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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긴급진단] 폐쇄위기 맞은 개성공단, 비상구가 없다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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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제가 2009년 6월호 월간조선에 쓴 기사입니다. 오늘날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읽어보시죠. 개성공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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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폐쇄위기 맞은 개성공단, 비상구가 없다

“당분간은 개성공단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할 것.
개성공단이 북한 측에는 남한을 압박하는 좋은 카드라서 단번에 없애버리지는 않을 것”

李相欣 

⊙ 영양실조 등으로 개성공단의 무단결근율 10~20%, 도난사고도 빈번
⊙ 1만5000명 정도 인력이 더 필요한데 신규인력 공급 제대로 안되고 해고도 불가능
⊙ 통행차단 등으로 주문량 끊기면서 생산량 평균 30~40% 이상 줄어
⊙ 인건비 베트남 200달러, 중국 70~120달러, 개성공단은 55달러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5월 15일 개성공단의 토지 임대료와 토지사용료, 임금 및 세금과 관련한 법규와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새로 제시할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북측은 또 “변화된 정세와 현실에 맞게 법과 규정, 기준이 개정되는 데 따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의 남측 기업들과 관계자들은 통지한 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개성공업지구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임대료, 임금, 세금 등에 관한 법규를 개정한 뒤 우리 정부와 공단 입주업체들에 새로운 조건 수용과 공단 철수 중 하나를 택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개성공단은 9년 만에 파국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앞서 북한은 4월 21일 “우리는 개성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며 “개성공단의 제도적 특혜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개성공단의 남측 상주인원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이고, 통행시간을 대폭 축소했다. 급기야 지난 3월 말에는 현대아산 직원 1명을 억류, 아직까지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내 신발제조업체 삼덕통상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개성공단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다수의 대북 전문가는 “어차피 문제가 불거진 이상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의 제반 문제를 총점검하고, 대북 經協(경협)사업의 실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은 자체 공장을 지어서 들어가는 경우와, 미리 지어진 아파트형 공장을 임차해 入住(입주)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단계 사업을 마친 개성공단에는 400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으나, 입주 예정인 업체를 포함해도 30% 정도밖에 분양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입주율이 낮은 것은 이른바 ‘3通(통)’으로 불리는 통행, 통관, 통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등 기업활동에 불편이 따르기 때문.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의류·섬유·봉제·금속 등 저임금을 보고 들어간 노동집약적 단순가공 업체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대다수 기업이 개성공단에 사실상 社運(사운)을 걸고 투자했기 때문에 여건이 나빠도 발을 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필자가 접촉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기업인은 “아무리 좋은 기사라도 나가지 않는 게 우리에게는 가장 좋다”고 말했다. 민감한 시기에 북한을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이임동 사무국장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兩(양) 정부 간 다툼이 생길 때마다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출입에 이상이 생기면서 바이어들의 주문이 끊어져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며 “언론이 자꾸 문제를 부추기는 보도를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통받는 입주 기업들

지난 4월 21일, 억류 직원 유모씨 석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이 별 성과없이 돌아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 前 회장은 부산에서 삼덕통상이라는 신발제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삼덕통상은 2004년 개성공단에 시범단지가 오픈할 때 입주했으며, 2400명의 북한 근로자를 채용, 현재 개성공단 입주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문 회장은 “지금까지 입주한 개성공단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업체만 5000여 개에 관련 종사자가 7만여 명에 이른다”며 “개성공단은 국내 산업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해 왔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는 중국에 있던 생산라인을 철수, 개성공단으로 모두 옮겼습니다. 개성공단의 입지조건과 기업환경이 중국보다 우수했기 때문입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대부분 노동집약산업이라 개성이 아니면 해외로 나가야 했을 기업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면 공장을 지을 건축자재나 생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原資材(원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식재료부터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장갑에 이르기까지 100% 국내에서 조달했어요. 공단이 커질수록 우리나라의 산업도 덩달아 활성화된 셈이죠.”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문창섭 前 회장.
문 회장은 “북한 근로자들이 모두 비숙련자이기 때문에 진출 초기 4~5개월 동안은 신발은 만들지 않고, 매일 교육만 했다”며 “우리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많은 기업이 우리를 벤치마킹하면서 개성공단에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유창근 부회장(에스제이테크 회장)은 “개성공단이 희망이 있는 곳이라는 정부 측 설명을 믿고 입주했는데,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해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에스제이테크는 개성공단에서 드물게 기술집약 제품인 반도체 부품이나, 항공기, 조선, 건설 분야에 쓰이는 油空壓(유공압)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유 회장은 자신의 회사 입장과 북한에 들어간 기업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개성공단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가장 큰 장점은 언어가 통한다는 것입니다. 언어가 통하면 생산관리가 쉽고 빠르게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요. 또 物流(물류) 거리가 짧다는 것도 큰 이점입니다.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하면 초기에는 숙련공을 쓸 수 있지만 이직률이 높습니다. 개성은 초기에는 근로자 교육을 해야 하지만 이직을 하지 않으니 안정적이죠.”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를 맞았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개성공단은 시간차를 두고 기업이 입주했기 때문에 기업마다 처한 여건이 모두 다릅니다. 단순 賃加工(임가공) 업체들 상당수가 이미 주문이 많이 끊겨 어려움에 처해 있어요.”

―주문이 끊긴 기업들은 현재 어떻게 현장을 유지하고 있습니까.

“백화점에 납품하는 옷을 만드는 업체가 종이박스 접기나, 인형 눈을 붙이는 일을 해 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공장은 돌려야 하니까요. 예전에 단위시간당 10만원짜리 일을 했으나 지금은 1만원짜리 일을 하는 식이죠.”

―유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는 상황이 어떻습니까.

“우리 회사도 多國籍(다국적) 기업의 바이어가 발주를 끊었습니다. 주거래처가 미국기업이었는데, 이들은 북한을 리스크로 보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불안을 느껴 곧바로 거래를 끊었습니다. 주력 업체라서 타격이 크지만 공장을 놀릴 수 없으니 우리도 고유 아이템이 아니라 단순 임가공업을 하면서 공장을 돌리고 있어요.”

유 회장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고객이 한번 떨어져 나가면 회복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南韓(남한) 기업만 돈을 많이 벌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어느 한두 업체가 돈을 많이 번 것을 보고 거기에 관점을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기업을 해 보니까 남북 간의 사상과 문화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장사가 잘된다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야 투자가 들어오지만, 반대로 북쪽은 장사가 잘되니까 돈을 더 달라고 하는 식이죠.”

유 회장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개선을 요구한 것이 ‘3통’ 문제였다고 했다.

“공단 출입시간과 물품 통관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또 인터넷이 되지 않아 대부분의 업무를 USB 메모리(휴대용 저장장치)에 담아서 들고 다니며 봐야 합니다. 요즘 모든 업무가 웹 환경에서 이루어지는데 북한 당국자는 이런 것을 이해 못해요.”

지난 3월 16일자 조선일보 만평.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 등을 빌미로 개성공단 출입을 수차례 제한했다.

도난사고 빈번

남북경협시민연대 金圭喆(김규철) 대표는 남북경협과 관련한 NGO(비정부기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기업인들이 북한 눈치 보느라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요즘 내가 부쩍 말을 많이 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개성공단에서는 우리 측 관리자가 북측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공장장, 총무, 조장, 반장이 모두 북측 사람입니다. 영양실조 등으로 개성공단의 무단결근율이 10~20%에 이르지만 우리 기업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도난사고도 자주 발생합니다. 얼마 전 모 섬유회사는 수입 원단 2만 야드 중 1만3000야드가 없어졌습니다. 또 10만 벌 만들 원단을 투입했는데, 물건이 8만 벌만 나올 때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해도 업체는 어디 따질 데가 없습니다.”

그는 현재 입주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인력부족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4~5월에 입주한 기업이 많아 추가로 1만500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데 신규인력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규철 대표의 설명이다.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이 완공되고 모든 기업이 입주했을 때 필요한 인력은 8만~9만명 정도입니다. 2007년 우리 정부는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지어 주기로 했는데 정권교체 등으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를 이유로 작년 7월부터 신규인력 공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인력이 지원돼도 나이나 성격이 맞지 않을 경우 기업이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해고도 할 수 없고요.”

―현재 입주업체는 어떤 상황입니까.

“3월 통행을 막았다 재개했다 하는 과정에서 해외거래처와 주문이 끊기면서 업체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았습니다. 생산량도 최근 평균 30~40% 이상 줄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안에 50% 정도 줄어들 것입니다. 현재 기업 중에는 북한에서 생산라인을 철수하거나, 국내에 핵심 생산라인을 증설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곳도 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까.

“기업인 중에는 저한테 와서 실상을 공개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투자금의 90%만 회수할 수 있다면 손 털고 나오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빨리 나올수록 피해를 줄이는 것이니까요.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20% 정도는 자사 브랜드가 있는 회사고, 나머지는 주문생산 업체입니다. 자사 브랜드를 가진 업체는 그나마 소비물량이 있으니 버티고 있지만, 나머지는 사실상 부도 직전입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지난 10년간 대북사업에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개성에 진출한 기업들은 영세한 업체들입니까.

“임대형 아파트 공장에 들어간 기업이 평균 2억5000만원 정도 투자를 했고, 공장을 지어서 들어간 기업은 20억~150억원 이상 투자했습니다. 이들 업체를 영세업체라고 부를 수는 없죠. 다만 전 재산을 투자했기 때문에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거죠.”

―북한이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내세울 새로운 조건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우리 입주기업이나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내세울 것입니다. 임금을 기존보다 3~4배 높은 200달러 수준으로 요구할 것이고, 토지사용료도 과거의 평당 2~3달러에서 10달러 이상으로 올릴 것입니다. 이런 요구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떠나라는 것인데, 사실상 남측 기업이 스스로 문을 닫게 하려는 조치라고 봅니다.”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의 특혜조치 재검토 문제를 꺼낸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개성공단의 전체 예정부지인 6600만㎡(2000만평) 중에 실제 우리 측이 임대차계약을 한 것은 1단계 사업부지인 330만㎡(100만평)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계약도 안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미국이나 중국 같은 제삼자에게 개발권을 주겠다고 들고 나와도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재계약 문제를 꺼낸 것은 떡고물이 큰 2단계 사업을 노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특혜조치 철회와 관련해서는 북측이 6·15 선언을 강조한 것으로 봐서 비료지원 문제와 연계된 것 같습니다.”


“남쪽이 민족사업 끝냈으니 우리도 끝내겠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兪琓寧(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은 15년간 대북사업과 북한진출 기업을 위한 컨설팅을 해 오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 문제를 보려면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현실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사망 후 경제가 망가지자 북한은 先軍(선군)정치를 내세웠습니다. 경제시스템이 붕괴해서 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죠. 2000년 이후 내각에 다시 경제문제를 맡겼는데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군이 전면에 나선 겁니다. 선군정치가 별것이 아니라 경제를 담당할 주체를 군이 맡았다는 뜻입니다.”

유 회장은 “군이 전면에 나선 후 기존에 대남사업을 하던 통일전선사업부(통전부) 관련자들과 대남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대거 숙청됐다”며 “북쪽은 인원이 교체되고, 남쪽은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서로 대화가 안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부가 앞으로 개성공단을 비롯한 대남사업을 관할하면 개성공단 문제가 더 경색될 수도 있겠네요.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꺼낸 것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이러저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자는 뜻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反北(반북)정책을 펴면서 6·15 선언을 부정한다고 보기 때문에 6·15 선언으로 탄생한 개성공단을 비롯한 민족사업이 깨졌다고 해석하는 겁니다. 그래서 원점으로 돌아가 실용주의로 협상을 하자는 것이고, 그래서 개성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입니다.”

지난 4월 27일 통일부 청사 후문에서 ‘북한구원운동’, ‘탈북인단체총연합회’ 등 총 5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개성공단 납치억류 국민석방운동 시민연대’가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번 맺은 협약을 이렇게 쉽게 무시하면 앞으로 어느 기업이 들어가겠습니까.

“북한은 개성공단을 지난 10년간 남쪽이 자기들에게 베푼 여러 가지 지원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들도 민족적 입장에서 특혜를 준 것이라는 거죠. 실제로 개성공단은 세금도 거의 없고, 땅도 내주고, 임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쌉니다. 자기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이죠. 그런데 남쪽이 먼저 6·15 선언을 깼다고 보기 때문에 협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자기들이 아니라 우리 쪽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유 회장은 북한의 개성공단 계약 무효화 조치에 대해서는 “북이나 남이나 대북창구 인원이 새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만나서 서로 무슨 논리를 펴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북한이 새로운 조건을 내세운다 했으니 들어 봐야죠. 북한은 중국의 경제특구 수준으로 임금이나 토지사용료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사전에 중국 경제특구에 대한 조사를 많이 한 후 북한의 주장에 대해 하나씩 논리를 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는 현대아산 직원 문제에 대해서는 초기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유씨를 억류하면서 내세운 것이 보안법 위반 문제였습니다. 북한체제도 나름 법이 있기 때문에 자기들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사건이죠. 그런데 우리가 당국자 회담으로 풀자고 나오자 저쪽은 우리가 유씨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유 회장은 “김정일이 2012년까지 경제를 회복시켜 경제대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북한의 모든 군·당 간부들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며 “북한의 모든 현안은 경제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정책 시나리오도 거기에 대응해서 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성대학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조명철 박사.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趙明哲(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자고 만든 것인데 이것이 최근 남북 간의 정치적 활용 장소가 되었다”며 “남북경협을 할 때는 이명박 정부가 세운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이란 대원칙에 맞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경협을 하겠다면 한국의 경제위상에 걸맞은 수준의 경협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처럼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단순 임가공 형태로는 북한의 끊임없는 태클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전 세계 2000여 개의 경제특구 중 가장 특혜가 많은 곳입니다. 베트남의 경우 임금이 200달러, 중국은 70~120달러인데, 개성공단은 55달러입니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봐도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우리가 경협이라는 개혁·개방 대북정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정치·경제·문화 전 부문에서 월등히 우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북한에 혜택을 줘서 우월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조 박사는 “어떤 경협이든 애초 경협 목표 중의 하나인 북한 주민의 삶이 개선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북한체제가 개혁·개방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어떤 대북경협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지금 상황은 1998년의 再版”

2007년 10월 17일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개성공단을 방문. 한 속옷 공장에서 직접 재봉작업을 해보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 적용되는 임금은 최저임금이 55달러 수준이다. 입주기업인들은 “여기에 사회보험료, 교통비, 간식비, 시간외수당을 합치면 평균 77달러의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월급은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이 이 돈을 받고 근로자들에게는 돈과 배급표를 주는 구조다.

입주기업들과 우리 정부는 개성공업지구법에 명시된 임금직불제를 시행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대북사업 기업인은 “임금직불제는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가족부양과 근로자 개인의 심리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부분인데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성공단 사업 초반에 정부가 과시적 성과에 치중하다가 우리가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 많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초기 15개의 시범단지가 들어갔을 때 개성공단의 모든 문제점을 따지고 넘어가야 했습니다. 법에 명시된 조항조차 지키지 않는데도 우리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에 오늘날 북한이 협의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게 된 겁니다. 기업은 법과 정부만 믿고 개성공단에 간 것인데 합의사항을 이행한다는 전제가 없으면 앞으로 개성에 들어갈 기업이 없죠.”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삼성경제연구소 董龍昇(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개성공단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사업이기 때문에 최선책은 없고, 차선책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정치·군사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는 지역에 조성됐다는 것이 모든 문제점의 원인입니다. 타협을 한다 해도 그것이 궁극적인 해결이 아니라, 문제점은 계속 남는 구조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이 점을 너무 소홀히 생각했어요.”

많은 대북경협 전문가나 북한학자들은 “개성공단은 남한을 끊임없이 압박할 수 있는 조커 패와 같기 때문에 북한은 이 패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경협 전문가의 말이다.

“최근 북한이 왜 남북관계에서 잇달아 强手(강수)를 두고 있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1998년 북한이 광명성 1호를 발사했을 때나, 지난 4월 광명성 2호를 쏘아 올렸을 때 상황을 보세요. 두 건 모두 국제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발사됐습니다. 북한은 당시나 지금이나 경제적으로 거의 생존의 위협을 당하고 있습니다.

1998년이나 지금이나 진행되는 상황이 판에 박은 것처럼 똑같이 흘러가고 있어요. 생존전략 차원에서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죠. 1998년 미사일을 쏘고, 곧이어 금창리의 핵의혹 시설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식량과 경제지원을 받는 등 엄청난 실리를 챙겼습니다.”

그는 “김정일은 개성공단의 경협문제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오직 그곳에서 얼마의 돈이 나오느냐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려고 하는 김정일의 의도를 읽어야 합니다. 돈을 많이 따려면 큰 판을 벌여야 하는데 김정일이 지금 그런 수를 쓰고 있어요. 우리는 이런 것을 잘 분석해서 대북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햇볕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

통일연구원 林崗澤(임강택)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 문제를 통해 북한이 사실상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개성공단과 억류직원 문제로 남한 정부를 협상장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또 남한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가입에 제동을 걸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분위기를 와해시키려고 의도한 것 같습니다.”

임 선임연구원은 “일방적인 제의를 통해 남한 정부에 ‘대화’와 ‘대결’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라며 “만약 남한과 대화가 잘 안되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개성공단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이 북한 측에는 남한을 압박하는 워낙 좋은 카드라서 단번에 없애버리지는 않을 겁니다.”

세종연구소의 吳庚燮(오경섭)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경협 사업의 근본적 한계는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 하는 사업이라는 데 있다”며 “이런 식의 남북경협을 계속 확대해야 하는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태를 통해 경협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햇볕정책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이 합의사항과 계약을 수시로 무시하는 방법으로 경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경협이 북한의 정치·군사적 위협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 연구위원은 “전면철수를 대비한 복안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경제를 회생시키려는 계획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횡포를 부리지 않을 것이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하여 북한의 연관산업에 적용시켜 보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가 이런 것을 전혀 시도하지 않은 것을 볼 때 그가 남북경협을 통해 경제회생이나 인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은 앞으로도 개성공단을 통해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더 많은 현금을 요구할 것이며,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15일 북측이 발표한 통지문을 보니까 공을 완전히 우리에게 넘겨 버렸습니다. 자기들 요구를 듣든지 아니면 철수하든지. 우리 보고 완전히 고개 숙이고 들어오라는 것인데 진출기업과 억류된 유씨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에 우리 입지가 많이 좁아졌습니다.”


“經協 목표를 잊어선 안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李壽碩(이수석)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 내부의 문제를 분석해야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문제의 본질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작년 여름 김정일이 건강이상을 보이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외적으로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민들의 충성심을 확보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의도와 함께 김정일에게 과잉충성 경쟁을 하는 측근들의 행동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이 연구실장은 “김정일의 건강이상 이후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黨政(당정) 간부들은 강경 충성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개혁·개방론자로 알려진 張成澤(장성택)이 북한의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것을 보면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권과 달리 북한의 위협성 발언에도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북한이 대남정책을 펴는 데 고심이 많을 것”이라며 “우리는 대북정책의 목표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북한의 정상국가化(화), 통일국가 형성을 위한 여건조성이란 목표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개성공단 사업은 공단이 폐쇄돼도 북한 입장에서는 3400만 달러의 현금수입이 없어지는 것에 그칩니다. 개성공단이 북한경제나 산업과 아무 연계가 없어 북한 내부에 구조적으로 주는 피해가 전혀 없습니다.”

이 연구실장은 “개성공단이 폐쇄되지 않도록 노력하되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 기업의 손실분을 일부 보상할 수 있는 준비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5월 15일 개성공단 계약 무효화 조치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목적입니다. 우리에게 파격적인 대가를 바라는 거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꾸라는 의도 같습니다.”⊙


▣ 개성공단이란?

2000년 현대아산과 북한의 亞太(아태)평화위원회가 ‘개성경제지구 및 관광사업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이 합의서에 따라 개성공단은 2012년까지 3단계에 걸쳐 개발이 진행되며 최종 면적은 공장부지 2640만㎡(800만평)와 생활·관광·상업구역 등 배후부지 3960만㎡(1200만평)를 합해 총 면적이 6600만㎡(2000만평)에 이른다. 분당 신도시의 3배가 넘는 크기에 40만명의 북한 근로자가 거주하는 거대한 공업지구가 되는 것이다.

현재 330만㎡(100만평) 규모의 1단계 사업이 완료돼 104개 기업이 가동 중이다. 남한 측 상주인원 800여 명, 3만8000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입력 :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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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hana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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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태 (2013-05-05)

    하나뿐인 푸른 지구별 최고 최대의 사이비 교주를 꼬드기 위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모두가 피눈물을 흘리며 물러서고 나자빠져야 했다. 이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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