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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西大門 복원과 훼손 문화재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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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의 戰犯 국가인 일본은 미국의 폭격으로 여러 귀중한 문화재를 잃었습니다(미국은 우리의 慶州와 같은 일본의 京都는 폭격에서 제외하였고, 덕분에 많은 문화재가 보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전쟁이 끝나자 잃어버린 문화재를 곧바로 복원했습니다. 폭격이나 방화 등으로 소실되었던 명치신궁, 名古屋城(명고옥성, 나고야성), 법륭사 금당, 금각사 등이 복원되었고, 2차 대전 때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오키나와 왕국의 왕궁이나, 주춧돌만 남은 1300년 전 나라시대의 궁궐(복원 진행 중) 등도 복원이 완료되었거나, 현재 복원 중입니다.

저는 수년 전 유럽 5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가장 기억나는 도시가 독일의 드레스덴입니다. 드레스덴은 2차 대전 당시 영국과 미국의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파괴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드레스덴에서 무너진 벽돌 한장도 버리지 않고, 문화재를 복원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도시가 거의 옛 모습을 갖췄습니다. 드레스덴은 아직도 복원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고대 국가의 왕궁을 착실하게 복원 중이고, 베트남도 여유만 조금 더 있으면 왕조시대의 궁궐을 완벽하게 복원할 것입니다.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제시대에 훼손된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훼손된 5대 궁궐이 그 실상을 잘 대변합니다. 5대 궁궐 중 어느 하나도 완벽하게 복원을 해 놓은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은 터만 남은 궁궐도 복원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5대 궁궐은 터만 남은 것이 아니라, 건물의 그림이나 사진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서 글자 그대로 '완벽한 복원'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이처럼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방치하는 수준을 넘어서 다시는 복원을 하지 못하게 도리어 훼손 한 경우도 많습니다. 

慶熙宮이 대표적입니다. 慶熙宮 정문인 興化門은 형식상으로 복원은 해놓았는데 주변에 담장도 없이 門만 덩그렇게 놓여 있고, 그나마 위치와 방향도 잘못되어 있습니다. 경희궁의 崇政殿은 현재 동국대 법당으로 사용중인데도 가져와서 원형 복원을 하지 않고 새로 지어 놓았습니다.

경희궁은 일제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었고, 터가 대부분 매각되었습니다. 근래에 서울시가 궁궐을 복원하겠다면서 일부 터를 확보를 했지만, 막상 가장 중요한 복원 예정지에 서울역사박물관을 지었습니다. 다시는 궁궐을 복원을 할 수 없게 아예 대말뚝을 박아 놓은 것입니다. 

그나마 복원이라고 했다는 경희궁의 일부 전각들은 어딘가 어색하고, 위엄이 없고, 건물간의 조화와 균형이 맞지 않아 궁궐이 아니라 소림사 무술 세트처럼 보입니다.

조선의 正宮인 景福宮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10여 채의 전각만 남고 전부 헐렸는데, 해방 후 조금씩 복원은 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니고 그나마 완전복원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東십자각은 차도 때문에 궁에서 뚝 떨어진 채 수십년이 지났지만  누구하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습니다. 궁궐 서쪽 담장 끝에 있어야 할 西십자각은 없어진지가 오래지만 복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찍은 사진을 보면 서십자각이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890년 경의 경복궁. 훼손되기 전 궁궐의 위용이 드러나는 사진이다. 동서십자각이 뚜렷하다.
앞으로 궁궐을 복원하더라도 주변에 궁궐보다 높은 건물을 지으면 안된다.

또한 궁궐 안에는 지어서는 안될 민속박물관과 궁중유물 박물관 같은 현대식 건물이 수없이 들어차 있습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궁궐 안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후진국이라도 自國의 유서깊은 궁궐 안에 이렇게 대형 주차장을 만들어 놓은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기무사 터가 나서 경복궁 주차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이미 다른 용도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복궁은 터가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었기 때문에 부지 확보를 위한 별다른 노력 없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조선시대의 웅장한 모습으로 복원이 가능한 궁궐입니다.

慶運宮(덕수궁)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예전 크기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해방 후 우리는 궁궐을 더욱 축소시켰습니다. 지금의 大漢門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원래 위치에서 한참을 후퇴한 자리로 밀려났고, 바로 옆에 들어선 고층빌딩에 눌려서 기세가 잔뜩 꺾인 모습입니다. 대한문의 계단은 사라지고 없고, 계단 양 옆에 놓여야 할 동물 조각상은 그냥 땅바닥에 덩그렇게 놓여 있습니다.

일제가 창덕궁 전각을 헐고 박물관을 지어놓은 모습. 궁궐은 이런 식으로  철저히 파괴되었는데, 
순종황제가 버젓이 살아 있을 때부터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 
5대 궁궐 중 그나마 가장 잘 보존되었다는 昌德宮도 방치되긴 마찬가지 입니다. 돈화문 앞이 너무 좁고, 길 바로 건너 주유소가 있고, 주변이 정비가 되지 않아 궁궐이 궁색해 보입니다. 궁궐 안의 전각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지만,  복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창덕궁과 昌慶宮 종묘 사이에 4차선 도로가 나있어 궁궐을 근원적으로 훼손하고 있지만, 개선해보려는 무슨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훼손된 채 방치된 문화재는 궁궐뿐만이 아닙니다. 圜丘壇(환구단)은 현재 조선호텔 자리에 있었는데, 이곳은 임금이 직접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종묘와 사직단 보다 더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원구단의 부속건물인 황궁우(皇穹宇)라는 건물과 일부 석조 구조물만 남기고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환구단의 원래 모습. 지금은 왼쪽에 보이는 팔각 건물만 남아 있다. 워낙 철저히 파괴되어
이런 중요한 문화재가 있었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다. 의식 있는 민족이라면 환구단부터
복원하는 것이 순서다.
최근에 서울 시청 옆에 환구단 정문을 복원했지만, 환구단의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완전 복원이 아닌 이런 식의 복원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상징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심한 파괴를 당했다). 환구단은 현재 자리에서는 어차피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라도 완벽하게 복원을 해야 할 문화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서울 시청 新청사 자리에 환구단을 복원했으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지만, 서울시가 그 땅을 절대로 포기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부질없는 생각이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대신 가까운 다른 곳에 부지를 확보해서라도 환구단 복원을 시작 했으면 합니다.
제가 문화재청장이면 일제가 환구단을 이토록 파괴한 배경이 기분나쁘고, 자존심 상해서라도 환구단부터 복원했을 겁니다(아니면 화폐에라도 도안을 넣겠다).

최근 정부는 西大門인 敦義門을 복원하기로 했습니다(수 년 전에도 복원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만약 일본이었다면 이런 중요한 문화재는 1940년대에 이미 복원을 마쳤을 겁니다. 실물 사진이 있는 문화재도 이처럼 오랫동안 복원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데 나머지 문화재야 말해야 무엇하겠습니까? 서대문을 계기로 다른 훼손 문화재도 하루 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 큽니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 우리 궁궐의 원래 모습이다. 우리나라 궁궐은 그림에서 보는 창경궁에서 창덕궁을 거쳐,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을 지나, 오랫동안 정치 무대의 중심었던 서쪽의 경희궁까지 이어져 있었다. 거기에 남쪽의 경운궁과, 종묘까지 연결되어 있었으니 원형이 보존되었더라면 북경의 자금성이 명함을 내밀기 부끄러울 정도로 가히 볼만했을 것이다.


1948년 미군정청에서 찍은 경복궁 모습. 일제는 불과 몇 십년 만에 글자그대로 경복궁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것처럼 파괴했다. 일제는 궁궐을 궁궐로 인식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경복궁은 터라도 남았지만, 경희궁은 터조차 없어졌다. 일제의 이런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소아병적인 식민지의 문화재 파괴행위는 근본적으로 문화적 열등감에서 나온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입력 : 201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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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hanal@chosun.com
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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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흔 (2010-05-17)

    궁궐이나 서대문 같은 귀중한 문화 자산은 당장 복원 돈이 없으면 계획이라도 잡아 놓는 것이 정상입니다. 경희궁처럼 억지로 확보한 일부 부지를 아깝다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 백선균 (2010-05-13)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반만년역사의 초라함을 느꼈습니다만 저의 무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입니다. 조선궁궐이 이 정도의 규모인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제 밥 먹고 살만하니 역사발굴도 할만합니다. 溫故知新은 옛 지혜를 현대에 써먹는다는 말이겠지요. „날마다 보는 게 옛 예술작품“ 한 디자이너가 이태리 디자인을 딸아 갈 수 없다는 한숨이었습니다. 이태리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유학생이 태극문양을 보고 발상한 작품이 호평을 얻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역사발굴 전문가들이 자꾸 나왔음 싶습니다. 한자공부도 부지런히 해야 하는데... 전 월간조선 정순태 편집위원님의 글을 읽으며 적어도
    월간조선에서만이라도 제가 생각하는 대로 한자쓰기와 발음이 틀이 잡혀가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제 생각에 굳이 괄호 안에 발음을 적을 필요가 없을 듯싶습니다만 차차 되겠지요.독일에서 백선균 글 읽고 참견했습니다.

201707

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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