 밖의 역할이 필요한 경우는 수사기관과 공조로 해결).>
보고서는 구체적인 행위와 주의사항에 대해 별도로 작성했다.
<△조사 당시 정치적으로 ‘뉴스메이커’인 대상을 감찰하는 경우에는 표적수사의 시비를 차단하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행할 때는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피감찰자 또는 당사자를 촬영한 사진 등을 제3자가 알지 못하도록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 △감찰활동시 범죄수사를 위한 차적 조회가 가능하려면 금품 수수 현장을 목격하거나 신뢰성 있는 제보에 기초하는 등 상당한 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계좌추적에 대해서는 별개의 법령에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행정공무원이 임의로 피감찰자의 계좌 추적이 불가능하다. △피감찰자로부터 확인서를 작성·교부받을 때에는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수사기관에 신병을 넘겨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토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형이 확정되기 전이나 공소제기 전의 비리혐의자에 대한 피의사실을 언론 등에 공개하는 것은 공표사실의 진실성이나 허위 여부를 불문하고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조사심의관실 소속 공무원이 공직자에 대한 감찰활동을 할 수 있는 조직법적 근거는 있지만 일반행정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및 기본권 침해소지가 있어 관련 법률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조사심의관실은 법적 보완이 필요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업무를 계속 수행했다.
2006년 조사심의관실은 ‘감찰요원 실적평가 기준’을 마련해 감찰업무를 독려했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하명사항을 수행할 때는 가점을 부여하고, 적발대상의 직급 및 금액, 관련자의 조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했다. 현장적발 및 비리첩보 대상이 3급 공무원 이상일 때는 3점, 4~5급 공무원은 2점, 6급 공무원 이하는 1점을 부여했다. 또 적발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3점, 100만~1000만원이면 2점, 100만원 이하이면 1점 등으로 차등을 뒀다. 하명 사건의 경우 국무총리 보고사항은 5~6점, 장관 보고사항은 3~4점을 부여했다. 비리첩보의 확실성에 따라 피감찰자가 형사처벌(의원면직 포함)을 받을 때는 3점, 기소·징계를 받을 때는 2점을 줬다. 감찰업무에 법적 하자 논란이 있음에도 오히려 점수를 통해 감찰활동을 강화했던 것이다.
꼬리곰탕과 만두소 사건
<월간조선(月刊朝鮮)>은 취재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의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작성한 다수의 문건을 입수했다. 전체 분량은 A4 용지 270여 쪽이다. 조사심의관실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대포폰’으로 논란을 일으킨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前身)이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문건은 ‘국무총리실 영구·준영구 기록물 목록’,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 직원연찬회(2004·2006·2007년도), 감찰활동 가이드 라인, 차적조회단말기 관련 문건, 하명사건 조사결과 보고서 등이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생산한 문건은 1200여 건이다. 주요 기록물은 사정기관 실무자협의회, 부패방지위원회, 공직기강확립 업무, 민생경제 침해사범 관련, 비위첩보자료 등이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조사심의관실 영구·준영구 기록물 목록’을 보면 “이런 것도 업무활동에 들어갈까” 싶은 제목의 보고서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꼬리곰탕(2003년)’ ‘만두소 사건 대통령님 지시사항(2004년)’ ‘탄핵의결관련 여론동향 보고(2004년)’ ‘전교조 탄핵무효 시국선언 관련 수사상황(2004년)’ ‘(청와대)하명사건 조사결과 보고(2005년)’ ‘부동산제도 개혁방안 시장반응 조사결과(2005년)’ ‘전국농민대회 상황종합(2005년)’ ‘노근리사건(2006년)’ ‘경품용 상품권(2006년)’ ‘언론보도대응(2007년)’ ‘서울숲 힐스테이트(2007년)’.
당시 국무총리실은 노무현 정권의 실세였던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2004년 6월부터 2006년 3월까지)가 맡고 있었다. 후임은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였다.
문건은 제목만 봐도 조사심의관실의 업무영역을 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심의관실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결 이후 고건(高建) 권한대행의 업무평가와 관련해 연령별·성별 여론동향을 인터넷·전화를 통해 수집했다. 또 부동산 대책 발표에 따른 시장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민간인을 상대로 여론을 수집하는 것도 업무를 벗어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조사심의관실은 2004년 6월 공직기강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용(用) 차적조회 단말기를 설치했다. 조사심의관실은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공직자와 민간인을 대상으로 총 1645건의 차적조회를 실시했다.
무단으로 차적조회 단말기 설치
문제는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차적조회 단말기를 무단으로 설치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총리실(조사심의관실)과 경찰청은 차적 정보를 제공하는 ‘건설교통부 장관(현 국토해양부)’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찰청은 조사심의관실에 제공한 차적정보 내역을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도 무시했다. ‘경찰컴퓨터 온라인 운영규칙’에 따르면, 차적조회는 경찰 수사 등 업무수행에 필요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결국 조사심의관실은 경찰 수사권을 뛰어넘어 감찰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차적조회는 해가 갈수록 늘었다. 2004년에 207건, 2005년에 290건이었던 것이 2006년에는 558건이었고, 2007년에는 590건이었다. 차적조회는 ‘금품 수수 현장을 목격하거나 신뢰성 있는 제보에 기초하는 등 상당한 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용역보고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차적조회기는 지금도 총리실에 설치돼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2010년 9월 30일까지 실시된 조회 건수는 총 707건이다.
노무현 정권의 총리실 차적조회 문제를 제기한 이진복(李珍福) 한나라당 의원은 “참여정부의 조사심의관실은 초법적인 감찰권한을 남용했고 민간인도 사찰했다”며 “검찰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실의 공직자 감찰기능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당시 국무총리실에 설치된 사회정화위원회가 모태다. 사회정화위원회는 ‘정의사회(正義社會) 구현’이라는 국정목표하에 민간부문 정화활동과 공직자 부패방지 업무를 맡았다. 이 조직은 김영삼 정권 때 ‘국무총리실 제4조정관실’로 바뀌었다가 김대중 정권 때 ‘조사심의관실’로 변경됐다.
이 조직은 노무현 정권 때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조사심의관실은 주요 부처 공무원들을 파견받아 기능이 강화됐다. 조사심의관을 반장으로 하는 ‘합동점검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합동점검반은 조사심의관실 직원과 검찰·경찰·국세청·금감원·행정자치부·법무부 등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로 구성됐다. 노무현 정권의 공직 감찰기능은 국무총리실 민정2비서관실까지 확대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감찰기능이 각 부처 감사관실로 이관되면서 ‘조사심의관실’과 ‘합동점검반’이 폐지됐다. 그러나 미국 쇠고기 파동으로 정권이 흔들리면서 2008년 7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됐고 감찰기능이 부활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이명박 대통령 비하 동영상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을 불법으로 조사했다. 현재 검찰이 민간인 사찰을 담당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과 청와대 인사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댐건설 반대 측에 예산지원 차단
<월간조선>은 노무현 정권 당시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20여 건의 ‘한탄강댐 후속조치 운영계획’(150쪽 분량) 문건도 입수했다. 국무조정실은 청와대의 지시로 2006년 당시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건설교통부, 경찰청을 동원해 지역단체의 민간인 동향을 조사하고 친(親)정부 성향의 어용단체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탄강댐 건설계획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임진강 유역의 홍수방지를 위해 추진돼 온 정책이다.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에서 발원해 철원, 포천을 지나 임진강과 만난다. 댐 건설은 환경파괴를 이유로 지역민들의 반대가 심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댐 건설 계획은 계속됐다. 정부는 2005년 8월 이해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特委)는 1년 뒤인 2006년 8월 댐 건설을 확정했다. 해당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반대운동을 전개됐고, 법원에 행정처분 취소소송까지 냈다.
당시 국무총리실은 댐건설 반대단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부처 회의를 수시로 여는 등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대책회의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건교부 차관, 국방부 팀장, 경찰청 정보국장, 환경부 국장 등이 참여했다. 회의 주재는 총리실 국무조정실장과 청와대 사회문화조정관이 번갈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과 건교부는 지역단체 간부와 주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조사했다. 특히 경찰청은 철원·포천·연천의 지역동향을 파악하면서 댐건설 관련 9개 단체 간부 46명의 이름과 나이, 주요경력, 성향 등을 상세히 파악해 대책회의에 보고했다. 2006년 10월 경찰청이 작성해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한 대책회의에 보고된 문건에 따르면, 해당지역의 전·현직 국회의원, 군수, 군의장, 도의원, 군의원의 강성·중도·온건으로 분류돼 있다.
총리실은 관련 기관(환경·국방·농림부)과 지방자치단체(연천·포천·철원·파주)에 주민대표, 시민단체 위원을 추천받아 ‘한여울 지역발전협의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2006년 9월 19일 작성된 ‘후속조치 1차 점검회의’ 문건에는 ‘한여울 지역협의회를 조속히 구성해 반대측의 조직화를 사전에 차단한다’고 돼 있다.
또 다른 문건에는 ‘철원 등의 지역동향과 업무현황 정리한 일일동향을 작성해 청와대, 국무조정실, 국정원 등 유관기관에 통보한다’고 돼 있다.
2006년 12월 28일 국무총리실이 작성한 ‘추진상황 검점회의’ 문건에는 ‘댐건설 반대측에 대한 활동예산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조체제를 유지한다’는 대목도 있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닮은 꼴
국무총리실은 대선(大選) 정국을 고려해 댐건설 반대측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정치적인 활동도 행했다. 2006년 12월 국무총리실이 관련 부서에 보낸 대외비(對外秘) 문건(한탄강댐 조기착공 추진관련 시행여건 확충에 진력)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반대측이 감사원에 청구한 ‘국민감사’가 수용되지 않도록 ‘댐건설 적정성’에 대한 대응논리 발굴 병행 △내년 大選정국에 편승한 정치 이슈화도 예상 △철원군 반대투쟁위는 법적투쟁·국민감사 청구 등 지연전략을 구사하면서 ‘댐건설 백지화’의 大選 공약화 유도 및 찬성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 공언 △댐건설 사업 착수 여부의 관건인 내년도 예산(150억원) 확보와 국민감사 청구 심사에 대비 국회와 감사원에 대한 설득활동 강화>
그 무렵 건설교통부도 한탄강댐을 조기에 착공하기로 결정했다. 2006년 12월 건교부가 국무총리실에 보고한 ‘한탄강댐 건설관련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대선 정국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해 가급적 조기에 착공하되 착공식은 수자원공사 자체행사로 간소하게 추진한다’고 돼 있다.
이후 정부는 댐건설을 강행했지만 댐건설 취소소송이 제기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관련 소송을 기각하면서 공사는 재개됐다. 2012년 완공예정인 한탄강댐의 현재 공정률은 30%선이다.
이진복(李珍福) 의원은 “국무조정실이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법기관의 민간사찰을 지시하고, 정치적 계산하에 감사원, 건교부 등 부처기관 개입을 지시하는 등 직제상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며 “최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의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 경찰청도 민간인을 사찰했으므로 이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정부든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또 공직자에 대한 감찰활동도 할 수 있다. 물론 법적 근거를 두고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나 현 정권에서나 청와대가 개입된 총리실 감찰조직의 불법행위는 단절되지 않았다. 검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2005년 청와대 하명 사건 당시 지방공무원으로부터 떡값 받은 검사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에선 청와대 행정관이 총리실 직원에게 차명 휴대폰(대포폰)을 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했다.
지난 11월 ‘G20 서울 정상(頂上)회의’가 열리던 날 여야(與野) 정치권은 현 정권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대포폰’ 싸움을 벌였다. 똑같은 것은 젓가락만이 아니다.⊙
<○○○ 시장이 ○○경찰서장 등 10여 명에게 격려금 및 전별금을 준 사실에 대한 경찰청장의 조사결과 보고서가 미진하므로 조사심의관실이 재조사 후 보고할 것.>
청와대로부터 하명(下命)사건을 전달받은 조사심의관실은 2005년 7월 18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분주히 움직였다. 사건 현장이 지방이라 현지출장도 다녀왔다. 조사관들은 경찰청 보고서에 적시된 관련 업소의 업주와 종업원을 대상으로 확인서를 작성하고, 영수증의 허위(虛僞) 유무를 조사했다. 사건에 연루된 시청 공무원들은 서울 정부청사 조사심의관실로 호출해 진술내용을 녹음했다.
2005년 경찰청, 청와대에 허위보고
조사를 끝낸 조사심의관실은 2005년 7월 28일 대통령비서실에 ‘하명사건 조사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올렸다. 분량은 A4용지 116쪽이었다. 보고서에 적시된 조사결과는 이랬다.
<▲관련 민간인 조사결과
―‘○○갈비’ 업소 주인에게 확인한 결과, 2005년 4월경 시청 직원이 찾아와 ‘2004년 1월 시청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이 갈비식당에서 회식을 하였다’고 미리 작성된 내용의 확인서를 보여주며 식당 주인의 날인을 요구하여 업소 여주인은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날인함.
―‘○○주점’ 여종업원에게 확인한 결과, 2005년 4월경 직원 2명이 미리 작성된 업주 명의의 확인서를 소지하고 업소를 찾아와 대표자 날인을 요구하자 내용 확인도 하지 않고 날인해 주었으며, 시청 직원이 요구하는 대로 90만원짜리 영수증을 여종업원이 자필로 작성 발급.
―‘○○’에서 송별회식 여부를 확인한 결과, 업소대표 ○○○은 송별회식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경찰청에 제출된 확인서 및 영수증은 본인이 사인하지 않았다고 진술.
▲공무원 관련 부분
―○○○ 조사결과, 이틀 동안 조사한 결과 처음에는 경찰청 조사결과와 동일하다고 강력히 주장하다가 조사관들이 조사한 업주의 확인서를 제시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격려금 및 전별금이 모두 전달되었다고 시인. 그러나 확인서 작성을 거부하여 부득이 녹음을 통해 격려금과 전별금이 ○○ 경찰 간부들에게 전달된 경위를 녹취함.
―○○○ 조사결과,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상 사실대로 말하면 지역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본인이 횡령한 것으로 일관되게 주장하고 확인서까지 작성하였으나, 기초조사 내용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격려금과 전별금이 모두 전달되었다고 구두 진술.
▲사실관계
―조사결과, 경찰 공무원 10명에게 격려금 및 전별금이 모두 전달된 것으로 확인.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시청 공무원과 ○○경찰서장이 상호 공모(共謀)하여 회식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였으며, 그 조작한 서류로 경찰청 감찰조사에 임하여 결과적으로 허위 사실이 보고된 것으로 확인됨.>
이 사건을 다시 정리하면 청와대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 하명 사건을 내려보냈고 조사심의관실은 공무원과 민간인을 조사한 결과 경찰청의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검사 세 명 떡값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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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도 총리실 공직자 감찰조직에 하명사건을 하달했다. 사진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총리실 직원의 수첩에 적힌 ‘BH(청와대) 지시사항’이라고 적힌 메모 사본을 공개하고 있다. |
조사심의관실의 업무는 공직자 비리 및 감찰활동에 한정돼 있었다. 비리 혐의가 있는 공무원을 조사할 때는 피감찰자의 동의(同意)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감찰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민간인을 접촉해야 할 때는 절차가 더욱 까다롭다.
그런데 2005년도 청와대 하명 사건 조사 당시 조사심의관실 감사관이 민간인 업주 6명을 조사할 때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관이 업주 본인 명의의 확인서를 받지 않고 인척 명의로 확인서를 받은 것이다. 인척 명의의 확인서도 실제로는 감사관이 대필(代筆)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심의관실 감사관은 시청 공무원 2명을 총리실 별관에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회유와 유도심문를 했다. 다음은 감사관과 시청 공무원의 대화가 기록된 녹취록의 일부다.
<감사관1: 그래서 그렇게 말을 맞추기로 한 거는 그걸 한번 검토해 보라고 했습니까.
시청공무원: 자꾸 그렇게 묻지 마십시오. 아주 괴롭습니다.(중략) 아이, 유도하지 마세요.
감사관1: 그러니까 똑같은 거 아닙니까.
시청공무원: 아이, 유도, 유도하지 마세요. 잘 아시면서….
감사관1: 제가 아는 게 사실인 거, 그러면 확실한 거죠.>
“사정비서관이 구속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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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개입된 총리실 민간인 사찰 의혹에 검찰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시청공무원: 전별금 세 분은 여자 검사가 한 분 있었어요. 세 분이 (대검찰청 감찰실 조사를 받을 때) 시 관계자가 와서 봉투를 놓고 갔는데 돌려주지 못한 것은 본인의 실수라고 자백했더라고요.
감사관1: 가시기 전에 미리 확인서 받아 놓으신거고요? 그쪽.
시청공무원: 그렇지요. 우리는 가기 전에 벌써 다 준비해 놨어요.(중략)
감사관1: 검찰, 경찰 다 받으신 거고 다만 경찰은 자주 대하기 때문에 경찰하고 같이 (회식)한 걸로 하시기로 한 거고요. 그렇지요?
시청공무원: 네.>
조사심의관실 관계자는 검사들에게 ‘떡값’을 제공한 ○○시장과 돈을 전달한 시청 공무원들의 구속여부를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결정한다는 말도 했다.
<시청공무원: 비록 쓰지는 않았더라도 좀 어떻게, 처신하면 되니까요. 해 주십시오.
감사관2: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그(구속 여부) 결정은 우리 사정비서관님께서 하실 테니까 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의견은 말씀드릴게요.>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면 이는 불법이다. 조사심의관실 관계자의 말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장과 시청공무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더군다나 ○○시장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조사심의관실의 혐의내용이 사실이라면 무사할 리가 없었다. 떡값을 받은 검사와 경찰간부들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이상하게도 조사심의관실에 재조사를 지시했던 사정비서관은 조사종료 한 달 뒤 일신상의 이유로 청와대를 그만뒀다.
법대로 움직여야 할 조직이 법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청와대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은 이렇게 움직였다.
점수로 감찰활동 독려
당시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2005년 10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감찰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에 대해 모(某) 법무법인에 용역을 의뢰했다. 2006년 4월 총리실에 제출된 보고서는 감찰활동에 대해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
<△비록 피감찰자의 동의(同意)가 전제되더라도 헌법상 절차적 기본권은 포기대상이 아니므로,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적법 절차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일반행정공무원인 감찰자는 현행범을 대상으로 피감찰자의 동의(同意)하에 비리 혐의사실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하고 증거물을 수령하여 수사기관에 넘기는 중개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권한 밖의 역할이 필요한 경우는 수사기관과 공조로 해결).>
보고서는 구체적인 행위와 주의사항에 대해 별도로 작성했다.
<△조사 당시 정치적으로 ‘뉴스메이커’인 대상을 감찰하는 경우에는 표적수사의 시비를 차단하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행할 때는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피감찰자 또는 당사자를 촬영한 사진 등을 제3자가 알지 못하도록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 △감찰활동시 범죄수사를 위한 차적 조회가 가능하려면 금품 수수 현장을 목격하거나 신뢰성 있는 제보에 기초하는 등 상당한 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계좌추적에 대해서는 별개의 법령에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행정공무원이 임의로 피감찰자의 계좌 추적이 불가능하다. △피감찰자로부터 확인서를 작성·교부받을 때에는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수사기관에 신병을 넘겨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토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형이 확정되기 전이나 공소제기 전의 비리혐의자에 대한 피의사실을 언론 등에 공개하는 것은 공표사실의 진실성이나 허위 여부를 불문하고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조사심의관실 소속 공무원이 공직자에 대한 감찰활동을 할 수 있는 조직법적 근거는 있지만 일반행정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및 기본권 침해소지가 있어 관련 법률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조사심의관실은 법적 보완이 필요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업무를 계속 수행했다.
2006년 조사심의관실은 ‘감찰요원 실적평가 기준’을 마련해 감찰업무를 독려했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하명사항을 수행할 때는 가점을 부여하고, 적발대상의 직급 및 금액, 관련자의 조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했다. 현장적발 및 비리첩보 대상이 3급 공무원 이상일 때는 3점, 4~5급 공무원은 2점, 6급 공무원 이하는 1점을 부여했다. 또 적발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3점, 100만~1000만원이면 2점, 100만원 이하이면 1점 등으로 차등을 뒀다. 하명 사건의 경우 국무총리 보고사항은 5~6점, 장관 보고사항은 3~4점을 부여했다. 비리첩보의 확실성에 따라 피감찰자가 형사처벌(의원면직 포함)을 받을 때는 3점, 기소·징계를 받을 때는 2점을 줬다. 감찰업무에 법적 하자 논란이 있음에도 오히려 점수를 통해 감찰활동을 강화했던 것이다.
꼬리곰탕과 만두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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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8월 당시 총리실은 철원, 연천 주민들이 한탄강댐 건설을 반대하자 경찰청, 건교부 등을 동원해 주민동향을 파악하는 등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
<월간조선>이 입수한 문건은 ‘국무총리실 영구·준영구 기록물 목록’,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 직원연찬회(2004·2006·2007년도), 감찰활동 가이드 라인, 차적조회단말기 관련 문건, 하명사건 조사결과 보고서 등이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생산한 문건은 1200여 건이다. 주요 기록물은 사정기관 실무자협의회, 부패방지위원회, 공직기강확립 업무, 민생경제 침해사범 관련, 비위첩보자료 등이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조사심의관실 영구·준영구 기록물 목록’을 보면 “이런 것도 업무활동에 들어갈까” 싶은 제목의 보고서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꼬리곰탕(2003년)’ ‘만두소 사건 대통령님 지시사항(2004년)’ ‘탄핵의결관련 여론동향 보고(2004년)’ ‘전교조 탄핵무효 시국선언 관련 수사상황(2004년)’ ‘(청와대)하명사건 조사결과 보고(2005년)’ ‘부동산제도 개혁방안 시장반응 조사결과(2005년)’ ‘전국농민대회 상황종합(2005년)’ ‘노근리사건(2006년)’ ‘경품용 상품권(2006년)’ ‘언론보도대응(2007년)’ ‘서울숲 힐스테이트(2007년)’.
당시 국무총리실은 노무현 정권의 실세였던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2004년 6월부터 2006년 3월까지)가 맡고 있었다. 후임은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였다.
문건은 제목만 봐도 조사심의관실의 업무영역을 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심의관실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결 이후 고건(高建) 권한대행의 업무평가와 관련해 연령별·성별 여론동향을 인터넷·전화를 통해 수집했다. 또 부동산 대책 발표에 따른 시장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민간인을 상대로 여론을 수집하는 것도 업무를 벗어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조사심의관실은 2004년 6월 공직기강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용(用) 차적조회 단말기를 설치했다. 조사심의관실은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공직자와 민간인을 대상으로 총 1645건의 차적조회를 실시했다.
무단으로 차적조회 단말기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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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권 당시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차적조회 단말기를 설치했다고 밝힌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 |
차적조회는 해가 갈수록 늘었다. 2004년에 207건, 2005년에 290건이었던 것이 2006년에는 558건이었고, 2007년에는 590건이었다. 차적조회는 ‘금품 수수 현장을 목격하거나 신뢰성 있는 제보에 기초하는 등 상당한 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용역보고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차적조회기는 지금도 총리실에 설치돼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2010년 9월 30일까지 실시된 조회 건수는 총 707건이다.
노무현 정권의 총리실 차적조회 문제를 제기한 이진복(李珍福) 한나라당 의원은 “참여정부의 조사심의관실은 초법적인 감찰권한을 남용했고 민간인도 사찰했다”며 “검찰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실의 공직자 감찰기능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당시 국무총리실에 설치된 사회정화위원회가 모태다. 사회정화위원회는 ‘정의사회(正義社會) 구현’이라는 국정목표하에 민간부문 정화활동과 공직자 부패방지 업무를 맡았다. 이 조직은 김영삼 정권 때 ‘국무총리실 제4조정관실’로 바뀌었다가 김대중 정권 때 ‘조사심의관실’로 변경됐다.
이 조직은 노무현 정권 때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조사심의관실은 주요 부처 공무원들을 파견받아 기능이 강화됐다. 조사심의관을 반장으로 하는 ‘합동점검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합동점검반은 조사심의관실 직원과 검찰·경찰·국세청·금감원·행정자치부·법무부 등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로 구성됐다. 노무현 정권의 공직 감찰기능은 국무총리실 민정2비서관실까지 확대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감찰기능이 각 부처 감사관실로 이관되면서 ‘조사심의관실’과 ‘합동점검반’이 폐지됐다. 그러나 미국 쇠고기 파동으로 정권이 흔들리면서 2008년 7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됐고 감찰기능이 부활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이명박 대통령 비하 동영상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을 불법으로 조사했다. 현재 검찰이 민간인 사찰을 담당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과 청와대 인사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댐건설 반대 측에 예산지원 차단
<월간조선>은 노무현 정권 당시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20여 건의 ‘한탄강댐 후속조치 운영계획’(150쪽 분량) 문건도 입수했다. 국무조정실은 청와대의 지시로 2006년 당시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건설교통부, 경찰청을 동원해 지역단체의 민간인 동향을 조사하고 친(親)정부 성향의 어용단체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탄강댐 건설계획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임진강 유역의 홍수방지를 위해 추진돼 온 정책이다.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에서 발원해 철원, 포천을 지나 임진강과 만난다. 댐 건설은 환경파괴를 이유로 지역민들의 반대가 심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댐 건설 계획은 계속됐다. 정부는 2005년 8월 이해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特委)는 1년 뒤인 2006년 8월 댐 건설을 확정했다. 해당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반대운동을 전개됐고, 법원에 행정처분 취소소송까지 냈다.
당시 국무총리실은 댐건설 반대단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부처 회의를 수시로 여는 등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대책회의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건교부 차관, 국방부 팀장, 경찰청 정보국장, 환경부 국장 등이 참여했다. 회의 주재는 총리실 국무조정실장과 청와대 사회문화조정관이 번갈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과 건교부는 지역단체 간부와 주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조사했다. 특히 경찰청은 철원·포천·연천의 지역동향을 파악하면서 댐건설 관련 9개 단체 간부 46명의 이름과 나이, 주요경력, 성향 등을 상세히 파악해 대책회의에 보고했다. 2006년 10월 경찰청이 작성해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한 대책회의에 보고된 문건에 따르면, 해당지역의 전·현직 국회의원, 군수, 군의장, 도의원, 군의원의 강성·중도·온건으로 분류돼 있다.
총리실은 관련 기관(환경·국방·농림부)과 지방자치단체(연천·포천·철원·파주)에 주민대표, 시민단체 위원을 추천받아 ‘한여울 지역발전협의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2006년 9월 19일 작성된 ‘후속조치 1차 점검회의’ 문건에는 ‘한여울 지역협의회를 조속히 구성해 반대측의 조직화를 사전에 차단한다’고 돼 있다.
또 다른 문건에는 ‘철원 등의 지역동향과 업무현황 정리한 일일동향을 작성해 청와대, 국무조정실, 국정원 등 유관기관에 통보한다’고 돼 있다.
2006년 12월 28일 국무총리실이 작성한 ‘추진상황 검점회의’ 문건에는 ‘댐건설 반대측에 대한 활동예산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조체제를 유지한다’는 대목도 있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닮은 꼴
국무총리실은 대선(大選) 정국을 고려해 댐건설 반대측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정치적인 활동도 행했다. 2006년 12월 국무총리실이 관련 부서에 보낸 대외비(對外秘) 문건(한탄강댐 조기착공 추진관련 시행여건 확충에 진력)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반대측이 감사원에 청구한 ‘국민감사’가 수용되지 않도록 ‘댐건설 적정성’에 대한 대응논리 발굴 병행 △내년 大選정국에 편승한 정치 이슈화도 예상 △철원군 반대투쟁위는 법적투쟁·국민감사 청구 등 지연전략을 구사하면서 ‘댐건설 백지화’의 大選 공약화 유도 및 찬성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 공언 △댐건설 사업 착수 여부의 관건인 내년도 예산(150억원) 확보와 국민감사 청구 심사에 대비 국회와 감사원에 대한 설득활동 강화>
그 무렵 건설교통부도 한탄강댐을 조기에 착공하기로 결정했다. 2006년 12월 건교부가 국무총리실에 보고한 ‘한탄강댐 건설관련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대선 정국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해 가급적 조기에 착공하되 착공식은 수자원공사 자체행사로 간소하게 추진한다’고 돼 있다.
이후 정부는 댐건설을 강행했지만 댐건설 취소소송이 제기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관련 소송을 기각하면서 공사는 재개됐다. 2012년 완공예정인 한탄강댐의 현재 공정률은 30%선이다.
이진복(李珍福) 의원은 “국무조정실이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법기관의 민간사찰을 지시하고, 정치적 계산하에 감사원, 건교부 등 부처기관 개입을 지시하는 등 직제상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며 “최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의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 경찰청도 민간인을 사찰했으므로 이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정부든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또 공직자에 대한 감찰활동도 할 수 있다. 물론 법적 근거를 두고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나 현 정권에서나 청와대가 개입된 총리실 감찰조직의 불법행위는 단절되지 않았다. 검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2005년 청와대 하명 사건 당시 지방공무원으로부터 떡값 받은 검사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에선 청와대 행정관이 총리실 직원에게 차명 휴대폰(대포폰)을 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했다.
지난 11월 ‘G20 서울 정상(頂上)회의’가 열리던 날 여야(與野) 정치권은 현 정권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대포폰’ 싸움을 벌였다. 똑같은 것은 젓가락만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