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쥐도 웃는다 : 월간조선

요즘 한국식 스파에 가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에 뜨거운 사우나로 몸을 푸는 즐거움은 한국사람들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뉴저지의 韓人(한인)타운에 있는 한국식 스파를 이용하는 미국인들이 많이 늘었다. 한국 식단을 보고 음식을 주문해 한 대접 푸짐하게 담아 주는 미역국이나 따로국밥을 거뜬히 먹어치우고 불가마에 들어앉아 있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꽤 많이 본다.

얼마 전 스파에서 의자에 편안히 누워 있는데 옆 사람이 흥겹게 웃어서 돌아보았다. 뚱뚱한 미국인이었는데 TV에서 방송되는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는 개그맨들의 표정과 연기만 보고 웃는 듯했다.

나는 개그맨들의 대사를 알아듣지만 하나도 우습지 않았다. 오히려 억지로 과장하여 때리고 맞는 짓이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 사람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냥 우습다』고 대답했다. 그는 『저 개그맨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상상이 된다. 그래서 우습다』면서 크게 웃었다. 나는 조금은 어이가 없어서 따라 웃었다.

공공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호탕하게 웃어대는 미국인들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들은 대중 앞에서 우는 것은 수치로 여기면서, 사람들이 보건 말건 큰 소리로 웃는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만큼 그들은 웃음을 자유롭고 긍정적인 감정 표현으로 여긴다.

공공장소에서 미국인들이 크게 웃는 것은 단순히 우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웃음은 사교用이고, 사회적 제스처이며, 언어와 같은 맥락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사교적인 모임이나 여럿이 함께하는 장소에서는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이 30배 이상 더 웃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책이나 TV, 라디오 등 웃음을 유발하는 매개체가 없는 상태에서의 웃음은 사회활동적 요소가 강하다고 한다. 『웃음은 유대와 친근감의 무의식적 표현이다. 웃음은 말을 대신하는 사교적 대화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아이들은 하루에 400번 정도 웃어

「웃는 사람 클럽」의「세계 웃는 사람의 날」캠페인 로고.

말이 많은 사람이 있듯 잘 웃는 사람이 있다. 스파에서 만난 미국인이 내가 볼 때 전혀 우습지 않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는 것은 그 사람이 잘 웃는 성품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文豪(문호) 괴테는 『인간의 성품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무엇을 보고 웃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알려면 그가 재물을 보고 웃는지, 善(선)을 행하고 웃는지, 잔인하게 웃는지, 그의 無意識(무의식)을 관찰하라」는 얘기다.

사람은 태어난 지 100일 정도부터 그냥 웃기 시작한다고 한다. 아동기까지는 하루 평균 400번 정도 웃는데, 나이가 들수록 웃는 횟수가 줄어들어 성인이 되면 하루 평균 17번 정도 웃는다고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아동기에는 하루 200분, 성인이 되면 5분 정도로 내려간다. 이는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일 때 잘 웃는다」는 假定(가정)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하루 몇 번 정도 웃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언제 웃었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웃지 않고 사는 듯하다.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웃을 일이 없다.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미국사람이 웃는 한국 코미디 쇼가 전혀 우습지 않으니 웃음 신경이 둔감한 것 같다.

그러나 나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웃고 즐긴다. 이를 봐도 『웃음이 사교적인 자연현상이자, 일종의 대화법』이라는 얘기가 맞는 것 같다.

웃음은 강한 전염성이 있다.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다른 사람의 웃음에 내 마음이 덩달아 즐거워지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누군가 웃기 시작하면 따라 웃는 것이 웃음의 전염성이다. TV코미디 쇼를 시청할 때 관중들의 폭소를 들으면 그 쇼가 재미있게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TV 시트콤 프로그램에서 중간에 웃음소리를 들려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암울한 시절, 오커래프 레코드社(사)는 트럼펫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를 삽입한 음반을 만들었다. 이 음반은 가장 신기하고 성공한 음반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 TV 시트콤에는 웃음소리가 꼭 들어가게 됐다.

미국 사람들은 코미디 관람을 즐긴다.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라스베이거스나 애틀랜틱시티 같은 유흥 도시에선 코믹 쇼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조크를 들어도 별로 와 닿지 않는데, 청중들은 발을 구르며 웃는다.

웃으려고 극장을 찾은 사람들이라 헤픈 웃음은 당연하지만 왜 웃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이들의 문화를 깊숙이 이해하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이슈와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원맨 쇼의 코미디언은 대부분 남자다. 여자 코미디언은 남자보다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다. 무대에 오른 코미디언이 여자인 경우, 관객은 남녀를 불문하고 남자일 때보다 웃지 않는다고 한다.

여자 코미디언이 드문 이유

한국계 여자 코미디언 마거릿 조.

언어학자 데보라 태넌은 『남자는 유머를 주도하고, 여자는 웃음을 리드한다』고 했다. 이 현상은 생후 여섯 살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여자 코미디언이 관중을 웃기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하다.

유명한 미국 코미디언 중에 마거릿 조라는 한국系(계) 여성이 있다. 그녀의 조크를 들으면 한국 가정에서 자란 2세들의 생활이 많이 등장한다.

『내가 한국계라니까 믿지 못하더군요. 왜냐하면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모르거든요』라는 그녀의 조크가 기억난다. 그 말 자체는 우습지 않지만 「한국 부모는 무조건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시킨다」는 미국인들 사이에 퍼져 있는 통념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오는 조크다.

인도의 카타리아 박사는 「웃는 사람 클럽」을 창시해 全세계로 확산시켰다. 「웃는 사람 클럽」에서는 요가와 함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웃는다. 모여서 20분간 웃는 것이 「웃는 사람 클럽」의 과제이다. 그는 『웃으면 몸에 좋은 엔도르핀이 배출되고,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혈압이 내려가고, 우울증이 날아가고, 면역력이 증진되며, 폐와 호흡기를 맑은 산소로 채운다. 「부작용이 없는 모르핀」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웃음이다』라고 주장한다.

웃음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일까? 니체는 『인간만이 웃는다. 웃음은 깊은 고통을 경험한 인간이 개발해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침팬지와 쥐들이 웃는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침팬지는 끼리끼리 놀면서 접촉을 통한 만족감에 웃음소리를 낸다고 한다.

쥐들이 웃는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특수기계를 이용해 쥐들이 웃는 소리를 감지해 냈다. 간지럼이나 특수한 감촉을 가할 때 쥐들은 웃음소리를 낸다. 실험쥐들은 간지럼 타는 것을 좋아해서 계속 감촉을 가하는 기계 앞으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쥐가 웃을 일』이라는 표현은 이제 사라져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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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 쥐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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