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반도 둘러싼 美·中의 각축-중국의 對한반도 정책 : 월간조선

“미(美) 항모(航母) 조지 워싱턴호가 앞으로 수개월 내 서해에서 실시될 한미(韓美)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할 것이라고 미 국방부 대변인이 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이에 대해 논평해 달라.”

“우리 중국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여러 차례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는 관련국이 (이 문제에 대해 이미 밝힌) 중국의 관심과 입장을 엄숙하고 진지한 자세로 대해 줄 것을 촉구한다.”

8월 6일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 명의로 중국 외교부 웹페이지에 발표된 문답(問答)내용이다. 중국 외교부는 매주 두 차례 실시하는 브리핑을 7월과 8월 두 달 동안은 여름휴가를 이유로 개최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 외교부의 입장을 꼭 밝혀야 하는 사안이 있을 때 당직을 맡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외교부 웹페이지에 올려놓는다.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앞으로 실시되는 서해 상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할 거라는 한국 측 보도에 대해서는 중국 외교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가상(假想)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미 항모의 서해 진입에 대해서는 어떻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라는 점을 거듭 분명히 밝힌 것이다.

2010년 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 침몰 사건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근원적으로 변화된 것은 아닌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것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 구조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북한을 중시하던 정책이 그 근본이 바뀌지 않은 가운데 다시 표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근년에 무슨 이유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한국보다는 북한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뀐 것인가 등등을 점검해 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中, 전통적으로 한국 무시ㆍ불인정

천안함 피격 침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합동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우리 국방부가 발표한 서해 훈련에 대해 중국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히고 나섬으로써 훈련은 7월 25일 동해로 옮겨 실시되는 좌절을 겪었다. 이에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4월 30일 상하이(上海) 엑스포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불과 사흘 뒤에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김정일(金正日)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을 접견하면서 이른바 ‘중ㆍ조(中朝)친선’을 과시함으로써 전통적인 중국과 북한 관계가 부활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중국의 진정한 얼굴이 이런 것이었는데 미처 몰랐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60년 전 한국전쟁 때 보여준 중국의 인민지원군(사실상의 정규군) 파견과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전쟁 성격 규정 용어에서 명확히 드러난 것처럼, 중국의 전통적인 한반도 정책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와 한국에 대한 무시와 불인정 정책이었다.

한국전쟁 휴전 다음 해인 1954년 4월 26일 제네바에서 열린 전후 회담에 참가한 중국은 “한반도에서 일체의 외국 군대 철수와 남북한 자유선거에 의한 통일”을 내세운 북한의 주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973년 6월 23일 김일성(金日成)이 제시한 ‘통일 3원칙과 5개항 강령’에 대해서도 중국은 “전체 조선 인민의 조국 통일에 대한 강렬한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베이징 대학 류진즈(劉金質) 교수가 2007년 8월에 발표한 논문 <중국의 조선반도 국가에 대한 정책>에 따르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인 관점은 ‘미국에는 한반도가 중국에 대한 억제(containment) 정책을 펴기 위한 발판’이며, 소련에는 한반도가 ‘중국에 대한 포위망의 일부’라는 것이었다.

중국은 그런 관점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한편,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에서 북한과 광범위한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중국 자신들에 대한 억제 정책을 구사하기 위해 구축한 ‘괴뢰(puppet)정부’로 호칭한 것이 중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정부에 대해서는 ‘박정희 도당(徒黨ㆍclique)’으로 호칭하기까지 했다.

韓中수교 계기로 남북 간 균형외교로 전환

그러나 중국의 그런 북한 편향적인 한반도 정책은 좌적(左的) 이데올로기에 따른 통치를 했던 마오쩌둥(毛澤東)이 1976년 사망하고, 1978년 말 정권을 잡은 실용주의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등장으로 근본이 바뀌었다.

때마침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이 대만,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NIES(신흥공업국)로 규정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고, 중국을 경제발전 위주의 실용주의의 나라로 안내한 덩샤오핑의 결단으로 1992년 8월 한중(韓中)수교가 이뤄지면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중국이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중국은 남북한 쌍방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제시하는 적극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이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역할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임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남북한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도록 촉구하며, 중국은 남북한 양측과 모두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 중국 한반도 정책의 기본 골격이 됐다.

그러나 1992년의 한중수교를 계기로 남북한과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중국의 희망은 한중수교를 자신들에 대한 배신행위로 규정한 북한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정책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거리가 가까운 것으로 한국이 인식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구나 북한이 한중수교가 이뤄진 다음 해인 1993년 3월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핵(核)무기 개발 의도를 노출하자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2006년 10월 실제로 핵폭발 실험을 실시하면서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베이징 대학 류진즈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북한의 핵개발 정책은 중국의 외교에 다음과 같은 변화를 안겨주었다.

우선 북한 핵문제는 미국만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결코 아니며, 중국이 국제사회를 끌어들여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중국 지도자들이 갖게 됐다.

중국의 표변

2008년 6월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평양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 중국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이유는, 북한 핵문제가 중국 자신의 국가전략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많은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개발은 동북아(東北亞)에서 핵개발 도미노 효과를 유발해서 일본과 한국, 타이완이 핵무기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게 할 우려가 있는 문제로,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이 전략적(戰略的)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또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타격할 가능성과 함께 김정일 정권의 몰락과 한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이라는 사태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는 사안인 것으로 판단됐다. 그럴 경우 동북아는 중국이 컨트롤하기 힘든 새로운 전략적 구조 아래 놓이게 될 것으로도 보였다. 그런 상황이므로 중국은 결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라는 판단을 내렸다.

중국이 미국이 권유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者)회담의 의장국을 맡은 것은 그런 외교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2003년에 시작해서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전까지 6년간 열린 6자 회담을 통해 중국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한을 압박하기도 하고, 김정일을 중국으로 초청해서 경제발전 지역을 견학하게 하는, 말 그대로 ‘당근과 채찍(Carrot and Stick)’ 정책을 구사했다. 중국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 여러 차례 특사(特使)를 파견하여 핵포기를 종용하는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도 했다.

적어도 2009년 5월 북한이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까지도 중국의 북한정책은 외교적 제재와 경제원조를 통한 회유를 동시에 구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국의 정책에 따르면, 천안함을 공격하여 침몰시킨 북한의 행동은 제재를 가해야 할 대상이 되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는커녕, 유엔 안보리(安保理)가 7월 9일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할 때 러시아와 함께 성명이 북한을 직접 지칭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후진타오ㆍ시진핑, 선배세대보다 더 혁명성 강해

북한산 철광 원석들을 가득 실은 중국 트럭들이 중국 투먼 세관에서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후진타오 주석이 5월 초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일을 환대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과시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 정부의 외교적 체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 사실은 3개월이 흐른 8월 중순 현재까지도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뀐 것일까.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조가 최근에 중요한 변화를 했는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1992년의 한중수교 이후 지금까지 18년간 한국 정부가 중국의 한반도 정책, 북한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와 관련 미 클레어몬트 연구소 아시아연구센터 책임자로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과 지린대학 겸임교수를 한 적이 있는 중ㆍ미 관계 전문학자 탕번(湯本)이 최근 홍콩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시사주간 <아주주간>(亞洲週刊)에 기고한 ‘미국의 중국정책에는 지혜가 결핍되어 있다(美國對華政策缺乏智慧)’라는 기고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탕번은 이 글에서 천안함 사태로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ㆍ중 관계가 갈등에 빠진 상황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고문들이 중국 지도자들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후진타오와 앞으로 총괄하게 될 현 국가부주석 시진핑(習近平)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조언자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탕번은 “후진타오가 1964년 10월 6일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을 읽어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1964년이면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혁명이 진행되기 2년 전이다. 후진타오는 이 당시 칭화(淸華)대학 학생이었다. 그런 후가 <인민일보> 제6면에 기고한 글의 제목은 ‘음악 무도 서사시 동방홍(東方紅)을 본 이후 나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이다.

“구(舊) 중국의 참중(慘重)한 고난, 혁명 선배들의 선혈로 이루어진 혁명투쟁, 승리의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천안문의 정경, 사회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건설로 번영하는 모습들은 나를 가르치고 채찍질하네… 음악 무도 서사시 동방홍을 보고 나는 마오(毛) 주석의 위대함과 영명함을 알게 됐으며, 당과 함께 흔들림 없이 달려갈 것이라는 결심을 했다… 우리는 결코 선배들의 피로 물든 희생으로 이뤄진 혁명을 우리가 잃어버리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탕번의 지적은 대학생 시절에 마오쩌둥에 매료돼 혁명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갈 것을 맹세하는 글을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기고한 공산주의청년단 단원 후진타오의 본래의 얼굴은 물론, 역시 청년시절부터 당간부로 커온 미래의 지도자 시진핑의 본래 얼굴에 대해 현 미국대통령의 외교안보팀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942년생으로, 1949년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후 초등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한 후진타오는 그 이전의 덩샤오핑(1904년생)이나 장쩌민(1926년생)과는 사상적 배경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후 5년 뒤에 출생한 시진핑 역시 그의 선배 혁명가들보다 훨씬 더 혁명성이 강한 지도자라는 진단인 것이다.

후진타오ㆍ시진핑, 서울보다 평양 먼저 방문

탕번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992년 5인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뒤 첫 해외방문지가 북한 평양이었다는 사실은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고 있었다. 현 국가부주석으로 오는 2012년 후진타오에 이어 중국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시진핑 역시 1998년 저장(浙江) 성장(省長) 시절 평양을 먼저 방문하고, 곧이어 서울을 방문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 역시 우리 당국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후진타오나 시진핑의 긍정적 평가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우리의 대중 외교는 북한에 대한 중국 정치 지도자들의 긍정적 평가 수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진행해 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현 중국 지도자들이 이끄는 중국 외교의 기본 노선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오해와 관련, 올해의 전국인민대표 대회가 개최 중이던 지난 3월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밝힌 견해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양제츠는 당시 미 CNN 기자가 “외국인들이 이해해야 하는 중국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이며, 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라고 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현재 외부에서 중국을 볼 때 가장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 점은 중국의 대외적(對外的) 표현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고 말하는 점이다. 내 생각에 원칙을 지킨다는 것과 강경해진다는 것은 같은 말일 것이다. 중국에 외교란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명맥 이미 장악”

그렇다면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근본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어떤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일까.

한반도 정책에 관한 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양제츠 외교부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국 지도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것이 곧 중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답을 암송해서 노래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토론방에 익명으로 기고하는 중국 지식인들의 솔직한 고백은 중국이 생각하는 요즘의 한반도 정책 가운데 변화된 부분이 무엇인가를 짐작하게 해 준다. 다음은 천애(天涯)라는 인터넷 토론방에 루젠(陸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5월 27일에 올려놓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의 구체적인 실현’이라는 글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관한 한 중국은 이미 북한의 경제적인 명맥(命脈)을 장악했다. 중국은 이미 북한에 대해 대체 불가능한 무역 상대국이 됐다. 한국의 대한무역진흥공사의 통계로도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60%가 넘었다. 다음으로 중국은 북한의 에너지 명맥을 장악했다. 현재 중국은 외화(外貨)가 부족한 북한에 수입량의 70~90%를 우대가격으로 공급해 주고 있다. 투자면에서도 중국은 북한의 가장 주요한 투자국이 됐다. 이상의 세 가지 점으로 보면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중국을 떠날 수 없는 나라가 됐고, 만약 중국이 북한과의 무역을 감소시키거나 단절할 경우, 북한의 경제는 붕괴될 것이다.”

루젠의 글은 북한이 경제적으로만 아니라 정치, 외교, 문화적으로도 중국의 곁을 떠날 수 없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유일한 강대국 친구이며, 중국 이외에는 북한의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가 없으며, 물질문화와 정신적인 면에서도 중국 없이는 북한의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루젠의 글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북한의 핵문제, 미국의 개입 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북한의 핵실험은 극히 위험한 모험주의적 행위임이 분명하다.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간섭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형성된 동북아의 역학구도는 중국의 이익과 맞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금융위기가 가져온 국내 사회경제적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더 급하고, 미국 외교와 군사의 중심은 아프간과 반(反)테러 전쟁에 두고 있지, 한반도에 두고 있지 않다. 미국이 단기간 내에 북한에 대해 전쟁을 발동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中, 미국發 금융위기 이후 對 한반도 정책 변화

비록 익명(匿名)의 지식인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글이지만 그의 논리 전개를 중국의 외교적 행동에 적용해 볼 경우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한마디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2008년에 시작된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그 기본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실정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의 국내 사회정치적 문제 해결과 아프간, 이라크 문제 해결에 몰두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정책의 실패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에서 자가 생존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한 상태에서 대(對)북한 정책의 기조를 바꾸었을 가능성을 제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통적인 북한 일변도의 한반도 정책을 펴던 시대에서,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던 시대도 이미 종결됐으며, 현재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정치, 안보적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확보한 이후의 한반도 정책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천안함 피격 침몰 후 한국과 미국이 서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려는 계획에 대해 중국이 보여준 다소 지나칠 정도의 단호한 반대의사 표명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또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 외교당국의 면밀한 분석과 진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지지 일변도에서 균형외교로 변한 데 이어 이미 북한에 대한 부동(不動)의 영향력을 확보한 이후의 제3의 한반도 정책을 이미 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현 중국지도부의 성향이 덩샤오핑, 장쩌민 등 두 전임자와는 다른 것이어서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든, 아니면 이미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상실한 북한에 대해 보호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것이든, 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무언가 기조(基調)가 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보아야 할 단계인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