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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희석 ‘시시비비’

문재인은 내년에도 박원순의 '형님'으로 남을까

박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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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방영된 《KBS》 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출연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청산돼야 할 낡은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해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사회자 이경규씨가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사이시죠? 그런데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도 청산해야 할 기득권이다 이렇게 날을 세웠단 말이죠, 왜 그렇게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뉴스1》에 따르면 해당 질문을 받은 박 시장은 “그때 헛발질 한 번 한 걸 갖고 아픈 기억을 자꾸 묻느냐?”며 농담조로 얘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서울시청에 찾아와 새로운 시대를 위해 동행하자고 했다”면서 “형님은 역시 형님이더라”라고 문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참고로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생으로 용띠, 박 시장은 1956년 3월생으로 원숭이띠다. 이날 방송에서 박 시장은 문 대통령이 자신보다 세 살 많다며 ‘형님’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대들었지만, 3살 많은 문재인이 형님으로서 잘 품어줘"

박 시장의 ‘문재인 형님’ 발언은 7월 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나왔었다. 당시 박 시장은 “경선 과정에서 박 시장이 친문세력에 대한 비판을 했을 때 둘 사이가 소원해졌다가 최근 서울시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대통령과도 이미 의견 합치를 이루었다고 여러 번 강조하는 것을 보면 다시 회복한 것 아닌가”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내가 그때 대든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역시 형님이다. 3살이나 많다. 잘 품어줬다. (웃음) 대통령이 후보 시절 시장실을 방문했을 때 바로 이 자리에서 나란히 앉아서 ‘박 시장이 만든 검증된 서울시의 정책과 사람을 갖다 써도 되겠느냐’고 했다.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 뒤에 광화문에 갔을 때도 그렇게 말해서 ‘로열티 안 받겠다’고 했다. 정책을 새로 시작하면 4~5년이 지나야 작동한다. 시행착오 없이 정부를 이끌겠다는 생각이고, 그래서 지금 잘하고 있다. 현명하고 합리적이다. 서울시 정책을 가져가서 좋다는 것을 넘어서 실리적으로 그렇다.”
 
"기득권 세력 대표하는 문재인은 청산 대상"
 
1월 8일,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박원순 시장은 전북 전주를 방문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그는 “촛불민심은 기득권 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다"라면서 “이는 근본적으로 정치를 잘못해서 촛불이 나온 것이고 그 안에는 새누리당 해체라는 큰 요구가 깃들어 있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친문 세력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더불어민주당도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기득권의 해체를 요구받는 정당이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 세력의 기득권이 가져 온 여러 문제도 분명한 청산 대상이다. 이를 반드시 넘어서야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같은 자리에서 “현재 더불어민주당 기득권의 줄세우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음 서울시장에 출마할 후보까지 정해놨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문 대표는 청산의 대상이지 청산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은 촛불 민심에 부응하지 못 한다" 
 
그는 또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무능함은 구체제의 종식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에 결코 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12기 동기이자 ‘형님’인 문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한 그는 자신에 대해서는 ‘대통령 적임자’란 식의 후한 평가를 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기득권에 편입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늘 비주류에서 주류를 비판했고, 서울시장 맡는 동안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며 “낡은 질서를 청산하고 보다 공정·평등·유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적격의 후보다”라고 자평했다. 한 마디로 이날 박 시장의 주장은 “문재인은 무능하고 청산돼야 할 기득권, 박원순은 낡은 기득권을 청산할 적임자”란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시장은 문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비판을 ‘헛발질 한 번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촉발된 소위 ‘촛불 정국’ 때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불참 의사를 밝힐 때까지 문 대통령을 비판해 왔다. 
 
"문재인, 우리 시대 핵심 과제인 불평등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11월 1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당론을 정하지 못한 데 대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전 대표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해 12월 17일엔 광주광역시에 가서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의 인기나 과단성에도 불구하고 5년의 성취, 국민의 삶, 국가적 전환에서 뭐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세론이 작동되면 후보의 확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당시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던 문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 6일,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당 대선 후보로 기정사실화한 듯한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정책연구원의 ‘개헌 저지 문건’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선도 시작하기 전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것과 개헌 논의를 특정인에게 유리하느냐만 따지고 있다”면서 “더불어민주당도 공당이고 모든 당원의 정당이다. 특정인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시장은 1월 10일엔 “재벌개혁에 실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 참여정부를 재현하는 참여정부 시즌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재벌에 휘둘리지 않고,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차별과 불공정에 맞서서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시대의 핵심 과제인 불평등 문제, 99대 1의 사회 해소에 대해서는 당시에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문재인 전 대표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이 대표였던 시절 모든 선거 지고, 당도 쪼개져"

이튿날엔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대기업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사실 문 전 대표의 재벌에 대한 행보는 실망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의 대기업 관련 행보에 대해 “지난해 싱크탱크 발족에서 재벌개혁 대신 성장을 이야기했다”며 “그 후 첫 일정으로 삼성·현대·SK·LG 4대 재벌의 경제연구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여전히 재벌 대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이런 발언들과 행보에 비춰보면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안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박 시장은 또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전 대표가 대표로 있던 시절 모든 선거를 졌고 당도 쪼개졌다”면서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다시 나선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오히려 보름달은 이미 찼으니 이제 기울고 초승달이 보름달이 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관도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은 1월 15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드 문제의 해법은 차기 정부가 강구해야 하지만,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는 애초 그가 주장해 왔던 ‘차기 정부 재검토’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해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은 우리의 최대 동맹국이고 앞으로도 최고의 우방이어야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어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을 이끌고자 하는 사람의 셈법은 마땅히 정치적 득실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이익에 근거해야 한다”며 ‘사드 무용론’을 주장했다.
 
"문재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아니다"라는 박원순
 
1월 19일, 박 시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대한민국이 큰 위기를 헤쳐가려면 누군가로부터 상속받은 사람이 아니고 자수성가한 사람, 창업해 본 사람이 필요하다” 등 문 대통령 겨냥한 듯한 비판성 발언을 하는 한편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국이 서울시처럼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 중 관련 대목이다.
〈-박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나.
“전국이 서울시처럼 좋아질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5년 동안 하드웨어, 토목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데 서울시는 5년 동안 산하기관에 1만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다. 채무를 줄이고 복지예산을 늘려 1000개의 공공어린이집, 16만호 공공임대주택을 지었다. 환자안심병원이 만들어졌다. 이런 것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문재인 전 대표를 수차례 비판했다.
“당이 지나치게 한 세력, 정파에 의해 독점되고, 독단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다. 민주당이 ‘친문당’이라는 내외의 비판이 있다. 그래서 좀 더 개방적으로 당을 운영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문 전 대표를 인신공격한 것은 아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진행돼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공격하는 건 민주주의 정당으로서 분명히 문제다.”
 
"보름달은 늘 차면 기울고, 초승달은 점점 차오르게 마련"
 
-차기 정부가 ‘참여정부 시즌2’면 안된다고 했다. 공보다 과가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보수 정권의 과오에 비해서야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는 압도적으로 개혁적이었다. 성과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의정부, 참여정부가 양극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은 당시에도 노동계나 시민사회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런 것을 정확히 분석해서 이번 정부는 ‘참여정부 시즌2’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민주정부 3기’가 돼야 한다.”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구상에 대해 ‘실현 가능한 접근 방식으로는 역대 정부처럼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벌의 핵심 문제는 총수 일가가 소수 주식으로 전체 기업을 지배하는 것이다. 계열분리명령제나 기업분할제 등 극단적인 제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도 반독점법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를 나눴다. 또 재벌 2세, 3세로 상속되는 과정에 제한을 좀 둬야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장하듯이 법인세도 인상을 좀 해야 한다. 이런 것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재벌개혁은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재벌개혁이 왜 필요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한 인식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전문가가 옆에서 조언한다고 되지 않는다. 본인의 체험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난 이미 준비돼 있다. 참여연대 활동할 때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학과)를 모셔와 소액주주운동을 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따지고 증권거래법, 상법 개정을 이뤄냈고, 기업 지배구조도 많이 개선했다. 이런 경험으로 재벌개혁의 본질이 뭔지 잘 알고 있다.”
-한때 ‘문(재인)·안(철수)·박(원순)’으로 야당 트로이카로 평가를 받았는데, 그때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
“세상을 바꾸고 혁신하는 일에는 열정을 다했는데, 막상 활용해 선거라는 국면에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준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게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름달은 늘 차면 기운다. 초승달은 점점 차오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지금까진 몸 풀기 한 것 아닌가. 이제 곧 경선이 시작되고 검증이 시작되면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정책도 옆에서 조언해 외워서 하는 것과 자신에게 체화된 것을 얘기하는 건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문재인과 박원순의 밀월은 계속 될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임종석 등 ‘박원순 서울시’ 인사들을 청와대 곳곳에 앉혔다. 박원순 시장이 시행한 서울시 정책 일부를 정부 정책으로 내세웠다. 박 시장은 문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한 다음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서울시는 새로운 정부와 한 팀”이라고 얘기했다.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의 관계는 ‘밀월(蜜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셈이지만, 이는 오로지 현재 시점에서 그렇단 얘기다. 두 사람의 관계가 내년에도 이와 같을지는 미지수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이 “다음 서울시장에 출마할 후보까지 정해놨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한 박 시장 주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됐다고 알려진 인사는 현재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추미애, 우상호, 박영선, 민병두 의원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차기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이 ‘형님’으로서 헛발질한 ‘동생’ 박 시장을 품었는가의 여부는 내년 지방선거 때 친문 세력이 경선 규칙을 어떻게 정하고,  서울시장 경선 후보 중 누구를 지원하는지를 통해 알게 될 것이다.

입력 : 2017.08.09

조회 :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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