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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中國에서 온 유학생과 기차간 대화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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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뒷날 안동 기차역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마침 제 옆자리에 中國에서 유학 온 여학생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학생은 안동에 있는 한 대학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후, 현재 서울의 한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학생의 한국어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했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記者라고 신분을 밝히자 이 학생은 “한국 언론은 중국에 대해서 나쁜 것만 보도한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한국 언론이 중국에 대해서 나쁜 것만 보도한다’는 것은 비단 이 여학생뿐 아니라, 한국에 온 대부분의 중국 유학생이 가진 일종의 고정관념이기도 합니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중국인 유학생들은 우리나라에서 보도되는 自國에 대한 나쁜 소식에 대해 민주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중국을 헐뜯기 위해 일부러 내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 여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원래 뉴스는 나쁜 소식일수록 보도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 언론이 중국에 대해서 나쁜 것만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일수록 뉴스에 더 많이 보도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다. 이런 나라에 대해 일부러 헐뜯는 한국 언론은 없다. 나쁜 것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어야 조금씩 고쳐져서 결국 더 좋은 사회가 된다는 것을 이해 해야 한다.”

마침 저의 가방에는 추석 연휴동안 읽고 있던 중국 漢 나라를 세운 劉邦(漢 高祖)에 대한 책과 論語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 두 책을 꺼내 보이자 이 학생은 무척 반가워하며 저에게 “漢字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일본이나 중국 사람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메모지를 꺼내놓고, 한자를 써 가면서 대화를 하곤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아주 짧은 영어밖에 못 하는 중국인과 비행기에서 몇 시간 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참고로 저는 지금도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 한자의 경우 그다지 어렵지 않게 쓸 수가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생활에서 簡體字(간체자)를 쓰지만, 우리가 쓰는 正體字도 대부분 읽을 수가 있습니다. 물론 기차간에서 만난 이 중국인 유학생과의 대화에서도 한자는 대화를 돕는 주요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저에게 "현재 중국과 일본 사이에 영토분쟁이 일고 있는 釣魚島(조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일본의 오키나와를 점령 역사를 설명한 후 "조어도는 淸日 전쟁 후 일본이 지배한 섬”이라며 “오키나와 자체가 근래 점령한 영토이기 때문에 정당한 일본 땅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은 미국을 너무 좋아 하는 것 같다. 미국은 중국의 가장 큰 적이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아시아 사람인 한국인이 왜 중국보다 미국을 더 좋아하느냐고 물어보고(혹은 항의하고) 싶었나 봅니다.

저는 淸日 전쟁과 일본의 한국 점령 역사, 6·25 때 미국이 한국을 도와서 우리가 살아난 상황, 중국의 개입으로 한반도가 통일되지 않은 상황, 이후 한국인들의 분단과 이산가족의 고통 등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왜 한국인이 미국을 중국보다 더 좋아하는지를 이 학생에게 이해 시키려 했습니다.

그리고 “촛불시위에서 보듯이 요즘은 젊은이들은 미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도 말해 주었습니다(이 학생은 촛불시위가 벌어지던 해에 한국에 유학중이었음). 

학생은 이어서 “미국이 도와주어서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경제발전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물론 미국이 원조해 준 것은 맞다. 하지만 1961년 朴正熙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의 경제발전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미국의 원조도 당장 급한 식량 등에 한정되었고, 대규모 경제개발을 지원한 것은 아니다. 이후 朴 대통령이 나타나 그의 지도 아래 경제발전을 이룬 것이다. 대신 한국이 경제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한국의 安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등소평이라는 지도자 때문에 경제 발전을 할 수 있었지 않느냐?”

이 학생은 제가 읽고 있는 논어라는 책을 보더니 “중국에서도 공자를 존경하고, 孔子의 제사를 지낸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수 년 전부터 중국에서 지내는 공자 제사는 제사 절차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배워간 것”이라고 말하자 이 학생은 말도 안된다는(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성균관에서 지내는 공자 제사는 삼국시대에 중국으로부터 전래하였고, 현재는 우리나라에서만 원형이 남아있는 제례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공자 제사를 부활하려 할 때 중국에서는 이미 제사의 전통이 끊어져서 우리나라 제사 방식을 배워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중국이 제사의 형식은 겨우 부활할 수가 있었지만, 제례에 쓰이는 음악은 전통이 사라진 이상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부활을 할 수가 없다.”

이 학생은 “중국에서 전통이 단절된 것은 文化革命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인이 自國의 전통 단절이 문화 혁명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 학생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물론 문화혁명 때 중국의 많은 문화 전통이 단절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문화라는 것은 그 본질은 10년 간의 탄압으로 완전히 끊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남아 있는 유교적 전통은 대부분 500년에서 1,000년 이상 유교적 문화가 이어져 온 가운데 꽃 핀 것들이다.

중국은 왕조 교체가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유교 사상은 남아 있었지만, 유교의 각종 의식은 자연스럽게 바뀌거나, 사라진 것이 많다.

그에 반해 한국은 1000년 간 왕조가 두 번밖에 교체되지 않았고, 고려나 조선이나 나라의 주된 지배 이념은 지난 사실상 유교였다. 특히 조선왕조는 지난 500년간 유교를 국교로 삼았기 때문에 한국의 유교 의식 전통은 대부분 원형대로 유지되고 있다.

공자 제사처럼 앞으로 중국은 한국이 간직한 유교적 전통을 다시 수입하여 자국의 유교 발전에 활용할 것이다. 한국이 유지해온 유교문화의 각종 의식을 중국이 다시 배워가는 것은 유교 발전을 위해 좋은 것이다. 이는 중국이 전혀 부끄러워할 문제가 아니다.”

저의 이 말을  중국인 여학생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학생은 한국에 2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한국에 2년 넘게 살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 수준이 무척 단편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학생이 가진 한국에 대한 생각이 대부분의 다른 중국 유학생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2008년 북경 올림픽 성화 봉송 때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폭력 사태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들이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이 중국을 무시한다는 피해 의식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더 근본적인 바탕에는 경도된 中華사상이 배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몇 년간 지방의 대학들은 학생 수를 채우기 위해 외국인, 특히 중국인 유학생을 경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들 대학과 지자체가 연계해서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을 좀 더 겸허하게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이해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입력 : 2010.09.27

조회 : 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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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hanal@chosun.com
댓글달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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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흔 (2010-10-02)

    이 학생과 대화는 한국어로 했습니다. 대화중에 한자를 써야 쉽게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에 한자를 쓰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 대관세찰 (2010-10-01)

    중국에는 원래부터 유교가 없었습니다. 다만 유가가 있을 뿐이지요. 유가는 여러 사상중의 하나일 뿐이고 시기적으로 잠시 유행했었고, '종교'로 발전하지 않았지요. 한국만 유일하게 종교로 발전했고...해석조차 다르게 하면 귀향을 보내곤 했지요. 최근들어 전통을 복원하자는 운동이 있어 반가운 면도 있지만..그 전통 때문에 동양 전체가 과학을 앞세운 서양에 몰락했다는 면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 chae (2010-09-29)

    중국에 대해 나쁜 기사만 보도한다..라, 중국인 유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네요. 그리고 기자님의 '원래 나쁜 소식일 수록 더 잘 보도되는 법'이라는 응수에도 동감 한 표. 실제로 제 주변 중국 유학생, 교환학생들도 좋은 감정을 갖고 기대에 부풀어 한국에 왔다 피해의식만 갖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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