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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宇그룹의 해체 精算書

일류 기술·상품 없이 끝없는 팽창전략으로 버티어 온 자산 61조 부채 87조원의 기업

이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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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은 大宇의 몰락을 「유동성의 위기」 탓이 아니라 「기업의 불건전성」 때문으로 분석한다. 1978년 대우중공업과 대우자동차 인수로 시작된 과도한 부채 규모는 무리한 확대경영으로 더욱 악화되었다. 앞으로 대우처리 과정에서는 상당수 계열사의 회생이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투신사 등의 부실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순탄하지 않은 해결
  지난 8월26일 大宇(대우) 주력 12개 계열사의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선언이 있은 이후 大宇사태는 급류를 탔지만 해결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채권 금융기관끼리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워크아웃 방안을 쉽게 확정짓지 못하자 금융시장은 불안하게 움직였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大宇의 정상가동을 위해 필요한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각 채권금융기관들은 D/A(기한부 수출 환어음) 매입 등을 위한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지원자금의 배분기준을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大宇가 내놓은 10조원의 담보를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문제는 한동안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다 大宇 계열사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채권단은 大宇가 발행한 보증사채의 이자 지급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다 결국 서울보증보험이 책임지도록 했으나, 사실상 서울보증보험은 지급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이는 결국 정부가 公的(공적)자금을 서울보증보험에 투입해 대신 물어달라는 이야기와 같은 논리였다.
 
 
  부풀려진 자산가치
 
 
  사실 大宇 계열사의 부실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채권은행단의 실사 결과, 자산은 장부상의 가치보다 훨씬 줄어들고 부채는 더 늘어났다. 채권 회수 가능성을 정확하게 확정짓기 어려운 大宇캐피탈과 다이너스클럽 코리아 등 2개 금융계열사의 大宇 계열사 여신 회수율을 50%로 가정하고 12개 계열사의 재무상태를 보면, 장부상으로는 지난 6월 말 현재 자산이 91조8천억원, 부채가 77조7천억원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14조1천억원이 많은 우량기업이다.
 
  그러나 실사 결과 8월 말 현재 자산은 61조2천억원, 부채는 86조8천억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25조5천억원이 많은 부실기업으로 바뀌었다. 실사 이전과 이후의 순자산가치(자산과 부채의 차이)가 무려 39조7천억원이나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산이 줄어들고 부채가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장부상의 가치가 실제가치보다 부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자산이 줄어드는 이유를 보면 예컨대 1백억원짜리 기계를 샀을 경우 大宇측은 장부상에 1백억원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러나 회계사들이 현장에 가서 가치를 평가해 70억원밖에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실사가치는 70억원으로 기록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공장과 기계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20∼50% 가량 높게 장부상에 적혀 있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부실화된 매출채권이 많이 드러난 점도 자산이 줄어든 큰 요인이다. 예컨대 장부상에는 외상매출로 기록되어 있으나 실제조사를 해보니 받을 수 없는 외상매출금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부실기업에 물건을 팔았다가 떼먹혔으나 장부상에 정리가 되지 않은 경우도 나왔다. 특히 무역부문의 외상매출이 많은 ㈜大宇의 경우 회수 가능기간이 지난 매출채권을 장부상에는 회수가 가능한 채권으로 분류해온 경우가 많아 장부상에는 자산이 29조원에 달했으나 실제로는 17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사에 참여한 회계사들은 大宇그룹의 경우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大宇 워크아웃 발표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큰 유가증권 평가손실을 내는 바람에 자산이 더욱 감소했다고 전했다. 大宇 계열사들이 투자한 개발비도 규모가 과장된 것으로 판단돼 깎였다.
 
  12개 계열사의 부채는 실사 이후 9조원 가량 더 늘어났다. 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大宇측이 부채라고 생각하지 않은 채무가 실사 결과 부채로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컨대 大宇 계열사들이 다른 회사의 보증을 서준 뒤 원채무자가 갚을 수 있다고 판단, 부채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원채무자가 갚을 수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또 리스회사에서 기계와 비품을 빌려 사용하면서 매달 일정한 차입금을 지불해 온 운용리스의 경우 가동이 중단되면서 큰 손해배상을 하는 바람에 부채가 더욱 늘어났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산이 줄어들고 부채가 늘어나면서 12개社의 자본잠식 규모는 모두 26조원에 달했으며, 중공업-차부품-大宇자판-오리온전기 등 4개社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났다.
 
  계열사 가운데에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 ㈜大宇의 자산 부족액이 14조5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大宇자동차(5조7백억원), 大宇전자(2조6천8백억원), 大宇통신(3천3백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大宇, 大宇자동차, 大宇전자와 함께 주력 4개社의 멤버인 大宇중공업은 실사 결과 자산이 부채보다 1조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내년 2월쯤 계열사간 자금대차관계(6조원)가 정리되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은 『국내 공장에서 만든 大宇차가 직접 大宇자동차 현지법인으로 수출해도 되는데, ㈜大宇를 통해 나가면서 장부상의 거래 규모가 더욱 부풀려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大宇그룹의 持株(지주)회사 역할을 한 ㈜大宇의 경우 무역금융조달을 통해 大宇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밀어내기 수출 등 실속없는 겉치레가 많았다는 것이다.
 
 
  밀어내기식 수출에 회사채 남발
 
 
  大宇가 자금난이 악화되면서 주력한 이 밀어내기 수출은 大宇의 자금난 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킨 요인이었다.
 
  1998년 중 大宇그룹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특히 그룹 매출의 창구 역할을 하는 ㈜大宇의 매출은 54%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증가가 자금사정을 호전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켰다. 밀어내기 수출로 인해 외상매출금 등 매출채권이 급증, 현금 흐름이 악화된 것이다.
 
  장부상에는 많은 이익을 냈으나, 운전자금은 부족한 상태가 계속됐다. ㈜大宇의 경우 1998년 매출액 증가분 13조원의 75%인 9조원 정도가 해외지사에 대한 외상매출을 통해 달성된 것이다. 大宇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통상 大宇의 수출은 L/C(수출신용장) 베이스가 65∼70%, 나머지가 D/A 베이스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1998년 들어서는 금융권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이 비율이 역전됐다. D/A 베이스가 수출의 70∼80%를 차지했으며, 수출입 금융이 안되는 바람에 L/C 베이스는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大宇는 1998년에 1백76억 달러라는 엄청난 수출실적을 올렸으나, 대부분 외상매출이어서 그룹의 자금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다』
 
  그런데 大宇는 이러한 자금부족을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조달하지 않고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등 금융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大宇의 은행여신은 1997년 말 8조6천억원에서 1998년 말 8조2천억원으로 다소 줄었고, 제2금융권 여신도 1997년 말 8조1천억원에서 4조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회사채는 1997년 말 8조4천억원에서 1998년 말 19조7천억원으로 11조3천억원 늘었고, CP도 1997년 말 3조6천억원에서 1998년 말 12조원으로 8조4천억원 늘었다.
 
  이 때문에 大宇그룹의 총차입금은 1997년 말 28조7천억원에서 1998년 말 43조9천억원으로 무려 15조2천억원 증가했다.
 
  大宇측은 『외환위기 초기 신용경색이 심각한 상황에서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는 몹시 힘든 상태였다』면서 『금리도 20% 이상이어서 금융비용이 싼 회사채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당시로서는 유일한 자금조달 수단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1998년 7월 금융기관에 대한 동일계열 CP 보유한도를 5%로 규제하자 돈줄이 막혔고, 이를 회사채로 대체했으나 1998년 10월 동일계열 보유규제 조치가 내려지면서 이 또한 막히고 말았다.
 
  1998년 10월29일자 노무라증권 보고서는 大宇의 자금난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大宇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는 大宇가 더이상 자금 조달 소스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벌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大宇그룹의 계열사들이 앞으로 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것. 보고서는 『회사채 보유에 대한 금융기관의 제한조치는 大宇그룹에 비상등이 켜지게 만들었다』면서 『유일한 대안은 자산매각밖에 없어 보이나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투자가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회사나 자산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거짓말」로 드러난 대우의 흑자 주장
 
 
  정부측에서 大宇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때쯤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고위관계자 중 일부는 직접 大宇에 전화를 걸어 『괜찮으냐』고 질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大宇는 자금악화설에 관한 그룹 입장을 설명하는 등 해명에 나섰다.
 
  大宇는 쌍용자동차를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계열사들이 흑자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大宇는 『상반기에 쌍용자동차가 3천7백억원의 적자를 내 그룹 전체로 1천억원 가량 적자가 발생했다』며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금리하락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경감된데다 조선, 가전, 무역부문이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어 쌍용자동차의 적자를 상쇄하고도 올해 6천7백억원의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大宇의 주장은 결국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회사채와 CP에 의존한 대규모 자금조달로 인한 높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다시 신용하락을 초래해 더 비싼 금리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악순환이 진행됐다. 특히 1998년 하반기 들어 大宇 계열사의 CP는 다른 그룹에 비해 금리가 3∼5% 포인트 높은 10∼11%에 달했다.
 
  높은 금융비용은 결과적으로 大宇그룹의 재무상태를 크게 악화시키고 말았다. 1997년 大宇그룹의 영업이익은 3조9백10억원, 금융비용은 2조9천9백60억원이었으나, 1998년에는 영업이익 3조1천9백20억원에 금융비용 5조9천2백40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비용이 2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이 예년 수준을 유지했는데도 당기순이익은 1천3백50억원 흑자에서 5천5백40억원 적자로 반전됐다. 흑자를 낼 수 있다는 大宇측의 큰 소리는 결국 거짓말이 되고 만 것이다.
 
  大宇는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계열사나 자산매각을 통한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았다. 구조조정을 게을리했던 것이다. 오히려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大宇는 1998년 1월9일 쌍용그룹이 보유한 쌍용자동차 주식 51.98%의 인수계약을 체결, 쌍용자동차 인수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쌍용자동차 차입금 3조4천억원의 처리는 大宇와 쌍용이 반분해 1조7천억원씩 부담키로 조정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大宇그룹의 부채비율을 크게 높이고 말았다.
 
  大宇가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나중에 金宇中 회장이 직접 밝혔듯이 GM과의 외자유치협상을 너무 믿었던 것도 그중 하나다.
 
  金宇中 회장은 GM과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되면 75억 달러의 외자가 유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다른 계열사나 자산매각을 하지 않고도 大宇그룹을 별 문제없이 끌고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金 회장의 본성이 「낙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GM과의 협상 성사를 무턱대고 믿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가 강도 높은 재벌개혁 정책을 펴고는 있지만 설마 大宇그룹 같은 「超大馬(초대마)」를 쓰러뜨리겠느냐는 「배짱」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부채비율 2백%에 대해서도 「정책이 아니며 일종의 가이드 라인일 뿐」이라는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을 그냥 믿어버린 탓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채권 금융기관 부실은 불가피
 
 
  워크아웃 작업이 시작된 이후 채권은행단은 大宇 12개 계열사에 대한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일단 정상화한 뒤 매각한다」는 대원칙을 설정했다. 大宇그룹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은 『기업을 회생시켜 놓으면 팔 때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정상화를 위해 大宇 계열사의 차입금 가운데 최고 75%까지 채무조정을 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大宇의 경우 차입금 24조7천억원 중 2조원을 주식으로, 16조7천억원을 표면금리 0%인 CB(전환사채·3년 만기로 20년까지 상환)로 전환했다. 나머지 차입금은 상환금리를 낮추어주기로 했다. 출자전환-금리감면-원금상환 유예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회사가 독자생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구상이다.
 
  주력 4개사의 채무조정 비율은 ㈜大宇 75%, 大宇자동차 50%, 大宇전자 27%, 大宇중공업 10%로 잠정집계됐다. 12개 계열사 전체로 보면 약 31조원이 채무조정 대상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의 大宇그룹 여신이 60조원에 달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大宇그룹에 빌려준 돈의 절반이 향후 수년간 이자를 못 받는 무수익 자산으로 변해버린 셈이다.
 
  채권단은 이러한 채무조정을 통해 금융비용부담을 줄여준 뒤 각 계열사를 가능하면 우량부문과 부실부문으로 나눠 우량부문은 살리고 부실부문은 정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大宇계열사에 대한 채무조정은 채권금융기관의 손실을 의미했다. 31조원의 차입금이 무수익 자산으로 변함에 따라 돈을 빌려준 채권금융기관들의 재무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중은행들은 大宇사태가 발발한 지난 7월 이후 3개월간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2조3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IMF(국제통화기금)와 합의에 따라 기존대출에 대한 再평가를 통해 연말까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도 있기 때문에 大宇부실의 여파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라고 시중은행 임원들은 말하고 있다.
 
  大宇사태로 인한 시중은행별 손실부담액은 최대 1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권 전체로는 12조5천억원이고, 투신사는 10조4천억원, 서울보증보험은 3조4천억원, 종금사는 1조8천억원, 보험사는 6천억원, 증권사는 7천억원 가량이라고 금감위는 밝혔다.
 
  물론 3∼5년에 걸친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채권금융기관의 부담액이 상당부문 회수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계열사의 회생을 보장하기 어렵고, 당장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도 막대하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사정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발 심한 해외채권단
 
 
  정부는 大宇사태로 부실이 심화된 투신사와 서울-제일은행, 서울보증보험에 公的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선언, 大宇부실로 인한 시장동요를 막았다. 투신사의 경우 수익증권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대한투신과 한국투신에 3조원, 大宇채권의 이자지급을 위해 서울보증보험에 4조원을 넣기로 했다.
 
  또 제일·서울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주기 위해 내년 초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해당금융기관이 일차적 책임을 지고 손실을 보전한 뒤 그래도 부족하면 公的자금을 넣는 방식으로 투입규모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에 투입하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大宇그룹의 부실을 국민세금으로 메워주는 꼴이 됐다.
 
  大宇 계열사 처리방안이 드러나고 금융기관의 손실분담도 윤곽이 잡히면서 금융시장은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大宇 워크아웃 플랜은 막판까지 진통을 계속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외국자본이 참여한 합작은행들이 『너무 많은 특혜를 주고 있다』며 계획안을 거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예컨대 쌍용자동차와 大宇통신의 주채권은행들은 11월1일 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1천3백억원과 1조4천억원의 부채를 각각 출자전환(CB·전환사채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해 채권단협의회에 상정했으나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국민-주택-외환-하나은행과 중앙종금-한아름종금이 반대표를 던지는 바람에 60∼67%의 동의밖에 얻지 못했다. 또 大宇통신은 국민-주택-한빛은행과 투신권이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5월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가 11.79%의 지분을 사들였으며, 외환은행에는 독일의 코메르츠은행이 22.2%의 지분을 갖고 2대 주주로 여신을 심사하고 있다. 또 주택은행에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ING가, 하나은행에는 세계은행 산하 IFC(국제금융공사)가 대주주로 활동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쌍용차의 경우 금융비용을 줄여주어도 영업이익을 내지 않기 때문에 돈을 대주면 그만큼 은행의 손실이 늘어난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장래성이 없기 때문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기보다는 청산하는 것이 오히려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大宇채권단은 이틀 뒤인 11월3일 쌍용자동차의 2차 협의회와 大宇캐피탈-다이너스클럽 코리아의 1차 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방안을 논의했으나 중요한 안건들이 대부분 부결됐다. 쌍용차의 경우 1차 협의회에 이어 2차 협의회에서도 신규무역금융지원 방안이 협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대 금융기관들은 『사업성이 없기 때문에 신규자금을 지원해 보아야 채권단 손실만 늘어난다』며 지원을 거부했다.
 
  大宇캐피탈도 채권단 간의 이견이 심해 원리금 상환유예 방안이 부결됐다. 다이너스클럽 코리아 채권단은 부채의 원금을 2004년 말까지 상환유예하고 이자는 낮춰주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大宇 계열사에 제공된 5백80억원의 콜(금융기관간 초단기차입) 자금을 2004년 말까지 상환유예하고 금리를 조정하는 안건은 주채권자인 서울투신과 나라종금의 반대로 부결됐다.
 
  채권단협의회에 상정된 안건이 부결되면 다시 두 번의 회의를 더 열어 수정안을 마련한다. 그래도 조율이 되지 않으면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강제중재에 나선다. 그러나 ㈜大宇, 大宇자동차, 大宇중공업, 大宇전자 등 주력 4개 계열사의 워크아웃 플랜은 大宇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지만, 해외부채가 만만치 않아 해외채권단과 협의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외채권단은 채무동결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8월 중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채무가 동결된 국내채권단과는 달리 이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해외채권단 가운데 소액채권자들은 채권회수를 위해 계열사 조기청산을 주장하고 있어서 국내채권단이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채권단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뿌리없는 경영
 
 
  정부와 재계, 학계 등 전문가들은 「大宇의 실패」를 유동성 위기 탓으로만 분석하지는 않는다. 실패 원인은 「기업의 불건전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大宇의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는 「불건전한 기업(Unsound Business)」의 문제가 표면화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과다한 부채구조와 IMF 위기 이후에도 계속된 팽창전략이 그룹의 몰락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大宇의 자금난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大宇 관계자들은 1978년 大宇중공업과 大宇자동차를 인수하면서부터 돈에 쪼들리는 상황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大宇는 이를 빚을 얻어 사업규모를 키우는 방법으로 넘겼다. 1983년에는 大宇전자를 인수했고, 이후에도 무리한 확대경영은 계속됐다.
 
  1995년 4월부터 1999년 4월까지 국내외 계열사 수 추이를 보면 국내 21개 해외 1백17개에서 국내 36개 해외 1백36개로 급증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사장은 大宇실패를 「뿌리없는 경영」탓으로 진단했다. 『현대의 경우 골리앗크레인을 설치할 때도 독자기술 개발로 했으나, 大宇는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뿌리없는 기업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大宇는 「1등기업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자동차, 전자 등 핵심기업들이 1류 상품을 내놓지 못했고, 이에 따라 돈을 크게 벌어주는 기업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경영을 혹평하는 이들은 『국내에서 다른 기업에 치어 밖으로 달아났을 뿐』이라고 말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창업동지」라는 이유로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미룬 것도 大宇 실패의 주요 이유로 지적된다. 10년 넘게 사장직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大宇처럼 많은 조직은 없다는 것이다. 金 회장은 사람을 자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緣(연)을 중시하는 경영스타일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은 金회장 주변에 「人(인)의 장막」을 만들었고, 참신한 경영진의 등장을 가로막아 大宇그룹을 「고인 물」과 같은 조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大宇는 지난 7월1일 사장단 50명 중 33명을 퇴진시키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으나 이미 그룹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大宇의 한 사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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