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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동연 ‘로코모션’

유럽연합(EU)에 굴욕 당한 한국 국제부 기자들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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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마크, 사진=위키미디어
 
8월 3일은 기자의 인생에서 굴욕의 날(A day of humiliation)로 뼈에 각인된 날이다. 이날 기자는 유럽연합 대사의 관저에서 오찬을 가졌다. 기자를 포함해 국내 내로라하는 언론사의 국제부 기자들 10명 정도가 모인 자리였다. 모임의 이유는 부임한지 6개월째에 접어든 미하엘 라이터러(Michael Reiterer) 주한 유럽연합 대사가 한국 기자들과 소통을 증대하고 향후 유럽연합(EU) 관련 뉴스를 국내에 잘 전파해달라는 취지였다. 이런 자리는 국내 새로 부임하는 각국의 대사들이 종종 만드는 자리로 딱히 특별할 것은 없다. 문제는 이날 이 자리에서 대사와 기자들 사이에서 오고 간 대화다. 국제부 기자들이 모인 자리이다 보니 모두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사회부 수습도 아는 기사의 정석, 현장을 간과한 국제부 기자들…
 
대화의 시작은 대사의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한국의 기자들이 유럽연합의 기사를 쓸 때 어디서 정보를 얻고 어떻게 기사를 쓰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이 질문은 대사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유럽연합의 정보를 한국 기자들에게 제공해주기 위해 묻는 것으로 좋은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답변을 한 기자들은 전부 유럽의 외신 기사 내용을 본 뒤 해당 내용을 참고해 기사화 한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유럽의 신문사 기사를 베낀다는 소리다. 앞서 기자들과 달리 본지는 유럽연합의 공식홈페이지에 나온 보도자료를 우선적으로 검토한 뒤 기사화 한다고 했다.
 
대사의 질문은 기자라면 알아야 할 기초 중에 기초다. 이 기초를 물어본 셈이다. 사회부 수습기자들도 아는 내용이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으로 가는게 우선이고 핵심이다. 현장을 확인한 뒤 주변을 탐색하는 게 옳다. 그런데 유럽연합과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의 발원지가 아닌 외신에 의존한다는 것은 곁가지가 먼저라는 것으로 그 순서부터 꼬였다. 또 외신도 매체마다 정치적 스탠스가 있고, 보이지 않는 정권과의 암투 등이 있을 터다. 그런데 이것을 그대로 베낀다면 고스란히 해당 신문의 스탠스마저도 따라가는 꼴이다. 기자를 제외한 다른 기자들은 자신들이 기사 쓸 때 보는 외신의 이름 여럿을 이야기하자, 한국 기자들의 수준(?)이 대사에게 간파당해버렸다. 이에 기자는 “대사님은 어떤 신문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어떤 신문을 신뢰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사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신문 몇개를 언급했다. 대사의 개인적인 부분이라 대사가 즐겨보는 구체적인 매체명은 언급하지 않겠다. 한국 기자들의 수준을 파악한 순간부터 대사의 기사쓰기 강연이 시작됐다. 주방장이 손님에게 칼을 쥐는 법부터 다시 배우게 된 꼴이다. 앞서 한국 기자들이 유럽연합의 기사를 쓸때 외신부터 본다는 말을 하자 유럽연합의 기사를 어디에 가서 어떻게 읽고 써야하는지 등을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를 떠먹여 달라고 입을 벌린 한국 기자들…
 
이때부터 기자는 얼굴이 부끄러워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날 한국 기자들의 굴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 신문사 기자의 요청이 가관이다. “대사님이 즐겨보시는 그 신문들의 내용을 저희들에게 주기적으로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기자가 국내 외교가를 지난 몇 년간 들락날락했지만, 해당 요청을 한 기자를 본 것은 이자리에서가 처음이었다. 기자가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기자가 국제부에서 언제부터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것이 신입한테 나올법한 신입의 순진함인 것인지, 아니면 아예 대놓고 기사를 떠먹여 달라는 농익은 경험치에서 나온 노련함인지는 모르겠다. 그 기자의 요청은 한술 더떠 이어진다. “영문이 아닌 신문의 내용은 한국어로 번역까지 부탁합니다.”  이 기자가 해당 제안을 하자 대사는 곧장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해당 기자 외에 다른 한 기자는 그 요청 뒤 맞장구를 친다. “제 생각에도 저 기자분의 의견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순간에 한국 기자들의 격(格)은 유럽 언론의 기자보다 아래가 됐다. 애당초 이날 한국 기자들에게 격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기자는 굴욕을 참을 수 없어 대사 곁에 동석했던 유럽연합 공보관에게 “유럽연합의 보도자료와 각 유럽신문의 내용을 구독(subscribe)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물었다. “주기적으로 대사가 보는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는 게 다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말 창피하다못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두 가지 왜곡을 그대로 받아먹겠다는 것인가?
 
만약 기자를 포함한 한국 기자들이 유럽 기자들이 쓴 내용을 받아서 본다면, 유럽의 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이 쓴 내용을 보는가. 기자가 유럽의 기자들이 쓴 내용을 베끼기만 한다면 해당 유럽 언론사의 한국 지사는 그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 한국의 언론사가 무료로 한국지사 역할을 자처한 꼴이다. 대사가 즐겨보는 신문에도 분명 대사의 취향이 있다. 이것을 승락하는 순간부터 대사의 스탠스와 대사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한국 기자들은 써주겠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왜곡(歪曲, Bias)이 있다. 첫째 앞서 말한 유럽의 신문사가 가지는 왜곡, 둘째 주한 유럽연합 대사가 가지는 왜곡이다. 이 두 가지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게 한국 국제부 기자들의 현주소다.
 
외신을 보는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누구나 외신을 볼 수 있는 시대다. 조선시대처럼 대사관을 통해 외신을 받아보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왜 이것을 주한 유럽연합 대사의 재가공(reprocess)을 거친 것을 달라고 요청하는지 그 심산을 알 수 없다.
 
이날 대사가 한국 기자들에게 공을 들인 이유 중 하나는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 파견된 한국 기자가 단 1명(연합뉴스)뿐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여러 명의 한국 기자들을 통해 유럽연합의 소식을 생생히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파견된 중국의 특파원 수는 100여명, 일본의 특파원 수는 10여명이라는 게 대사의 말이다. 그런데 한국은 단 1명의 특파원이 한국 전체에 소식을 전한다. 이 1명이라는 수에도 한국 매체들이 생각하는 국제부의 국제적인 지위와 역할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기자들의 폐해, ‘우라까이’
 
한국 교육의 폐해를 꼽으라면 모두가 입을 모아 “주입식 교육”을 말할 것이다. 기자가 보기에 기자들의 폐해를 꼽으라면 단연 “우라까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기사를 베낀다는 말을 일종의 은어로 우라까이라고 한다. 실제 일본에는 없는 말이지만 국내 언론계에서 자주 쓰는 은어 중 하나다. 아마도 우라까이에 익숙한 한국기자들은 유럽연합의 보도자료보다는 외신 베끼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날 유럽연합 앞에서 당한 한국 기자들의 굴욕은 기자들만의 굴욕이 아니다. 그 굴욕은 가깝게는 그들의 선배일 것이고, 더 나아가면 그 신문사이며, 더 나아가서는 국가적 굴욕이다. 이날의 굴욕은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만 질문 기회를 주었음에도 단 한명도 질문을 하지 못했던 국제부 기자들의 굴욕의 역사가 아직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4차 산업이 도래하면 없어질 직종 중 하나로 기자가 있다. 없어진다면 베끼기에 급급한 기자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기때문이다.
 
<월간조선> 8월호에 기자는 한미정상회담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굴욕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다”는 CNN의 보도 내용과 두 정상간의 악수 시점을 분석한 기사를 냈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CNN의 이 보도 내용을 국내에 소개한 매체는 <월간조선>이 유일했다. 한국의 국제부가 서로가 서로를 우라까이 하기 바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놓쳤을 것이다.
 
재탕없는 <월간조선>의 유별함(有別-)
 
<월간조선>은 일간지에서 이미 보도한 내용을 재탕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생리를 가진 매체다. 이 때문에 매달 <월간조선>의 편집장을 비롯한 모든 기자들은 단독입수, 단독증언, 단독 인터뷰 등을 해내려고 핏기어린 눈으로 뛰고 있다. 어쩌면 월간지의 특성상 ‘우라까이’를 적폐의 대상으로 여겨온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또 어쩌면 다른 국제부 기자들의 요청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월간조선>만의 유별(有別-)함인지도 모른다.

앞서 유럽연합 대사가 보는 신문의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해달라고 요청한 기자는 관저를 나가면서 배웅 나온 대사에게 유창한 불어로 초대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과거 일제강점기때부터 창간됐던 신문사의 기자라면, 일제의 탄압 속 목숨이 위태로워도 제 목소리를 냈던, 당대 기자들이 가졌던 그 정신과 자존심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글=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7.08.04

조회 :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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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yon@chosun.com 국제외교 및 국방, 자동차와 관련된 기사와 칼럼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 잘 알려지지 않은 뉴스를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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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구라 (2017-09-12)

    네번째 방안. 남한내 종북세력 박멸!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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