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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무개념 시리즈 1탄- 景福宮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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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宮에서 뚝 떨어져 나온 채 외롭게 서 있는 景福宮의 동십자각. 해방된 지가 6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동십자각을 이렇게 방치해놓고 있다. 東십자각은 宮闕(궁궐)에서 闕(궐)에 해당하는 중요한 건물로 宮과 항상 함께 존재해야한다. 지금처럼 宮에서 떨어져 나온채 방치되어서는 안되는 건물이다. 그나마 西십자각은 아예 사라지고 없는데도 복원조차 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日本과 독일은 2차 대전 때 파괴된 건축 문화재의 경우 대부분을 원상복구 했다. 우리는 일제가 식민지 시절 악랄하게 파괴하거나 훼손한 건축 문화재를 대부분 그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서울 4대문의 하나인 西大門이 아직도 복원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의 문화재 인식 수준을 잘 보여준다.



舊韓國 시기 동십자각의 원래 모습. 뒤쪽으로 담장을 따라 建春門(건춘문)이 보이고, 담장 앞에는 개천이 흐르고 있다.



경복궁의 코 앞에 들어서고 있는 대형 빌딩. 원래 문화재 가까이에는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한 법이 있지만, 시민들의 마음 속에 진정으로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처럼 있으나마나 한 법이 된다.



경복궁 무개념의 하일라이트인 경복궁 주차장. 주차장 터는 東宮이 있던 곳으로 하루속히 복원을 해야 하는 중요한 곳임에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든 후진국이라도 자기나라 正宮 한 복판에 대형 주차장을 지어놓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궁궐 옆구리를 트고, 관광버스와 차량이 궁궐안에 드나들게 하는 것 자체가 몰상식이다(문제는 그게 몰상식인지 모른다는 데 있다). 문화재청 직원에게 체코 프라하성이나 중국의 자금성, 기타 유럽의 여러나라 궁궐에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어느 나라에서 자국의 궁궐을 헐어 도로를 만들고, 궁궐 안에 대형 주차장을 만들어 관광객이 차를 끌고 들어갈 수 있게 해놓았는지....



시간을 기다리지 말고 철거해햐 할 국립민속박물관의 모습. 건물 계단은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난간은 경복궁 근정전을, 지붕은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을 본 따지은 건물로,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꼴불견 건물 1위라고 할 수 있다. 건물 자체의 미적 감각도 형편없지만, 경복궁을 결정적으로 망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철거해야 할 건물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철거한 자리에는 원래 궁궐 건물을 복원해야 한다.



(조선일보 DB 사진)

이 외에도 경복궁의 뒷쪽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靑瓦臺 건물도 무개념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市廳 광장이나 남대문쪽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면 청와대 건물이 경복궁을 우악스럽게 짓누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21세기 문명화된 민주 국가에서 국가 원수가 음습하게 산 밑에서 그것도 궁궐 뒷마당에 거처를 지어 놓을 이유가 없다. 청와대는 경치 좋은 한강변이나, 여타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밝은 곳으로 옮겨 짓고, 현재 자리는 경복궁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

이곳 기자수첩에서 따로 지적한 적이 있지만, '청와대'라는 이름도 미국의 백악관을 본 따 지은 것으로 하루속히 버려야 한다. 주체성이 없고, 아무 뜻도 없는 무개념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최근 광화문 한복판에 들어선 世宗大王 동상도 너무 커서 경복궁을 가리고 있다. 경복궁으로 가야할 시선을 동상이 가로막고 있다. 동상을 이렇게 크고 우악스럽게 만들어 세울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세종대왕 동상은 현재의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 부근에 아담하게 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세종대왕 이름은 한글로 새겨놓아 수많은 일본, 중국 관광객이 "저거 누구냐" 하는 모습이다. 설사 한글로 이름을 새겼더라도 그 아래 좀 작게라도 漢字로 '朝鮮 4代 國王 世宗大王像'이라고 써 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이라도 세종대왕의 한자 이름을 써 넣어야 한다.)

경복궁을 걷다 보면 개념없이 방치한 모습이 너무 많아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하지만 나머지 문제는 차츰 해결하기로 하고, 위에서 지적한 경복궁 주차장과 민속박물관 철거, 동서십자각 복원 문제만 해결해도 경복궁의 얼굴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경복궁은 서울의 얼굴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기 하기 때문에 무조건 최고로 아름답게 원형대로 복원해야 한다. 경복궁의 참모습을 찾아주는 것은 500년을 유지한 王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문화와 역사를 대하는 우리 의식 수준의 척도이기도 하다.
입력 : 201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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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hanal@chosun.com
댓글달기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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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흔 (2010-09-17)

    이 선생님 같은 분이 늘어나면 경복궁도 언젠가는 예전의 위엄있는 모습을 되찾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복궁만 제대로 해놓아도 그 자체가 또 다른 기준이 되어 다른 훼손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힘이 될 것입니다.

  • 이정생 (2010-09-17)

    이 글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부끄러워지는지요... 저 역시 개념 없이 그저 우리의 궁을 심미적으로만 그 동안 감상했었네요. 이렇게 오늘 이 글을 읽으면서 또 배웁니다.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 너무도 많다는 걸 생각하면서 돌아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 백선균 (2010-08-20)

    드레스덴에서 Liebefrauenkirche, 사랑 받는, 즉 성모의 성당 복구현장을 보셨습니다. 미국이 말리는데도 영국이 동독 내 공업과 문화의 도시인 드레스덴을 무자비하게 폭격했다고 합니다. 다른 데는 비교적 성당과 교회는 온전히 남아 있는데 여기서만은 폭삭 했지요. 기와 한 장, 벽돌 한 장 모두 주워 모아놓은 걸 보셨을 것입니다. 말 그대로 복구에 빈틈이 없는 현장모습입니다. 드레스덴 역도 낡아서 보잘 것 없는데 원형보존에 그야말로 죽을 기를 다합니다. 차라리 부수고 다시 짓는 게 싸게 먹힐 터인데도 복구를 고집합니다. 특기할 건 이러한 복구에 주민들이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절을 짓거나 수리할 때 시주하는 것과 같은데 독일사람들은 정치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일에 참여합니다. 개방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오페라 입장료가 10달러 정도 였는데 표가 없어 못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우리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못살 때 이런 걸 생각할 景況이 있었습니까!

  • 이상흔 (2010-08-18)

    저도 수년 전 유럽 5개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독일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특히 드레스덴의 유적 복원 노력에 숙연한 감동마저 받았습니다. 경복궁을 하나 제대로 못해놓고, 다른 이야기 백날 해봐야 모두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백선균 (2010-08-17)

    독일에서는 마을의 유적 하나라도 정갈하게 보존합니다. 마을에 전쟁 나가 죽은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나무 비라도 세워 기립니다. 우리 집 두 딸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마을의 역사부터 배웠습니다.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역사가 짧아서인지 역사유물을 지극정성으로 다룹니다. 옛날 이름 있는 사람이 태어난 집 하나라도 시의 경비로 저녁에 불을 켜 밝혀줍니다. 96, 97년 터키를 자주 드나들며 느낀 건 역사의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독교문화유적도 많은 터키이지만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종로의 종각만 해도 그렇습니다. 주위 건물을 지금 상태에서 적어도 100미터씩은 물려야 살아납니다. 조선조 궁궐을 복원하면 서울은 거대한 예술공간이 될 터인데... 압축만 하며 살다 보니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세훈의 디자인 서울은 누더기 칠만 하는 건 아닌지! 독일에서 백선균

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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