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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태완 ‘Stand Up Daddy’

전작도록 사업, 쉽지 않은 이유는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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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대표 화가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전작도록(全作圖錄)이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게 됐다.(참고 《조선일보》 1월 27일자 A21면)
 
한국의 작가를 해외에 널리 알리고 위작(僞作)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구상이다. 이를 바라보는 미술계는 신중한 반응이다. “전작도록이 위작을 진작(眞作)으로 세탁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반대로 “훗날 전작도록에서 빠진 작품이 나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 전작도록에 없다는 이유로 진작의 운명이 위작으로 바뀔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생을 통해 그려진 작가의 수많은 작품을 단시간 내 찾기란 매우 어렵다. 바뀐 소장자를 추적하는 일도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소장자가 끝내 공개를 꺼려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자는 시문학파 시인 신석정의 처녀작 <가을밤비>를 발굴, 《월간조선》 2016년 2월호에 게재했다. 시인이 열다섯 무렵 쓴 이 작품은 1921년 9월 26일자 《조선일보》 4면에 실렸는데 시제(詩題) 옆에 시인의 이름(石汀 生)이 적혀있다. 시인의 본명은 석정(錫正)이나, 초기 시는 ‘복수의 석정(夕汀, 石汀, 釋靜)’과 소적(蘇笛) 등을 아호로 썼다.

지금까지 시인의 처녀작은 1924년 4월 19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우는 해>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소적’이란 아호를 썼다.

신석정 연구자들과 후손들은 3년 앞서 발표된 시인의 새로운 처녀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시인은 생전에 <가을밤비>를 언급한 적이 없었고, 처녀작으로 <기우는 해>를 꼽았기 때문”이다. “분명 석정이란 이름으로 투고됐고, 작품에서 풍기는 시적(詩的) 분위기도 신석정의 것으로 느껴지지만 단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문학사를 고쳐 써야하는 만큼 정확한 ‘감정(鑑定)’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당시 발행되던 모든 신문과 잡지를 뒤져 ‘석정(石汀)’이란 동명이인이 존재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상당한 시간과 땀이 요구된다.
 
전작(全作), 전집(全集) 발간의 어려움
 
기자는 《월간조선》을 통해 전집에서 빠진 문인들의 작품을 발굴, 소개하는 작업을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월간조선》  2015년 12월호에 소설가 채만식의 유언장을 최초 공개하고 1989년 간행된 10권짜리 《채만식전집》(창작과비평 刊)에 빠졌던 산문 〈모던 라이프(Modern Life)〉와 〈X양과 ‘하이힐’과 걸음 맵씨와〉 등  6편을 소개했다.

《월간조선》  2015년 11월호에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심훈의 시 <춘영집(春咏集)>, <저창삼수(低唱三首)>, 원단잡음(元旦雜吟) 등 시 9편과 산문 〈춘소산필(春宵散筆)〉, <교통차단(交通遮斷)>을 실었다. 1953년과 1966년에 간행된 전집에서 제외된 작품들이다.

또 《월간조선》 2015년 7월호에  두 권짜리 《나도향전집》(집문당)에 수록되지 않은 나도향의 산문 〈경솔〉과 〈생명을 실감(實感)하자〉, 프랑스 작가 모파상의 단편소설을 번역한 〈추억〉을 소개했다.

《월간조선》 2015년 4월호에는 시인 박인환의 시 <대하(大河)>와 수필 <우리의 약혼시절 >과 <크리스마스와 여자>, 서평 <‘버지니아 울프’의 인물과 작품>을 실었다. 지금까지 박인환 전집은 1986년과 2006년, 2008년, 2015년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간행됐으나 《월간조선》이 소개한 시와 산문은 이들 전집에서 모두 빠진 작품들이다.

사실, 문인들이 쓴 작품을 모두 찾아 전집을 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한국 근현대사를 거치며 명멸해간 크고 작은 신문과 잡지를 모두 뒤져야 하기 때문이다. 창간호만 내고 사라진 매체도 부지기수다. 그런 작품을 찾기란 시간과 기억과의 거대한 싸움이다. 당시 문인들은 유일한 밥줄인 고료(稿料)를 받기 위해 닥치는 대로, 죽기살기로, 혹은 양심과 죽음 앞에 글을 써야 했다.

또 정지용, 김기림, 박태원, 이태준 같은 월북 작가들은 한때 문학연구가 금기시된 인물이다. 하물며 전집작업은 꿈도 못꿨다. 해금(解禁) 이후 본격 발굴이 이뤄졌지만 전집에서 빠진 작품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혹자는 “전집에서 빠진 작품이 뭐 그리 대수냐”고 말할 수 있다. 일부는 망각에 의해, 일부는 작품 질(質)이 나빠, 혹은 이념적인 이유로 작가가 의도적으로 빠트렸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작품이라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20세기 한국의 문인만한 작가도 드물다. 나라를 잃었고 문자를 빼앗겼으며 이념의 소용돌이와 전쟁의 극한(極限)과 이산(離散)을 모두 체험한 이들이 한국의 문인들이다. 세계문학사를 뒤져봐도 한국의 문인만큼 인간의 희로애락을 가장 압축적으로, 가장 단시일 내에 겪어야 했던 문인은 없을지 모른다.

이들은 격동의 20세기를 거치며 더러는 친일(親日)로, 더러는 붓을 꺾었으며 사조(思潮)에 따라 순수와 이념문학의 길로 흩어졌지만 이들의 내면세계를 쉽게 재단할 수 없다. 모든 작품이 작가 내면과 당대 현실이 씨줄 날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집에서 빠진 작품발굴이 그래서 의미가 있다.

범 문화예술계 차원에서 진행해야
 
정부의 전작도록 작업을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주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한 작가당 전작도록 연구기간이 3년이며 3억 원의 예산을 정부가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어떤 작품은 발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 위작논란을 불식시킬 전문가집단의 체계적 검증도 요구된다.

꼼꼼하고 세밀한 발굴 없이는 전작도록 사업이 진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할 바에야 제대로 하고, 도록 발간 이후에 발굴된 작품에 대해 수정본을 낸다는 각오도 필요하다. 드레스덴국립미술관의 ‘게르하르트 리히터’ 아카이브 책임자인 디트마 엘거씨는 “2003년부터 8년의 시간을 들여 2011년에 리히터의 첫 전작도록을 냈다. 이후 2년마다 추가로 도록을 낸다”며 “어떤 자료는 기다려야만 나오는 게 있다. 그래서 ‘시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연예술자료 연구가’ 김종욱씨는 “정부의 전작도록 사업이 또다른 위작시비의 태풍이 될 수 있다”며 “장르를 뛰어넘어 모든 한국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하는 아카이브가 완성돼야 한다는 점에서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범 문화예술계 차원에서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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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Stand Up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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