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덥수룩한 수염 아래로 땀이 뚝뚝 떨어졌다. 「효자손」이 꽂힌 괴나리봇짐(배낭)을 지고 길을 떠난 孫鶴圭(손학규) 前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12일 현재 제주에 머무르고 있다. 이른바 「100일 民心(민심) 대장정」을 시작한 지 44일째다.
 
  그는 강원도 삼척 도계 경동탄광에서 다섯 시간 동안 탄을 캤고, 전남 장성에서는 방울토마토를 땄다. 경북 상주에서는 소똥을 치우고, 김천으로 가 포도 박스를 화물차에 실었다. 여수에선 돌산갓을 다듬었고, 강원 인제와 충북 단양에서는 무너진 제방을 쌓았다.
 
  「민심의 바다에 풍덩 빠지겠다」던 그의 정치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전남 여수에서 『여기 뭣하러 왔소. 여그는 한나라당 표 한나(하나)도 없소. 버스값도 못 찾을 거요』라는 말을 들었다.
 
  孫 前 지사가 가는 곳마다 한두 개의 중앙 언론이 동행 취재하고, 지역 언론이 합세해 플래시를 터뜨린다. 조용한 「길 찾기」가 조금씩 떠들썩해지고 있다.
 
  그는 이런 반응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정치인이야 카메라를 의식하게 마련이지만 웬걸 자연스럽다. 팔을 걷어붙이고, 아무에게나 손을 내미는 모습이 퍽이나 익숙하다. 수염이 제법 길어 넉넉한 「길손」 같은 인상을 준다.
 
  땀에 절어 얼룩덜룩한 셔츠를 입고 시골 구멍가게에서 「쭈쭈바」를 빨거나 농가 툇마루에 앉아 껌을 질겅질겅 씹기도 한다.
 
  『민심 대장정을 통해 만난 대한민국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워요. 농민이든 상인이든 노동자든 저마다 힘든 현실을 토로합니다.
 
  그들에게 듣기 좋은 말로 이렇게 저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긴 싫었어요. 대신 수첩에 메모하고 함께 땀 흘려 일합니다. 파를 다듬고, 소똥을 치우고, 고깃배에 오릅니다. TV 프로그램 마냥 「체험, 삶의 현장」이냐고요? 체험이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이자 생활입니다』
 
  수해복구 자원봉사단을 모집한 孫 前 지사는 지난 7월24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4리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했다.
 
  그러나 인제군 내린천의 범람으로 인한 수해복구 작업은 쉽지 않았다. 모래를 부대에 넣어 옮긴 뒤 제방을 쌓는 일이라 힘이 들었지만 요령을 터득해야 했다. 자갈이 커서 삽질도 쉽지 않았다. 기진맥진하면서도 삽을 놓지 않았다. 孫 前 지사의 회고다.
 
  『사실 그 일은 서툰 자원봉사자가 할 일이 아니었어요. 기왕에 온 것이니 일거리를 달라고 했더니, 마을 이장님이 미적미적하더군요. 어찌어찌하다가 겨우 일을 마치니, 「좀 한다」 싶었던지 두 배 가까운 일을 더 주더군요. 속으로 「이제 못하겠다」 했는데 오후 4시경에 일을 다 끝냈습니다. 완성된 둑을 보니 「사람의 힘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확실히 인간은 위대합니다』
 
  그러나 곧이어 2차 폭우가 쏟아졌고 강원도 인제는 또다시 고립됐다.
 
 
  대학시절 함백탄광에서 시다로 일해
 

지난 7월28일 강원도 삼척 도계 경동탄광에서.

  나흘 뒤인 7월28일 강원도 삼척 도계 경동탄광에 있던 孫 前 지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해작업을 했던 인제군 현4리 이장 손영근씨였다.
 
  『다시 덮친 폭우로 내린천이 불어났으나 지사님이랑 자원봉사자 분들이 지난번 쌓아올린 제방 덕에 우리는 괜찮았습니다. 다른 마을은 또 피해가 났는데 우리만 탈이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고맙습니다』
 
  다시 장소는 경동탄광 안. 그는 축전차를 타고 갱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섯 시간 가까이 탄을 캤다. 땀과 탄가루로 뒤범벅돼 삽질을 하는데 경동광업소 김수호 안전관리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막장에서 빨리 나오라」고 성화였다. 「메탄가스가 위험수치를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갱도를 빠져나오는 사이 흙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간이 콩알만 해진 孫지사는 순간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고 한다.
 
  『꼭 40년 전 영월 함백탄광에 갔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무기정학을 받고 차비와 사흘치 숙식비만 달랑 들고 찾아갔던 곳입니다. 문득 당시의 열정이 떠올랐어요』
 
  孫 前 지사는 1966년 서울大 정치학과 2학년 때 학내 민주화 시위를 하다 무기정학을 당해 함백탄광으로 숨어든 일이 있다. 그는 석탄 찌꺼기를 버리는 「시다」로 일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소설가 黃晳暎(황석영)씨와 자취를 하며 구로공단 전자회사와 목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기억을 더듬으려 지난 7월30일 아내와 단 둘이서 함백탄광에 갔습니다. 그때는 번잡하고 사람이 붐볐는데, 이젠 집도 몇 채 없고 인적도 없더군요. 예전에 일하던 광업소 자리가 어디인지 아무리 기억을 살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끝순네」에서 만난 가난한 民心
 

孫鶴圭 前 지사는 가는 곳마다 지방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8월3일 경북 영주를 찾은 孫 지사는 허름한 선술집 「끝순네」를 찾았다. 목로에는 더위에 지친 파리가 날아다니고, 쉰 깍두기가 익어 가고 있었다. 간고등어 안주에 막걸리와 소주로 목을 축였다. 울진에서부터 영주까지 따라온 한나라당 金光元(김광원) 의원과 이곳 출신 우성호 도의원이 『영주지역 민심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간 길이었다.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洪모씨가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孫 前 지사의 옆자리에 걸터앉았다.
 
  『텔레비전에서 봤심더. 이렇게 뵈니 보기가 좋네예. 우리 서민 살림 좀 잘 챙겨주이소』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洪씨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건설공사의 하청을 받아 철공일을 한다고 했다. 명색이 「小사장」이었다.
 
  『맨날 일거리가 있었으면 합니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이 그립심더. 지난 7월에는 한 달 동안 빈둥빈둥 놀았어예』
 
  孫 前 지사가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느냐』고 묻자, 洪씨는 말문이 막히는지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같은 노가다는, 서너 집 건너 하나씩 있는 게 아니라 한 집 건너 하나입니더. 마누라 도망가서 이혼하고…』
 
  옆에 앉은 이들도 가슴이 서늘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洪씨가 『집에 가겠다』며 미닫이 문을 열자 孫 前 지사가 따라 나갔다.
 
  『쫓아가서 「잘 가시라」고 인사를 하니 洪씨가 길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을 하는 겁니다. 황급히 저도 땅바닥에 엎드려 맞절을 하니 「서민을 위해 좋은 정치해 주이소」 하고 울어요. 제가 일으켜 세우다가 부둥켜안고 같이 울었습니다. 이렇게 순박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이상의 정의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24일 孫지사의 강원도 인제 수해복구 자원봉사단에 참여한 강금원씨와 딸 성미씨.

  孫 前 지사는 8월8일 김천에 도착, 평화성당을 찾았다. 성당 「야고보의 집」에서 무의탁 노인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 주었다. 그러나 노인들은 그가 누구인지, 왜 왔는지 몰랐다. 몰려든 지방 언론사의 사진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자 노인들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한 노인은 『덥수룩하게 생긴 꼴을 보니까, 배급을 받아야 할 사람이 빵을 나눠 주네. 그 참 우습다』고 했다.
 
  그가 『경기도지사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그제서야 『어디서 많이 봤다 캤더니만…』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한 노인은 『텔레비전으로만 봐왔는데 실제로 보니까 한 인물 하네. 탤런트 해도 되겠어~』 하고 웃어 보였다.
 
  이어 孫 前 지사는 택시를 타고 「직지사」 부근에 있는 직지농협 물류센터로 이동했다. 일정을 짜는 그의 수행팀들은 자가용으로 이동하지만 그는 택시를 탔다.
 
  이날 기온이 36℃를 넘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했다. 물류센터는 각 농가에서 가져온 포도를 모아 전국으로 배송하는 곳이다. 그는 캠벨 5kg, 거봉 2kg짜리 박스를 큰 화물차에 옮겨 실었다.
 
  힘 좋게 생긴 일꾼이 포도 세 박스를 한꺼번에 건네자 주위에서 『누구 죽일라카나. 한 박스씩만 드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다 못한 직지농협 조합장이 『거기는 됐고. 그만 이리로 오이소』라며 다른 곳으로 그를 데려가려 했다. 孫 前 지사는 『아직 일이 안 끝났다』며 고집을 피웠다. 직지농협 직원들이 孫 前 지사를 따라다니기에 바쁠 정도였다.
 
  그날 저녁식사는 모처럼 푸짐했다. 김천시 봉산면에 있는 대학 선배인 鄭坼(정탁·62)씨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연 것이다. 서울大 철학과 출신인 鄭씨는 당시 인문대 학생운동의 리더였다고 한다. 지글지글 돼지고기가 익어 갈 무렵 구수한 된장국이 나왔다. 孫 前 지사는 마치 주인처럼 동네 사람에게 막걸리를 따르고 인사를 건넸다. 몇 순배 술이 돌자 그가 예고 없이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술이 좀 취한 듯 보였다.
 
 
  『하늘이 봅니다』
 

인터뷰를 하며 배낭 속에 담긴 물품을 꺼내 보이고 있다.

  『제가 민심 대장정에 나선 까닭은 정치를 국민생활과 가까이, 생활에서부터 정치를 하자는 뜻입니다. 각 지역을 돌며 참으로 민망한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불신과 실망, 무관심을 넘어 정치는 국민에게 버림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을 통해 희망을 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도농사 열심히 지으면 그 다음엔 나라가 책임을 진다」는 믿음을 만들어 드리고, 바로 그런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서 나누는 사랑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취기가 오른 한 농부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지사님 하시는 것 보고 놀랐심더. 처음엔 「정치인들 사진 찍고 가겠지」 했는데, 한두 번 하는가 싶었더니 열심히 일하데예. 사람들이 「사진 찍고 간다고 캤는데 그게 아이고 열심히 하네」로 바뀝디더』
 
  또 다른 농부는 조금 오버하는 듯한 말을 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건강 잘 챙기셔서 불상사가 없게… 차기는 아니더라도 차차기라도 하셔가지고,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해서 대한민국을 떠나겠다는 맴(마음)이 안 들도록… 진짜 힘을 내셔서 꼭 지도자는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보여 주이소』
 
  기분이 좋아진 孫 前 지사는 이런 얘기를 꺼냈다.
 
  『제가 말이죠. 이번 대장정 중에 신부님도, 목사님도 아니고 종교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늘이 봅니다」 이 말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지난 8월8일 경북 김천 직지농협에서 포도 상자를 옮기고 있다.

  8월9일 孫 前 지사와 만나 어렵게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기자를 「불청객」으로 불렀다. 먼저 「배낭 속에 뭐가 들었는지 공개해 달라」는며 짓궂은 질문을 했다.
 
  『(일일이 꺼내 보이며) 치실, 아토피 연고,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휴지, 파자마… 반바지가 하나 있었는데 젖어가지고…』
 
  그러면서 땀에 절은 옷가지를 전리품 마냥 꺼냈다.
 
  『(면바지를 들고) 어제 작업하고 입은 옷입니다. 냄새 한번 맡아 봐요. (아예 들이밀며) 맡아 봐. 쉰 냄새나죠. 소 여물이랑, 소똥 냄새 나잖아요. 지저분하지만 손으로 만져 봐』
 
  옆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세탁기에 돌려드릴까요? 돌려 드릴게요』하자 그는 『놔두세요』라고 했다.
 
 
  『언론이 라이트를 안 비쳐 주니까…』
 

지난 8월2일 경북 울진 죽변항에서 고깃배를 탔다.

  ― 면도는 안 하시나요.
 
  『귀찮아서… 도지사 시절에는 하루에 두 번씩 했어요. 아침에 나올 때 하고, 오후 3~4시 되면 차 안에서 또 하고… 안 하니까 얼마나 좋아』
 
  ― 편합니까.
 
  『편하죠. 그리고 사람들이 멋있다고 하고(웃음)』
 
  ―도지사 시절 「비단 옷 입고 밤길 걸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신 일은 많은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月刊朝鮮의 잘못이지(웃음). 밤길을 걷는데, 라이트를 비춰 줬으면 될 것 아닙니까. 라이트를 안 비춰 주니까…』
 
  ―지역별 민심의 차이가 있던가요.
 
  『크게 보면 大同小異(대동소이)해요. 농민들은 좌절에 빠져 있고, 정치에 대한 불신도 크고…』
 
  ―희망은 보셨나요.
 
  『좌절과 절망의 목소리도 듣지만, 우리 민족의 강인함과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조금만 일을 해도 사람들은 「너무 고생하신다」고 만류합니다. 그 정도 하면 체험이 됐다고요. 사람들이 TV프로그램의 「체험, 삶의 현장」으로 생각하나 봐요. 체험이 아닙니다. 같이 생활한다는 것을 보여 줄 생각입니다. 그래야 「사진만 찍고 가는 게 아니네」 라고 생각할 게 아닙니까. 거짓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일이 즐거워요. 재밌고』
 
 
  새로운 리더십의 실험
 
  ―평생 처음 거친 노동을 하신 게 아닙니까.
 
  『정말이지 힘들지 않아요. 참모들에게 형식적으로 일정을 짜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 국민들은 진정한 지도자를 원해요. 자기들하고 같이 생활하는, 자기 생활을 이해해 주는, 고생해 주는 이를 바라고 있어요. 희망을 주고 신바람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민심 대장정의 의미가 있다면, 체험이 아니라 실험을 한다면 새로운 리더십의 실험이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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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孫鶴圭와 民心기행에 동참하는 이들
 

권경률(왼쪽)과 김용훈씨.

  孫鶴圭 前 지사의 민심 대장정에 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孫 前 지사보다 먼저 현장에 달려가 일정을 챙기고 일감을 얻고 쉴 곳을 찾는다. 스스로 「孫鶴圭와 함께 길을 가는 젊은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孫 前 지사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權暻律(권경률·36)씨는 경기도 공보관실 언론정책보좌관 출신이다. 공무원 신분을 버리고 보좌역으로 그를 따른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여친」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한다.
 
  『연초에 외자 유치, 평양 방문 길에 동행하느라 쉴 틈이 없었어요. 「孫대장」(그는 孫 前 지사를 그렇게 불렀다)이 경기도지사에서 물러나면서 만사 제치고 푹 잤으면 좋겠다 했는데, 야속한 대장은 일분일초도 놔두지 않았어요』
 
  「孫대장」은 퇴임식이 있던 지난 6월30일 전남 장성으로 내려갔던 터였다. 그는 孫 前 지사와 함께 모든 현장을 누볐다.
 
  『현장에서는 항상 재미난 실랑이가 펼쳐져요. 마을 이장님은 정치인들의 의례적인 방문이겠거니 하고 일감을 주지 않으려 해요. 우격다짐으로 「토마토따기」, 「제방쌓기」 등의 일감을 따냅니다. 孫지사가 일을 제대로 하니 그제서야 마을주민들이 쭈뼛쭈뼛 나타나 이것저것 도와 달라고 청합니다』
 
  權씨와 함께 金容勳(김용훈·27)씨도 동행한다. 그는 서울大 재료공학과 4학년으로 졸업을 코앞에 앞두고 있다. 친구들이 취업준비로 정신없는데 사서 고생을 한다. 『젊은 시절, 좋은 경험을 하고 싶다』면서도 『졸업은 해야 되는데…』라고 겸연쩍게 웃는다. 金씨의 말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 싶어 합니다. 민심 대장정에 동참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그 목소리 하나하나가 대장정에 나선 이들의 힘이 됩니다』
 
  이들 외에 「孫대장」 앞뒤에서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裵相晩(배상만·28), 金鎭煥(김진환·27), 李眞國(이진국·27)씨가 있다. 權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장의 진정성에 감동한 사람들」이다.
 
  올해 중앙大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裵씨는 일정을 책임진다. 孫 前 지사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일감을 구하고 마을 주민들의 협조를 구한다. 孫지사가 머물 숙소를 정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자칫 일정이 틀어지면 길바닥에 주저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大 경제학과 학생인 李씨는 자원봉사자들의 빨랫감을 수거해 세탁하는 일을 하고 숙소를 정하는 일을 돕는다. 보통 孫 前 지사의 빨랫감은 아내 이윤영씨가 일주일에 한 번 현지를 찾아와 수거해 가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빨래는 李씨가 책임진다.
 
  고려大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金씨는 현장을 누비는 대신 네티즌들에게 그날그날 孫 지사의 모습을 홈페이지(www.hq.or.kr)에 올린다. 거의 실시간으로 사진과 자료를 업데이트한다. 「정치인 가운데 孫 前 지사의 홈페이지만큼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