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子·孟子의 家父長的 규율보다 老子의 無爲自然 정신이 市場의 논리에 더 적합하다.
●잃을 게 없는 저질 人力만이 政治를 하게 되는 政治 시장의 논리를 바꾸려면…
●제도를 고쳐야 인간을 바꿀 수 있다. 제도화의 수준이 선진화의 척도이다.
경제현상에는 원인 없는 결과란 없다. 경제현상의 원인을 경제학 용어로 誘引(유인)구조(Incentive Structure)라고 한다. 경제 주체들은 이러한 誘引구조, 즉 자기가 처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나게 된다. 이러한 논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사회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정부가 은행이나 기업과 같은 경제주체들에게 특정 경제활동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해당 경제주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잃을 게 없는 저질 人力만이 政治를 하게 되는 政治 시장의 논리를 바꾸려면…
●제도를 고쳐야 인간을 바꿀 수 있다. 제도화의 수준이 선진화의 척도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30∼40년 동안의 각종 경제문제에 대한 처방들은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誘引구조를 치유하려 하기보다는 그 결과만을 바로잡으려고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규제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도 誘引구조를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치유법을 고집한다면 지금의 山積(산적)한 경제문제를 푸는 데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원인 치유보다 직접적 행태규제를 선호하고 명령과 지도로 경제를 이끌어 온 과거 정부 주도의 경제운용 패러다임은 그동안 한국의 경제기적을 이룩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되지만 한편으로는 최근의 경제위기를 이끌어 낸 원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정부 주도 경제운용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첫째, 시장 메커니즘을 대신하려는 정부의 정책들은 경제의 「유인구조」를 왜곡시켰다. 그 결과 개별 경제주체들은 비용절감과 혁신을 위한 충분한 동기를 가질 수 없었고, 대신에 경제활동의 많은 부분을 정부에 의존하게 되었다. 둘째, 금융부문이 정부의 산업정책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 선진화될 수 없었고 여신의 건전성 파악은 물론 대출기업을 적절히 감시할 능력조차도 갖출 수 없었다.
셋째,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한 많은 경제인들의 사고방식이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글로벌화되는 경제환경 속에서 경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정보를 보유·분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는 많은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경제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경제 개혁과 경제 자유화에 심각한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더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정치를 하니…
경제현상에서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는 것은 그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원칙은 경제 개혁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등 인간의 행동과 관련된 개혁문제 모두에 적용된다. 예컨대 정치가들은 그동안의 많은 정치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와 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 어느 분야보다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정치시장은 정치가들을 공급하고 수요하는 시장을 뜻하는데, 정치인으로서 일단 참가하면 기존시장의 제도를 따르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정치시장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시장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특유의 정치가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국민들의 정치활동에 대한 각종 제약(정치가들이 만들어 낸 법)이 많고 정치비용이 과도하게 높아, 정치시장에의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기존 정치인들에 의한 시장의 독점화가 용이해지고, 결과적으로는 기회비용이 거의 零(영)인 사람들만이 참여하게 되어 있다. 정치시장에 진입할 때 기존의 직장에서 받던 봉급이나 권한 등, 더 이상 포기할 것이 없는 사람들만이 그곳에 참가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기회비용이 높은 사람은 진입을 꺼리게 되어 있기 때문에 유능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어렵고, 이로 인해 우리 정치시장은 갖가지 폐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무조건 정치인들을 비난하고 처벌할 것이 아니라 정치시장에의 진입제한과 정치비용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을 해야 한다. 예컨대, 정당명부제나 선거공영제가 부작용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代案(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가능한 한 정치비용은 낮추고 누구든 원하면 휴직하고 출마할 수 있고 낙선되면 다시 현업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가 나라의 기본을 만들어내는 그렇게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본다면,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이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정치라는 업종만큼 진입규제(자격규제)가 많은 업종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사람들이 정치권에 입문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치인들의 일반적인 행태가 크게 달라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국제경쟁력은 가지고 있지만 후진적인 경영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기업들의 경영형태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한두 기업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해당 기업만을 처벌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라 전체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즉 이것은 우리나라 기업경영 환경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업의 개혁문제도 기업의 경영행태를 규제하려 하기보다는 기업 규율체제 전반, 즉 기업경영 환경을 개혁함으로써 순리에 따라 기업의 변신을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수고하지 않아도 市場이 해명해 준다
그렇다면 경제위기를 겪었던 당시에 기업들이나 금융기관들, 그리고 국민들과 같은 경제주체들에게 쏟아졌던 비난의 화살은 그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뜻한다. 기업의 과잉투자, 은행의 부실 채권, 국민들의 잦은 해외여행 등을 비난해 왔지만, 실제 그들은 당시의 주어진 경제현실에 충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결국은 이러한 경제주체들이 그러한 특정 행태를 과도하게 하도록 만든 정부의 각종 정책을 포함하는 경제 유인구조에 문제가 있었음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교훈을 얻는 길이라 할 것이다.
현재 「국민의 정부」는 집권 이후 경제운영에서 과거의 「관치경제」에서 탈피하여 「시장경제의 발전」을 추구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시장경제」와 「관치경제」가 어떻게 다르며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왜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는 시장경제의 작동방식을 마라톤 경주에 비유함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경제운영 방식이 官治經濟의 대명사처럼 비유되고 있다. 朴대통령이 어느 날 전국 마라톤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 副賞(부상)으로 『주요 기간산업부문의 사업권을 제공하고 필요자금을 低利(저리)은행대출로 지원하고 만들어낸 제품의 수출을 위해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 지원하겠다』고 全국민에게 발표하였다고 상정해 보자.
그러나 예정된 대회날에 운동장에는 몇 사람 안되는, 그것도 L모 회장, J모 회장, K모 회장 등 평소에 상대방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아는 연로하신 몇 분만이 출발선에서 몸을 풀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생각하길 이 사람들을 42.195km의 전 코스를 달리게 하면 필시 사고가 생길지도 모르고, 또한 이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누가 무슨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내가 다 잘 아니, 말하자면 이 경기를 하지 않고도 누가 일등을 할 수 있을지 다 알 수 있으니 경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L회장 그 다음에는 J회장, 또 그 다음에는 K회장 등의 순으로 우승했다 치고 副賞을 나누어준다. 이와 같이 마라톤 경기도 하지 않고, 다시 말해 시장에서 피나는 사업경쟁을 해보지도 않고 정부가 나서서 미리 우승자를 정해 버리는 식의 경제운영을 「官治경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당시의 관치경제는 평소에 여러 가지로 잘 아는 몇몇 사람들중에서 사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내는 일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성공적이었으며 이를 통해 경제발전의 기적도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설령 사업수완이 있는 사람을 제대로 선택했다 하더라도 경기에 참여해 보지도 못하고 敗者(패자)가 된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 사람들은 실제 경기도 하지 않고 뽑혔기 때문에 이에 승복할 수 없다』는 정서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것이 아마도 오늘날 이른바 反財閥(반재벌) 정서의 원천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대가 바뀌어도 경제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5·6공화국을 거쳐 「문민정부」에 와서도 비슷한 관행이 이어졌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잠실운동장이 선택되었다. 대통령이 경기장에 나가 보니 이번에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진다. 잠실벌에는 4천5백만 국민 모두가 모여들어 출발선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최근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신장과 국민들의 創業(창업) 열기를 반영하는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리들은 여전히 경기도 하지 않고, 朴正熙 대통령 시절처럼 우승자를 성공적으로 골라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한보」의 J모 회장 같은 사람을 골라내는 遇(우)를 범했을 뿐이었다.
앞으로 경제학자나 공무원들이 책상에서 수만 명의 기업 이력서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우승자나 꼴찌를 결정하는 방식이 성공하기에는 이미 우리 경제의 규모나 복잡성이 너무 커져 버렸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마라톤 경기의 묘미는 대한민국의 우수 공무원, 경제학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뽑아낼 수 없는 우승자를 단지 2시간여 남짓만 기다리면 어김없이 일등에서 꼴등까지 순위를 결정해 준다는 점이다.
경제학을 過信 말라
사회과학은 많은 수의 변수들로 구성된 모형에 의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조직을 다루고 있다. 사회과학이 안고 있는 이러한 복잡성을 하이에크는 조직화된 복잡성이라 하여 자연과학의 대상인 非(비)조직화된 복잡성과 대별하고 있다.
조직화된 복잡성은 전체 현상을 구성하는 개별요소들 각각의 특성뿐만 아니라 이 요소들 상호간의 연결관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별요소들에 대한 완전한 정보는 물론, 개별요소와 다른 모든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가지지 않으면 안되며, 단순히 확률적·통계적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개별요소들에 대한 완전한 정보가 不在(부재)할 경우, 사회과학자가 개별요소들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정도는 「단순한 유형예측(mere pattern prediction)」에 그칠 수밖에 없다.
「官治경제」란 이러한 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예측의 한계를 무시하고, 마치 경제학이 모든 최적 자원배분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보는 과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관치경제 패러다임」은 경제학에 의해 계획되는 자원배분의 결과가 「시장경쟁」 과정을 통해 달성되는 자원배분의 결과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오해를 초래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마라톤 경기도 하지 않고 4천5백만 국민 중에서 1등을 가려낼 수 있다는 자만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이에크는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이 갖는 한계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최적자원 배분은 경제학으로 무장한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하이에크는 최적자원 배분을 찾아내는 과정으로서의 「경쟁」을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비될 수 있는 사회과학적 방법으로까지 승화시키고 있다.
이제 정부의 시장개입에 의한 자원배분의 결정은 더 이상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마라톤에서 「경쟁」을 통해 진정한 우승자를 가려내듯이 경제운영의 목표인 최적자원배분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또한 「시장경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시장경제란 바로 공정한 경기규칙 아래 시장경쟁을 통해 「不渡(부도)」 발생 여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경제활동의 마라톤 경기와 다름이 없다. 시장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이를 시장실패라고 한다. 시장의 실패는 시장의 內在的 성격에 의해서 초래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경우 정부의 각종 규제, 進入·退出 제한에 의해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부가 여러 가지 개입으로 시장의 기능을 의도적으로 막거나 혹은 시장에서 이미 승패가 결정되더라도 이를 수용해서 패자를 퇴장시키지 않는 경우는 모양은 시장실패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은 정부실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개입을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은 시장실패를 그 이유로 들지만 사실상 시장실패인 것처럼 보이는 많은 경우가 그 근본원인은 정부의 개입 그 자체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기에서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이란 승자와 패자를 분명하게 가를 수 있는 공정한 「부도」 규칙, 즉 경기규칙을 만들어 내어 이를 지키게 하는 일이다.
제도가 한 국가의 흥망성쇠 결정
경제현상에는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 하였다. 경제현상을 초래하는 원인, 즉 誘引구조를 결정하는 모든 것을 통틀어 경제환경 혹은 여건이라 부를 수 있다. 이러한 경제여건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경제제도이다. 제도란 그 사회의 법이나 규칙, 나아가서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관행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일종의 경기규칙과 같다.
어떤 일을 하는 것이 허용되고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어기면 처벌받는지 등이 성문법이나 사회의 不文律(불문율) 등을 통해 규정되는데 이러한 모든 것을 통틀어 제도라 한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가 속한 사회의 제도를 떠날 수 없고 경제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사회현상, 정치현상, 경제현상 이 모두가 제도의 産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제도가 어떤 성격이냐를 알아야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적절한 처방, 즉 제도개혁의 방향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란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 있다.
제도는 세 가지 단계에 의해 형성되는데, 첫번째는 법제정의 단계이다. 법을 만드는 곳은 바로 국회인데 우리의 국회는 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日帝시대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법들을 살펴보면 개인의 권한을 제한하고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내용의 법들이 대부분이다. 현 경제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평한 기회하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하루 빨리 再(재)정비해야 한다.
두번째 단계는 제정된 법을 공정히 집행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모두 법을 잘 지키고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며, 세번째 단계는 이러한 것이 계속 되풀이되어 국민들이 법을 지키는 것을 하나의 관행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틀어서 보면 한 사회에 법치(rule of law)가 제대로 자리잡아야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어느 하나만 미흡하더라도 이는 시장에 경기규칙이 없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되며 사회는 경제활동을 위해 많은 거래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시장에 규칙이 없이는 어느 거래도 안심하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제발전은 저해 받을 수밖에 없다.
민족성이 아니라 제도가 문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 중의 하나가 바로 사유재산권 보호제도이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시장이 원활히 돌아갈 수 없고 시장이 막히면 나라 경제도 막히게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장관이 나서서 기업가에게 私財(사재)를 내놓으라고 하는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경제활동, 경제성장, 경제발전 등을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어떤 경제제도를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선진국일수록 사회의 각 분야가 제도화, 즉 法治化되어 있어 제도화의 지수가 곧 선진화의 지수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우리의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제도개혁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국내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는 선진국에 가면 어느 민족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고 잘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기본적인 자질이나 소양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제도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우리의 생활여건이 문제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세계의 문화적 전통은 제도적 측면에서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개인의 재산권을 철저하게 지켜주는 英美(영미)계통의 法治가 강한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계통의 문화이다. 이 두 부류의 나라들이 지난 2백∼3백년 동안의 역사 속에서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를 보면 재산권의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법치가 강한 문화는 北美(북미), 즉 미국과 캐나다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통은 南美로 전파되었는데, 그 결과 北美의 쾌속 선진화에 비해 남미경제의 장기적 정체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재산권 보장이 없으면 상호간에 서로 신뢰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는 懷妊(회임) 기간이 긴 장기 대규모 투자가 일어날 토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된다.
대규모 투자에는 복잡한 계약이 수반되게 마련인데 서로를 불신하는 관계에서 어떻게 계약이 성사될 것이며 안전한 계약 없이 어떻게 성장을 이룰 수 있겠는가? 더구나 정부마저도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보장을 철저히 하지 않고 재산권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인다면 어떻게 자본축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후쿠야마는 「트러스트(Trust)」에서 경제발전에 있어서 신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세계 많은 나라들을 개인들간의 신뢰가 높은 英美계통의 나라들과 신뢰도가 낮은 나머지 나라들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은 後者에 속하는 나라로서 상호간 잘 믿지 못하고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이다. 이러한 나라들은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동안 많은 거래비용을 지불하게 되며, 상호불신 속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하여 非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만이 난립하게 되어 결국 원활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상호간의 신뢰가 없는 우리나라에 어떻게 대기업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일까? 이는 정부 주도하의 경제발전 전략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朴正熙 대통령이 없었다면 우리도 非제조 중소기업만 많은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그것이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하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해 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부의 주도와 보호에 의해 발전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때때로 일반국민의 재산권을 유린하면서까지 국가가 임의로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 많았고 결국은 재벌형성과 성장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야기되고 이것이 오늘날의 反재벌 정서로 발전하게 되었다. 마라톤 경기도 치르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등을 선언하고 지원해 왔으니 국민 아무도 승복하지 않게 된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싶다.
과거 30∼4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의 특징은 한 마디로 정부가 기업의 生殺(생살)여탈권을 갖는 「정부가 하느님」인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기업의 生死를 결정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하느님인 시대에서 「市場이 하느님」인 시대로 바뀌고 있다. 시장에는 많은 하느님들, 즉 주주, 투자자, 채권자인 금융기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가 있다.
「정부가 하느님」인 시대에서 「市場이 하느님」인 시대로
이제 기업들은 상품시장, 금융시장, 그리고 경영인 등 시장으로부터의 감시는 물론 社外이사를 포함하는 이사회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정부도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것처럼 명령할 것이 아니라 「市場의 하느님들」을 키워 그들의 기업 감시능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하며 또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IMF사태 이후 기업의 구조개혁이 핵심과제로 등장하였는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경영행태를 규율하는 기업지배구조는 크게 시장으로부터의 감시(시장규율 방식)와 내부로부터의 감시(내부규율 방식)가 있다. 시장으로부터의 규율방식은 다시 상품시장, 직접금융시장, 간접금융시장, 경영인 市場에 의한 규율방식으로 세분될 수 있다. 상품시장은 기업의 생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를 통해 非효율적, 경쟁력 없는 기업을 걸러내는 가장 중요한 기업규율 기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직접금융시장은 주주의 권리행사와 M&A를 통해 경영자를 견제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간접금융시장은 채권자의 여신심사와 더불어 대출채권의 원활한 회수를 위한 事後감독 과정을 통해 경영자 견제기능을 수행한다. 그리고 경영인市場은 전문경영인들간의 경쟁과정을 통해 비효율적인 경영자를 시장에서 도태시킴으로써 경영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반면에 내부로부터의 규율방식에는 그룹 기조실이나 持株(지주)회사와 같은 기업내부의 통제조직, 그리고 기업지배구조 논의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이사회에 의한 경영자 견제기능 등이 있다. 이사회도 결국은 「市場시장의 하느님」 중의 하나인 셈이다. 이 밖에 기관투자가들에 의한 社外이사 선임 등을 통한 경영통제 방식은 시장규율과 내부규율의 중간형태로 볼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제도개혁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이러한 기업규율 체제가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도록, 다시 말해 시장이 하느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감시체제, 즉 기업경영 여건을 체계적으로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위의 다양한 규율방식 중에서 어느 부문을 강조해야 하는가? 우선 기업조직이나 이사회 구성과 같은 내부규율방식은 주어진 경제환경과 시장규율방식의 작용 속에서 기업이 선택해야 하는 內生변수에 가깝다. 따라서 기업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경직적인 내부규율방식 규제보다는 시장규율방식의 활성화에 좀더 역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진보는 진화과정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시장을 모두 개방하였다. 더 이상 정부가 기업들에게 인위적으로 특혜를 줄 수도 없게 되었으며, 株主가 확고한 견제세력으로 자리잡는 등 기업에 대한 시장규율이 어느 정도 선진 수준으로 그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제부터는 이것을 잘 관리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영국의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발전시킨「種의 기원」을 쓰는 과정에서 이론적인 딜레마에 빠진 기간이 있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참고했던 책이 다름 아닌 아담 스미스의 「國富論(국부론)」이었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우리는 경제학과 진화론이 실제로 뿌리가 비슷한 학문으로 경제학이 진화론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는 進化현상과 마찬가지로 경제현상도 경제주체들이 주어진 경제환경 변화에 최선으로 적응한 결과로서 이러한 適者생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제의 進化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연의 진화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사회의 제도나 구조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경제적 행동이 달라지고 그 결과 경제적 성과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으로, 지금 당장 변하지 않는다고 초조해 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서두르거나 자연스러운 경제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지 못하고 명령에 의해서 결과를 이루어 내려고 한다면 여기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지난 30년간의 압축성장의 부작용이 지난 外換(외환)위기를 통해 표출되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을 2백%로 줄이라고 강요하여 기업들이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표면적인 목표인 2백%에 도달했다고 했을 때,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부채비율의 감축이 너무나 당연하고 불가피한 경영목표이어야 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높였던 간접금융 중심의 금융제도, 즉 은행을 통한 자원동원과 대출자금을 통한 투자지원 전략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없이 억지로 수치를 맞추는 정책은 그 과정에서의 부작용은 물론 그 결과로서의 주름살이 언젠가는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부채비율 2백%라는 한 가지 절체절명의 진리가 있을 수도 없다. 세계에는 천차만별의 기업이 있고 천차만별의 기업가가 있으며 천차만별의 기업전략이 있어, 부채비율이 3백% 또는 5백%인 기업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시대를 단 한 가지 기준에 맞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또 한 예로 기업들의 상호지급보증의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이 상호지급보증은 바로 제도적인 취약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재벌의 계열사는 경제적으로 모두 A라는 이름의 동일인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다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은행법상의 「몇 % 이상은 동일인에게 대출해서는 안된다」는 법규를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명목상 독립기업인 계열사들이 서로 지급보증만 해주면 은행으로부터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은행도 이러한 지급보증을 요청할 뿐만 아니라 은행감독관청도 건전감독을 소홀히 함으로써 불건전대출 관행을 조장했다. 그런데 상호지급보증 관행을 단지 차입자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문제의 본질을 못보게 될 뿐 아니라 그 해결책도 미봉책 혹은 직접규제에 그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본질은 재벌계열사를 법적으로 동일인으로 분명히 정의하고 은행법에 따라 건전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직접규제적 구조조정 정책들은 경제행위의 근본원인을 치유하려 하기보다는 경제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필요한 제도개혁 없는 단순한 대증요법적인 구조조정 작업은 지속적인 효과를 낳지 못할 것이다. 이보다는 시장압력을 증가시켜,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규칙과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구조개혁을 실행하는 보다 체계적인 진화론적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시장경제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 간접관리 기능으로 전환해야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시스템은 바로 시장경제이다. 시장경제란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하는 것, 시장에 들어가 경쟁하는 것,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판별하여 상과 벌을 주는 것 등 세 가지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우선 모든 사람이 공평한 기회를 가지고 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고, 그 다음은 시장에 들어가서 경쟁하는 데 제약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모두가 동일한 규칙하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쟁의 결과에 모두가 승복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쟁의 결과 탈락된 사람들이 다시 재교육을 받아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全과정은 「경쟁」의 과정이기 때문에 결국은 경쟁의 敗者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의 필요성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쟁의 과정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되며 그 결과 나타나게 되는 낙오자의 문제를 고민하여야 한다.
동남 아시아의 위기 후 많은 사람들이 경제발전에 있어서 아시아적 가치의 功過에 대해서 논하기 시작했다.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는 아시아적 가치가 경제발전에 기여를 했고 서양 사람들이 오히려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던 반면에, 경제위기 후에는 이것을 위기의 원인으로 보았다.
아시아적 가치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孔子·孟子의 사상이 열심히 일하고 화목을 중요시하는 근면정신과 정부의 가부장적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官治경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로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성장기에 이 방법을 채택하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에 경제위기의 원인으로서의 아시아적 가치는 정부의 지나친 가부장적 역할이 경제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고, 나아가서는 지연, 학연, 혈연 등으로 얽힌 서로 봐주는 문화가 결과적으로 투명성을 저해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해외 투자가들에게 신뢰성을 주지 못함으로써 경제위기를 몰고 왔다고 보는 것이다.
無爲自然에서 찾는 경제운영 철학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지만 아시아적 가치를 논함에 있어 간과한 점도 있다. 바로 老子가 주장하는 「無爲自然(무위자연)」 사상이다. 老子의 사상은 사물 스스로의 道(도)를 어떤 도덕적 가치관이나 作爲(작위)를 통해 고정된 질서의 틀에 가두는 것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매사를 강제함이 없이 스스로의 道에 따라 그렇게 이루어지도록 허용할 것을 설파한다.
<천하를 억지로 취하고자 하는 자는 결국 그것을 얻지 못할 뿐이다. 천하는 신령한 기물이라, 억지로 취할 수가 없으니, 억지를 부리는 자는 실패할 것이요, 잡고자 하는 자는 이를 놓칠 것이다…(老子, 道德經 無爲편)>
이것을 경제문제에 적용해 보면 정부의 간섭이나 명령보다는 자연스러운 시장질서와 자유경쟁을 강조하는 것으로 아담 스미스나 하이에크를 비롯한 경제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생각에 매우 가깝다.
현대 자유주의 사상의 최고봉인 하이에크는 경제운영에 있어 자생적 시장질서와 그 발견과정으로서의 경쟁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조성을 통해 경제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7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기념 강연에서 하이에크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아주 적절히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완전하지도 못한 지식을 가지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名工의 흉내를 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원사가 정원수의 성장환경을 잘 조성해 주듯이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경제운영의 새로운 방향을 찾는 데 있어서 우리는 국가운영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 기초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인위적인 질서를 강조하는 孔孟사상보다도 無爲自然의 사상과 자생적 질서를 강조하는 老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자사상이 우리나라 경제운영의 원칙이 된다면, 소위 「국민의 정부」가 표방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은 보다 쉽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