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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簡體字로 표기된 지하철 한자 驛名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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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 생긴 서울시의 일부 지하철 노선 안내도는 漢字 驛名을 中國의 簡體字(간체자)로 표기하고 있습니다(지하철 내에 부착된 노선도). 한자의 音만 간체로 표기한 게 아니라 그 뜻까지 중국어로 번역해서 적어 놓았습니다(왼쪽 사진에서 김포공항을 '空港'이 아니라 '机场'이라 표기함).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라고 바꾸는 등 그동안 혼 빠진 공무원들이 벌인 황당한 일을 자주 봐 왔지만, 지하철 노선도의 한자 간체자 표기는 공무원(이번 경우는 지하철 공사 직원)이 벌인 황당한 일 처리 중에서도 단연 '1위'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가 中國 땅도 아니고,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는 것도 아닌데 개통하는 지하철 노선마다 한자를 간체로 적어야 하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지하철 역명에 한자를 표기하는 이유가 한자 영향권에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간체를 모르는 日本과 기타 한자 문화권 사람들을 위해 正體字도 함께 표기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체자를 포기할 만큼 중국 관광객 숫자가 일본 관광객 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경우에나 간체자 단독 표기가 가능할 것입니다. 

지하철 역명을 기존대로 우리식의 正體字로 표기하면 우리는 우리 역이름의 한자 표기를 알 수 있어서 좋고, 일본 사람도 중국 사람도 모두 쉽게 읽을 수가 있어 여러모로 이익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직 중국 본토에서나 쓰는 간체로 표기 해 놓으면 이는 한자 문화권인 韓中日 동양 3國인 중 오직 중국인만 읽을 수 있는 글이 됩니다.

또 하나, 서울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왼쪽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유적지 안내판의 한자를 중국 간체자로 써 놓은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유적지나 문화재는 한글만 표기하면 그 뜻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적지 안내판에 병기한 한자는 굳이 외국인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진에서처럼 이를 간체로 해놓으면 이는 오직 중국인을 위한 안내판이 될 뿐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글만 표기된 안내판을 보고는 무슨 유적지 인지 뜻을 명확하게 알기 어렵고, 일본 사람은 전혀 읽을 수가 없는 있으나마나 한 안내판이 되고 만 것입니다. 국내의 유명 유적지를 찾는 외국 관광객의 대부분이 일본 사람일 텐데 이처럼 간체 안내판이 이들을 맞으면 제가 일본인이라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을 겁니다.

李明博 대통령이 서울 시장을 할 무렵, 서울시는 뜬금없이 중국에서 ‘서울’을 '漢城'(한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기분 나쁘다며 "앞으로는 서울을 '首爾(수이)'로 불러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인들은 서울을 漢城이 아니라 '首爾(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사람보고 사용하라고 만든 이 '수이'라는 단어를 중국이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도 서울을 가리키는 한자 지명으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서울은 한자가 없는 순 우리말이고, 우리는 漢陽, 漢城이란 이름 이후 서울의 한자 이름을 따로 지은 적이 없습니다(京城은 제외).

 따라서 중국에서 서울의 발음을 표기할 때 한해서 사용이 가능 한 首爾라는 단어를 국내에서는 서울을 가리키는 한자어로 대체해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수이'는 중국인들의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서울을 대체하는 지명으로 새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서울 지하철의 주요 환승역에 있는 방향 안내판에는 '서울역'을 '首爾驛(수이역)'이라고 표기해 놓은 것은 서울의 한자 지명을 '首爾'라는 오해를 줄 수가 있습니다. 더 웃기는 것은 다른 한자 역명은 전부 正體字로 써 놓고, 유독 '서울역'만 간체자로 '수이역'이라고 해놓았다는 겁니다.  正字면 正字, 간체면 간체로 통일을 할 것이지 유독 서울역만 간체로 표기하는 것은 또 무슨 도깨비 장난입니까?

간체도 모르고 '수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일본 사람들은 '수이역'이 '서울역'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내국인도 수이역이 서울역인지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首爾는 일본어로 '슈지' 정도로 발음될 텐데, 서울을 '서우루(ソウル)'로 알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슈지'는 무척 뜬금없는 지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이역이란 간체를 역 안내판에 쓰려면 그 아래 'ソウル驛'이란 일본어도 같이 병기해 줘야 형평성에 맞습니다.

이유가 뭐든 간에 간체로 썼다는 것은 중국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 할 수 밖에 없는데, 이처럼 서울역 이름 하나만 따로 간체로 표기하는 것이 중국 관광객 한테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시가 서울을 ‘수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자 중국 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수용했습니다. 아마 "너희 스스로 비루하게 불러달라고 하는데 못할 것이 뭐 있겠냐" 하는 심정으로 얼른 이 제안을 받아 들였을 겁니다.

실제로 당시 서울의 한자 이름 변경을 두고 중국의 수많은 네티즌들은 기백 넘치고 역사성을 가진 漢城이란 이름을 한국인들이 왜 스스로 포기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천박한 이름을 지어놓고는 스스로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으니 중국인들이 속으로 '정신 나간 민족'이라며 얼마나 비웃었겠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서울시는 '首爾'라는 이상한 한자 표기를 버려야 합니다. 수이는 서울의 한자 이름이 된 적도 없고 되어서도 안됩니다. 이 기회에 오히려 수백년간 우리가 사용해 오던 아름답고 정겨운 漢陽(한양)이란 서울의 본 이름을 되찾아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양이란 이름은 그 이름이 나빠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일본강점기 혼란기를 지나는 사이 얼떨결에 없어진 이름입니다. 통일 후 혹시라도 대한민국의 수도가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곳 역시 자동으로 '서울'로 불릴 확율이 크기 때문에 현재의 서울은 '한양'이란 본 이름을 찾아 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지하철 노선도에 이어 앞으로 도로 표지판의 한자도 간체로 적자고 하는 얼빠진 공무원이 나온다 하더라도 별로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입력 : 201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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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 ‘재(嶺)너머 이야기’

hana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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