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1. 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여전히 굴절된 중국의 역사 의식 - <절반의 중국사>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스크랩
  

<절반의 중국사>, 가오훙레이 지음, 김선자 옮김, 메디치 (2017)

 

중국의 역사는 흉노, 선비, 거란, 여진, 몽골, 돌궐, 토번 등 주변 민족들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문화적 우월의식에 가득한 한족(漢族)들은 그들을 4(. 동이,서융,북적, 남만)라고 폄하해 왔다. 이들 주변 민족들을 야만시하면서, 그들에 맞선 한족 영웅들의 충절과 기개, 그리고 결국은 그들을 문명화시키고 만 중국문화의 우월함을 강조했다.

그래서 서점에서 <절반의 중국사 - 한족과 소수민족, 그 얽힘의 역사>을 발견했을 때, 눈길이 갔다. ‘드디어 중국인들도 주변 민족들에게 중국사에서 그들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위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1043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책값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됐다. 무척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혔다.

 

상당 부분이 중국의 역사와 겹치면서도 한족(漢族)이 아니라 흉노, 선비, 거란, 말갈, 몽골, 돌궐 등을 주체로 해서 서술하는 것이 신선하다. 516국 시대를 연 5(흉노, 선비, , , , 선비)가 중국 내지에 세운 크고 작은 나라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들은 기존의 중국사지식을 복기하게 해 준다. 5호의 하나인 갈()족이 실크로드 개척의 원인을 제공한 월지와 같은 인도-아리아계 종족이라든지, 한자에 미(), (), ()와 같은 좋은 의미의 글자에 양()이 들어가 있는 것은 강()과 같은 유목민족이 남긴 흔적이라든지 하는 얘기, 순장을 거부하는 대신 자기 팔을 잘라버린 야율아보기의 아내 술률씨의 이야기 들도 흥미롭다.

이 책은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사책이기도 했다. 흉노, 거란, 돌궐, 월지, 유연, 몽골 같은 민족들이 중국 역사의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 중앙아시아와 중동, 유럽을 종횡으로 누비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책을 읽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중국 주변 민족이나 소수 민족들을 보는 저자의 시각 때문이었다.

저자는 5호난화(五胡亂華)라는 전통적 시각을 비판하는 등 흉노나 선비처럼 고대에 사라진 민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나름 전향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하지만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회골), 티베트와 연관된 토번족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논조가 확 달라진다. 위구르족이 스스로를 터키계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되고 어리석은 인식이라고 비판하며,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는 원색적인 비방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11세기 카라한왕조의 학자 마흐무드 가슈가리를 중국과의 통일을 희구했던’ ‘중국인이라고 표현하고, 칭기즈칸을 중화민족을 빛낸 인물로 찬양하는 등 환부역조(換父易祖)’도 서슴지 않는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내세우고 있는 통일적 다민족국가이론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전통적인 중화주의 의식도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 중국 역대 왕조에 귀순한 소수민족 지도자들은 지혜롭다고 찬양하고, 저항했던 자들은 어리석은 자로 매도한다. 악비, 우겸, 원숭환처럼 오랑캐에 맞서다가 억울하게 죽은 전통적인 한족 영웅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안타까워한다. 주변 민족의 출자(出自)나 문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중국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통일적 다민족국가이론을 대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 중화주의의 답습이라니.....거의 정신분열적인 역사의식이다.

확실히 이 책은 기존의 중국사 책들이 다루지 않았던 '절반의 중국사'를 다루고 있다. 기존의 중국사 지식에 이 책에서 얻은 바를 더하면 '온전한 중국사'를 그려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중간중간에 독(毒)이 들어 있다. 다행히 솜씨 좋은 복요리사가 복의 독을 제거해 주듯, 번역자가 저자가 발라놓은 독을 아주 적절히 중화시켜 준다. 역자는 162쪽에 달하는 꼼꼼한 주석을 달아 저자의 편벽된 시각을 교정하고, 더 나아가 관련 문제에 대한 중국이나 국내의 최근 연구 동향까지 소개한다. 이렇게 충실하고 유용한 역자주(注)는 처음 본다.

그러면서 역자는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자국의 이익에만 충실한 역사라면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위험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의 이 말은 해방 이후 식민사학을 극복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일에 복무해 온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는 얼마나 객관적이고 정직한 것인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입력 : 2017.08.06

조회 : 280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lt;월간조선gt;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년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lt;책으로 세상읽기gt;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lt;억지와 위선gt; lt;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gt; lt;시간을 달리는 남자gt;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1709

지난호
별책부록
정기구독
전자북
  • 월간조선 전자북 서비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