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온난화는 우려할 수준
요즘 「한국의 氣候(기후)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봄 가뭄이 年例 행사화하고 黃沙(황사), 집중 豪雨(호우), 태풍 등 자연 재해가 심해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겨울에는 나타나는 三寒四溫(삼한사온) 현상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강 물도 좀처럼 얼지 않는다. 봄에는 꽃이 일찌감치 핀다. 40代 이상의 壯年층이 학창 시절 배웠던 한국의 기후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음이 곳곳에서 感知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氣候는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것일까?
날씨에 관련된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 申慶燮(신경섭·49) 기상청 氣候국장을 만나봤다. 氣候局은 氣候에 관한 정책과 豫報(예보)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다.
─요즘 한국의 氣候가 종전과 같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설명에 앞서 氣象과 氣候에 대한 개념을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氣象(weather)은 순간 순간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고 氣候(climate)는 매일 변화하는 기상의 특징을 요약한 것입니다. 일기 예보는 氣象, 즉 날씨를 보여 주는 것이고 氣候는 이런 氣象의 집합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에서도 氣象은 예보국에서, 氣候는 기후국에서 분리해 관장하고 있어요.
순수한 관측치만 놓고 볼 때 한국의 氣候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年間 평균기온(섭씨 12.4도)이나 降雨量(年강우량·1316㎜) 등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추세로 볼 때 온난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降雨量이 집중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50년간 지구 온도 0.6도 上昇, 한국은 두 배
─한국도 온난화 현상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는 얘깁니까.
『한국의 온난화가 지구의 평균보다 훨씬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구의 年평균 기온은 12~16도 사이에서 계속적으로 변동하고 있습니다. 기상관측이 본격화된 1860년부터 현재까지 140여 년간 세계 전체의 年평균기온은 약 0.6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난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196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는 약 0.5도 올랐어요. 그런데 한국은 같은 기간에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정도인 약 1도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기후에 관한 정부間 협력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100년 지구의 年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1.4~5.8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구 전체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바다 수면이 상승해 地表가 좁아지는 것 외에도 지구 곳곳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異常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니 5도 넘게 올라간다면 인류적 災殃(재앙)이 될 수밖에 없지요』
─왜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까.
『지구의 기후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변합니다.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에너지가 변하든지, 지구의 自轉軸(자전축)이나 公轉(공전) 궤도가 흔들리기도 하고 대규모 화산 폭발로 인해 태양에너지를 적게 받기도 하는 등 원인이 다양합니다.
과거 40만년 간에도 네 번의 빙하기를 거쳤어요. 中世시대는 비교적 따뜻한 편이었고 16~19세기에는 상대적으로 추운 小빙기였습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부터 지구의 기온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다 20세기 이후 석탄·석유 같은 化石연료 사용이 急增(급증)하며 공기 중에 탄산가스 농도가 짙어지고 溫室(온실)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온난화 현상은 특히 北半部 高緯度(고위도) 육지 지역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선진 공업국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도 역시 급속한 공업화, 도시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겨울이 별로 춥지 않은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한국의 경우 여름철 기온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지만 봄철-겨울철 기온은 높아진 게 특징입니다. 여름철에 30도 이상 되는 최고기온의 발생 빈도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영하 10도 이하의 최저 기온이 발생하는 빈도는 1987년 이후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봄 가뭄이 잦아지면서 한국의 年평균 강우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체 降雨量은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요. 다만 일단 내렸다 하면 장대비가 오는 등 豪雨化(호우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추웠던 1970년대와 1992~2001년 사이의 강우상태를 비교하면 하루에 150㎜ 이상 집중호우가 내린 날짜가 57회에서 107회로 두 배 정도 늘었습니다(참고:집중호우 回數는 24개 측정 지점의 관측을 합한 것임).
─최근에는 黃砂가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상태인데.
『중국-몽골의 고비사막 등 건조지대의 미세한 먼지가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黃砂현상입니다. 황사는 중국 내륙에 일차적인 영향을 주고 한국-일본도 타격을 받습니다. 심지어 수천 ㎞ 떨어진 미국에도 황사가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막 주변지역이 큰 폭으로 사막화하면서 먼지의 이동량이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막 주변지역의 樹木(수목)을 사람들이 제거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건조화 지역이 급속히 느는 자연적인 현상과 겹쳐진 겁니다. 자연 재해일 경우 인간이 대처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나무를 심는다고 하지만 한 해에 수백~수천㎢ 씩 늘어나는 건조지역에 植木을 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꾸준한 植木으로 대처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인간은 아직 기후를 바꿀 수 없다
─최근 氣候에 관련돼 자주 나오는 단어가 엘니뇨 현상인데.
『엘니뇨 현상은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지역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상적인 상태일 때는 필리핀 쪽(태평양 서부)의 기온이 미국 서부 쪽(태평양 동부)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이 현상이 역전됩니다. 온돌에 아궁이가 두 개 있을 경우 불 때는 위치가 바뀌면 아랫목과 윗목이 달라지는 것과 비교할 수 있어요. 엘니뇨가 나타나면 태평양 주변의 나라마다 종전과 다른 기후가 조성돼 혼란이 오게 됩니다.
종전에는 보통 5,6년의 주기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이런 주기가 잘 맞지 않고 자주 일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1998년은 지구의 관측이 이뤄진 이후 가장 더운 여름이었는데 이런 현상도 역시 엘니뇨 현상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氣象이나 氣候의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해서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인데 과연 인간의 대처방안이 없는 겁니까.
『인간이 氣象 현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것은 先史시대부터였지만 현대적 의미의 관측은 1850년 영국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상학이 과학으로서 자리잡은 지 얼마 안 되는 만큼 기상현상에 대해서 인간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현재로선 태풍이나 豪雨 등 자연재해가 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게 하는 수준이지 현상 자체를 바꿀 능력은 인간에게 없어요.
「氣象 전쟁」이란 얘기가 예전에 자주 나왔는데 인간은 아직 그 정도까지 발전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진입하는 태풍의 방향을 틀어 敵對國으로 돌리는 방법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쟁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氣象현상은 단순히 한 번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연관관계를 갖고 있어요. 한번 태풍의 방향을 돌리더라도 그 여파로 더 큰 태풍을 우리가 얻어맞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겁니다』
3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
─우리는 매일 방송 등을 통해 기상예보를 보고 듣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예보가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氣象은 한 나라의 일이 아니라 全세계가 공동체로 연결돼 있습니다. 기상의 주요 요소인 大氣와 海流는 국경과 관계없이 全지구를 끊임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상예보를 하기 위해선 북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와 그 외 지역의 변화와 추세를 알아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기상에 관한 국제 기구인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세계기상기구)는 이념과 체제에 관계 없이 모든 나라가 참여해 있습니다.
현재 WMO는 미국 워싱턴, 호주 멜버른, 러시아 모스크바 등 세 곳에 월드센터를 두고 있고 중국 北京, 일본 東京 등 27개에 지역센터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각국은 WMO에 대해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각국 기상청은 하루에 세 시간마다 여덟 번에 걸쳐 온도, 기압, 풍향 등 30여 가지 사항을 관측해 지역센터에 보낼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87개의 관측점이 있는데 이 중 32개 관측점의 기록을 곧바로 지역센터에 보고합니다. 지상 30~50㎞ 上空 대기의 상태를 파악하는 高空관측도 6개 지점에서 하루에 두 번씩 실시해 보고합니다.
각국이 정보를 지역센터에 보내면 그곳에서 취합해 30분 만에 우리에게 다시 보내고 全세계의 기상정보는 두 시간 안에 들어옵니다. 이 자료를 기상청에 있는 슈퍼컴퓨터에 입력하면 예상되는 수치가 나오게 돼 있습니다』
─그럼 기상예보는 컴퓨터가 모두 처리하는 겁니까.
『기상 예측은 곧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풍이 우리 땅에 상륙해 있는데 순간 순간 자료를 처리하지 못하면 無用之物이 되고 맙니다. 게다가 기상관련 수치는 엄청나게 많고 변수도 많습니다. 이를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기 위해선 초고속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1999년 300억원을 들여 도입한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국내에선 가장 계산속도가 빠른 것이고 세계에선 142번째 빠른 제품입니다.
컴퓨터에 일단 세계 각국의 기상 정보를 입력하면 1~2시간 내에 작업을 마치는데 이때 나오는 것이 수치예보입니다. 이 수치예보를 놓고 다시 전문가들이 한국적 상황에 맞춰 다시 평가·분석합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기후패턴과 지형여건 등을 고려하면 정확성이 더 높아지게 되겠지요. WMO를 통해 들어온 정보는 우리나라 관측점 32개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는 나머지 50여 개의 관측점 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的中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상예측 的中 확률은 어느 수준입니까.
『단기 예보는 대략 85% 수준인데 이는 선진국에 못지않은 수치입니다.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적중 확률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서울의 경우 비가 江北에는 오지만 江南에는 오지 않는 등 지역과 지형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CNN뉴스에 보면 각국의 기상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세계의 기상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이상 우리도 각국의 기상을 예측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WMO는 각국 기상청마다 예보지역을 지정해 주고 있어 정부기관이 다른 나라 기상예측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민간은 그런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CNN은 독자적인 기상정보를 확보해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 협력체제 제안했으나 답변 없어
─기상예보의 특성상 북한과의 협력이 중요할 텐데 현재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북한도 WMO에 가입해 있어 10개 관측점에 대한 정보를 WMO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체적으로 30여 개의 관측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정보는 두 시간 정도 차이를 두고 우리에게 들어옵니다. 우리 기상예보에 북한의 정보가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처럼 시간적인 괴리가 있고 정보도 불충분해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북한 기상당국에 그동안 꾸준히 南北 直通 협력체제를 구축하자는 제의를 해오고 있는 중입니다. 아울러 각종 설비를 지원하겠다는 제의도 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기상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예상을 해주시지요.
『지구에 인간이란 존재가 나올 수 있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상학에 관련돼서는 成層圈(성층권)의 존재가 중요시됩니다. 지구의 대기는 대류권(地表~지상 16㎞), 성층권(지상 16~50㎞), 중간권(50~80㎞), 이온권(80㎞ 이상)으로 돼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류권은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집니다. 그런데 성층권은 반대로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올라갑니다. 따뜻한 공기가 위에,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데 대류권은 이것을 逆行(역행)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대류권은 요동을 치고 있고 성층권은 상당히 안정돼 있습니다. 지구의 溫氣(온기)나 空氣(공기)가 우주 공간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아 주는 게 성층권입니다.
성층권이 안정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오존입니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냉장고 冷媒(냉매)로 쓰이는 프레온 가스 등의 영향으로 오존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便宜(편의)를 위해 자신의 살고 있는 무대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과학의 발전에도 반드시 得과 失이 있다는 걸 요즘 절실히 느낍니다』●
요즘 「한국의 氣候(기후)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봄 가뭄이 年例 행사화하고 黃沙(황사), 집중 豪雨(호우), 태풍 등 자연 재해가 심해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겨울에는 나타나는 三寒四溫(삼한사온) 현상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강 물도 좀처럼 얼지 않는다. 봄에는 꽃이 일찌감치 핀다. 40代 이상의 壯年층이 학창 시절 배웠던 한국의 기후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음이 곳곳에서 感知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氣候는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것일까?
날씨에 관련된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 申慶燮(신경섭·49) 기상청 氣候국장을 만나봤다. 氣候局은 氣候에 관한 정책과 豫報(예보)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다.
─요즘 한국의 氣候가 종전과 같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설명에 앞서 氣象과 氣候에 대한 개념을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氣象(weather)은 순간 순간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고 氣候(climate)는 매일 변화하는 기상의 특징을 요약한 것입니다. 일기 예보는 氣象, 즉 날씨를 보여 주는 것이고 氣候는 이런 氣象의 집합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에서도 氣象은 예보국에서, 氣候는 기후국에서 분리해 관장하고 있어요.
순수한 관측치만 놓고 볼 때 한국의 氣候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年間 평균기온(섭씨 12.4도)이나 降雨量(年강우량·1316㎜) 등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추세로 볼 때 온난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降雨量이 집중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50년간 지구 온도 0.6도 上昇, 한국은 두 배
─한국도 온난화 현상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는 얘깁니까.
『한국의 온난화가 지구의 평균보다 훨씬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구의 年평균 기온은 12~16도 사이에서 계속적으로 변동하고 있습니다. 기상관측이 본격화된 1860년부터 현재까지 140여 년간 세계 전체의 年평균기온은 약 0.6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난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196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는 약 0.5도 올랐어요. 그런데 한국은 같은 기간에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정도인 약 1도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기후에 관한 정부間 협력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100년 지구의 年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1.4~5.8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구 전체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바다 수면이 상승해 地表가 좁아지는 것 외에도 지구 곳곳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異常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니 5도 넘게 올라간다면 인류적 災殃(재앙)이 될 수밖에 없지요』
─왜 온난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까.
『지구의 기후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변합니다.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에너지가 변하든지, 지구의 自轉軸(자전축)이나 公轉(공전) 궤도가 흔들리기도 하고 대규모 화산 폭발로 인해 태양에너지를 적게 받기도 하는 등 원인이 다양합니다.
과거 40만년 간에도 네 번의 빙하기를 거쳤어요. 中世시대는 비교적 따뜻한 편이었고 16~19세기에는 상대적으로 추운 小빙기였습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부터 지구의 기온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다 20세기 이후 석탄·석유 같은 化石연료 사용이 急增(급증)하며 공기 중에 탄산가스 농도가 짙어지고 溫室(온실)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온난화 현상은 특히 北半部 高緯度(고위도) 육지 지역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선진 공업국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도 역시 급속한 공업화, 도시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겨울이 별로 춥지 않은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한국의 경우 여름철 기온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지만 봄철-겨울철 기온은 높아진 게 특징입니다. 여름철에 30도 이상 되는 최고기온의 발생 빈도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영하 10도 이하의 최저 기온이 발생하는 빈도는 1987년 이후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봄 가뭄이 잦아지면서 한국의 年평균 강우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체 降雨量은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요. 다만 일단 내렸다 하면 장대비가 오는 등 豪雨化(호우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추웠던 1970년대와 1992~2001년 사이의 강우상태를 비교하면 하루에 150㎜ 이상 집중호우가 내린 날짜가 57회에서 107회로 두 배 정도 늘었습니다(참고:집중호우 回數는 24개 측정 지점의 관측을 합한 것임).
─최근에는 黃砂가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상태인데.
『중국-몽골의 고비사막 등 건조지대의 미세한 먼지가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黃砂현상입니다. 황사는 중국 내륙에 일차적인 영향을 주고 한국-일본도 타격을 받습니다. 심지어 수천 ㎞ 떨어진 미국에도 황사가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막 주변지역이 큰 폭으로 사막화하면서 먼지의 이동량이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막 주변지역의 樹木(수목)을 사람들이 제거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건조화 지역이 급속히 느는 자연적인 현상과 겹쳐진 겁니다. 자연 재해일 경우 인간이 대처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나무를 심는다고 하지만 한 해에 수백~수천㎢ 씩 늘어나는 건조지역에 植木을 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꾸준한 植木으로 대처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인간은 아직 기후를 바꿀 수 없다
─최근 氣候에 관련돼 자주 나오는 단어가 엘니뇨 현상인데.
『엘니뇨 현상은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지역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상적인 상태일 때는 필리핀 쪽(태평양 서부)의 기온이 미국 서부 쪽(태평양 동부)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이 현상이 역전됩니다. 온돌에 아궁이가 두 개 있을 경우 불 때는 위치가 바뀌면 아랫목과 윗목이 달라지는 것과 비교할 수 있어요. 엘니뇨가 나타나면 태평양 주변의 나라마다 종전과 다른 기후가 조성돼 혼란이 오게 됩니다.
종전에는 보통 5,6년의 주기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이런 주기가 잘 맞지 않고 자주 일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1998년은 지구의 관측이 이뤄진 이후 가장 더운 여름이었는데 이런 현상도 역시 엘니뇨 현상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氣象이나 氣候의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해서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인데 과연 인간의 대처방안이 없는 겁니까.
『인간이 氣象 현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것은 先史시대부터였지만 현대적 의미의 관측은 1850년 영국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상학이 과학으로서 자리잡은 지 얼마 안 되는 만큼 기상현상에 대해서 인간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현재로선 태풍이나 豪雨 등 자연재해가 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게 하는 수준이지 현상 자체를 바꿀 능력은 인간에게 없어요.
「氣象 전쟁」이란 얘기가 예전에 자주 나왔는데 인간은 아직 그 정도까지 발전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진입하는 태풍의 방향을 틀어 敵對國으로 돌리는 방법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쟁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氣象현상은 단순히 한 번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연관관계를 갖고 있어요. 한번 태풍의 방향을 돌리더라도 그 여파로 더 큰 태풍을 우리가 얻어맞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겁니다』
3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
─우리는 매일 방송 등을 통해 기상예보를 보고 듣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예보가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氣象은 한 나라의 일이 아니라 全세계가 공동체로 연결돼 있습니다. 기상의 주요 요소인 大氣와 海流는 국경과 관계없이 全지구를 끊임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상예보를 하기 위해선 북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와 그 외 지역의 변화와 추세를 알아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기상에 관한 국제 기구인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세계기상기구)는 이념과 체제에 관계 없이 모든 나라가 참여해 있습니다.
현재 WMO는 미국 워싱턴, 호주 멜버른, 러시아 모스크바 등 세 곳에 월드센터를 두고 있고 중국 北京, 일본 東京 등 27개에 지역센터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각국은 WMO에 대해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각국 기상청은 하루에 세 시간마다 여덟 번에 걸쳐 온도, 기압, 풍향 등 30여 가지 사항을 관측해 지역센터에 보낼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87개의 관측점이 있는데 이 중 32개 관측점의 기록을 곧바로 지역센터에 보고합니다. 지상 30~50㎞ 上空 대기의 상태를 파악하는 高空관측도 6개 지점에서 하루에 두 번씩 실시해 보고합니다.
각국이 정보를 지역센터에 보내면 그곳에서 취합해 30분 만에 우리에게 다시 보내고 全세계의 기상정보는 두 시간 안에 들어옵니다. 이 자료를 기상청에 있는 슈퍼컴퓨터에 입력하면 예상되는 수치가 나오게 돼 있습니다』
─그럼 기상예보는 컴퓨터가 모두 처리하는 겁니까.
『기상 예측은 곧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풍이 우리 땅에 상륙해 있는데 순간 순간 자료를 처리하지 못하면 無用之物이 되고 맙니다. 게다가 기상관련 수치는 엄청나게 많고 변수도 많습니다. 이를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기 위해선 초고속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1999년 300억원을 들여 도입한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국내에선 가장 계산속도가 빠른 것이고 세계에선 142번째 빠른 제품입니다.
컴퓨터에 일단 세계 각국의 기상 정보를 입력하면 1~2시간 내에 작업을 마치는데 이때 나오는 것이 수치예보입니다. 이 수치예보를 놓고 다시 전문가들이 한국적 상황에 맞춰 다시 평가·분석합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기후패턴과 지형여건 등을 고려하면 정확성이 더 높아지게 되겠지요. WMO를 통해 들어온 정보는 우리나라 관측점 32개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는 나머지 50여 개의 관측점 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的中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상예측 的中 확률은 어느 수준입니까.
『단기 예보는 대략 85% 수준인데 이는 선진국에 못지않은 수치입니다.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적중 확률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서울의 경우 비가 江北에는 오지만 江南에는 오지 않는 등 지역과 지형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CNN뉴스에 보면 각국의 기상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세계의 기상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이상 우리도 각국의 기상을 예측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WMO는 각국 기상청마다 예보지역을 지정해 주고 있어 정부기관이 다른 나라 기상예측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민간은 그런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CNN은 독자적인 기상정보를 확보해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 협력체제 제안했으나 답변 없어
─기상예보의 특성상 북한과의 협력이 중요할 텐데 현재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북한도 WMO에 가입해 있어 10개 관측점에 대한 정보를 WMO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체적으로 30여 개의 관측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정보는 두 시간 정도 차이를 두고 우리에게 들어옵니다. 우리 기상예보에 북한의 정보가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처럼 시간적인 괴리가 있고 정보도 불충분해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북한 기상당국에 그동안 꾸준히 南北 直通 협력체제를 구축하자는 제의를 해오고 있는 중입니다. 아울러 각종 설비를 지원하겠다는 제의도 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기상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예상을 해주시지요.
『지구에 인간이란 존재가 나올 수 있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상학에 관련돼서는 成層圈(성층권)의 존재가 중요시됩니다. 지구의 대기는 대류권(地表~지상 16㎞), 성층권(지상 16~50㎞), 중간권(50~80㎞), 이온권(80㎞ 이상)으로 돼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류권은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집니다. 그런데 성층권은 반대로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올라갑니다. 따뜻한 공기가 위에,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데 대류권은 이것을 逆行(역행)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대류권은 요동을 치고 있고 성층권은 상당히 안정돼 있습니다. 지구의 溫氣(온기)나 空氣(공기)가 우주 공간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아 주는 게 성층권입니다.
성층권이 안정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오존입니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냉장고 冷媒(냉매)로 쓰이는 프레온 가스 등의 영향으로 오존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便宜(편의)를 위해 자신의 살고 있는 무대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과학의 발전에도 반드시 得과 失이 있다는 걸 요즘 절실히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