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로고
2010년 9월호

[독자의 제언] 리더 만들기 200년 노하우, ‘미국 사립사관학교’를 벤치마킹하자

미국 사립사관학교를 거쳐 간 이들 중 90%가 軍人이 아닌 길을 선택하고, 상당수의 청소년이 유소년학군단(JROTC) 프로그램을 거쳐 가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은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도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글 : 정륜  리인터내셔널 대외협력실장

⊙ 귀족 집안 子弟들의 리더십 교육을 위해 설립… 90% 이상의 졸업생들 陸海空 사관학교 대신
    일반대학 선택
⊙ ‘카슨 롱 밀리터리 인스티튜트’(1836년 설립) 등 미 본토에 25개의 ‘기숙형 사관학교’ 존재
⊙ 맥아더, 노먼 슈왈츠코프, 도널드 트럼프, 다니엘 거버, 조지 스타인브레너… 수많은 리더를 배출
⊙ 美 국방성, 연간 3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청소년들의 군사교육에 투자

鄭綸
⊙ 1973년생.
⊙ 미 웨스트민스터대학 정치외교학과, 미 조지타운대학교 외교대학원 안보학 석사.
⊙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군사정치팀 근무, 영국 제인스디펜스위클리 한국담당 기자 역임.
⊙ 現 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 대외협력실장.
미국 사립사관학교 간부들. 간부가 돼야 리더십을 체험하고 외박 등 각종 학교생활의 혜택이 주어진다.
  2009년 3월, 국방부가 초등학교와 중·고교 과정을 통합한 유년·중등 군사학교 설립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출산율 저하로 병역자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년·중등 군사학교를 설립하면 군(軍)에 우수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오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안보의식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기사가 나오자마자 각종 진보 성향 사이트에서는 “군사학교 설립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거나 신랄한 비판의 글을 올렸다. 한 사이트에서는 “어려서부터 군사적 교육을 받아서 기형적인 정신세계를 가지도록 키워진 인간은 기술적으로 잘 써먹을 수 있는 인간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결국 국가와 사회에 위험한 인간이 될 것”이라며 “국방부의 군사학교 설립 검토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나라 학교에선 교련(敎鍊) 교육이 폐지된 지 오래이며, 학교에서 안보교육을 전혀 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생각은 매우 훌륭한 정책적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대한민국과 같은 안보상황에 처한 나라가 반드시 갖춰야 할 교육 시스템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뻔한 부담스러운 이슈를 국방부 혼자 검토하기보다, 우선 미국의 제도가 어떻게 돼 있는지, 실제로 어린 나이에 이러한 군사학교에 아이를 보내 교육을 시켜본 학부모들의 의견은 어떤지, 제대로 한 번 검토해 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군사학교 설립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최근 <리더 만들기 200년, 미국 사립사관학교로 가라!>는 책을 펴냈다. 국내 최초로 출간되는 미국 사립사관학교 관련 서적으로, 사립사관학교의 역사와 전통, 군사 교육체계, 미국 유소년 학군단(Junior ROTC) 정보 등을 담고 있다.
 
  필자의 할아버지는 광복 직후 쓰시마섬(對馬島)의 한국 영유권을 최초로 주장한 1세대 수산학자 故(고) 정문기(鄭文基·학술원 원로회원) 박사다. 도쿄대 수산과를 졸업한 조부(祖父)는 평소 손자(필자)에게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필자는 고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보여준 팸플릿 속의 드넓은 캠퍼스와 고풍스런 건물, 제복을 차려입은 늠름한 학생들의 모습에 반해 태평양을 건넜다. 미국 미주리주에 위치한 ‘캠퍼 밀리터리 스쿨’에서 미 육군성이 수여하는 최고생도상을 받고 졸업했고,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에서 국가안보학을 전공했다. 우리나라가 기왕에 미국 사립사관학교를 모델로 한 ‘군사학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면, 미국의 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軍人 양성학교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사립사관학교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은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져 한국 학생들의 입학이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보가 부족해 지원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미국 사립사관학교가 ‘군인(軍人)을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사립사관학교들은 지역 유지와 귀족 집안의 자제들이 어릴 때부터 리더십 능력을 키우고 유사시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교였다. 남북전쟁, 그 이후 2차대전과 한국전쟁이 있었던 20세기 중반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기치 아래 부유층과 지역 유지 가문의 자제들이 앞다투어 사립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사립사관학교 대부분이 처음부터 사관학교로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미국의 사립사관학교는 1774년 ‘샬럿 홀 밀리터리 아카데미’를 필두로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18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학교 설립 붐이 일어나, 현존하는 사립사관학교 중 가장 오래된 ‘카슨 롱 밀리터리 인스티튜트’와 두 번째로 오래된 ‘오크 리지 밀리터리 아카데미’가 이 시기에 설립됐다. 이후 ‘웬트워스 밀리터리 아카데미’(1880), ‘뉴욕 밀리터리 아카데미’(1889), ‘텍사스 밀리터리 인스티튜트’(1893), ‘컬버 밀리터리 아카데미’(1894) 등이 연이어 설립됐다.
 
  미국 사립사관학교 중 가장 역사가 깊다는 ‘카슨 롱 밀리터리 인스티튜트’도 1836년 개교했을 때는 학생수 6명에 불과한 라틴어 사립학교였다. 이 학교는 1919년 군사교육을 시작했고, 6·25전쟁이 끝난 1954년부터 JROTC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1852년에 설립된 ‘오크 리지 밀리터리 아카데미’도 1929년까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명문 일반 사립학교였다.
 
  1916년 미국의 신(新)국가방위법의 의회 통과로 사립사관학교들은 번성기를 맞게 된다. 미 의회가 유소년 학생 군사교육단(Junior 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JROTC) 설치에 대한 조항이 포함된 ‘국가방위법(National Defense Act of·1916) 개정안’을 의결해 전국에 산재(散在)해 있는 여러 사립사관학교가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이들 학교들은 이미 군사교육을 학교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놓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지원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미국 땅에 뿌리를 내린 지 200년이 가까이 된 사립사관학교의 전통은 계속 이어졌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패전하기 전까지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약 500개가 넘는 사립사관학교가 존재했었다고 한다. 베트남전 패전을 직후로 미국 내 반전(反戰) 운동과 반군(反軍) 정서가 심화되면서 사립사관학교들은 잠시 시련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사관학교가 문을 닫고, 당시 최고의 명문이었던 학교들만 살아남았다. 현재 미국 군사학교협회에 등록된 유소년 사관학교는 총 29개, 이 중 25개가 미국 본토에 위치한 ‘기숙형 사관학교’다.
 
 
  맥아더, 조지 케넌, 노먼 슈왈츠코프, 도널드 트럼프 등… 수많은 리더를 배출
 
  제1, 2차 세계대전, 6·25전쟁 당시 수많은 사립사관학교 졸업생들이 조국과 세계평화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바쳤다. 2차 대전 때는 맥아더 장군이라는 국가적 영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에 접어들면서 소련 봉쇄정책을 주창했던 석학 조지 케넌 프린스턴대 교수, 제1차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총지휘했던 노먼 슈왈츠코프 장군도 사립사관학교 출신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수많은 기업인은 물론 유명 정치인, 언론인, 작가, 프로 운동선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립사관학교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이며 미국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의 호스트인 도널드 트럼프도 눈길을 끈다. 미국 문학 사상 최고의 걸작(傑作)으로 꼽히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 샐린저(J.D. Salinger)도 사립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재산규모 57억 달러로 멕시코의 2대 재벌인 알베르토 바이예레스(Alberto Bailleres), 다국적 유아용 식품회사인 거버 베이비 푸드의 창립자인 다니엘 거버(Daniel Gerber), 박찬호 선수가 투수로 있었던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George Steinbrenner),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시어스 전(前) 회장 에드워드 텔링(Edward Telling) 등이 모두 사립사관학교를 거쳐간 인물들이다.
 
 
  졸업생 중 90% 이상이 일반 4년제 대학 진학
 
1951년 4월 11일, 트루먼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유엔군사령관직에서 해임당한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모교인 텍사스 밀리터리 인스티튜트 생도들을 사열하고 있다.
  오늘날의 사립사관학교는 다양한 장학금과 지원제도를 바탕으로 부유층 자제뿐만 아니라 중산층 가정의 학생들에게까지 그 문호가 개방됐다. 또한 공립학교나 일반 사립학교의 커리큘럼이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거나 지루하게 느껴져 다양한 리더십과 특별활동, 군대식 생활, 체력단련 등을 통해 청소년기에 넘쳐나는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동시에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는 훌륭한 환경을 제공하는 사립사관학교를 학생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덕분에 사립사관학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우수한 학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고, 그들의 심신(心身)을 훌륭하게 육성해 현재 미국 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인사 중 상당수를 배출해 냈다.
 
  사립사관학교가 미군 지도자를 양성하려는 목적에서 운영된 것은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의 먼 옛날 이야기다. 오늘날 사립사관학교의 우수생도들이 미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추천되기도 하지만 90% 이상의 졸업생이 일반 대학에 진학하며, 상위권 사립사관학교의 졸업생들은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 따라서 사립사관학교가 군의 지도자를 양성하려는 목적에서 운영된다고 하는 것은 이들 학교의 교육철학과 조금 동떨어진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미 국방부, 매년 3500억원을 청소년 군사교육에 투자
 
1930~1940년대 세인트 존스 노스웨스턴 밀리터리 아카데미 생도들의 모습.
  미국 사립사관학교의 군사리더십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군(美軍)에서 직접 지원하는 유소년학군단(Junior ROTC·JROTC)에 대해 우선 이해해야 한다. 미국 군사학교협회(AMCSUS)에 등록된 사관학교 중 대부분이 ROTC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자체 개발한 군사리더십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JROTC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의 사립사관학교를 벤치마킹하려면 JROTC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JROTC는 생도들에 대한 군사교육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충성심, 리더십, 학업 성과, 팀워크, 인내력, 절제력, 올바른 예절, 튼튼한 체력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립사관학교의 생도라면 모두 JROTC 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군사교육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현재 미국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양경찰 본부에서 모두 자체 JROTC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립사관학교가 육군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지만, 현재는 해군·공군·해병대 JROTC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도 생겨나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각 군 JROTC 본부의 2009년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걸쳐 총 3414개 학교에서 JROTC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서 매년 별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의 큰 정책 프로그램이다. 미 국방성이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연간 예산만 3억53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청소년들의 군사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미 육군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그 규모가 가장 크다. 미 전역 1645개의 사공립 학교에서 육군 JROTC 프로그램을 채택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등록된 생도수만 해도 28만명이 넘는다. 공군 JROTC는 총 869곳의 학교에서 채택돼 총 10만2천명의 생도가 등록되어 있고, 해군 JROTC는 총 639개 학교에서, 해병대 JROTC는 총 260개 학교에서 제공하고 있다. 해양경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는 미국 전역에 단 1곳뿐이다.
 
 
  우수 졸업생도를 미 陸海空 사관학교에 추천
 
  일부 학교는 미국 각 군 본부에서 우수 학교로 인정을 받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생도를 실제 미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추천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 한 예로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에드머럴 파라것 아카데미’의 경우, 해군 JROTC를 책임지고 있는 교수가 우수한 생도들을 선발해 매년 미 해사에 6명, 미 공사에 5명, 미 육사에 3명을 추천하고 있으며, 사관학교라는 특성 때문에 이 학교 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사립사관학교가 이러한 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컬버 밀리터리 아카데미’를 포함한 몇 개 사립사관학교에서는 JROTC가 아닌, 자체적으로 개발한 군사와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JROTC 못지않은 역사, 전통, 명성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차등을 두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특히 컬버 밀리터리 아카데미의 군사리더십 교육은 ‘필립스 아카데미’ 등 미국 최고 명문 사립학교들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그 명성이 아주 높다.
 
  교육과정은 ‘임무(duty), 명예(honor), 국가(country)’를 중시하는 훌륭한 생도를 키우는 것은 물론, 국가가 필요로 하는 모범시민, 그리고 리더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각 군마다 JROTC 교육 프로그램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교육 목표는 동일하다. 생도들의 다양한 능력 배양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요 교육 분야는 국민윤리, 애국심 배양, 리더십 및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튼튼한 체력, 상황 판단력 및 결정력, 긍정적 사고, 팀워크, 문제 분석 및 해결 능력, 자기관리 등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습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각 군마다 각자의 임무에 따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리더십 교육 외에도 정부와 군의 조직체계, 군의 역사, 제식(制式) 훈련, 생존법과 응급처치법, 독도법(讀圖法), 조직관리, 첨단 군사기술, 행사기획 등도 배우게 된다.
 
 
  리더와 성인으로서 대우받는 사관학교 생도들
 
  청소년들의 교육에 있어 사립사관학교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학생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지 않고 학생 하나하나를 하나의 리더와 성인으로서 취급한다는 것이다. ‘컬버 밀리터리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최부식 군은 사립사관학교의 장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 학생으로서 학교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학교들은 학생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이끄는 것은 학생 바로 자신들이며, 학생들은 모든 일상생활에서 하나의 리더와 성인으로서 취급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남들을 이끌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더욱더 인격적으로 성숙하게 되고, 인생살이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학교 교사들이 초등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교사와 학생 간에 맞고소가 오가는 한국에서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3대째 같은 사립사관학교를 졸업한 미국 가문에 시집을 간 한국인 어머니 서경애씨. 그의 아들 마이클은 올해 웨스트포인트에 합격했다.
 
  서씨는 “사관학교가 아이들의 성장에 정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다. “미국인인 남편은 한국인 엄마인 나를 보고 ‘아들을 과(過)보호하면서 키운다’며 가끔 핀잔을 주기도 했다. 남편의 의견은 대충 이렇다. ‘아이들은 스스로 좋고 나쁜 일을 판단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경험하면서 자라야 하고, 또 그렇게 키워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할 수 있게 하고, 혹시 실수를 하면 거기에 따르는 결과에 책임을 지면서 삶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또한 어른의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모, 선생님, 코치, 사관학교 멘토 등과 대화를 나누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남편의 이런 말을 들으니 그동안 내가 잘못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아들이 생도로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의 말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사관학교라는 곳이 아이들의 성장에 정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장성·장교·부사관·병사의 역할 배우며 희생정신 배워
 
럭비, 승마, 로프훈련으로 심신을 단련하는 컬버 밀리터리 아카데미 생도들. 컬버 밀리터리 아카데미는 성공한 기업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다. 학교 기마대는 우드로 윌슨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를 비롯해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도 대규모로 참석했다.
  사립사관학교의 또 다른 장점은 청소년들이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관학교에서는 아주 기초적인 군 조직에 대한 교육부터 군이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돼 왔으며, 오늘날의 군의 모습은 어떠한지에 대해 자세히 교육한다. 이는 미국의 군사력(軍事力)을 젊은 생도들에게 홍보하는 목적도 있지만, 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려 생도들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심을 갖게 하고, 군대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하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JROTC 강의 중 필자의 인상에 남은 것은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정책 결정체계에 대한 강의였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예하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 군 주요장성 등 군 관련 주요 정책결정권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중요 인사들이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도 배웠다. 그리고 군 장성, 영관급 장교, 위관급 장교, 부사관, 병사 각각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배우면서 한 국가의 군인들이 국토방위를 위해 얼마만큼의 희생과 봉사를 하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배우고 느낀 계기가 됐다.
 
  안보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외에도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들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 특히,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이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된다. 물론 방위산업과 국가안보가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교육도 한다. 공군이나 해군 JROTC 생도들은 전투기와 군용 항공기를 생산하는 대형 방산업체를 방문하거나, 해군 함정을 만드는 조선소를 견학하기도 하고, 직접 해군 함정에 승선(乘船)도 한다.
 
 
  리더 만드는 사립사관학교 설립해야
 
캠퍼 밀리터리스쿨 시절의 필자. 생도시절 드릴팀 멤버, 생도 일등상사와 소대장 등을 거치며 리더십을 쌓았다.
  지난 200년간 미국 사회의 수많은 리더를 양성해 낸 사립사관학교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에 반드시 필요한 학교가 아닌가 싶다. 교련 교육은 물론 안보교육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어 우리 군은 물론 사회 전체가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에서 미국 사립사관학교를 모델로 한 군사학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다. 미국의 사립사관학교는 처음부터 군사학교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각 지역의 명문 사립학교가 학생들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신과 지휘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군사교육을 사립학교 교육에 접목시키기 시작한 것이지, 군인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미국 사립사관학교가 정부가 지원하는 JROTC 프로그램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군인을 양성하기보다는 군대식 교육을 접목시켜 올바른 국가관, 명예의식, 국민으로서의 책임감 등을 갖춘, 잘 훈련되고 다재다능(多才多能)한 미국인을 만드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군사학교가 설립돼 그들이 모두 군인이 된다면, 군인을 양성한다는 것 외에는 국가의 장기적 발전 차원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공교육에서 안보교육을 시키지 못한다면, 이러한 사립사관학교에서 학생들만이라도 제대로 된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갖게 하고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이들이 사회 각 분야의 젊은 리더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도 이러한 사립사관학교를 거쳐 간 이들 중 90%가 군인이 아닌 길을 선택하고, 상당수의 청소년이 JROTC 프로그램을 거쳐 가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에서도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도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군사학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면, 미국 사립사관학교의 역사와 전통, 교육체계, 경험담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군뿐만 아니라 민간 교육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계획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짧은 머리와 구릿빛 피부, 정모(正帽) 창 밑으로 보이는 초롱초롱한 눈빛, 각종 훈장이 달린 멋진 제복을 입고 졸업식장으로 행진해 들어오는 아들의 늠름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며 감격하지 않을 부모들이 어디 있을까. 지난해 3월, 미국 출장길에 미국 하원군사위원회 아이크 스켈턴(Ike Skelton)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6000억 달러가 넘는 국방예산을 주무르는 하원군사위원장이다.
 
  그의 사무실 정면에는 그가 사립사관학교 생도시절 제복을 입고 찍은 대형 기념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는 필자가 졸업한 ‘캠퍼 밀리터리 스쿨’의 경쟁학교인 ‘웬트워스 밀리터리 아카데미’ 졸업생이었다. 그는 “당신이 사립사관학교 졸업생이라니 놀랍다”면서 “수많은 리더를 길러낸 사립사관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은 내 평생의 자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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