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국민경선
『한나라당 국민경선은 對국민 사기극이오』
4월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崔秉烈(최병렬) 후보는 전날(4월13일) 仁川(인천)에서 있었던 대통령 후보 선출 대회의 참패 원인을 묻자, 한 마디로 대답을 대신했다.
仁川 대회에서 그는 79표를 얻어 5.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위 李會昌(1111표, 79.3%)은 물론 2위 李富榮(201표, 14.3%) 후보에게도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盧風(노풍)」을 잠재우겠다는 그의 구상은 첫 번째 黨內 경선에서부터 계산이 빗나갔다.
왜 이렇게 부진한 성적을 거뒀을까. 舊 여권 최고의 大選(대선) 전략가로 통하는 그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걸까.
『4월5일 후보등록을 했는데, 알아보니까, 4월3일에 국민 경선 신청 마감이 끝났어요. 그것도 첫 경선지인 인천 한 곳이 아니라 울산, 제주, 강원, 대구, 경북까지 모두 여섯 지역의 신청이 끝난 겁니다. 국민 경선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내가 손써 볼 여지가 없는 거예요. 인천이 열한 개 지구당인데 여덟 명의 위원장이 李會昌씨 지지고, 세 명의 위원장이 李富榮씨 지지입니다.
위원장 분포대로 그대로 표가 나온 겁니다. 李총재가 전화를 걸어 지구당 위원장을 회유 협박해서 줄을 세웠어요. 나는 落票(낙표) 몇 표 주웠어요. 민주당은 시민 신청자들이 많아 100對1 가까이 되는 곳도 있는데, 우리 당은 2대1, 3대1이니 이게 무슨 국민 경선입니까. 한나라당 경선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후보 등록하면서 6개 지역의 국민 경선 신청이 마감된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까.
『몰랐어요. 나보고 나이브(Naive·순진)하다고 욕하면 욕을 먹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상식과 기본의 문제예요. 저는 朴槿惠 의원이 국민 경선을 주장할 때 「당원 50%, 시민 50%」에 동의했습니다. 민주당도 같은 식으로 하고 있으니까, 우리 黨도 그런 식으로 하는구나 알고 있었죠』
―국민 참여가 원천 봉쇄된 불공정 경선이라면 왜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인천 경선 날짜를 5월4일 개최되는 경기지역 경선에 합치고, 국민 경선 공모 마감일을 연장하라고 했죠. 경선 일정을 늦추더라도 국민들에게 국민 경선을 홍보하고, 참가자를 대폭 늘려 제대로 된 경선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黨에서 「신청자 명단을 가져오면 받아 주겠다」는 거요. 후보들이 자기 지지자 명부를 가져가서 선거인단에 이름 올리고 투표하는 게 무슨 국민 경선입니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仁川 경선에 참여한 이유는 뭡니까.
『캠프 내에서는 국민 경선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인천 경선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제가 「有·不利(유·불리)만 따지려면 경선에 나오지도 않았다. 경선을 가동시켜 놓고 문제점을 고치자」고 입장을 정리했어요』
『완전히 구닥다리 선거를 하고 있어요』
―인천 경선에서 李會昌 후보가 줄세우기를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河舜鳳(하순봉), 梁正圭(양정규) 의원이 인천시 지부장인 趙鎭衡(조진형)씨와 모여 대책을 숙의하다가 발견되기도 했어요. 여론조사를 핑계로 대의원들의 동향을 조사해서 「당신 지구당 지지율이 낮으니 점검해 봐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회장에 오는 버스 안에서 한 사람씩 타고 李會昌 찍으라고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완전히 구닥다리 선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崔후보 측은 선거인단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못 했습니까.
『지구당 방문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요. 민주당에서는 지구당 위원장들이 선거인단을 모아 각 후보들이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선거인단 한 사람 못 만나고, 전화를 통해 한 차례 지지를 호소한 게 답니다』
―제가 3월9일 시작한 민주당 지역 경선대회를 대부분 다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4월13일 한나라당 경선을 처음 봤습니다. 한나라당 경선장이 야외 架設(가설) 극장 분위기였다면, 민주당은 오케스트라를 보러 온 분위기였습니다. 李仁濟·盧武鉉 후보가 격렬한 연설을 하지만, 후보를 향해 선거인단이 야유를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한나라당 경선장에서는 선거인들이 후보를 향해 『그만 해』, 『비방하지 마』라고 야유를 퍼붓는 게 눈에 많이 띄더군요. 네 번째 마지막 연사인 李祥羲(이상희) 의원이 연설을 할 때 인천西ㆍ강화甲 선거인단석은 離席(이석)이 많아 뻥 뚫려 있었습니다. 정당은 국민의 참여를 동원하는 통로입니다. 국민 경선도 제대로 안 되고, 위원장들이 장악한 대의원들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하는 한나라당이 大選에서 민주당과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한나라당은 二流 정당이 됐다
『민심이 반영될 통로가 꽉 막힌 경선입니다. 국민 경선은 민주당 흉내만 낸 거예요. 어제 李會昌씨 연설할 때 환호하고 박수치는 것 보셨죠. 골수당원만 동원해 놓은 겁니다. 민주당의 첫 경선대회가 열린 제주의 참가율은 85%였는데, 우리는 61%였습니다. 黨을 이렇게 二流(이류)로 만들어 놓은 데 대해 李會昌씨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仁川대회 연설 때 보니까 목소리가 갈라졌던데, 피로해서 그런 겁니까.
『대회장 분위기가 너무 산만해서 초반에 소리를 크게 질렀더니, 나중에 목이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호응도가 너무 없어요.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겁니다』
―들러리 서러 나온 게 아니라면, 「뒤집기」를 생각했을 텐데 계산이 뻔히 나오는데 계속 갈 겁니까.
『울산을 보고 결심을 할 겁니다. 朴寬用 총재대행과 金文洙 부총장에게 「지구당 위원장 줄세우기 그만하고, 국민 경선 취지를 살리라」는 요구를 강력하게 했습니다』
―崔후보가 국민 경선을 하라고 요구를 하더라도 李會昌 후보로서야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 양보하고 끝내려 하지 않을까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퇴할 겁니까.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지켜보겠습니다』
배석하고 있던 崔球植(최구식) 언론특보는 『李會昌 후보는 제대로 된 경선을 치르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최근 李후보 측과 있었던 실랑이를 소개했다.
『4월5일 黨 선관위에서 각 후보 진영 홍보책임자를 불러서 제가 갔습니다. MBC와 KBS가 후보 한 사람씩을 불러서 토론회를 하려고 하는데, 李후보 측은 「후보들이 피곤하니 단독 토론회는 하지 말자」는 거예요. 제가 「돈을 주고 두 시간씩 TV에 출연하려면 10억원을 줘야 할 거다」며 무조건 하자고 해서 TV 단독 토론회를 성사시켰어요』
崔후보는 仁川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競選(경선) 참여를 중단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崔특보는 『崔후보는 정치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경선에 출마했고, 어영부영 李會昌 후보 쪽과 타협해 경선에서 들러리를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盧風」은 거품이 아니다
―李會昌 후보 쪽은 국민 참여 열기도 없이 조직선거로 경선에서 壓勝(압승)하면, 大選에서 盧武鉉 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李會昌씨 주변 인사들은 경선의 모양새에 관심이 없어요. 李會昌씨를 추대 비슷하게 선출해서 똘똘 뭉쳐 가면 된다, 大選에서 盧武鉉이를 「빨갱이」로 융단폭격하면 이기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감추지 않아요. 그게 말이 될 걸로 봅니까』
―李會昌과 盧武鉉은 상대가 안 된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습니까.
『우리 黨이 자체적으로 하는 ARS(전화 여론조사)에서도 盧武鉉 후보가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영남에서도 50%를 넘어섰어요. 제가 1급은 안 되지만, 2급쯤 되는 大選 전문가요. 전라도 표 다 먹고, 경상도 표 절반 먹는 사람을 이길 방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정신 나간 겁니다』
―盧武鉉 인기가 거품이라는 얘기도 있잖습니까.
『거품이라는 건 인기가 있는데 돈과 조직이 없는 경우를 대개 얘기해요. 거대한 정부 여당의 돈과 조직, 홍보기술,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사람의 인기가 어떻게 거품이오?』
―自派(자파) 지구당 위원장도 확보 못 하고, 국민 경선 대비도 안 하고 무얼 믿고 경선에 출마했습니까.
『「盧武鉉같이 과격한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보수진영의 갈망이 엄청납니다. 그 갈망이 우리 黨 국민 경선에 참여한 시민 선거인단에게 전해지고, 그 열기가 우리 黨 대의원들에게까지 전달되면, 李會昌에 대한 지지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초반 어느 한 지역에서만 바람이 불면 수도권에서 승패를 가릴 수 있을 걸로 봤어요. 바람 들어올 바늘 구멍도 하나 없이 두들겨 막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는 국민 선거인단을 모을 기회도 없는 거예요』
―경선 환경이 달나라처럼 척박하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첫 TV 합동 토론은 왜 그렇게 엉망으로 했습니까. 『총재님』, 『총재님』하면서 깍듯이 敬語(경어)를 쓰고, 하도 살살 해서 『복덕방 노인들 회의하는 줄 알았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以實直告(이실직고)를 하면, 나로서는 仁川의 대의원이 제일 신경 쓰였어요. 정면 공격하면 害黨행위 비슷하게 몰릴 것 같은 게 인천 분위기였어요. 그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려고 그런 겁니다. 국민 선거인단이 와야 하는데, 골수당원만 오니 어떡합니까. 이제 소용 없는 게 밝혀졌으니, 제대로 할 겁니다』
―金大中 정부를 左派, 親北이라고 공격하면서, 후보로 나온 한나라당의 네 사람이 모두 『햇볕정책의 기조에 공감한다』고 하더군요. 민주당 李仁濟 후보만도 못한 입장을 견지한 것 아닙니까.
『짚어야 할 것을 제대로 짚지 못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정부가 북한을 달래기 위해 큰 원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선입니다. 그게 흔들렸어요. 盧武鉉씨 같은 이들도 이런 위험이 엿보입니다』
―부시 정권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습니다. 민주당을 左派라고 규정하는 분들이 북한체제에 대한 분명한 성격규정을 왜 안 하는 겁니까. 우물우물하면 민주당 후보하고 무슨 차이가 있나요.
『미국 시각에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잘못되면 죽고사는 문제입니다. 외교기술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이 있는 겁니다. 하나 분명한 건 북한 주민과 金正日 정권은 분리해야 합니다. 북한은 지금 金正日에게 인질로 붙잡혀 있는 겁니다. 주민들을 도우려면 金正日과 협상도 해야죠』
―이 정부의 對北정책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安保(안보)죠. 金大中 대통령과 林東源씨는 「북한은 남침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金대통령은 「국군의 날」 연설과 행동이 왔다갔다 했어요. 하지만 국가안보는 일단 유사시에 대비하는 겁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평화가 유지될 때까지는 軍(군)을 강하게 유지하고, 미군을 붙들고 활용해야 합니다』
―평화체제가 이뤄진 후에도 미군은 주둔해야 합니까.
『통일이 되더라도 중국과 소련, 일본을 관리해야 합니다. 세 나라가 모두 군사강국입니다. 힘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미군이 필요합니다. 독일과 일본, 이태리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일을 자존심만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李會昌의 이념을 모르겠다
―李會昌씨 곁에서 6년 간 정치를 함께 했는데, 그의 정치적 신념, 이념적 지향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도 헷갈려요.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소화하고 갖고 있는 생각이 분명합니다. 李會昌씨는 여러 군데로 왔다갔다 해요. 지난해 金滿堤 정책위 의장이 金大中 정부의 정책을 사회주의적이라고 공격하자,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大選 출마를 선언하면서는 이 정부를 「좌파적 정권」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거 넌센스 아닙니까』
―그런데 왜 한나라당 사람들이 李會昌씨에게 이렇게 꼼짝을 못 하는 건가요.
『지난 4년 간 李會昌을 중심으로 뭉쳐 가자는 黨內의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 가운데 나도 있었고. 여당하다가 정권 뺏기고 야당하는 건, 누가 안 건드려도 고난의 길입니다. 꼭 이겨야 한다는 悲願(비원)이 있었어요. 이길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3, 4週 전에 뒤집어졌습니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끝난 게임입니다. 李會昌씨 주변에서는 「9개월 남았는데, 뭉치면 수가 난다」고 합니다. 그렇게 꿈을 깨라는데 꿈을 안 깨요』
―李會昌씨는 가족과 주변문제로 두 번째 지지율 폭락을 겪고 있는데, 극복할 수 있을까요.
『주변관리를 못 해서 또 한나라당을 곤경에 처넣었어요. 이런 리더십으로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110평짜리 빌라 세 개 가지고 살면서,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해요. 법보다 무서운 게 있다는 걸 왜 모릅니까. 이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사람이 법에 하자가 없으면 아무거나 해도 됩니까. 참 걱정이오』
「이렇게 가면 죽는다」는 걸 알리려고 출마
―崔후보의 대중적 지지가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崔후보가 결정적인 역사의 고비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행동을 못 했기 때문 아닌가요.
『나는 조용하게 일한 사람입니다. 李會昌 대통령 만들고, 黨에서 정치개혁을 맡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내가 나서서 소리를 지르길 했나, 문제 있다고 시비를 걸었나. 李會昌으로는 도저히 盧武鉉을 꺾고 정권을 찾아올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앞뒤 안 가리고 나온 겁니다』
崔秉烈씨는 자기를 드러내기보다는, 남들이 앞에서 빛을 내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살아왔다.
지난 4년 간 『李會昌을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외쳐 온 그가 大選 경선 출마를 선언하자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았다.
그는 『지난 3월 말 선후배 모임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선후배들 얘기를 종합하면 이래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해서 공천 장사할 거냐. 5년 더 버텨 70세에 대통령 나갈 거냐. 너도 희생 좀 해라. 盧武鉉같이 과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흔들린다. 경선 출마해서 잘 되면 盧후보와 붙어 싸워라. 경선 출마해서 떨어지더라도 국민들에게 이렇게 가면 죽는다는 것은 알릴 수 있지 않느냐」 대충 이런 얘기였어요. 그래서 앞뒤 안 가리고 경선 출마한 겁니다. 안 되면 정치 마감하고 친구들하고 놀러나 다닐 작정이오』●
『한나라당 국민경선은 對국민 사기극이오』
4월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崔秉烈(최병렬) 후보는 전날(4월13일) 仁川(인천)에서 있었던 대통령 후보 선출 대회의 참패 원인을 묻자, 한 마디로 대답을 대신했다.
仁川 대회에서 그는 79표를 얻어 5.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위 李會昌(1111표, 79.3%)은 물론 2위 李富榮(201표, 14.3%) 후보에게도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盧風(노풍)」을 잠재우겠다는 그의 구상은 첫 번째 黨內 경선에서부터 계산이 빗나갔다.
왜 이렇게 부진한 성적을 거뒀을까. 舊 여권 최고의 大選(대선) 전략가로 통하는 그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걸까.
『4월5일 후보등록을 했는데, 알아보니까, 4월3일에 국민 경선 신청 마감이 끝났어요. 그것도 첫 경선지인 인천 한 곳이 아니라 울산, 제주, 강원, 대구, 경북까지 모두 여섯 지역의 신청이 끝난 겁니다. 국민 경선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내가 손써 볼 여지가 없는 거예요. 인천이 열한 개 지구당인데 여덟 명의 위원장이 李會昌씨 지지고, 세 명의 위원장이 李富榮씨 지지입니다.
위원장 분포대로 그대로 표가 나온 겁니다. 李총재가 전화를 걸어 지구당 위원장을 회유 협박해서 줄을 세웠어요. 나는 落票(낙표) 몇 표 주웠어요. 민주당은 시민 신청자들이 많아 100對1 가까이 되는 곳도 있는데, 우리 당은 2대1, 3대1이니 이게 무슨 국민 경선입니까. 한나라당 경선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후보 등록하면서 6개 지역의 국민 경선 신청이 마감된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까.
『몰랐어요. 나보고 나이브(Naive·순진)하다고 욕하면 욕을 먹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상식과 기본의 문제예요. 저는 朴槿惠 의원이 국민 경선을 주장할 때 「당원 50%, 시민 50%」에 동의했습니다. 민주당도 같은 식으로 하고 있으니까, 우리 黨도 그런 식으로 하는구나 알고 있었죠』
―국민 참여가 원천 봉쇄된 불공정 경선이라면 왜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인천 경선 날짜를 5월4일 개최되는 경기지역 경선에 합치고, 국민 경선 공모 마감일을 연장하라고 했죠. 경선 일정을 늦추더라도 국민들에게 국민 경선을 홍보하고, 참가자를 대폭 늘려 제대로 된 경선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黨에서 「신청자 명단을 가져오면 받아 주겠다」는 거요. 후보들이 자기 지지자 명부를 가져가서 선거인단에 이름 올리고 투표하는 게 무슨 국민 경선입니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仁川 경선에 참여한 이유는 뭡니까.
『캠프 내에서는 국민 경선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인천 경선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제가 「有·不利(유·불리)만 따지려면 경선에 나오지도 않았다. 경선을 가동시켜 놓고 문제점을 고치자」고 입장을 정리했어요』
『완전히 구닥다리 선거를 하고 있어요』
―인천 경선에서 李會昌 후보가 줄세우기를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河舜鳳(하순봉), 梁正圭(양정규) 의원이 인천시 지부장인 趙鎭衡(조진형)씨와 모여 대책을 숙의하다가 발견되기도 했어요. 여론조사를 핑계로 대의원들의 동향을 조사해서 「당신 지구당 지지율이 낮으니 점검해 봐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회장에 오는 버스 안에서 한 사람씩 타고 李會昌 찍으라고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완전히 구닥다리 선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崔후보 측은 선거인단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못 했습니까.
『지구당 방문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요. 민주당에서는 지구당 위원장들이 선거인단을 모아 각 후보들이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선거인단 한 사람 못 만나고, 전화를 통해 한 차례 지지를 호소한 게 답니다』
―제가 3월9일 시작한 민주당 지역 경선대회를 대부분 다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4월13일 한나라당 경선을 처음 봤습니다. 한나라당 경선장이 야외 架設(가설) 극장 분위기였다면, 민주당은 오케스트라를 보러 온 분위기였습니다. 李仁濟·盧武鉉 후보가 격렬한 연설을 하지만, 후보를 향해 선거인단이 야유를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한나라당 경선장에서는 선거인들이 후보를 향해 『그만 해』, 『비방하지 마』라고 야유를 퍼붓는 게 눈에 많이 띄더군요. 네 번째 마지막 연사인 李祥羲(이상희) 의원이 연설을 할 때 인천西ㆍ강화甲 선거인단석은 離席(이석)이 많아 뻥 뚫려 있었습니다. 정당은 국민의 참여를 동원하는 통로입니다. 국민 경선도 제대로 안 되고, 위원장들이 장악한 대의원들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하는 한나라당이 大選에서 민주당과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한나라당은 二流 정당이 됐다
『민심이 반영될 통로가 꽉 막힌 경선입니다. 국민 경선은 민주당 흉내만 낸 거예요. 어제 李會昌씨 연설할 때 환호하고 박수치는 것 보셨죠. 골수당원만 동원해 놓은 겁니다. 민주당의 첫 경선대회가 열린 제주의 참가율은 85%였는데, 우리는 61%였습니다. 黨을 이렇게 二流(이류)로 만들어 놓은 데 대해 李會昌씨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仁川대회 연설 때 보니까 목소리가 갈라졌던데, 피로해서 그런 겁니까.
『대회장 분위기가 너무 산만해서 초반에 소리를 크게 질렀더니, 나중에 목이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호응도가 너무 없어요.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겁니다』
―들러리 서러 나온 게 아니라면, 「뒤집기」를 생각했을 텐데 계산이 뻔히 나오는데 계속 갈 겁니까.
『울산을 보고 결심을 할 겁니다. 朴寬用 총재대행과 金文洙 부총장에게 「지구당 위원장 줄세우기 그만하고, 국민 경선 취지를 살리라」는 요구를 강력하게 했습니다』
―崔후보가 국민 경선을 하라고 요구를 하더라도 李會昌 후보로서야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 양보하고 끝내려 하지 않을까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퇴할 겁니까.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지켜보겠습니다』
배석하고 있던 崔球植(최구식) 언론특보는 『李會昌 후보는 제대로 된 경선을 치르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최근 李후보 측과 있었던 실랑이를 소개했다.
『4월5일 黨 선관위에서 각 후보 진영 홍보책임자를 불러서 제가 갔습니다. MBC와 KBS가 후보 한 사람씩을 불러서 토론회를 하려고 하는데, 李후보 측은 「후보들이 피곤하니 단독 토론회는 하지 말자」는 거예요. 제가 「돈을 주고 두 시간씩 TV에 출연하려면 10억원을 줘야 할 거다」며 무조건 하자고 해서 TV 단독 토론회를 성사시켰어요』
崔후보는 仁川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競選(경선) 참여를 중단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崔특보는 『崔후보는 정치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경선에 출마했고, 어영부영 李會昌 후보 쪽과 타협해 경선에서 들러리를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盧風」은 거품이 아니다
―李會昌 후보 쪽은 국민 참여 열기도 없이 조직선거로 경선에서 壓勝(압승)하면, 大選에서 盧武鉉 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李會昌씨 주변 인사들은 경선의 모양새에 관심이 없어요. 李會昌씨를 추대 비슷하게 선출해서 똘똘 뭉쳐 가면 된다, 大選에서 盧武鉉이를 「빨갱이」로 융단폭격하면 이기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감추지 않아요. 그게 말이 될 걸로 봅니까』
―李會昌과 盧武鉉은 상대가 안 된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습니까.
『우리 黨이 자체적으로 하는 ARS(전화 여론조사)에서도 盧武鉉 후보가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영남에서도 50%를 넘어섰어요. 제가 1급은 안 되지만, 2급쯤 되는 大選 전문가요. 전라도 표 다 먹고, 경상도 표 절반 먹는 사람을 이길 방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정신 나간 겁니다』
―盧武鉉 인기가 거품이라는 얘기도 있잖습니까.
『거품이라는 건 인기가 있는데 돈과 조직이 없는 경우를 대개 얘기해요. 거대한 정부 여당의 돈과 조직, 홍보기술,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사람의 인기가 어떻게 거품이오?』
―自派(자파) 지구당 위원장도 확보 못 하고, 국민 경선 대비도 안 하고 무얼 믿고 경선에 출마했습니까.
『「盧武鉉같이 과격한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보수진영의 갈망이 엄청납니다. 그 갈망이 우리 黨 국민 경선에 참여한 시민 선거인단에게 전해지고, 그 열기가 우리 黨 대의원들에게까지 전달되면, 李會昌에 대한 지지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초반 어느 한 지역에서만 바람이 불면 수도권에서 승패를 가릴 수 있을 걸로 봤어요. 바람 들어올 바늘 구멍도 하나 없이 두들겨 막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는 국민 선거인단을 모을 기회도 없는 거예요』
―경선 환경이 달나라처럼 척박하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첫 TV 합동 토론은 왜 그렇게 엉망으로 했습니까. 『총재님』, 『총재님』하면서 깍듯이 敬語(경어)를 쓰고, 하도 살살 해서 『복덕방 노인들 회의하는 줄 알았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以實直告(이실직고)를 하면, 나로서는 仁川의 대의원이 제일 신경 쓰였어요. 정면 공격하면 害黨행위 비슷하게 몰릴 것 같은 게 인천 분위기였어요. 그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려고 그런 겁니다. 국민 선거인단이 와야 하는데, 골수당원만 오니 어떡합니까. 이제 소용 없는 게 밝혀졌으니, 제대로 할 겁니다』
―金大中 정부를 左派, 親北이라고 공격하면서, 후보로 나온 한나라당의 네 사람이 모두 『햇볕정책의 기조에 공감한다』고 하더군요. 민주당 李仁濟 후보만도 못한 입장을 견지한 것 아닙니까.
『짚어야 할 것을 제대로 짚지 못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정부가 북한을 달래기 위해 큰 원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선입니다. 그게 흔들렸어요. 盧武鉉씨 같은 이들도 이런 위험이 엿보입니다』
―부시 정권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습니다. 민주당을 左派라고 규정하는 분들이 북한체제에 대한 분명한 성격규정을 왜 안 하는 겁니까. 우물우물하면 민주당 후보하고 무슨 차이가 있나요.
『미국 시각에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잘못되면 죽고사는 문제입니다. 외교기술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이 있는 겁니다. 하나 분명한 건 북한 주민과 金正日 정권은 분리해야 합니다. 북한은 지금 金正日에게 인질로 붙잡혀 있는 겁니다. 주민들을 도우려면 金正日과 협상도 해야죠』
―이 정부의 對北정책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安保(안보)죠. 金大中 대통령과 林東源씨는 「북한은 남침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金대통령은 「국군의 날」 연설과 행동이 왔다갔다 했어요. 하지만 국가안보는 일단 유사시에 대비하는 겁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평화가 유지될 때까지는 軍(군)을 강하게 유지하고, 미군을 붙들고 활용해야 합니다』
―평화체제가 이뤄진 후에도 미군은 주둔해야 합니까.
『통일이 되더라도 중국과 소련, 일본을 관리해야 합니다. 세 나라가 모두 군사강국입니다. 힘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미군이 필요합니다. 독일과 일본, 이태리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일을 자존심만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李會昌의 이념을 모르겠다
―李會昌씨 곁에서 6년 간 정치를 함께 했는데, 그의 정치적 신념, 이념적 지향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도 헷갈려요.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소화하고 갖고 있는 생각이 분명합니다. 李會昌씨는 여러 군데로 왔다갔다 해요. 지난해 金滿堤 정책위 의장이 金大中 정부의 정책을 사회주의적이라고 공격하자,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大選 출마를 선언하면서는 이 정부를 「좌파적 정권」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거 넌센스 아닙니까』
―그런데 왜 한나라당 사람들이 李會昌씨에게 이렇게 꼼짝을 못 하는 건가요.
『지난 4년 간 李會昌을 중심으로 뭉쳐 가자는 黨內의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 가운데 나도 있었고. 여당하다가 정권 뺏기고 야당하는 건, 누가 안 건드려도 고난의 길입니다. 꼭 이겨야 한다는 悲願(비원)이 있었어요. 이길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3, 4週 전에 뒤집어졌습니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끝난 게임입니다. 李會昌씨 주변에서는 「9개월 남았는데, 뭉치면 수가 난다」고 합니다. 그렇게 꿈을 깨라는데 꿈을 안 깨요』
―李會昌씨는 가족과 주변문제로 두 번째 지지율 폭락을 겪고 있는데, 극복할 수 있을까요.
『주변관리를 못 해서 또 한나라당을 곤경에 처넣었어요. 이런 리더십으로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110평짜리 빌라 세 개 가지고 살면서,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해요. 법보다 무서운 게 있다는 걸 왜 모릅니까. 이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사람이 법에 하자가 없으면 아무거나 해도 됩니까. 참 걱정이오』
「이렇게 가면 죽는다」는 걸 알리려고 출마
―崔후보의 대중적 지지가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崔후보가 결정적인 역사의 고비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행동을 못 했기 때문 아닌가요.
『나는 조용하게 일한 사람입니다. 李會昌 대통령 만들고, 黨에서 정치개혁을 맡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내가 나서서 소리를 지르길 했나, 문제 있다고 시비를 걸었나. 李會昌으로는 도저히 盧武鉉을 꺾고 정권을 찾아올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앞뒤 안 가리고 나온 겁니다』
崔秉烈씨는 자기를 드러내기보다는, 남들이 앞에서 빛을 내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살아왔다.
지난 4년 간 『李會昌을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외쳐 온 그가 大選 경선 출마를 선언하자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았다.
그는 『지난 3월 말 선후배 모임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선후배들 얘기를 종합하면 이래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해서 공천 장사할 거냐. 5년 더 버텨 70세에 대통령 나갈 거냐. 너도 희생 좀 해라. 盧武鉉같이 과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흔들린다. 경선 출마해서 잘 되면 盧후보와 붙어 싸워라. 경선 출마해서 떨어지더라도 국민들에게 이렇게 가면 죽는다는 것은 알릴 수 있지 않느냐」 대충 이런 얘기였어요. 그래서 앞뒤 안 가리고 경선 출마한 겁니다. 안 되면 정치 마감하고 친구들하고 놀러나 다닐 작정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