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絶對惡이고 시장은 絶對善’이라는 二分法에서 벗어나겠다.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조화시켜 나가며 소외 계층의 이익을 보호해 주기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겠다”(캐머런 보수당 당수)
- 과감한 혁신으로 정권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당수.
“영국 보수당은 곧 공중 분해될지 모른다.”
2005년 3월 제프리 위트크로프트는 <영구 보수주의의 이상한 종말>이라는 책에서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지적이었다. 1997년 總選(총선) 패배 이후 보수당은 萬年野黨(만년야당)으로 전락한 듯했다. 보수당은 2001년과 2005년 총선에서도 연이어 苦杯(고배)를 마셨다. 그 결과 윌리엄 헤이그, 이안 던컨 스미스, 그리고 마이클 하워드 黨首(당수)가 연이어 불명예 퇴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렸던 보수당 전당대회가 막을 내린 2009년 10월 초 현재, 위트크로프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보수당의 再(재)집권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현지 정계ㆍ학계ㆍ언론계의 공통된 견해다.
10월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ICM은 보수당이 여당인 노동당을 19%나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유고브社(사)의 여론조사에서도 17% 차이로 보수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당의 再起(재기)에는 두 가지 돌발 변수가 큰 기여를 했다.
첫째,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영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2009년 1분기 동안 국내총생산은 前年 同期(전년 동기) 대비 4.9%나 급감했다. 실업률은 7.2%에 달했다. 우려했던 국가부도 사태는 안 일어났지만 시간이 지나도 실업률은 낮아질 줄 몰랐다. 2분기 실업률은 7.9%에 이르렀다. 1997~2007년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고든 브라운 現(현) 총리는 ‘경제 위기의 主犯(주범)’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둘째, 지난 5월에 터진 의원 경비 스캔들도 여당인 노동당에 대한 신뢰를 뒤흔었다. <데일리텔레그라프>紙(지)의 특종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의원들은 경비를 허위청구하거나 지극히 私的(사적)인 일에 國稅(국세)를 물쓰듯 사용했다.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이 스캔들에 연루되었지만 브라운이 이들에 대한 제재를 망설이는 사이 노동당에 대한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이로 인해 노동당 출신인 마이클 마틴 하원의장이 사임했다. 하원의장 사임은 169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연만으로 보수당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보수당의 지지율 우위는 경제위기나 스캔들이 일어나기 전부터 시작됐다. 4년 전 데이비드 캐머런(43)이 보수당 당수가 되면서부터 보수당은 근소한 차이로나마 노동당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때문에 보수당의 재기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캐머런이 주도한 보수당의 혁신 노력을 살펴봐야 한다. 재정 위기 속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보수주의 국정운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 보수당의 혁신은 세 차례에 걸쳐서 이뤄졌다.
청년ㆍ여성층 공략 위한 혁신 단행
1차 혁신은 보수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지지층의 外延(외연)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캐머런이 당수 선거에 출마할 즈음 보수당은 “腦死(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이미지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보수당원이 아닌 응답자 중 약 4분의 3이 “보수당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없다”, “보수당은 국정 운영 능력이 없다”고 답했다.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은 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보수당은 35세 미만의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苦戰(고전)했다. 당원들 중 이들의 비율은 5%대에 머물렀다. 젊은층 거의 모두가 보수당을 외면했다.
少數(소수) 인종 사이에서의 인기도 형편없었다. 이들 사이에서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ㆍ자유민주당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들이 보수당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여성 유권자들은 1928년 여성 參政權(참정권)이 주어진 이래 보수당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여성 유권자들은 2005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보수당보다 노동당을 선호했다. 여성 유권자들의 이탈은 보수당의 총선 3連敗(연패)에 큰 기여를 했다.
2005년 10월 3일 블랙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수 선거 후보 소견발표에 나선 캐머런은 보수당에 참신한 정책 代案(대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으면서 여당의 失政(실정)을, 경제가 나빠져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것만 기다리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미 국민들은 노동당 정부에 대해 실망할 대로 실망했지만, 제1야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그해 12월 6일, 두 달여에 걸친 우편투표 및 집계 과정을 거쳐 캐머런의 승리가 확정됐다. 이날 그는 “정부는 ‘絶對惡(절대악)이고 시장은 絶對善(절대선)’이라는 二分法(이분법)에서 벗어나겠다”면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조화시켜 나가며 소외 계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래 보수당의 간판 정책이었던 減稅(감세) 정책도 재검토, 財政健全性(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감세로 인해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稅入(세입)이 늘어날 경우, 이를 의료 시설 확충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이와 함께 캐머런은 젊은층의 정서에 부합하는 정책 개발에 나섰다. 젊은이들이 아프리카·東南亞(동남아) 등지에 대한 원조·구호 정책에 관심이 많다는 데 착안, 全(전) 세계의 빈곤·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같은 이유에서 환경정책도 대폭 강화했다. 우선 당의 심벌을 녹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나무 모양으로 바꿨다. 그리고 환경컨설팅회사 ‘샌크로프트 인터내셔널’의 존 거머 회장과 환경운동가 잭 골드스미스에게 지구온난화 방지 등 환경정책을 개발하도록 의뢰했다.
여성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캐머런은 보수당 소속 의원 중 6%에 불과(2006년 현재)한 여성 의원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보수당의 승리가 유력시되는 선거구의 50% 가량을 여성 후보에게 공천하겠다고 선언했다. 남녀 간 임금격차를 시정하기 위한 공정임금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캐머런은 ‘극소수 특권층만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매년 겨울 개최해 온 화려한 무도회를 취소하고, 이제까지 한적한 해안 리조트에서 열어 왔던 전당대회를 대도시에서 열었다.
캐머런은 정책 입안 과정을 개방형으로 바꿨다. 그는 사회정의, 삶의 질, 세계화와 빈곤, 국가 및 국제 안보, 경제의 국제 경쟁력 그리고 공공 서비스 개선의 6개 분야에 걸친 정책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고 위원회의 활동 내용 전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캐머런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입소스 모리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캐머런이 당수직을 맡은 직후부터 보수당의 지지율이 노동당을 앞서가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도 보수당의 善戰(선전)은 계속됐다. 2006년 5월과 6월, 2007년 3월에는 보수당 지지도가 30%대를 훌쩍 넘겨 41%에 이르렀다.
고든 브라운 등장에 대응해 2차 혁신 단행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7년 6월 27일, 블레어 정부의 재무장관이었던 고든 브라운이 총리가 된 것이다.
캐머런은 브라운을 만만하게 봤다. 그는 브라운이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브라운은 미디어 정치에 미숙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면 표정이 굳었고 말을 더듬었다. 게다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톰 바우어가 <고든 브라운, 총리>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에게는 외톨이 기질이 있었다. 그가 친분을 나누는 대상은 대부분 학자들뿐이었다.
때문에 브라운이 총리가 되면 보수당 집권은 따놓은 당상인 듯했다. 하지만 브라운이 다우닝가 10번지(영국 총리관저의 별칭)에 입성하자 정당별 지지도가 급변했다. 국민들은 테러 사건과 홍수, 口蹄疫(구제역) 등 집권 직후 연이어 터진 위기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한 브라운의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와 함께 노동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그해 7월 19일에 있었던 일링 사우스헐과 세지필드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은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차기 총선에서의 승리도 물 건너간 듯했다.
그러자 보수당 내에서 당수 교체론이 고개를 들었다. 일부 당원들은 당수 신임을 결정하는 1922위원회(1922년에 첫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편집자 주)에 서한을 보내 캐머런 퇴진을 요구했다.
존 레드우드 등 당내 右派(우파) 인사들은 “캐머런은 에드워드 히스보다 더 골칫거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히스는 1970~1974년 총리로 있으면서 일련의 개혁정책을 추진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실패했던 인물로 보수당 내 우파의 영웅인 마거릿 대처의 政敵(정적)이었다. 레드우드 등은 “보수당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캐머런이 히스보다 더 무모한, ‘변화를 위한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궁지에 몰린 캐머런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또 한 번의 혁신을 단행한 것이다. 캐머런은 보수주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과 중산층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제시했다. 당내 우파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었다.
서민 감세案 등 제시
캐머런은 한때 단속과 처벌 위주의 치안 정책을 비판했지만, 그해 8월에 행한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강력한 민생치안 정책을 내놓았다. 그는 폭력을 유발하는 비디오게임 규제, 학교 내 규율 정립 등을 제시하는 한편, “교도소 수용 인원을 크게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범법자들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007년 10월 1일 막을 올린 전당대회에서 캐머런의 오른팔이자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ㆍ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각료가 될 후보들로 구성된 내각)의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감세案(안)을 공개했다. 25만 파운드(4억7500만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買入印紙稅(매입인지세)를 면제하고, 상속세 감면폭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이 감세안은 감세로 인한 稅收(세수) 부족분은 이제껏 세금을 내지 않았던 영국 체류 외국인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메우겠다고 했다. 이는 재정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같은 달 8일 캐머런은 런던에 위치한 아동복지단체인 ‘찬스 UK’에서 복지 정책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는 “노동당 집권 기간 중 극빈층이 60만명, 실업수당 수령자가 500만명이나 증가하는 등 빈곤 문제가 크게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빈곤층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정부가 주도하는 복지 정책을 꼽고, 대안으로 복지 정책을 정부주도형에서 종교ㆍ자원봉사 단체 등이 핵심이 되는 시민주도형으로 전환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폴리시 익스체인지’에서 가진 연설에서는 이민법 개정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민자의 숫자에 제한을 둔다는 것이 골자였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이나 소수 인종에 대한 편견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추세대로 이민자 수가 늘어날 경우 복지 비용이 폭증해서 국민들에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것도 평범한 유권자들의 바람을 그대로 정책으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공무원 임금삭감 공약
혁신은 성과를 거뒀다. 우선 보수당 내에서 당수 교체론이 수그러들었다. 지지율 추세도 反轉(반전)됐다. 두 자릿수대까지 벌어졌던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10월 전당 대회 직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11월에는 다시 보수당이 앞섰다.
특히 보수당에 고무적이었던 것은 총선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경합 선거구(양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경합을 벌이는 선거구)에서의 지지도 양상이었다. ICM이 10월 83개 선거구를 조사한 결과 보수당은 노동당을 6%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당 재집권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는 듯했다. 하지만 캐머런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차 혁신의 배경에는 재정위기가 있었다. 經濟難(경제난)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캐머런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야당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공공지출을 늘려서 달콤한 공약들을 늘어놓아야 한다는 것은 정치의 상식이다(그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영국의 재정 상황은 최악이었다.
2009년 예상 정부 부채는 1750억 파운드(332조5000억원)로 국민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규모였다. 노동당 정권이 대규모 감세와 지출 정책을 竝行(병행)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다.
캐머런은 상식을 거스르는 도박을 했다. 강력한 긴축 재정을 약속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0월 6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림자 내각의 재무장관 오스본은 긴축정책을 내놓았다.
우선 노동당 정부가 2026년부터 연금수령 연령을 66세로 높이기로 했던 것을 10년 앞당겨 2016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는 이를 통해 매년 약 130억 파운드(24조7000억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약 40만명으로 추산되는 허위 보조금 수령자를 솎아내기 위해 장애인보조금 수혜자에 대해 건강 검진을 시행하는 정책도 제시했다.
아울러 청년실업자들에 대한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턴 제도를 확대하고 취업교육을 대폭 강화해서 일을 할 수 있으면서도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을 줄이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와 함께 1만8000파운드(342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일선 공무원과 군인들을 제외한 4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의 임금을 2011년 1년 동안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재정난으로 인해서 10만명이 옷을 벗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스본은 “긴축의 고통을 서민층만 짊어지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부유층과 정부 고위관료들도 고통을 나눌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서 장관급 공무원의 봉급을 일률적으로 5% 삭감하고, 관료 및 공공기관 임원의 임금과 연금에 상한선을 두도록 했다. 서민들을 위한 아동수당, 겨울철 연료비 보조금은 현 수준에서 유지하되 5만 파운드(9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누리는 가정에 대해서는 아동 세제환급금 지급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유럽 통합 문제가 발목 잡을 수도
캐머런도 같은 취지의 조치들을 발표했다. 지난 9월 8일 런던 이매지네이션 갤러리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는 “‘작은 정부’라는 보수 정치철학을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한 비전으로 승화시키겠다”면서 정부기구 통ㆍ폐합 의지를 밝혔다. 청렴위원회ㆍ선거관리위원회 등 업무가 늘지 않았음에도 예산과 공무원 숫자가 크게 불어난 기관이 구조 조정의 1순위가 될 것이다.
그는 “중앙정부의 역할을 가능한 한 지방정부로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비용 대비 업무 효율성이 훨씬 더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적은 예산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캐머런은 “예산 지출 내역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단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자신들이 낸 세금이 쓰이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 흥청망청 예산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와 함께 캐머런은 강도 높은 의회개혁도 약속했다. 그는 보수당이 집권할 경우 하원의원 수를 10% 감축하고, 의회에 속한 관용차 수는 3분의 1로 줄이겠다고 했다. 의원 보좌관 증원에도 제동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캐머런이 의회개혁을 공언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의원 비용 스캔들이 터지자 앤드루 맥케이, 더글러스 호그, 앨런 던컨 등 관련 의원들을 사퇴시키고 경비 청구 내역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한 바 있다. 사회는 하나의 공동운명체이고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의 가치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이 재집권하는 데에는 적어도 두 가지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다.
첫째, 汎(범) 여권의 반격이 매섭다. 노동당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무부 장관은 “보수당은 여전히 극우정당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공공기관노조인 유니슨 등 노동단체들은 “캐머런의 親(친)서민 정책은 ‘악어의 눈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가디언 등 친노동당 언론들도 보수당 비판에 동참, “보수당이 집권을 하면 서민들의 삶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판의 강도는 총선이 가까워 올수록 거세질 것이다.
둘째, 유럽 통합 문제가 보수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 10월 3일 아일랜드가 리스본 조약을 비준함으로써 다시 가속도가 붙은 유럽통합 문제는 보수당에 큰 골칫거리다. 만약 총선 전에 비준 투표를 하게 될 경우 EU가 핵심 정치 이슈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면 보수당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총선 준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캐머런의 혁신이 주는 교훈
더 큰 우려는 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처의 뒤를 이었던 존 메이저 정부의 붕괴에는 그의 친유럽 정책에 반대했던 마이크 포틸로 등 당내 우파의 반발이 한몫했었다.
하지만 캐머런의 혁신은 우리 정치권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우선 캐머런은 보수주의의 이념적 테두리 안에서도 친서민 정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수당 내 개혁파 위원인 앤드루 타이리의 지적처럼 보수당의 역사는 소외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이기도 하다. 벤저민 디즈레일리 , 스탠리 볼드윈, 해럴드 맥밀런 등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입법활동에 힘썼다. 스미스 등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양극화 등 빈곤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해 왔다.
캐머런의 경우는 친서민 정책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특히 캐머런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3번째 혁신안은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안을 보면 올해부터 2013년 사이 누적 재정 赤字(적자)는 모두 132조8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감세와 확대 재정 정책을 함께 실시한 결과다. 친서민 노선을 표방하며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린 결과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다음 정권은 캐머런이 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민과 중산층 유권자들의 정서와 이해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나라 빚을 줄이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지 모른다.
젊은 보수 정치인이 이끌고 있는 영국 보수당의 정치 실험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 영국 정치의 풍향계 <선>紙, 보수당 지지로 전향
노동당의 전당 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9월 30일, 영국 최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 신문인 <선>紙(지)가 보수당 지지를 선언했다. 사옥 굴뚝으로 보수당의 상징 색깔인 푸른 색깔 연기를 흘려 내보내고 어둠이 깔리자 인쇄소 건물의 외벽을 같은 색 조명으로 물들였다.
비키니 사진과 선정적인 기사를 싣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한 <선>. 하지만 많은 영국인은 이번 행보를 단순한 깜짝쇼로 치부하지 않고 차기 총선의 결과를 점쳐 볼 수 있는 계기로 여겼다.
1963년 창간된 <선>은 권력의 향방을 따르는 신문으로 유명하다. 1979년 총선에서 <선>은 마거릿 대처를 지지했다. 선거 당일 “이번엔 보수당을 찍으세요(Vote Tory This Time)”라는 헤드라인을 1면 톱으로 실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시작된 <선>과 보수당과의 밀월 관계는 대처 집권 기간 동안 계속됐다. <선>은 철두철미한 우파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 노동당 소속 정치인, 노동조합, 학자를 가리지 않고 진보 진영을 가차없이 공격했다.
하지만 <선>은 1997년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180도 바꿔 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다. 기존의 노동당 정책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右傾化(우경화)한 블레어의 정책 때문이었다. 보수 언론과의 대결을 피하고자 했던 블레어의 求愛(구애)도 한몫을 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선>의 소유주인 루퍼드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보수당이 가망이 없음을 직시했기 때문이었다. <선>은 2001년과 2005년 총선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이번에 <선>지가 보수당 지지를 선언한 것도 노동당과 보수당의 미래에 대한 머독의 정치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에 걸친 정권 교체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따라 ‘줄서기’를 했던 그가 또 한 번의 정권 교체가 임박했음을 직감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데이비드 캐머런은 누구인가
1966년 10월 9일 런던에서 태어난 캐머런은 언뜻 보면 영국에서 성공하기가 어려운 정치인처럼 보인다. 특권층에 대한 반감이 매우 높은 것은 영국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서민 마케팅’이 傳家(전가)의 寶刀(보도)로 통하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다.
캐머런은 특권층 중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다. 윌리엄 4세를 먼 조상으로 두고 있는 캐머런家(가)는 대대로 거물급 금융인들을 배출해 왔다. 어머니와 부인 사만다는 모두 귀족 집안 출신이다.
게다가 캐머런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뒤에는 옥스퍼드대에 진학, 철학·정치·경제 과정을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럼에도 영국 국민들이 캐머런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몸에 밴 겸손함과 빼어난 대중 친화성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튼의 엘리트 교육이 한몫을 했다. 영국 최고의 사립 학교 중 하나인 이튼은 학생들에게 엄격한 학칙과 격렬한 운동,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가르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때문에 이튼 출신들은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캐머런도 예외는 아니다.
비극적인 개인사도 그의 됨됨이에 영향을 미쳤다. 대학 졸업 후 보수당 정책연구소를 거쳐 재무부와 내무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후 하원의원이 된 캐머런에게는 한동안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2002년 태어난 그의 장남 아이반은 24시간 看病(간병)이 필요한 선천성 중증뇌성마비를 앓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느닷없이 死境(사경)을 헤매는 아이를 위해 국립의료서비스병원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면서 캐머런은 겸양을 배웠다. 캐머런이 아이반 때문에 영국 보수정치인들이 곧잘 비난하는 국립의료서비스(NHS)체계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고, 소외계층에 대해 배려하는 자세를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머런은 “아이반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버지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미소를 가진 놀라운 아이”라고 말하곤 했다.
지난 3월 25일 아이반이 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영국 전체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의회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그날 예정돼 있던 총리에 대한 질문을 취소했으며, 브라운 총리 등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2005년 3월 제프리 위트크로프트는 <영구 보수주의의 이상한 종말>이라는 책에서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지적이었다. 1997년 總選(총선) 패배 이후 보수당은 萬年野黨(만년야당)으로 전락한 듯했다. 보수당은 2001년과 2005년 총선에서도 연이어 苦杯(고배)를 마셨다. 그 결과 윌리엄 헤이그, 이안 던컨 스미스, 그리고 마이클 하워드 黨首(당수)가 연이어 불명예 퇴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렸던 보수당 전당대회가 막을 내린 2009년 10월 초 현재, 위트크로프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보수당의 再(재)집권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현지 정계ㆍ학계ㆍ언론계의 공통된 견해다.
10월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ICM은 보수당이 여당인 노동당을 19%나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유고브社(사)의 여론조사에서도 17% 차이로 보수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당의 再起(재기)에는 두 가지 돌발 변수가 큰 기여를 했다.
첫째,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영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2009년 1분기 동안 국내총생산은 前年 同期(전년 동기) 대비 4.9%나 급감했다. 실업률은 7.2%에 달했다. 우려했던 국가부도 사태는 안 일어났지만 시간이 지나도 실업률은 낮아질 줄 몰랐다. 2분기 실업률은 7.9%에 이르렀다. 1997~2007년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고든 브라운 現(현) 총리는 ‘경제 위기의 主犯(주범)’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둘째, 지난 5월에 터진 의원 경비 스캔들도 여당인 노동당에 대한 신뢰를 뒤흔었다. <데일리텔레그라프>紙(지)의 특종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의원들은 경비를 허위청구하거나 지극히 私的(사적)인 일에 國稅(국세)를 물쓰듯 사용했다.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이 스캔들에 연루되었지만 브라운이 이들에 대한 제재를 망설이는 사이 노동당에 대한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이로 인해 노동당 출신인 마이클 마틴 하원의장이 사임했다. 하원의장 사임은 169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연만으로 보수당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보수당의 지지율 우위는 경제위기나 스캔들이 일어나기 전부터 시작됐다. 4년 전 데이비드 캐머런(43)이 보수당 당수가 되면서부터 보수당은 근소한 차이로나마 노동당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때문에 보수당의 재기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캐머런이 주도한 보수당의 혁신 노력을 살펴봐야 한다. 재정 위기 속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보수주의 국정운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 보수당의 혁신은 세 차례에 걸쳐서 이뤄졌다.
청년ㆍ여성층 공략 위한 혁신 단행
1차 혁신은 보수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지지층의 外延(외연)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캐머런이 당수 선거에 출마할 즈음 보수당은 “腦死(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이미지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보수당원이 아닌 응답자 중 약 4분의 3이 “보수당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없다”, “보수당은 국정 운영 능력이 없다”고 답했다.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은 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보수당은 35세 미만의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苦戰(고전)했다. 당원들 중 이들의 비율은 5%대에 머물렀다. 젊은층 거의 모두가 보수당을 외면했다.
少數(소수) 인종 사이에서의 인기도 형편없었다. 이들 사이에서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ㆍ자유민주당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들이 보수당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여성 유권자들은 1928년 여성 參政權(참정권)이 주어진 이래 보수당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여성 유권자들은 2005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보수당보다 노동당을 선호했다. 여성 유권자들의 이탈은 보수당의 총선 3連敗(연패)에 큰 기여를 했다.
2005년 10월 3일 블랙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수 선거 후보 소견발표에 나선 캐머런은 보수당에 참신한 정책 代案(대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으면서 여당의 失政(실정)을, 경제가 나빠져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것만 기다리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미 국민들은 노동당 정부에 대해 실망할 대로 실망했지만, 제1야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그해 12월 6일, 두 달여에 걸친 우편투표 및 집계 과정을 거쳐 캐머런의 승리가 확정됐다. 이날 그는 “정부는 ‘絶對惡(절대악)이고 시장은 絶對善(절대선)’이라는 二分法(이분법)에서 벗어나겠다”면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조화시켜 나가며 소외 계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래 보수당의 간판 정책이었던 減稅(감세) 정책도 재검토, 財政健全性(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감세로 인해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稅入(세입)이 늘어날 경우, 이를 의료 시설 확충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이와 함께 캐머런은 젊은층의 정서에 부합하는 정책 개발에 나섰다. 젊은이들이 아프리카·東南亞(동남아) 등지에 대한 원조·구호 정책에 관심이 많다는 데 착안, 全(전) 세계의 빈곤·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같은 이유에서 환경정책도 대폭 강화했다. 우선 당의 심벌을 녹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나무 모양으로 바꿨다. 그리고 환경컨설팅회사 ‘샌크로프트 인터내셔널’의 존 거머 회장과 환경운동가 잭 골드스미스에게 지구온난화 방지 등 환경정책을 개발하도록 의뢰했다.
여성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캐머런은 보수당 소속 의원 중 6%에 불과(2006년 현재)한 여성 의원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보수당의 승리가 유력시되는 선거구의 50% 가량을 여성 후보에게 공천하겠다고 선언했다. 남녀 간 임금격차를 시정하기 위한 공정임금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캐머런은 ‘극소수 특권층만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매년 겨울 개최해 온 화려한 무도회를 취소하고, 이제까지 한적한 해안 리조트에서 열어 왔던 전당대회를 대도시에서 열었다.
캐머런은 정책 입안 과정을 개방형으로 바꿨다. 그는 사회정의, 삶의 질, 세계화와 빈곤, 국가 및 국제 안보, 경제의 국제 경쟁력 그리고 공공 서비스 개선의 6개 분야에 걸친 정책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하고 위원회의 활동 내용 전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캐머런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입소스 모리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캐머런이 당수직을 맡은 직후부터 보수당의 지지율이 노동당을 앞서가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도 보수당의 善戰(선전)은 계속됐다. 2006년 5월과 6월, 2007년 3월에는 보수당 지지도가 30%대를 훌쩍 넘겨 41%에 이르렀다.
고든 브라운 등장에 대응해 2차 혁신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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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노동당 전당대회가 개막된 지난 9월 27일, 고든 브라운 총리가 피곤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캐머런은 브라운을 만만하게 봤다. 그는 브라운이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브라운은 미디어 정치에 미숙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면 표정이 굳었고 말을 더듬었다. 게다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톰 바우어가 <고든 브라운, 총리>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에게는 외톨이 기질이 있었다. 그가 친분을 나누는 대상은 대부분 학자들뿐이었다.
때문에 브라운이 총리가 되면 보수당 집권은 따놓은 당상인 듯했다. 하지만 브라운이 다우닝가 10번지(영국 총리관저의 별칭)에 입성하자 정당별 지지도가 급변했다. 국민들은 테러 사건과 홍수, 口蹄疫(구제역) 등 집권 직후 연이어 터진 위기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한 브라운의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와 함께 노동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그해 7월 19일에 있었던 일링 사우스헐과 세지필드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은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차기 총선에서의 승리도 물 건너간 듯했다.
그러자 보수당 내에서 당수 교체론이 고개를 들었다. 일부 당원들은 당수 신임을 결정하는 1922위원회(1922년에 첫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편집자 주)에 서한을 보내 캐머런 퇴진을 요구했다.
존 레드우드 등 당내 右派(우파) 인사들은 “캐머런은 에드워드 히스보다 더 골칫거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히스는 1970~1974년 총리로 있으면서 일련의 개혁정책을 추진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실패했던 인물로 보수당 내 우파의 영웅인 마거릿 대처의 政敵(정적)이었다. 레드우드 등은 “보수당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캐머런이 히스보다 더 무모한, ‘변화를 위한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궁지에 몰린 캐머런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또 한 번의 혁신을 단행한 것이다. 캐머런은 보수주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과 중산층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제시했다. 당내 우파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었다.
서민 감세案 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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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당 그림자 내각의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공무원 임금동결 등 긴축재정안을 마련했다. |
2007년 10월 1일 막을 올린 전당대회에서 캐머런의 오른팔이자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ㆍ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각료가 될 후보들로 구성된 내각)의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감세案(안)을 공개했다. 25만 파운드(4억7500만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買入印紙稅(매입인지세)를 면제하고, 상속세 감면폭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이 감세안은 감세로 인한 稅收(세수) 부족분은 이제껏 세금을 내지 않았던 영국 체류 외국인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메우겠다고 했다. 이는 재정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같은 달 8일 캐머런은 런던에 위치한 아동복지단체인 ‘찬스 UK’에서 복지 정책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는 “노동당 집권 기간 중 극빈층이 60만명, 실업수당 수령자가 500만명이나 증가하는 등 빈곤 문제가 크게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빈곤층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정부가 주도하는 복지 정책을 꼽고, 대안으로 복지 정책을 정부주도형에서 종교ㆍ자원봉사 단체 등이 핵심이 되는 시민주도형으로 전환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폴리시 익스체인지’에서 가진 연설에서는 이민법 개정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민자의 숫자에 제한을 둔다는 것이 골자였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이나 소수 인종에 대한 편견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추세대로 이민자 수가 늘어날 경우 복지 비용이 폭증해서 국민들에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것도 평범한 유권자들의 바람을 그대로 정책으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공무원 임금삭감 공약
혁신은 성과를 거뒀다. 우선 보수당 내에서 당수 교체론이 수그러들었다. 지지율 추세도 反轉(반전)됐다. 두 자릿수대까지 벌어졌던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10월 전당 대회 직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11월에는 다시 보수당이 앞섰다.
특히 보수당에 고무적이었던 것은 총선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경합 선거구(양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경합을 벌이는 선거구)에서의 지지도 양상이었다. ICM이 10월 83개 선거구를 조사한 결과 보수당은 노동당을 6%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당 재집권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는 듯했다. 하지만 캐머런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차 혁신의 배경에는 재정위기가 있었다. 經濟難(경제난)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캐머런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야당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공공지출을 늘려서 달콤한 공약들을 늘어놓아야 한다는 것은 정치의 상식이다(그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영국의 재정 상황은 최악이었다.
2009년 예상 정부 부채는 1750억 파운드(332조5000억원)로 국민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규모였다. 노동당 정권이 대규모 감세와 지출 정책을 竝行(병행)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다.
캐머런은 상식을 거스르는 도박을 했다. 강력한 긴축 재정을 약속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0월 6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림자 내각의 재무장관 오스본은 긴축정책을 내놓았다.
우선 노동당 정부가 2026년부터 연금수령 연령을 66세로 높이기로 했던 것을 10년 앞당겨 2016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는 이를 통해 매년 약 130억 파운드(24조7000억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약 40만명으로 추산되는 허위 보조금 수령자를 솎아내기 위해 장애인보조금 수혜자에 대해 건강 검진을 시행하는 정책도 제시했다.
아울러 청년실업자들에 대한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턴 제도를 확대하고 취업교육을 대폭 강화해서 일을 할 수 있으면서도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을 줄이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와 함께 1만8000파운드(342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일선 공무원과 군인들을 제외한 4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의 임금을 2011년 1년 동안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재정난으로 인해서 10만명이 옷을 벗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스본은 “긴축의 고통을 서민층만 짊어지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부유층과 정부 고위관료들도 고통을 나눌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서 장관급 공무원의 봉급을 일률적으로 5% 삭감하고, 관료 및 공공기관 임원의 임금과 연금에 상한선을 두도록 했다. 서민들을 위한 아동수당, 겨울철 연료비 보조금은 현 수준에서 유지하되 5만 파운드(9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누리는 가정에 대해서는 아동 세제환급금 지급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유럽 통합 문제가 발목 잡을 수도
캐머런도 같은 취지의 조치들을 발표했다. 지난 9월 8일 런던 이매지네이션 갤러리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는 “‘작은 정부’라는 보수 정치철학을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한 비전으로 승화시키겠다”면서 정부기구 통ㆍ폐합 의지를 밝혔다. 청렴위원회ㆍ선거관리위원회 등 업무가 늘지 않았음에도 예산과 공무원 숫자가 크게 불어난 기관이 구조 조정의 1순위가 될 것이다.
그는 “중앙정부의 역할을 가능한 한 지방정부로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비용 대비 업무 효율성이 훨씬 더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적은 예산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캐머런은 “예산 지출 내역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단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자신들이 낸 세금이 쓰이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 흥청망청 예산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와 함께 캐머런은 강도 높은 의회개혁도 약속했다. 그는 보수당이 집권할 경우 하원의원 수를 10% 감축하고, 의회에 속한 관용차 수는 3분의 1로 줄이겠다고 했다. 의원 보좌관 증원에도 제동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캐머런이 의회개혁을 공언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의원 비용 스캔들이 터지자 앤드루 맥케이, 더글러스 호그, 앨런 던컨 등 관련 의원들을 사퇴시키고 경비 청구 내역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한 바 있다. 사회는 하나의 공동운명체이고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의 가치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이 재집권하는 데에는 적어도 두 가지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다.
첫째, 汎(범) 여권의 반격이 매섭다. 노동당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무부 장관은 “보수당은 여전히 극우정당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공공기관노조인 유니슨 등 노동단체들은 “캐머런의 親(친)서민 정책은 ‘악어의 눈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가디언 등 친노동당 언론들도 보수당 비판에 동참, “보수당이 집권을 하면 서민들의 삶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판의 강도는 총선이 가까워 올수록 거세질 것이다.
둘째, 유럽 통합 문제가 보수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 10월 3일 아일랜드가 리스본 조약을 비준함으로써 다시 가속도가 붙은 유럽통합 문제는 보수당에 큰 골칫거리다. 만약 총선 전에 비준 투표를 하게 될 경우 EU가 핵심 정치 이슈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면 보수당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총선 준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캐머런의 혁신이 주는 교훈
더 큰 우려는 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처의 뒤를 이었던 존 메이저 정부의 붕괴에는 그의 친유럽 정책에 반대했던 마이크 포틸로 등 당내 우파의 반발이 한몫했었다.
하지만 캐머런의 혁신은 우리 정치권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우선 캐머런은 보수주의의 이념적 테두리 안에서도 친서민 정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수당 내 개혁파 위원인 앤드루 타이리의 지적처럼 보수당의 역사는 소외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이기도 하다. 벤저민 디즈레일리 , 스탠리 볼드윈, 해럴드 맥밀런 등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입법활동에 힘썼다. 스미스 등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양극화 등 빈곤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해 왔다.
캐머런의 경우는 친서민 정책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특히 캐머런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3번째 혁신안은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안을 보면 올해부터 2013년 사이 누적 재정 赤字(적자)는 모두 132조8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감세와 확대 재정 정책을 함께 실시한 결과다. 친서민 노선을 표방하며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린 결과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다음 정권은 캐머런이 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민과 중산층 유권자들의 정서와 이해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나라 빚을 줄이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지 모른다.
젊은 보수 정치인이 이끌고 있는 영국 보수당의 정치 실험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 영국 정치의 풍향계 <선>紙, 보수당 지지로 전향
노동당의 전당 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9월 30일, 영국 최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 신문인 <선>紙(지)가 보수당 지지를 선언했다. 사옥 굴뚝으로 보수당의 상징 색깔인 푸른 색깔 연기를 흘려 내보내고 어둠이 깔리자 인쇄소 건물의 외벽을 같은 색 조명으로 물들였다.
비키니 사진과 선정적인 기사를 싣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한 <선>. 하지만 많은 영국인은 이번 행보를 단순한 깜짝쇼로 치부하지 않고 차기 총선의 결과를 점쳐 볼 수 있는 계기로 여겼다.
1963년 창간된 <선>은 권력의 향방을 따르는 신문으로 유명하다. 1979년 총선에서 <선>은 마거릿 대처를 지지했다. 선거 당일 “이번엔 보수당을 찍으세요(Vote Tory This Time)”라는 헤드라인을 1면 톱으로 실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시작된 <선>과 보수당과의 밀월 관계는 대처 집권 기간 동안 계속됐다. <선>은 철두철미한 우파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 노동당 소속 정치인, 노동조합, 학자를 가리지 않고 진보 진영을 가차없이 공격했다.
하지만 <선>은 1997년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180도 바꿔 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다. 기존의 노동당 정책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右傾化(우경화)한 블레어의 정책 때문이었다. 보수 언론과의 대결을 피하고자 했던 블레어의 求愛(구애)도 한몫을 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선>의 소유주인 루퍼드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보수당이 가망이 없음을 직시했기 때문이었다. <선>은 2001년과 2005년 총선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이번에 <선>지가 보수당 지지를 선언한 것도 노동당과 보수당의 미래에 대한 머독의 정치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에 걸친 정권 교체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따라 ‘줄서기’를 했던 그가 또 한 번의 정권 교체가 임박했음을 직감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데이비드 캐머런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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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머런과 중증 뇌성마비을 앓다가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아들 아이반(왼쪽). |
캐머런은 특권층 중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다. 윌리엄 4세를 먼 조상으로 두고 있는 캐머런家(가)는 대대로 거물급 금융인들을 배출해 왔다. 어머니와 부인 사만다는 모두 귀족 집안 출신이다.
게다가 캐머런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뒤에는 옥스퍼드대에 진학, 철학·정치·경제 과정을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럼에도 영국 국민들이 캐머런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몸에 밴 겸손함과 빼어난 대중 친화성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튼의 엘리트 교육이 한몫을 했다. 영국 최고의 사립 학교 중 하나인 이튼은 학생들에게 엄격한 학칙과 격렬한 운동,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가르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때문에 이튼 출신들은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캐머런도 예외는 아니다.
비극적인 개인사도 그의 됨됨이에 영향을 미쳤다. 대학 졸업 후 보수당 정책연구소를 거쳐 재무부와 내무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후 하원의원이 된 캐머런에게는 한동안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2002년 태어난 그의 장남 아이반은 24시간 看病(간병)이 필요한 선천성 중증뇌성마비를 앓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느닷없이 死境(사경)을 헤매는 아이를 위해 국립의료서비스병원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면서 캐머런은 겸양을 배웠다. 캐머런이 아이반 때문에 영국 보수정치인들이 곧잘 비난하는 국립의료서비스(NHS)체계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고, 소외계층에 대해 배려하는 자세를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머런은 “아이반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버지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미소를 가진 놀라운 아이”라고 말하곤 했다.
지난 3월 25일 아이반이 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영국 전체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의회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그날 예정돼 있던 총리에 대한 질문을 취소했으며, 브라운 총리 등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