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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國軍을 바보집단으로 만든 국방장관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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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 北의 연평도 砲擊 관련 뉴스를 보지 않고 있습니다. 화가 나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金大中ㆍ盧武鉉의 깽판정치 10년 동안 화병에 걸리지 않고 용케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북한이 천안함 爆沈 만행을 저질렀을 때 청와대가 “예단말라”며 대북 보복을 미루자 애국심과 公憤(공분)을 표출할 길이 없던 국민은 ‘천암함 가족돕기 모금운동’을 하며 울분을 삭였습니다.

국민의 폭발적인 애국심과 공분을 정부가 ‘대북 보복’ 차원의 국민 성금 운동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것은 대북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정말로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 눈치 때문에 나서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민간에서 일어난 천안함 가족 돕기 모금 운동이 ‘대북 보복 운동’이 되도록 뒤에서 슬쩍 방향만 잡아주고 그냥 못 본척만 하고 있었으면 됩니다. 하지만 안보 담당자들은 그런 초보적인 대북 전략ㆍ전술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애국 시민은 “예단 말고 기다려 달라”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인내를 가지고 사태를 지켜보았습니다. 애국 시민들은 북이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자기 무덤을 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일의 운명을 결정짓고, 민족사의 방향을 좌우하게 될 지도 모를 하늘이 준 기회를 설마 아무 일도 없었던 일처럼 그냥 넘어가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쌍끌이 어선 선장 김남식 선장의 말대로 天幸으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던 어뢰 잔해를 그것도 거의 완전한 형태로 건져 올렸습니다. 어뢰 잔해 수색이 계속 되는 동안 정부와 국방부는 “1mm짜리 어뢰 조각만 찾아도 북은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믿은 우리 국민은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최종 결산을 하겠구나! ’ 생각을 했습니다.

이윽고 천안함 관련 조사가 끝나자 국방부는 ‘대북 제재’란 것을 발표했습니다. 그중에 애국 시민이 가장 반긴 것은 ‘대북 심리전의 전면 재개’ 였습니다. 대북 심리전, 특히 휴전선에서 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천안함 순국 병사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다고 할 만큼 북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입니다.

북한은 金大中 시절 남북대화의 첫째 조건으로 대북 심리전 중단을 요구할 정도로 심리전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북은 우리가 심리전을 실시하겠다고 하자 다른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오직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휴전선 일대에 스피커만 설치하면 곧바로 재개하겠다던 심리전이 하루 이틀 미뤄졌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아예 없었던 일이 되버렸습니다. 국방부가 내놓은 변병이 “하긴 할 건데 언제가 좋을 지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애국 시민들이 받은 배신감과 굴욕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애당초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겠다고 했으면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실망은 했겠지만, 배신감은 그렇게 크게 느끼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북한이 “확성기를 조준 타격을 하겠다”고 하자 꼬리를 내린 모양새가 되었으니 차라리 안하겠다고 한 만 못한 꼴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주인공인 金泰榮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 사건 때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의연한 대처를 했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받았습니다. 애국 시민들도 그의 진심을 믿었기에 야당의 거센 비판으로부터 그를 지켜 주었습니다.

金 국방장관은 야당으로부터 “敗將은 물러가라”는 치욕적인 말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김태영 장관이 비록 기습으로 어쩔 수 없이 부하를 잃었지만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패장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金 장관이 언젠가 기회가 오면 부하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절치부심하고 있는 위인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북 확성기 방송 실패와 이번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니 그는 역시 패장일 뿐입니다. 제가 인물을 한참 잘 못 봤습니다. 金 장관은 패장이라는 개인의 불명예를 씻고, 천안함에서 희생된 부하의 영혼을 위로하고, 짓밟힌 국가의 자존심을 세울 기회를 버렸습니다. 문제는 그 개인이 가졌던 기회가 한민족 역사의 돌연변이 김정일 집단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너무나 큰 기회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군에 있을 때 우리 대대장이 전 장병을 연병장에 모아놓고 한 말씀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왜 젊은 청춘을 군에 와서 보내는가? 바로 나의 부모 형제와 누나 동생들이 오늘 밤도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나라는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들여 군대를 유지하는가? 바로 오늘 밤 있을지도 모르는 단 한 차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그 단 한 차례의 전쟁으로 우리의 모든 것이 결정 나기 때문에 국가는 지난 50년간 하루같이 군대를 훈련시켜 온 것이다. 그러니까 내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고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 군인의 의무다.”

저는 대대장님의 연설을 듣고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서 왜 이렇게 군에 끌려와 고생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군인은 장교들 취업을 위해 만든 집단이 아닙니다. 병정놀이하면서 장군들 별달고 거들먹거리며 유세 떨려고 만든 집단은 더욱 아닙니다.

김태영 장관은 천안함 폭침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맞았지만,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도 동시에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인물이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군인으로서 두 번 다시없을 기회였을 것이고, 그게 자신과 민속사에 어떤 의미가 되는 기회였는지는 본인이 은퇴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김태영 장관에게 못내 아쉬움을 표시하는 것은 어차피 현재의 청와대의 외교·안보 라인의 인물로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金 장관은 결과적으로 우리 대한민국 군대 전체를 두 번이나 적에게 눈뜨고 두들겨 맞는 ‘천하의 바보 집단’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擴戰이 겁나서 반격을 못하면 그것이 어떻게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나라가 적의 공격을 받았는데 확전이 두려워 반격을 못하면 그런 나라가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확전이 그렇게 겁나면 백령도 연평도를 북한에 떼 주고 조용히 사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도 예상되는데, 그것도 확전이 두려우면 그때도 대응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정신이 썩은 노예상태의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서울이 불바다가 되어도 정부는 “추후 도발이 있을 시 강력 대응하겠다”는 말을 할 거라는 생각이 거의 진실처럼 굳어집니다. 원래 불장난은 갈수록 위험하고 대담해지는 법입니다. 우리가 이번 연평도 사건에서 잔뜩 겁먹은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북은 앞으로 연평도가 아니라, 서울 근교 도시에 포를 날려놓고 우리의 반응을 떠보려는 유혹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앞으로 북으로부터 “한판 붙어서 누가 더 많이 잃는지 한번 볼래? 아니면 조용히 살고 싶으면 계속 퍼줄래?” 하는 선택을 요구받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한마디로 마적단 집단의 인질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後記: 이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나서 몇 시간 후 국방장관이 해임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입력 : 20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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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hana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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