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 奉 大 매일신문 정치부 기자
인천 경선 압승의 의미
한나라당의 李會昌(이회창) 前 총재가 4월13일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仁川 경선에서 79.3%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초반에 기선을 완전 제압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盧武鉉(노무현)씨에게 「더블 스코어」로 밀려, 「후보교체론」에 시달려야 했던 李會昌씨는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 결과를 李후보가 再起할 수 있다는 징표로 볼 수 있는 것인가.
李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인 辛卿植(신경식·충북 청원) 의원은 『쉬운 싸움은 아니지만, 비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仁川 경선의 결과에 대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당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며 『당원뿐 아니라 보수세력 전반에서 「盧武鉉 같은 정치인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고, 보수표가 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辛의원은 『大選에서 李仁濟보다 盧武鉉이 더 손쉬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盧風(노풍)은 전혀 검증이 안 됐다. 앞으로 大選까지 정책과 이념을 검증해야 할 기회가 엄청나게 많다. 정책이나 도덕성에서 하나라도 흠이 발견되면, 흰 종이에 먹물이 퍼지듯이 번져나갈 것이다. 「노무현에게 나라를 맡기겠느냐」는 물음을 앞에 놓고 국민들이 결국 안정적인 리더십을 선택할 것으로 생각한다.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빌라 게이트」로 지지율이 급락한 李會昌씨는 大選 때까지 몸을 바짝 엎드려, 서민들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金大中 대통령의 失政(실정)이 끝없이 이어지고, 아들 3형제가 비리에 연루된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건 말이 안 된다. 「빌라 게이트」는 돈을 받아 착복한 그런 類(유)의 범죄가 아니라, 국민의 정서를 잘못 건드린 것이다. 이 부분은 솔직하게 사과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작정이다』
李후보는 인천 경선 연설에서 자신의 서민적인 풍모를 강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
『저는 박봉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공무원의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고위 공무원을 구속했다고 미움을 사서 현직 검사로서 구속됐습니다. 저는 열일곱의 나이에 가족들을 부양하는 일을 떠맡게 됐습니다. 배가 고프면 수돗가로 달려가 수돗물로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TV 토론에 나타난 그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상대 후보의 말을 딱 자르거나, 굳어진 얼굴로 반박하지 않았다. TV에 출연해서 계속 웃고 있어, 『너무 실없어 보인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왔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그동안 정치인 李會昌씨를 부상시켰던 요소들이 大選 정국에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李 前 총재의 한 참모는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金大中 대통령을 공격함으로써 지지율을 높이는 전략에 국민들이 식상해지고 있어, 공격 타깃을 여권의 대선 후보쪽에 맞춰야 할 시점』이라며 『金大中이 무대에서 사라지면 영남권의 「反 金大中 정서」도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쪽 이미지를 강조해 온 것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한 측근은 『도덕적인 문제에 관한 한, 같은 공격을 받더라도 李 前 총재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빌라 문제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했다.
李 前 총재의 귀족주의 성향 혹은 엘리트주의도 大選 가도의 큰 암초다.
총재특보 출신의 한 의원은 『李 前 총재는 이른바 민생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전국을 순회하며 서민들에게 다가서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재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개혁이면 개혁이고, 보수면 보수지』
지난해 연말 李 前 총재는 黨 소속 의원들을 選數(선수)별로 나눠 모임을 마련하고, 의견을 수렴한 적이 있다. 再選 모임에 참석했던 의원의 얘기다.
『「마치 정권을 다잡은 듯한 분위기인데 大選까진 넘어야 할 高峯峻嶺(고봉준령)이 아직 몇 개나 남아 있다.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고 하자, 李 前 총재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져 더 이상 발언을 계속하는 게 곤혹스러웠다』
黨 운영방식을 비판했다가 다음날 李 前 총재에게 불려가 질책을 받은 국회의원도 있다.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란 측면은 뒤집어 보면 대화와 타협에 약하다는 얘기다.
李 前 총재의 정치스타일 중 하나인 「보고서 정치」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는 당내 공식회의 결과보다는 측근 참모들이나 외부 전문가 그룹 등에서 제출받은 분석 보고서 등에 더 의존한다. 총재 수행비서가 갖고 다니던 검정색 007가방에는 늘 보고서로 가득차 있었다고 한다.
李 前 총재의 정치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한 국회의원은 『순발력 있게 상황을 판단해 돌파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失機(실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건강보험 재정통합 문제를 놓고 당론은 수개월 전 부터 분리한다는 쪽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李會昌씨가 한국노총 등의 반발에 밀려 총재단 회의에서 이를 뒤집었고, 결국 통합을 유보하는 쪽으로 또다시 선회했다』고 지적했다.
경선에 출마한 崔秉烈(최병렬) 의원은 李 前 총재를 겨냥해 『가짜 보수』라고 공격하고 있고, 李富榮(이부영) 의원은 李 前 총재가 現 정부를 「좌파적 정권」으로 규정한 데 대해 『대세론 붕괴를 색깔론으로 메우려 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탈당한 朴槿惠(박근혜) 의원은 『개혁이면 개혁이고 보수면 보수이지, 개혁적 보수가 무슨 뜻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李 前 총재가 이념적으로 불투명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大選전략 차원에서 得(득)보다 失(실)이 많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개인의 신변문제, 이미지가 암초
한 중진 의원의 지적은 냉소적이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黨의 정책 잘못이라기보다는 李 前 총재 개인의 신변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다른 대안이 없는데…』
이런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李 前 총재의 힘은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영남권의 지지가 약화되고 있지만,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이곳 유권자들의 열망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이 비리 혐의와 연루돼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면, 「反 金大中」 정서가 급격하게 사그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李 前 총재가 黨內 경선을 거쳐 한나라당의 大選 후보로 공식 확정될 경우, 지지도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지난 大選에서 李총재는 15%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끌어올려 金大中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당시는 아들 병역의혹이 大選 4개월 전에 터진 반면, 빌라 게이트는 大選 9개월 전에 터져, 수습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이 李후보 진영의 계산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李 前 총재의 지지도가 여권 후보들의 상승세에 밀리고 있어 反轉되더라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며 『이번 大選에서 이념·정책 대결보다 후보자의 이미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면 李會昌 후보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大選 고지의 마지막 2부 능선을 남겨놓고, 李 前 총재가 5년 전 밟았던 험한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李會昌(이회창) 前 총재가 4월13일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仁川 경선에서 79.3%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초반에 기선을 완전 제압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盧武鉉(노무현)씨에게 「더블 스코어」로 밀려, 「후보교체론」에 시달려야 했던 李會昌씨는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 결과를 李후보가 再起할 수 있다는 징표로 볼 수 있는 것인가.
李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인 辛卿植(신경식·충북 청원) 의원은 『쉬운 싸움은 아니지만, 비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仁川 경선의 결과에 대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당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며 『당원뿐 아니라 보수세력 전반에서 「盧武鉉 같은 정치인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고, 보수표가 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辛의원은 『大選에서 李仁濟보다 盧武鉉이 더 손쉬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盧風(노풍)은 전혀 검증이 안 됐다. 앞으로 大選까지 정책과 이념을 검증해야 할 기회가 엄청나게 많다. 정책이나 도덕성에서 하나라도 흠이 발견되면, 흰 종이에 먹물이 퍼지듯이 번져나갈 것이다. 「노무현에게 나라를 맡기겠느냐」는 물음을 앞에 놓고 국민들이 결국 안정적인 리더십을 선택할 것으로 생각한다.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빌라 게이트」로 지지율이 급락한 李會昌씨는 大選 때까지 몸을 바짝 엎드려, 서민들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金大中 대통령의 失政(실정)이 끝없이 이어지고, 아들 3형제가 비리에 연루된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건 말이 안 된다. 「빌라 게이트」는 돈을 받아 착복한 그런 類(유)의 범죄가 아니라, 국민의 정서를 잘못 건드린 것이다. 이 부분은 솔직하게 사과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작정이다』
李후보는 인천 경선 연설에서 자신의 서민적인 풍모를 강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
『저는 박봉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공무원의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고위 공무원을 구속했다고 미움을 사서 현직 검사로서 구속됐습니다. 저는 열일곱의 나이에 가족들을 부양하는 일을 떠맡게 됐습니다. 배가 고프면 수돗가로 달려가 수돗물로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TV 토론에 나타난 그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상대 후보의 말을 딱 자르거나, 굳어진 얼굴로 반박하지 않았다. TV에 출연해서 계속 웃고 있어, 『너무 실없어 보인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왔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그동안 정치인 李會昌씨를 부상시켰던 요소들이 大選 정국에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李 前 총재의 한 참모는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金大中 대통령을 공격함으로써 지지율을 높이는 전략에 국민들이 식상해지고 있어, 공격 타깃을 여권의 대선 후보쪽에 맞춰야 할 시점』이라며 『金大中이 무대에서 사라지면 영남권의 「反 金大中 정서」도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쪽 이미지를 강조해 온 것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한 측근은 『도덕적인 문제에 관한 한, 같은 공격을 받더라도 李 前 총재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빌라 문제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했다.
李 前 총재의 귀족주의 성향 혹은 엘리트주의도 大選 가도의 큰 암초다.
총재특보 출신의 한 의원은 『李 前 총재는 이른바 민생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전국을 순회하며 서민들에게 다가서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재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개혁이면 개혁이고, 보수면 보수지』
지난해 연말 李 前 총재는 黨 소속 의원들을 選數(선수)별로 나눠 모임을 마련하고, 의견을 수렴한 적이 있다. 再選 모임에 참석했던 의원의 얘기다.
『「마치 정권을 다잡은 듯한 분위기인데 大選까진 넘어야 할 高峯峻嶺(고봉준령)이 아직 몇 개나 남아 있다.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고 하자, 李 前 총재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져 더 이상 발언을 계속하는 게 곤혹스러웠다』
黨 운영방식을 비판했다가 다음날 李 前 총재에게 불려가 질책을 받은 국회의원도 있다.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란 측면은 뒤집어 보면 대화와 타협에 약하다는 얘기다.
李 前 총재의 정치스타일 중 하나인 「보고서 정치」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는 당내 공식회의 결과보다는 측근 참모들이나 외부 전문가 그룹 등에서 제출받은 분석 보고서 등에 더 의존한다. 총재 수행비서가 갖고 다니던 검정색 007가방에는 늘 보고서로 가득차 있었다고 한다.
李 前 총재의 정치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한 국회의원은 『순발력 있게 상황을 판단해 돌파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失機(실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건강보험 재정통합 문제를 놓고 당론은 수개월 전 부터 분리한다는 쪽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李會昌씨가 한국노총 등의 반발에 밀려 총재단 회의에서 이를 뒤집었고, 결국 통합을 유보하는 쪽으로 또다시 선회했다』고 지적했다.
경선에 출마한 崔秉烈(최병렬) 의원은 李 前 총재를 겨냥해 『가짜 보수』라고 공격하고 있고, 李富榮(이부영) 의원은 李 前 총재가 現 정부를 「좌파적 정권」으로 규정한 데 대해 『대세론 붕괴를 색깔론으로 메우려 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탈당한 朴槿惠(박근혜) 의원은 『개혁이면 개혁이고 보수면 보수이지, 개혁적 보수가 무슨 뜻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李 前 총재가 이념적으로 불투명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大選전략 차원에서 得(득)보다 失(실)이 많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개인의 신변문제, 이미지가 암초
한 중진 의원의 지적은 냉소적이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黨의 정책 잘못이라기보다는 李 前 총재 개인의 신변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다른 대안이 없는데…』
이런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李 前 총재의 힘은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영남권의 지지가 약화되고 있지만,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이곳 유권자들의 열망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이 비리 혐의와 연루돼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면, 「反 金大中」 정서가 급격하게 사그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李 前 총재가 黨內 경선을 거쳐 한나라당의 大選 후보로 공식 확정될 경우, 지지도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지난 大選에서 李총재는 15%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끌어올려 金大中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당시는 아들 병역의혹이 大選 4개월 전에 터진 반면, 빌라 게이트는 大選 9개월 전에 터져, 수습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이 李후보 진영의 계산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李 前 총재의 지지도가 여권 후보들의 상승세에 밀리고 있어 反轉되더라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며 『이번 大選에서 이념·정책 대결보다 후보자의 이미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면 李會昌 후보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大選 고지의 마지막 2부 능선을 남겨놓고, 李 前 총재가 5년 전 밟았던 험한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