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金昌鉉민주노동당 사무총장 : 월간조선

「구국전선」은 북한의 對南 공작기관인 한국민족민주전선(약칭 韓民戰)의 홈페이지다. 이 페이지는 야후나 네이버 같은 인터넷 검색 프로그램에서 한글로 「구국전선」을 입력하면 접속이 가능하다. 韓民戰 대변인 논평을 비롯해 金日成 회고록, 金正日 저작, 주체사상 학습실, 평양소식 등 방대한 양의 북한 선전물이 붉은색 배경 아래 붉게 물들어 있는 곳이 「구국전선」이다. 「구국전선」은 「민족의 찬란한 태양을 따라」라는 연재물을 싣고 있는데 2002년 4월21일자에 「별들의 통일 사랑」이란 제목 아래 이런 글이 실렸다. 주요 내용을 인용하면 이렇다.

<울산에서는 한 통일운동가 부부의 통일 사랑담이 화제로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김창현·이영순 부부. 김·이 부부의 첫 만남은 동갑내기로 고려大에 입학한 새내기 시절에 이루어진다. 그들은 입학 초기에 벌써 운동권 핵심으로 동아리와 학회 활동에 참여하여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운동권 새내기 교육에 참여해 처음으로 주체사상에 대하여 배웠다.

1986년 김씨가 제대한 후 그들은 주체사상의 가르침에 따라 투쟁할 의지를 가다듬고 노동현장으로 들어간다. 노동자들과 함께 숨쉬고 투쟁하는 어려움 속에서 그들은 가정을 이루고 지하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편다.

『여보, 아이 이름 무어라 할 거야』

『아들인지 딸인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상관없어. 우리의 마음 담아 짓는 거야. 우리 대학 시절 주체사상을 처음으로 배우고 맹세했던 거 기억나지』

『생각나요. 민중 위해 모든 걸 바치자고 했죠』

『그래 바로 그렇게 짓자는 거야. 민해, 민중해방의 뜻을 담아 어때. 노동자, 농민,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민중에 대한 믿음으로 이겨내란 뜻이야. 민해라 지읍시다』

태어나기도 전에 이름을 지어 놓고 아기의 출생을 기다렸다. 그러나 김창현씨는 딸이 태어남과 동시에 불법집회 조종자로 또다시 구속된다>

이 글은 「굳은 맹세 속에 북녘을 우러르는 그들의 눈빛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로 끝났다. 이 글의 작성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 당원

2년 전에 작성된 이 글에 등장하는 金昌鉉씨는 現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다. 그의 아내 李永順씨는 17대 總選에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글 내용처럼 두 사람은 동갑내기며 고려대학 동기다. 두 사람 사이에는 딸만 하나 있는데 이름은 「민해」다. 한자로는 民解라고 쓴다. 뜻을 풀이하면 민중 해방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공천을 받아 蔚山 동구에서 출마한 金昌鉉씨의 홈페이지에는 그의 딸 민해와 관련해, 「늘 그리운 딸 민해」, 「서울로 간 민해」, 「엄마 아빠는 늘 미안하단다」, 「못 말리는 우리 딸」 등의 글이 올랐다. 「엄마 아빠는 늘 미안하단다」라는 글에 따르면 민해가 태어나던 날, 金昌鉉씨는 서울 구로공단 지역의 노동운동 회의에 참석했다가 서울 남부지역 노동자 연맹 사건으로 구속돼 딸이 세 살 되던 해 석방되었다. 「구국전선」에 올라 있는 글과 金昌鉉씨의 인생 행로는 대체로 일치했다.

金昌鉉씨 홈페이지에 따르면 딸 「민해」는 서울의 어느 외국어고등학교, 즉 「특수 목적 고교」 학생이다. 特木高는 노동운동가들로부터 「고교 평준화의 문제를 보완하기보다 극심한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한 축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받는 대상이다.

金昌鉉씨는 「사랑하는 딸 민해에게」라는 글에서, 고등학생인 딸에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란 책을 읽기를 권했다. 전태일은 1970년 서울 청계천 피복노조에서 분신한 근로자다. 金昌鉉씨가 쓴 이 글의 末尾는 이렇게 되어 있다.

<노동자와 민중이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란다. 정말 노동이 아름다운 날, 전태일은 부활하리라 믿는다. 나의 딸아>

민해는 고등학생임에도 작년에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가입했다. 딸에게 가입을 권유한 사람은 아버지 金昌鉉씨였다. 당원으로 가입할 때 민해는 『그럼 우리 가족 모두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는 거네요』라고 말했다고 金昌鉉씨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金昌鉉씨는 홈페이지에 「민해는 이제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세상을 여는 한 길에 함께하는 동지로 당당하게 첫 발을 디딘 것이다. 나 또한 내리사랑만 베푸는 대상이 아닌, 동지로서 딸아이를 대하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고 썼다.

딸 민해와 관련된 이런 글들은 지난 4·15 총선 기간 중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 며칠 후, 새롭게 등장한 金昌鉉씨 홈페이지에는 유독 딸 민해 관련 부분만 모두 삭제되었다. 「구국전선」에 올라 있던 「별들의 통일 사랑」이란 글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없어졌다.

영남위원회 사건으로 2년 실형

당권파, 主思派, 급진적 사회주의 그룹 등 세 계파로 이뤄져 있는 민주노동당에서 金昌鉉 사무총장은 主思派로 분류된다.

金총장은 고려大 사회학과 출신이다. 대학 3학년 때 강제 징집된 그는 제대 후 복학하지 않고 서울 구로구 신길동에 있던 세광알루미늄에 위장 취업, 선반공이 되었다. 같은 시기, 아내 李永順씨는 대한모방에 위장 취업했다. 1986년 5월부터 서울 남부지역 노동자연맹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金총장은 1987년에 체포돼 1심에서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를 포기하고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그는 고향 울산으로 내려가, 울산 사회선교실천협의회(약칭 蔚社協) 간사가 되었다. 蔚社協은 울산 지역의 유일한 시민사회단체로 1988년과 1989년의 노동자 대파업 때 중심에 섰던 단체다. 金씨는 蔚社協에서 운영하는 민족학교 간사로 있으면서 근로자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韓日·韓美 관계를 가르쳤다. 이념 색채가 짙은 민족학교는 당국에 의해 폐쇄명령을 받았고 金씨는 수배자가 되었다.

수배가 풀린 1990년 초, 金씨는 울산 동구에 중·고교 입시학원 상아탑을 설립, 4년 동안 학원 운영에 전념했다. 그는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경남 도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되고, 3년 후인 1998년에는 울산시 동구청장에 당선되었다. 그해 7월25일 金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金씨 구속으로 공백이 된 울산 동구청장 자리는 아내 李永順씨가 보궐선거를 통해 물려받았다.

金씨가 연루된 이 사건이 金大中 정부 초기에 발생한 일명 「영남위원회 사건」이다. 영남위원회 사건은 부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1993년부터 5년 동안, 이들 조직원들을 24시간 미행 감시하고 법원의 영장에 의한 합법적 감청을 통해 적발했다. 金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형이 확정돼 복역한 뒤 2000년 7월23일 석방되었다.

半잠수정 사건으로 드러난 民革黨과 하부조직 영남위원회

金씨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영남위원회 사건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체포된 영남위원회 조직원들이 거의 묵비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이 사건을 최초 수사한 부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영남위원회의 상부선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이 있었으나, 그 1년 후인 1999년 9월, 국가정보원은 民革黨(민족민주혁명당의 약칭) 간첩사건 발표에서 「영남위원회는 民革黨 하부조직」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民革黨 간첩사건은 남해상으로 침투하다 1998년 12월18일 해군에 의해 격침된 북한 半잠수정을 인양하면서 단서가 포착되었다. 國情院 수사 결과 民革黨은 북한의 직접 지시를 받는 남한內 지하黨이었다. 民革黨의 모체는 反帝청년동맹이다. 反帝청년동맹은 서울大 법대 82학번인 河永沃(하영옥)씨가 1988년 4월 구국학생연맹 출신을 중심으로 결성했다.

이 단체는 1989년 4월15일 전국 대학가에 「민족의 태양이신 金日成 장군님의 77회 탄생일을 축하드린다」는 유인물을 살포하면서 조직의 실체가 처음 공개되었다. 反帝청년동맹은 1990년 4월 조직 개편을 단행, 金永煥(김영환)씨가 총책이 되었다. 金永煥씨는 1980년대 대학가에 주체사상을 확산시킨 「강철서신」의 저자다. 그는 河永沃씨와 서울大 법대 동기다.

金永煥씨는 1991년 5월, 月刊「말」지 기자였던 曺裕植(조유식)씨와 함께 北에서 보낸 간첩선을 타고 입북했다. 이들의 호송 책임자는 對南 테러부서인 사회문화부(현재 이름은 35호실) 소속 베테랑 공작원 김동식이었다.

입북한 金永煥씨는 金日成의 직접 환대를 받았다. 金永煥씨는 북한 사회문화부장 李昌善으로부터 『反帝청년동맹을 지하 革命黨으로 전환시켜라』는 지령을 받고, 1992년 3월16일 民革黨을 정식 결성했다.

民革黨 중앙위원은 金永煥-河永沃-朴모 등 3명이었다. 金永煥씨는 총책과 조직책을 겸임하며 지역적으로는 전북위원회를 관장했고, 河永沃씨는 「영남위원회」와 경기 남부지역을 관장했다. 「영남위원회」 산하에는 부산위원회, 울산위원회, 마산·창원·진주 지부가 있다.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전향한 金永煥씨는 자신이 관장한 지역의 조직원들을 공개했으나 河永沃씨는 끝내 전향을 거부, 「영남위원회」와 경기 남부위원회는 지금까지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民革黨은 북한의 對北공작기관으로부터 받은 40만 달러 중 4500만 원을 「1996년 총선시 부산지역에서 출마한 조직원 李모, 1995년 地自體선거시 구청장 등으로 출마한 金모 등 6명에게 선거활동자금으로 지원했다」(국정원 발표문)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