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디오를 추천한다 - 쇼생크 탈출 : 월간조선

길들여지는 현대인

변호사인 나는 불행한 사람들을 자주 봤다. 1998년 당시 감옥생활만 31년을 살고 있던 大盜 조세형을 봤고, 무기징역을 사는 탈주범 신창원을 얼마 전 찾아갔었다. 한 평의 독방에서 신음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사람들에게 罪와 罰 그리고 인간의 의미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성실한 회사원 같은 팀 로빈스 주연의 「쇼생크 탈출」은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처럼 의식하지 못하는 작은 자유를 발견하고 감사하게 하는 영화다. 동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씌워진 굴레를 자각하게 하는 의미를 던지고 있다.

은행원 앤디는 쇼생크 감옥에 살인죄를 범한 죄수로 들어온다. 그는 범인이 아니었지만 견고한 철문을 들어서서 죄수복을 입는 순간부터 인간 계급에서 탈락된다.

『난 소장이고 넌 죄수야. 네 목숨은 내 거야』

철테 안경을 쓴 차가운 얼굴의 소장이 한마디 내뱉는다. 그의 말이 법이고 윤리였다. 앤디는 수용자 사회의 격류 속에 휘말려 든다.

모든 죄수들이 자신을 無罪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刑을 사는 것은 변호사의 잘못이라고 원망했다. 그런 가짜들 사이에서 진짜인 앤디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는 원초적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거친 고참 패거리들에게 얻어맞고 강간당한다. 그렇게 그는 길들여진다.

그가 쇼생크 감옥 식당에서 첫 식사를 하는데 하얀 구더기가 쟁반 위에서 꿈틀거렸다. 뒤에 있던 브룩스라는 영감이 먹지 않을 거면 그 구더기를 달라고 했다. 징역 50년을 살았다는 영감은 얼른 구더기를 받더니 품속에 감추어 둔 기르는 새의 부리에 갖다 댔다. 인간은 그래도 뭔가 사랑해야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었다. 그 감옥에서 평생을 산 브룩스 영감은 쇼생크 감옥의 역사일 만큼 길들여졌다.

이미 브룩스는 철창 문을 열어놓아도 날아갈 수 없는 새가 되어 있었다. 그때 그는 석방됐다. 석방된 그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복잡한 미래의 세계 한가운데 던져진 것 같았다. 시간이 정지된 곳에서 길들여진 그는 도저히 현실에 적응할 수 없었다. 다시 감옥에 가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자살했다. 감옥 안의 동료들은 그야말로 감옥 안에서 죽어야 행복했을 사람이라고 한다.

이것은 단지 영화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징역 31년을 산 조세형은 석방된 후 사회생활 1년쯤 되더니 차라리 감옥 안이 편했었다고 내게 호소했다.

그가 다시 들어간 감옥이 아니라도 인간은 철저히 길들여진다. 현대인들은 모두 각종의 전기기구와 컴퓨터가 설치된 시설 좋은 아파트에 수용되어 있다. 그 속에서 자기의 좁은 사고의 틀 속에 갇혀 일평생을 보내는 것이다.

종신형을 받은 영화 속의 주인공 앤디는 20년이란 장대한 탈출계획을 세운다. 그는 조그만 망치를 구해 벽에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그는 길들여지지 않는 타고난 자유인이었다. 태평양 푸른 파도가 치는 섬의 해안에서 배를 수리하고 낚시를 하면서 잔잔한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날을 꿈꾸면서 그는 끊임없이 벽을 뚫었다.

진범을 알았지만

살 줄 아는 사람은 어디를 가나 살 줄 안다. 주인공 앤디는 교도소 안에서 새로운 삶을 구축했다. 은행원이었던 그는 교도관들에게 세금을 절약하는 서류작성으로 신임을 얻는다. 그는 州정부에 끊임없이 도서관에 비치할 책을 달라고 탄원했다. 마침내 그의 끈질김은 훌륭한 감옥도서관을 만든다. 그는 감옥 안에서 글을 가르친다.

성경 속에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요셉처럼 앤디는 감옥 안의 성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번은 그가 만든 도서관에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레코드판이 기증 되었다. 그는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그 판을 걸고 방송 스위치를 켰다. 감미로운 음악이 교도소 내의 곳곳을 적시기 시작했다. 운동장에 웅성대던 죄수들의 영혼이 순간 그 음악에 취하고 있었다. 감동을 배달한 죄로 앤디는 햇빛이 들지 않는 독방에서 징벌을 받는다. 남을 위한 아름다운 희생인 것이다.

이 영화는 위선적인 교도소장을 대칭적으로 배치하고 있었다. 겉으로만 믿음이 독실한 소장은 재소자들을 밖으로 내보내 일을 시킨다. 재소자들의 사회적응이란 명분 뒤에서 소장은 부정한 돈을 벌게 된다. 정작 교화되어야 할 대상은 소장 그리고 결탁된 부패한 교도관들이었다. 소장은 앤디에게 돈 세탁을 시킨다. 앤디는 사기꾼이 되려고 교도소에 왔다고 동료죄수 레드에게 술회하고 있다.

어느 날 앤디는 신입죄수의 입을 통해 자기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를 알게 된다. 이미 앤디는 머리가 허옇게 셌고 돋보기를 쓴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늦었지만 그가 합법적으로 세상으로 나갈 재심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소장은 교묘히 증인을 죽여버렸다. 그리고 주인공 앤디를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독방에 넣어 지능적으로 말살하려고 한다. 그는 또다시 한 인간의 욕망의 굴레에 얽혀버린 것이다.

우리가 보아야 할 일상의 축복들

영화 속의 주인공 앤디는 드디어 20년 동안 준비해 온 탈주를 감행한다. 자신이 지난 20년 동안 만들었던 기나긴 구멍을 빠져나와 오물이 흐르는 좁디좁은 하수구를 기고 또 기어서 드디어 더러운 흙탕물이 흐르는 강 위에 떨어진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더러운 흙탕물 위에서 팔을 벌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맞고 있었다. 그는 자유였다. 영화에서의 마지막 반전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앤디는 소장이 부정한 행위로 입금한 돈을 기가 막히게 은행에서 빼낸다. 그리고 소장의 부정을 신문사에 알려 마침내 그가 스스로 권총자살을 하게 만든다. 남국의 태양에 구릿 빛으로 그을린 웃통을 벗어젖힌 채 앤디는 낡은 배를 수리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태양과 새파란 바다가 그의 등뒤로 비치고 있었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만든 이 드라마는 140분 동안 인간에게 필요한 진리를 정확하게 형상화하고 있었다.

얼마 전 나는 탈주범 신창원이 있는 청송교도소를 3년 만에 갔다. 마지막 재판 때 그는 내게 유언같이 부탁했다. 몇 년 후면 자신은 교도소 안에서 미치거나 분명히 죽어 있을 것이라고. 그 무렵 한 번만 교도소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신창원은 모든 것과 단절된 채 독방에서 하얗게 바랜 세월을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죽은 사람이 나와요. 목에 시꺼먼 밧줄자국을 한 채 문으로도 들어오고 벽에서도 안개같이 스며 나와요』

살아갈 아무런 프로그램이 없이 신창원은 반쯤 미쳐 가고 있었다.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앤디는 허구고 연기였다. 그러나 탈주범 신창원은 현실이었다. 법은 칼과 같다. 사랑의 요리사가 들면 음식을 만들고 강도가 들면 사람을 죽인다. 집행하는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법은 따뜻할 수도 차가울 수도 그리고 미지근할 수도 있다. 탈주범이지만 신창원은 보통사람과 똑같은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다.

나는 영화와 현실을 그렇게 왔다갔다 한다. 영화 속의 주인공 앤디는 잔잔한 바다와 투명한 햇빛이 소망이었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존재하듯 철저한 구속은 자유의 정확한 본질을 알게 하는 것이다. 무기징역을 받은 탈주범 신창원은 교도소 담 밑에 난 파란 풀을 만져보고 소리 없이 내리는 비를 실컷 맞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변호사인 나는 그런 고통들을 보면서 잠든 영혼이 깨어난다. 산책을 하면서 파란 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을 올려다본다. 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투명하게 밝은 붉은 태양에 취하기도 한다. 마음의 눈으로 정작 봐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축복들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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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형·신창원을 생각하면서 현실과 허구를 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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