機務司가 지난 3월에 작성 배포
『金大中 대통령이 우리의 主敵(주적)이라는 북한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이런 마당에 왜 군대가 필요한가?』
軍에 침투한 좌익세력들이 6ㆍ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런 주장을 軍 내부에 퍼뜨리며 병사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對外秘(대외비) 자료에서 확인되었다. 좌익세력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軍에까지 침투해 軍 내부를 교란시키고, 軍의 無力化(무력화)를 꾀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간첩과 軍內 좌익사범 검거 전문 기관인 기무사가 지난 3월에 작성, 全軍 지휘관 회의에 보고된 이 對外秘 자료의 제목은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 실상」. 이 자료는 지난 한해 동안 기무사가 적발한 軍內 주요 좌익사건 수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기무사 對共處(대공처)에서 작성한 이 자료는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흐트러진 軍의 분위기를 지휘관들에게 알려 주라는 趙成台(조성태) 前 국방장관의 지시로 만들어졌고 여단급 이상의 軍 지휘관과 기무사 예하부대 부대장들에게 배포되었다.
기무사는 이 자료의 序頭(서두)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北이 적화통일 야욕을 버렸다는 데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적시,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고, 「軍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남조선 혁명이 불가능하다는 北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軍에 침투한 좌익세력들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노골적인 軍 무력화를 꾀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며 발간 취지를 밝혔다.
이 자료는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의 역사적 맥락과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 실상 등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의 역사적 맥락에서는 광복 직후인 1946년에 발생했던 「大邱(대구) 군부 프락치 사건」에서부터 麗順(여순)반란 사건, 그리고 6ㆍ25 전쟁 이후 최근까지의 좌익사건을 역사적으로 고찰했다.
자료에 따르면 좌익세력에 의한 軍 無力化 시도는 조선공산당 당원이 국방경비대(1946년 1월15일 창설된 국방부 前身)에 침투한 1946년의 「大邱(대구) 군부 프락치 사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 프락치들이 1946년 10월1일에 발생한 大邱 폭동사건의 배후 지원세력이었다고 이 자료는 단정지었다.
기무사는 이 자료에서 북한 金日成(김일성)이 1966년 10월 노동당 제2차 대표자 회의에서 『남조선 혁명조직들과 혁명가들은 「국군사업」을 잘 해야 한다』고 교시했다고 소개하고, 軍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남조선 혁명이 불가능하다는 게 북한의 對南 적화통일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에 상당수 좌익세력 침투
1980년대 들어 대학가 학생운동이 극에 달하자 北은 軍에 입대하는 운동권 출신의 主思派(주사파) 학생들을 통해 우리나라 군대를 상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民衆(민중) 군대」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이 자료는 언급했다. 최근 들어서는 軍內 좌익세력들이 일부 시민운동단체와 결탁, 駐韓미군 철수 데모를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이 자료는 지적했다.
지난 한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매향리 駐韓 미군 사격장 폐지 시위의 경우, 처음에는 해당 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시작되었으나 그후 주민들의 배후에 좌익세력과 일부 시민운동단체들이 가세해 문제가 커졌다고 이 자료는 분석했다. 기무사가 軍內 좌익세력과 시민운동단체들의 연계를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이 자료는 보여주었다.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 실상」 부분은 기무사가 작년 한해 동안 검거한 좌익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한 것으로 ▲軍內 불순세력에 의한 지휘체계 및 軍紀(군기) 문란과 北체제 찬양 사례 ▲敵(적) 개념을 희석시키기 위한 발언과 불온낙서 ▲서신 교환, 휴가나 외박중 불순집회 가담, 軍內 PC를 이용한 활동 등 투쟁 방법이 이 자료에 구체적으로 수록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軍內 좌익세력들은 정신 교육시간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의 主敵이라는 개념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 『대통령이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한 마당에 왜 군대가 필요하냐』는 식의 질문을 하게 하여 지휘관을 난처하게 하거나 정신교육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거된 軍內 좌익세력들은 주로 상병 혹은 병장의 고참병들인데, 갓 입대한 신병들에게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단의 ○○○ 병사는 내무반에서 『나에게 총알이 지급되면 우리 부대의 지휘관부터 먼저 쏘겠다』는 적대적인 발언을 하다가 체포된 경우도 있었다.
軍內 좌익세력들은 부대에 설치된 PC(개인 컴퓨터)를 이용, 軍 안팎의 좌익세력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외출이나 외박 또는 휴가시 대학가의 反美 집회에 가담하거나 일부 시민운동단체를 찾아가 對軍 투쟁 지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에는 정신교육을 거부하라는 등의 對軍 투쟁지침도 적혀 있다.
자료 작성에 관여했던 기무사의 한 간부는 『검거한 좌익사범 중 대표적인 활동 사례 몇 가지만 언급했다』며 『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우리가 파악하기로 軍內에 침투한 좌익세력은 100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핵심부에도 북한 金正日(김정일) 추종세력이 있다는 첩보와 정보를 갖고 있으나 이것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자료에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일부 시민단체에 상당히 침투해 있는 좌익세력들에 대해서는 자료에 일체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에서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북한의 「피바다」를 극찬한 국방일보에 대해서 기무사가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기초자료 수집에 착수하다가 北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軍 수뇌부의 분위기 때문에 수사를 그만 둔 적도 있다』고 말했다.
趙成台 前 장관과 金東信 現 장관의 차이
기무사가 이런 내용의 자료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 자료를 만든 주무부서인 기무사 對空처장이 지난 6월30일 갑자기 전역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軍 관계자들은 『자료 내용을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對外秘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줄 수가 없다』며 자료 요청을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軍內 좌익세력 활동 보고서는 기무사가 매년 책자로 발간해 해 온 통상적인 일이다』면서 『그러나 남북정상 회담 이후 이 정부가 北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책을 펴면서 상부 지시에 의해 올해 처음으로 이 자료가 對外秘로 분류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료의 성격에 대해 『軍內 좌익세력의 심각성을 부각한 것으로 자료 내용이 그대로 공개될 경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이를 의식한 軍 수뇌부로서는 對外秘로 분류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軍을 사랑하고 軍에 자식을 보낸 全국민들에게 軍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주고 軍과 民이 공동으로 좌익세력에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趙成台 장관의 뒤를 이은 金東信(김동신) 장관 체제의 軍 수뇌부가 이 자료의 제작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기무사 한 고급 장교의 말은 더욱 상징적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좌익세력의 對軍 침투 실상은 올해 초 趙成台 국방장관에게 처음 보고되었습니다. 趙장관은 보고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全지휘관들에게 배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趙成台 국방장관은 좌익세력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잡아들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개각 때 새로 취임한 金東信 국방장관은 기무사 보고 내용자체를 처음엔 소극적으로 생각하다가 전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책자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全軍지휘관 회의 때 발표해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金東信 장관 부임 후, 軍 수뇌부는 北을 자극하는 일이라면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北이 우리의 主敵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 趙成台 장관은 재임 기간 내내 北으로부터 反통일세력이라는 흑색선전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金東信 장관 부임 이후 金장관에 대한 北의 비방 선전은 별로 없었습니다. 6ㆍ25 전쟁 때 체포된 빨치산과 남파간첩 가운데 전향하지 않은 죄수들을 北送할 때 그들에게 꽃다발을 걸어준 사람이 金東信 장관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북한 선박 영해 침해는 軍 대응태세 점검용
그는 趙成台 前 장관과 金東信 現 장관은 對北 대응력에 있어서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예를 들었다.
『2년 前, 북한 경비정이 우리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을 때 당시 趙成台 국방장관은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그것이 서해 海戰입니다. 서해 海戰에서 북한은 참패했습니다. 그후 조용하게 지내던 북한은 한국의 국방장관이 金東信 장관으로 교체된 지난 6월 초, 북한 선박을 동원, 남해ㆍ서해ㆍ동해에서 고의적으로 영해 침범을 감행했습니다. 북한 선박의 영해 침범은 우리 軍의 대응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전술로 판단됩니다. 金東信 장관이 지휘하는 우리 軍이 이때 北에 보여준 것은 제발 영해 밖으로 나가달라는 애원이었습니다.
영해 침범 사건을 통해 北은 우리 軍의 대응태세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北이 또 도발하면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金東信 장관의 국회 답변은 말로 끝나고 말았고, 金大中 대통령은 우리 軍의 이런 미지근한 태도를 슬기롭게 대처했다고 오히려 칭찬하지 않았습니까. 北이 우리의 主敵이라는 개념은 변함이 없는데 이런 분위기 때문에 軍內에서 主敵이라는 말을 삼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6ㆍ25 전쟁의 휴전 협정은 판문점 인근에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인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남북간의 現 상황은 휴전상태입니다. 남북대화는 할 때 하더라도 좌익세력은 척결해야 한다는 게 기무사 對共부서 요원들의 생각인데 최근 들어 상당수가 옷을 벗고 나갔습니다』
『수사기밀 유출 우려, 공개 못해』
기무사 공보실 측은 자료 공개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軍內 좌익세력은 최근에만 있는 게 아니고 옛날에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이 기무사 본연의 임무입니다. 매년 軍에 입대하는 수많은 대학생들 가운데 극히 일부가 좌익세력입니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현상을 거두절미해서 공개할 경우,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자료를 분석하는 시각에 따라서 軍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질 소지가 있습니다.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 실상」이라는 자료는 병사들을 지도 교육하는 軍 지휘관들을 위해 참고용 자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全국민들이 알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좌익세력의 軍 침투사례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에 수사기밀 유출이라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좌익세력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도 있습니다』
기무사 공보실 측은 기무사 對共처장이 이 자료를 작성했기 때문에 전역했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국군기무사는 이 자료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최근 예하 부대에 긴급 지침을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金大中 대통령이 우리의 主敵(주적)이라는 북한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이런 마당에 왜 군대가 필요한가?』
軍에 침투한 좌익세력들이 6ㆍ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런 주장을 軍 내부에 퍼뜨리며 병사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對外秘(대외비) 자료에서 확인되었다. 좌익세력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軍에까지 침투해 軍 내부를 교란시키고, 軍의 無力化(무력화)를 꾀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간첩과 軍內 좌익사범 검거 전문 기관인 기무사가 지난 3월에 작성, 全軍 지휘관 회의에 보고된 이 對外秘 자료의 제목은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 실상」. 이 자료는 지난 한해 동안 기무사가 적발한 軍內 주요 좌익사건 수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기무사 對共處(대공처)에서 작성한 이 자료는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흐트러진 軍의 분위기를 지휘관들에게 알려 주라는 趙成台(조성태) 前 국방장관의 지시로 만들어졌고 여단급 이상의 軍 지휘관과 기무사 예하부대 부대장들에게 배포되었다.
기무사는 이 자료의 序頭(서두)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北이 적화통일 야욕을 버렸다는 데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적시,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고, 「軍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남조선 혁명이 불가능하다는 北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軍에 침투한 좌익세력들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노골적인 軍 무력화를 꾀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며 발간 취지를 밝혔다.
이 자료는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의 역사적 맥락과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 실상 등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의 역사적 맥락에서는 광복 직후인 1946년에 발생했던 「大邱(대구) 군부 프락치 사건」에서부터 麗順(여순)반란 사건, 그리고 6ㆍ25 전쟁 이후 최근까지의 좌익사건을 역사적으로 고찰했다.
자료에 따르면 좌익세력에 의한 軍 無力化 시도는 조선공산당 당원이 국방경비대(1946년 1월15일 창설된 국방부 前身)에 침투한 1946년의 「大邱(대구) 군부 프락치 사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 프락치들이 1946년 10월1일에 발생한 大邱 폭동사건의 배후 지원세력이었다고 이 자료는 단정지었다.
기무사는 이 자료에서 북한 金日成(김일성)이 1966년 10월 노동당 제2차 대표자 회의에서 『남조선 혁명조직들과 혁명가들은 「국군사업」을 잘 해야 한다』고 교시했다고 소개하고, 軍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남조선 혁명이 불가능하다는 게 북한의 對南 적화통일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에 상당수 좌익세력 침투
1980년대 들어 대학가 학생운동이 극에 달하자 北은 軍에 입대하는 운동권 출신의 主思派(주사파) 학생들을 통해 우리나라 군대를 상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民衆(민중) 군대」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이 자료는 언급했다. 최근 들어서는 軍內 좌익세력들이 일부 시민운동단체와 결탁, 駐韓미군 철수 데모를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이 자료는 지적했다.
지난 한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매향리 駐韓 미군 사격장 폐지 시위의 경우, 처음에는 해당 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시작되었으나 그후 주민들의 배후에 좌익세력과 일부 시민운동단체들이 가세해 문제가 커졌다고 이 자료는 분석했다. 기무사가 軍內 좌익세력과 시민운동단체들의 연계를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이 자료는 보여주었다.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 실상」 부분은 기무사가 작년 한해 동안 검거한 좌익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한 것으로 ▲軍內 불순세력에 의한 지휘체계 및 軍紀(군기) 문란과 北체제 찬양 사례 ▲敵(적) 개념을 희석시키기 위한 발언과 불온낙서 ▲서신 교환, 휴가나 외박중 불순집회 가담, 軍內 PC를 이용한 활동 등 투쟁 방법이 이 자료에 구체적으로 수록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軍內 좌익세력들은 정신 교육시간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의 主敵이라는 개념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 『대통령이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한 마당에 왜 군대가 필요하냐』는 식의 질문을 하게 하여 지휘관을 난처하게 하거나 정신교육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거된 軍內 좌익세력들은 주로 상병 혹은 병장의 고참병들인데, 갓 입대한 신병들에게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단의 ○○○ 병사는 내무반에서 『나에게 총알이 지급되면 우리 부대의 지휘관부터 먼저 쏘겠다』는 적대적인 발언을 하다가 체포된 경우도 있었다.
軍內 좌익세력들은 부대에 설치된 PC(개인 컴퓨터)를 이용, 軍 안팎의 좌익세력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외출이나 외박 또는 휴가시 대학가의 反美 집회에 가담하거나 일부 시민운동단체를 찾아가 對軍 투쟁 지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에는 정신교육을 거부하라는 등의 對軍 투쟁지침도 적혀 있다.
자료 작성에 관여했던 기무사의 한 간부는 『검거한 좌익사범 중 대표적인 활동 사례 몇 가지만 언급했다』며 『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우리가 파악하기로 軍內에 침투한 좌익세력은 100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핵심부에도 북한 金正日(김정일) 추종세력이 있다는 첩보와 정보를 갖고 있으나 이것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자료에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일부 시민단체에 상당히 침투해 있는 좌익세력들에 대해서는 자료에 일체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에서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북한의 「피바다」를 극찬한 국방일보에 대해서 기무사가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기초자료 수집에 착수하다가 北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軍 수뇌부의 분위기 때문에 수사를 그만 둔 적도 있다』고 말했다.
趙成台 前 장관과 金東信 現 장관의 차이
기무사가 이런 내용의 자료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 자료를 만든 주무부서인 기무사 對空처장이 지난 6월30일 갑자기 전역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軍 관계자들은 『자료 내용을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對外秘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줄 수가 없다』며 자료 요청을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軍內 좌익세력 활동 보고서는 기무사가 매년 책자로 발간해 해 온 통상적인 일이다』면서 『그러나 남북정상 회담 이후 이 정부가 北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책을 펴면서 상부 지시에 의해 올해 처음으로 이 자료가 對外秘로 분류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료의 성격에 대해 『軍內 좌익세력의 심각성을 부각한 것으로 자료 내용이 그대로 공개될 경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이를 의식한 軍 수뇌부로서는 對外秘로 분류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軍을 사랑하고 軍에 자식을 보낸 全국민들에게 軍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주고 軍과 民이 공동으로 좌익세력에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趙成台 장관의 뒤를 이은 金東信(김동신) 장관 체제의 軍 수뇌부가 이 자료의 제작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기무사 한 고급 장교의 말은 더욱 상징적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좌익세력의 對軍 침투 실상은 올해 초 趙成台 국방장관에게 처음 보고되었습니다. 趙장관은 보고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全지휘관들에게 배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趙成台 국방장관은 좌익세력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잡아들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개각 때 새로 취임한 金東信 국방장관은 기무사 보고 내용자체를 처음엔 소극적으로 생각하다가 전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책자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全軍지휘관 회의 때 발표해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金東信 장관 부임 후, 軍 수뇌부는 北을 자극하는 일이라면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北이 우리의 主敵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 趙成台 장관은 재임 기간 내내 北으로부터 反통일세력이라는 흑색선전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金東信 장관 부임 이후 金장관에 대한 北의 비방 선전은 별로 없었습니다. 6ㆍ25 전쟁 때 체포된 빨치산과 남파간첩 가운데 전향하지 않은 죄수들을 北送할 때 그들에게 꽃다발을 걸어준 사람이 金東信 장관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북한 선박 영해 침해는 軍 대응태세 점검용
그는 趙成台 前 장관과 金東信 現 장관은 對北 대응력에 있어서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예를 들었다.
『2년 前, 북한 경비정이 우리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을 때 당시 趙成台 국방장관은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그것이 서해 海戰입니다. 서해 海戰에서 북한은 참패했습니다. 그후 조용하게 지내던 북한은 한국의 국방장관이 金東信 장관으로 교체된 지난 6월 초, 북한 선박을 동원, 남해ㆍ서해ㆍ동해에서 고의적으로 영해 침범을 감행했습니다. 북한 선박의 영해 침범은 우리 軍의 대응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전술로 판단됩니다. 金東信 장관이 지휘하는 우리 軍이 이때 北에 보여준 것은 제발 영해 밖으로 나가달라는 애원이었습니다.
영해 침범 사건을 통해 北은 우리 軍의 대응태세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北이 또 도발하면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金東信 장관의 국회 답변은 말로 끝나고 말았고, 金大中 대통령은 우리 軍의 이런 미지근한 태도를 슬기롭게 대처했다고 오히려 칭찬하지 않았습니까. 北이 우리의 主敵이라는 개념은 변함이 없는데 이런 분위기 때문에 軍內에서 主敵이라는 말을 삼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6ㆍ25 전쟁의 휴전 협정은 판문점 인근에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인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남북간의 現 상황은 휴전상태입니다. 남북대화는 할 때 하더라도 좌익세력은 척결해야 한다는 게 기무사 對共부서 요원들의 생각인데 최근 들어 상당수가 옷을 벗고 나갔습니다』
『수사기밀 유출 우려, 공개 못해』
기무사 공보실 측은 자료 공개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軍內 좌익세력은 최근에만 있는 게 아니고 옛날에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이 기무사 본연의 임무입니다. 매년 軍에 입대하는 수많은 대학생들 가운데 극히 일부가 좌익세력입니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현상을 거두절미해서 공개할 경우,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자료를 분석하는 시각에 따라서 軍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질 소지가 있습니다.
「좌익세력의 對軍 투쟁 실상」이라는 자료는 병사들을 지도 교육하는 軍 지휘관들을 위해 참고용 자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全국민들이 알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좌익세력의 軍 침투사례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에 수사기밀 유출이라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좌익세력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도 있습니다』
기무사 공보실 측은 기무사 對共처장이 이 자료를 작성했기 때문에 전역했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국군기무사는 이 자료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최근 예하 부대에 긴급 지침을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