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勝俊의 中國 바로보기] 厚德한 시진핑은 당 총서기감, 多辯에 날카로운 리커창은 총리감 : 월간조선

2010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중국 정치 지도자는 시진핑(習近平·57) 국가 부주석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2012년 말로 임기가 끝나는 후진타오(胡錦濤·68)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후계자로 점지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2년 뒤의 권력 교체 준비에 들어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진핑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것이다.

중국 권력의 중심에는 중국공산당이 있다. 중국 헌법은 前文(전문)에서 “중국의 新(신)민주주의 혁명의 승리와 사회주의 사업의 성취는 중국공산당이 각 민족 인민들을 이끌고 이룬 것”이라고 규정해서 중국공산당의 권력 기득권을 보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권력에 접근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중국공산당에 入黨(입당)해서 권력의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 후진타오는 22세 때 입당해서, 60세가 된 2002년에 8000만 중국 공산당원을 총지휘하는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자리에 올랐다.

21세 때 중국공산당 入黨

후계자로 내정된 시진핑은 21세 때인 1974년에 입당해 54세가 된 2007년에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피라미드 모양으로 된 중국공산당의 권력구조는, 8000만 당원 가운데 300명 안팎의 중앙위원을 선출하고, 다시 그 가운데 30명 안팎의 정치국원, 다시 그 가운데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다시 그 가운데 1명이 총서기를 맡도록 돼 있다.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주석은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인민대표대회에서, 軍(군)통수권을 쥔 중앙군사위 주석은 당과 정부의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당과 정부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겸임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의 임기는 각 5년으로, 재임할 수 있다. 후진타오는 2007년에 당 총서기로, 2008년에 국가주석으로 재선됐다.

중국의 권력 교체와 관련 2009년에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이 중국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하나는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7기4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던 시진핑에 대한 선출과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10월 1일 톈안먼(天安門) 위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60주년 기념 퍼레이드를 사열하는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의 한가운데, 후진타오 총서기의 바로 옆에 장쩌민(江澤民·84) 전 총서기가 서서 박수를 치는 광경이었다.

이 두 사건을 전하는 全(전) 세계의 미디어들은 모두 ‘이례적’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중국의 권력구조 내에 異常(이상)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는 추측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건은 새로 발생한 ‘이상현상’이 아니라, 현재의 중국 권력구조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원천적인 ‘흠집’ 같은 것이었다. 아기의 탯줄을 자르고 남은 흔적인 배꼽에 아기 출생의 비밀이 감춰져 있듯, 그 흠집에 중국 권력구조의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이다.

현 중국 권력구조 흠집의 비밀 이야기는 1986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오쩌둥(毛澤東·1976년 사망)에 이어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鄧小平·1997년 사망)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만 보유한 채 당 총서기로 후야오방(胡耀邦·1989년 사망)을 내세웠다. 총리로는 자오쯔양(趙紫陽·2006년 사망)을 내세웠다. 후야오방을 오른팔로, 자오쯔양을 왼팔로 삼아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덩샤오핑에게 첫 번째 닥친 정치적 위기는 1986년 말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학생 시위였다.

개혁개방 8년 만에 自由(자유)의 공기를 호흡한 중국 대학생들이 시위사태를 빚었고, 덩샤오핑은 사태 진정을 위해 苦肉之策(고육지책)으로 1987년 1월 후야오방을 총서기직에서 해임시켰다. 그 자리에 왼팔이던 자오쯔양을 앉혔다. 그러나 다시 3년 뒤인 1989년에는 1986년의 대학생 시위보다 더 심각한 톈안먼 사태가 발생했다.

그해 4월 후야오방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추모를 빙자한 대학생과 시민 100만명이 톈안먼에 모여 한 달 넘게 反(반)정부 반부패 시위를 벌인 것이다. 덩샤오핑은 이번에는 오른팔이던 자오쯔양을 자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덩샤오핑으로서는 자신의 정치목표인 개혁개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했다. 오른팔, 왼팔을 모두 자르고 고민하던 덩샤오핑은 장쩌민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쩌민은 당시 상하이(上海)시 당서기로, 개혁개방의 최고 수혜 도시인 상하이 당서기를 중앙 총서기로 발탁함으로써, 톈안먼 사태의 무마와 개혁개방 정책의 固守(고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했다.

덩샤오핑은 톈안먼 사태를 유혈 진압한 직후인 1989년 6월, 13기 4중전회를 열어 장쩌민을 일약 총서기로 선출했다. 그해 11월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도 넘겨주었다. 1990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국가주석으로 선출되도록 했다.

시진핑의 초스피드 ‘승진’

2009년 12월 12일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취임 후 첫 한국과 일본 방문을 앞두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국 언론과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덩샤오핑은 권력을 장쩌민에게 물려주면서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내가 넘겨준 권력을 반드시 후진타오에게 물려주라”는 것이었다.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의 오른팔이던 후야오방이 아끼던 人才(인재)였다. 덩샤오핑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장쩌민은 13년 동안 權座(권좌)에 앉아있다가 덩샤오핑과의 약속에 따라 2002년 당 총서기 자리를 후진타오에게 넘겨주었다.

국가주석 자리는 2003년 3월에 이양했다. 그러나 장쩌민은 덩샤오핑과의 약속을 100% 이행하지는 않았다. 덩샤오핑은 장쩌민에게 당 총서기 자리를 물려준 해에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도 넘겨주었다. 그러나 장쩌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 총서기직을 물려준 뒤에도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2년이나 더 가지고 있다가 2004년 9월에야 넘겨주었다.

후진타오는 1992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다음 1998년에 국가부주석이 됐고, 1999년에야 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됐다.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당 총서기가 되는 데 10년, 국가부주석에서 주석이 되는 데 5년, 군사위원회 부주석에서 주석이 되는 데 5년이 걸렸다.

시진핑은 2007년에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고, 2008년에 국가부주석이 됐으니,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지 2년 만에, 그리고 국가부주석이 된 지 불과 1년 만에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된다는 것은 지나치게 빠른 스피드인 것이다.

중국 바깥의 관찰은 그저 ‘전당대회 3년 전에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계적인 추측만 한 것이지, 중국공산당 내부의 눈으로 보면 2010년이나 2011년에 시진핑이 군사위부주석이 된다고 해도, 지나치게 빠른 템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 시진핑이 오는 2012년 가을에 후진타오의 후임 당 총서기가 되는 것은 이미 굳어진 사실일까. 현재로서 대답은 중국공산당 핵심 간부들에게 물어보아도 “대체로 그렇다”라는 것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가부주석인 시진핑을 반드시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법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후진타오가 키운 후계자가 시진핑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는 자신과 같이 공산주의 청년단(共靑團) 주석을 지낸 리커창(李克强·55)을 귀여워하며 키워왔다. 후진타오로서는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출신의 경제통인 리커창을 자신의 후계자로 하고 싶었으나, 자신에게 당 총서기 자리를 물려준 장쩌민이 시진핑을 내세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시진핑은 당 총서기, 리커창은 총리직을 물려주는 현재의 구도를 짜지 않을 수 없었다.

후진타오는 리커창을 미래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농업을 주로 하는 허난(河南)성과, 효율 낮은 국영공장들이 몰려 있는 랴오닝(遼寧)성 당서기를 시켜가며 중국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가르쳐 왔는데, 장쩌민이 후진타오의 계획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었다.

법보다, 경찰보다 중요한 ‘웨이칸런’

장쩌민은 후진타오의 후계자를 결정하기 위해 당원로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국에서 제일 가난한 허난성과 국영기업의 문제점을 가장 많이 안고 있는 랴오닝성에서 가르친 리커창이 어떻게 중국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소, 역시 중국의 미래는 중국에서 가장 발전 속도가 빠른 푸젠(福建), 저장(浙江)성과 상하이(上海)에서 가르친 시진핑이 낫지 않겠소”라는 논리를 제시해서 후진타오의 입술이 굳어지게 만들었다고 중국공산당 간부들은 전해주었다. 후진타오로서는 자신에게 당 총서기직을 물려준 장쩌민의 말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도 했다.

중국의 정치와 권력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사람들이 얼마나 이웃을 포함한 주위사람들의 말을 중요시하는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싸움이 났을 때도 그 싸움을 해결하는 것은 달려온 경찰이 아니라 둘러서서 구경하는 구경꾼들의 웅성거림과 그 웅성거림 속에서 主流(주류)를 이루는 목소리다.

TV나 자동차를 살 때도 광고보다는 이웃 사람들의 말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를 더 중요시한다. 중국 사람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광고가 아니라 이웃 사람들의 말이다. 중국사람들은 오랫동안 주위의 말과 소문을 듣고 상품을 결정한 다음, 시장이나 백화점에 갔을 때는 이미 마음속에 살 상품을 결정하고 간다. 매장에 가서는 좌우도 안 돌아보고 “저것”이라고 찍은 후, 그 자리에서 지폐뭉치를 꺼내 현금계산을 하고 상품을 구입하기를 즐긴다.

정치에서도 법이나 규정보다는 원로들의 말, 세상의 평판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는 법이나 경찰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웨이칸런(圍看人·구경꾼)’들의 말인 것이다.

말하자면 장쩌민 전 당 총서기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직위도 갖고 있지 않지만, 구경꾼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요한 원로들의 대표격으로 당내의 모든 행사에 간섭하는 ‘越權(월권)’을 행사하는 것이다.그런 장쩌민의 존재는 중국인들에게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장쩌민은 그런 중국 특유의 공동체 문화를 바탕으로 당원로들의 장례식 참석은 물론, 중요한 당대회나 톈안먼 광장 열병식 같은 장소에 참석해서 현직 최고 실력자 후진타오의 바로 옆에 서는 것이고, 그런 모습에 대해 중국인들은 비난이 아니라 “아, 저 노인네들이 현 지도자들에게 지혜를 가르치고 있구나”라면서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顧問정치

원로들이 현직들에게 지혜를 가르치는 모습은 비단 정치과정에서뿐만 아니다. 웬만한 신문사에도 퇴직 기자들이 회사 내에 있는 퇴직자 복지관에 나와 탁구도 치고, 현직 기자들과 점심도 먹으면서, 지혜를 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업무를 실제로 거들기도 한다.

그런 顧問(고문) 정치는 장쩌민이 덩샤오핑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덩샤오핑은 1989년에 장쩌민이 당 총서기가 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중앙군사위 주석자리는 직접 넘겨주었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1992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하이, 선전(深?), 광저우(廣州) 등 경제특구 도시들을 돌며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촉구하는 ‘南巡(남순)강화’를 하는가 하면, 장쩌민이 어려워질 때마다 나와 지원하는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장쩌민은 자신이 덩샤오핑으로부터 받은 그대로의 자문역을 후진타오에게 해 주고 있다.

앞으로 후진타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2년 시진핑이 후임 총서기 겸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자리에 오르더라도 첫 임기 5년 동안은 후진타오의 垂簾聽政(수렴청정)을 받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덩샤오핑이 장쩌민에게, 그리고 장쩌민이 후진타오에게 수렴청정을 해 주는 것이 중국의 보통사람들에게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편안함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후진타오는 그런 중국인들의 공동체 감정에 따라 시진핑이 후임자 결정을 할 때쯤 그 결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장쩌민이 후임자 결정 때 덩샤오핑의 견해가 중요했고, 후진타오가 후임자 결정을 할 때 장쩌민이 중요했듯이, 시진핑이 후임자 결정을 할 때에는 후진타오의 견해가 가장 중요한 견해가 될 전망이다. 또 10여 년 뒤의 그때쯤이면 현재 84세인 장쩌민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혁명원로 시중쉰의 아들

리커창 부총리.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혁명 원로 시중쉰(習仲勛·2002년 사망)의 아들이다. 마오쩌둥 시절, 1959년에서 1962년까지 경제 담당 부총리를 지냈고, 9년 위의 덩샤오핑보다 더 개혁적인 성향을 보였다가, 문화혁명 때 고난을 당하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의 시대인 1979년에 광둥(廣東)성 성장을 지냈다.

전통 중국의 변화는 영국이 변화의 바람을 먼저 이식한 광둥성에서 시작됐고,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도 홍콩 옆의 선전과 광저우, 주하이(珠海)에서 시작돼 대륙으로 北上(북상)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그 세 도시가 모두 위치한 광둥성의 성장으로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을 임명했다는 점은, 장쩌민이 왜 후진타오가 기른 리커창을 마다하고 시진핑을 골랐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장쩌민은 그런 시중쉰의 아들 시진핑을 개혁개방의 스피드가 빨랐던 푸젠, 저장, 상하이에서 가르쳤다. 시진핑에 거는 장쩌민과 중국 원로들의 기대는 2012년 이후에도 개혁개방의 기조를 그대로 가지고 가서 중국의 富國强兵(부국강병)을 완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 자연계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淸華)대 화공과를 나와 1998년부터 4년간 인문사회학원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정치교육을 전공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앞으로 시진핑의 최대 경쟁자 겸 협력자가 될, 두 살 아래의 리커창은 인문사회계 최고 명문대학인 베이징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6년간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해서 석사와 박사를 땄다. 시진핑은 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리커창은 경제를 책임지는 총리감으로 손색이 없는 학력을 갖췄다.

대조적인 성격의 시진핑과 리커창 ‘콤비’

중국공산당 창당 82주년을 기념해 열린 상하이전시회에서 한 관광객이 중국 지도자 4인의 초상화 앞을 지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당대회를 개최할 때, 두 사람이 다른 대표들과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에게 현재 예정된 자리는 두 사람의 성격과도 맞게 정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시진핑은 넉넉한 체격과 몸집에다가 厚德(후덕)한 인상으로, 다른 대표들의 말을 충분히 듣는 자세를 갖추고 있고, 적절한 때에 나서 굵직한 低音(저음)의 잘 울리는 목소리로 요점을 잘 정리한다.

반면, 리커창은 호리호리하고 눈매가 날카로운 인상에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다른 대표들과 舌戰(설전)을 벌이고 비교적 多辯(다변)에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이것이 중국공산당이 내세우던 당 총서기와 총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느낌을 준다.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장쩌민과 주룽지(朱鏞基), 현재의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콤비에 시진핑과 리커창을 겹쳐보면 시진핑과 리커창 콤비는 너무나 전형적인 짝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공산당이 현재 추진 중인 당내 民主化(민주화)다. 특히 선출직을 늘려나가겠다는 총서기 후진타오의 의지가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부 중국 밖의 관찰자들은 지난 17기 4중전회에서 시진핑을 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하지 않은 데는 후진타오가 아직도 리커창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우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당내 민주화의 일정을 돌연 앞당겨 2012년 가을의 제18차 당대회 때부터 당 총서기의 선출을 자유투표에 부칠 경우, 결과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당내 민주화는 2012년의 권력 교체에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공산당은 제1세대 마오쩌둥에서 제2세대 덩샤오핑을 거쳐, 제3세대 장쩌민, 제4세대 후진타오를 거쳐 2012년 제5세대 지도부를 발족시키게 된다.

중국의 권력 교체와 관련, 흔히 거론되는 요소가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이냐 여부와 이른바 상하이방(上海幇), 그리고 태자당(太子黨) 출신이냐 등의 말이 있다. 그러나 공청단 주석 출신의 후진타오가 총서기가 된 후, 중국 바깥에서는 부쩍 공청단이 마치 무슨 정치세력이나 되는 것처럼 중시하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공청단은 成人(성인)이 돼 중국공산당에 입당하기 전에 활동하는 조직으로, 특정 당원이 공청단 출신이냐 아니냐가 그리 중요한 인사상 고려요소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공청단은 공산당원이 되기 전의 활동일 뿐이다.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의 차이

상하이방 또한 상하이방이 아닌 사람들이 除去(제거)를 기도해야 할 정도의 집단은 아니다. 중국은 1949년 정부 수립 이래 상하이의 개방개혁과 베이징의 이데올로기 위주의 국가목표 설정 주장이 항상 대립해 왔고, 서로 拮抗作用(길항작용)을 해 왔다.

마오쩌둥 시대에는 이데올로기 위주의 이상사회를 추구했으므로, 베이징 출신들이 得勢(득세)를 했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에는 개혁개방의 마인드가 더 짙은 상하이 출신들이 권력 중심부에 많이 포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누르고 완전히 승리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서로 비율조정을 해가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대체적인 흐름을 이뤄왔다. 태자당이란 이른바 중국공산당의 귀족 자제들이란 말로, 시진핑도 부총리와 광둥성장을 지낸 아버지 덕분에 태자당이란 말을 듣는다.

그러나 태자당이란 말은 홍콩을 비롯한 대륙 외부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본인들에게 태자당이란 용어를 들려주는 것은 커다란 실례가 된다. 실제로 과거 권력자의 자제들이 모여 정치세력을 조직한 일 같은 것은 1949년 이후 없었던 일이다.

군부의 정치 개입 여부와 관련, 중국공산당은 북한의 조선노동당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당과 군의 관계가 중국의 경우 철저히 당의 優位(우위)라는 점이다. 마오도 실제로 전투를 지휘한 군인이었고, 덩샤오핑도 일본과 국민당을 상대로 한 전투에 참가해서 대승을 몇 차례 올린 현장 지휘관 출신이다.

그러나 장쩌민 시대 이후 후진타오까지 두 최고지도자 모두 군과는 인연을 맺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중국 군부는 두 사람의 지휘를 인정하고 정치에 간섭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중국공산당은 이른바 ‘先軍(선군)정치’라는 이름으로 군이 당보다 우위에서 통치를 하는 북한과는 사뭇 다르다.

시진핑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현역 복무를 당중앙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비서 생활을 한 경험이 있고, 아버지 시중쉰이 紅軍(홍군)의 지휘관으로 전투현장을 경험한 사람이라, 그런 점에서 시진핑은 장쩌민, 후진타오, 리커창보다는 군을 이해하는 폭이 넓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