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1.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응원 구호가 ‘파이팅’ 밖에 없나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스크랩
  

우리가 응원 구호로 ‘힘내라!’라고 하는 것을 ‘파이팅’(혹은 화이팅)이라고 해 온 지도 어언 반세기가 넘었습니다. 영어도사 조화유 선생님이나 안정효 선생님 등 수많은 뜻있는 사람들이 이 말을 쓰면 안 된다고 했지만 도통 소용이 없습니다. 방송 오락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 자꾸 쓰기 때문입니다. 최근 만든 김연아 선수와 그의 스승이 함께 나온 대기업 광고에서도 ‘파이팅’이란 말이 등장합니다.

‘파이팅’을 언제부터 응원구호로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해방 이후부터 쓰였으리라고 짐작만 할 뿐입니다. 아마 운동선수들끼리 “자자! 우리 좀 더 파이팅하자!”하고 서로 격려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응원 구호로까지 퍼졌을 겁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이 말을 들은 것 같지만, 초등학교 운동회 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응원구호였던 것 같습니다.

운동회 때 청군과 백군이 나누어 응원을 펼치는데, 앞에 응원을 이끄는 한 친구가 대체로 아래와 같은 구호를 외치면 나머지가 따라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 구호는 337박수에 맞춰서 진행되었습니다.

“잘한다”(먼저 함 )
“잘한다”(따라 함)
“우리선수 잘한다”(먼저 함)
“우리선수 잘한다”(따라 함)

비슷한 방식으로 응원하되 응원구호는 계속 바뀝니다.
“힘내라 힘내라 우리선수 힘내라! 이겨라 이겨라 우리선수 이겨라! 달려라 달려라 우리백군 달려라! 이겼다 이겼다 우리백군 이겼다!”

응권가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보아라 이 넓은 싸움터에 청군과 백군이 싸운다
청군의 강한 주먹으로 백군의 아구통을 날렸다
터졌다 터졌다 백군의 아구통 붉은 피가 나오도록 터졌다>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은 어린 아이들이 ‘아구통’이니 ‘붉은 피’니 하는 과격한 단어가 들어간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못마땅했던지 가사를 바꾸어서 부르게 한 기억도 납니다.

누가 일부러 이런 과격한 단어가 들어간 노래를 지은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끼리 세대를 거쳐서 부르다보니 자연스럽게 과격한 단어가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노래가 나올 당시에는 이런 단어가 별로 과격하다고 생각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초등학교 때 응원을 하면서 "파이팅" 등과 같이 영어를 사용한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가니 갑자기 응원 문화가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보아라 이 넓은 싸움터~” 어쩌고 하는 초등생 노래는 부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야 야야야, 꽃바구니 손에 들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하는 유행가를 많이 불렀습니다. 그 다음에는  “플레이 플레이 홍길동”하는 이상한 응원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프로야구 경기에서 관중이 하는 응원을 흉내낸 것 같았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자기반 친구들이 경기에 나가면 “000 화이팅!”하는 말을 많이 외친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저는 나중에 이 '파이팅'란 말이 정작 우리만 쓰는 콩글리시라는 것을 알고는 두번 다시 입에 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뭐 콩글리시면 어떠냐 '휴대폰'이나, '핸드폰'처럼 그냥 우리끼리 표준화시켜서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참고는 필자는 '휴대전화'라고 함). 실제로 2002년 월드컵 때 어느 외국인이 "파이팅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하도 들어서 이제는 익숙해졌다. 비록 이상한 응원구호지만 굳이 못쓸 일도 없으니 너무 이상하게 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콩글리시도 허용이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우리가 모르고 사용한 아주 일부 콩글리 중에는 외국인도 재치로 봐주는 경우가 있다.)

먼저 ‘파이팅’은 분명한 英語지만 이 단어를 “잘해라”라는 응원구호로 쓰는 영어권 나라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조화유 선생님께서 이 문제를 월간조선 홈페이지'조화유 칼럼'에 쓴 것을 이 글 아래 첨부해 놓았으니 참조 바랍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나라가 자기 나라 말로 응원을 하는데 이건 자존심 문제입니다. 특히 이웃인 중국이나 일본이 자기 나라 말로 당당하게 응원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무슨 정신나간 사람들처럼 남의 나라말로 미친듯이 외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편 힘내라!”
“한국 이겨라!”

사실 “힘내라, 힘내자, 이겨라, 나가자, 아자 아자 나가자” 이런 단어만 해도 충분히 응원이 가능합니다. 제가 이 응권구호를 여러 차례 되뇌어 봤는데 어색한 것도 없고, 뜻도 명확하고,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우리가 운동회 때 "이겨라 이겨라"하고 응원했던 것과도 합치합니다.

특히 우리말 응원은 명령형(~해라) 혹은 청유형(~하자)으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 사용할 수도 있어 경기 성격에 따른 응용 범위도 넓습니다.  "힘내자" 할 수도 있고, "힘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수천년 문화 민족이 뭐가 아쉬워서 남의 나라 말로, 그것도 정작 그 나라에서는 쓰지도 않는 말로 응원을 합니까? 모두 부끄럽게 생각하고, 이 말을 쓰지 말아야 겠습니다. 또 월드컵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더 이상 이상한 '파이팅'이란 말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혹시 더 좋은 구호 있으면 소개 좀 부탁합니다.

-------------------------------------------------------------

십년영어공부 도로아미타불
한반도는 지금 싸우고 있다?
조화유 
Korea Fighting

"한국은 지금 싸우고 있다"?

한반도에서 또 전쟁이라도 났단 말인가 아니면 한국이 다른 나라와 전쟁이라도 하고 있단 말인가?

12일 서울 신세계백화점이 내다 건 월드컵 한국팀 응원 초대형 사진이라고 한 신문이 소개한 것이다. 이 작품 제작을 지시한 사람이나 작품을 만든 사람이나 모두 중, 고 , 대학에서 10년간 영어공부를 했을 것이다.

그러면 Korea Fighting 이 외국인들이 보기엔 "한국은 현재 싸우고 있다"라는 뜻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는 것쯤은 알터인데.....매년 수만 명씩 미국, 영국으로 영어 조기 유학을 떠나보내는 한국의 영어 실력은

언제나 후진국 수준을 면할까?

"화이팅"(파이팅은 더 웃긴다. pighting이란 단어는 없다)이 입에 붙어 떼기가 어렵다면, 우리끼리 한글로만 쓰고, 외국인들을 상대할 때는 그들이 알아듣는 제대로 된 영어 좀 쓰자. 미국식으로 Go Korea, Go!라고 하든지 차라리 Victory Korea 2006이라고 하는게 좋지 않을까?

다른 나라 응원구호들은 어떤지 한번 보자. 미국은 Go USA, Go!(나가자 미국), 불어는 Allez France!(나가자 프랑스), 스페인어는 Vamos Mexico!(가자 멕시코) 또는 Si se puede!(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 독일어는 Vorwaerts Deutschland!(독일 앞으로!), 중국어는 중궈 짜요우(中國加油/중국 힘내라), 일본어는 니뽄 간바레(일본 힘내라) 등인데, 유독 우리만 영어 Fighting!이다. 스포츠가 전쟁인가 싸우게.

REDS, GO TOGETHER

이 구호가 좋지 않은 이유:

1. 한국팀을 응원하는 구호가 아니라 "붉은 악마" 응원단 자기 자신들을 응원하는 구호다. Go, Korea, Go! 라고 해야 한국팀을 응원하는 구호가 된다. 자기 자신들을 응원하는 구호를 써붙이는 응원단 티셔츠 본일 없다. 월드컵 한국팀이 빨간색 T셔트를 주로 입으니까 그들이 REDS 아니냐고 변명할지 모르겠지만, REDS는 한국팀 공식 명칭도 아니고, 애칭도 아니다. 또 빨간 T셔트 입은 건 한국팀만이 아니다.

2. 영어 원어민들은 Go Together 같은 맥빠지는 구호를 쓰지 않는다. 따라서 Reds, Go Together는 맥빠지는 구호일뿐 아니라 북한이 세계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현시점에서 북한을 응원하는듯한 오해를 살 염려가 있다. 월드컵 경기장에 가서 Go, KOREA, Go!라고 인쇄된 티셔트를 입고 응원하면 얼마나 대한민국 브랜드 선전이 되겠는가?

워싱턴에서

조화유

2006년 5월 15일

입력 : 2010.05.14

조회 : 8803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hanal@chosun.com
댓글달기 1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백선균 (2010-05-16)

    Fighting 은 운동경기에 사용하기는 살벌하기도 합니다. 글의 지적대로 6•25전쟁과 팍팍한 삶의 표출로 단어와 말들이 사나워지고, 미국사람들이 우리의 한 켠을 차지하면서 영어단어가 늘었습니다. 이제 정리할 깨가 됐습니다. 저의 글에서 콩글리쉬吏讀文시대 到來를 지적했습니다만 3류 지식인이 앞장서고 인터넷 亞流들이 퍼 나르고 띄워주는 풍토를 바로잡는 운동을 월간조선이 앞장섰음 싶습니다. JP DJ MB L씨 A씨 등 언론이 앞장서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사람들이 즐기는 표현인데(渡來) 이런 것들도 다르게 했으면 싶습니다. 언론노출 頻度가 잦은 대통령, 유명 정치인, 법원 등이 자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그보다 먼저 언론부터 고치고 방향을 정한 다음 지적해주고, 고쳐주고, 새로운 단어와 말을 만들어내고..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언어유행은 있게 마련입니다. 이거야 재미도 있고, 세태를 반영합니다. 독일에서 백선균이 첨견했습니다.

201710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정기구독

MAGAZINE 인기기사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