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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송(宋)나라판 '사드 반대자' 한기(韓琦)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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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
  

()나라에게는 개국 이래 숙원이 하나 있었다. 후진(後晉)의 석경당이 거란에 할양해 준 연운 16주를 탈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태조 조광윤이 시행한 문치주의의 영향으로 문약(文弱)에 빠진 송나라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몇 차례의 군사작전이 실패한 후 송나라는 매년 거란족의 요()나라에게 막대한 세폐(歲幣)를 바치기로 하고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것이 1005년의 전연의 맹()’이다. 이후 서쪽에서 서하가 일어나자 송은 또 세폐를 보내 서하를 달랬다.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은 적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장기간 평화가 계속되면서 체제 내의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이 쌓여가자 신종 황제는 신진 관료 왕안석을 중용해 개혁을 시도했다. 왕안석은 국가재정을 확충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제하며,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개혁을 추진했다. 이것이 왕안석의 신법이다.

왕안석이 개혁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하고 있던 1074, 돌연 요나라가 송나라의 국경을 침입했다. 요나라는 태행산 서쪽 대주(代州) 일대의 국경선을 다시 획정하자고 요구했다. 신종 황제는 신하들에게 이 상황을 타개할 의견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퇴임한 재상 한기(韓琦)가 상소를 올렸다.

<우리는 다음 7가지 일로 적을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첫째, 고려는 진작 중국에서 떨어져나가 요나라의 번속(蕃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상인들을 이용하여 고려와 옛 관계를 회복했으니 요나라는 당연히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가 무력으로 토번의 하황지구를 탈취했으니 요나라는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셋째, 우리가 대주 지역에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는데 그 목적은 요나라의 기병이 달려드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 분명합니다.

넷째, 우리가 국내에서 보갑제도를 시행하여 군사와 농업을 병행하며 농민에게 전투기술을 가르쳤습니다.

다섯째, 황하 이북의 각 주현(州縣)들이 적극적으로 성곽을 수리하고 성을 보호하는 해자를 깊이 팠습니다.

여섯째, 우리는 병기창을 만들어 신식 무기를 만들고 무장 부대의 장비를 교체했습니다.

일곱째, 우리는 황하 이북의 중요한 주()에다 37명의 장수들을 배치하여 주둔하고 있는 국방군의 훈련을 강화했습니다.

이상 7가지는 모두 요나라를 자극하는 조치로 그들의 반감을 샀습니다.>

 이어서 한기는 우리는 단 한 가지 방법으로 요나라를 대해야만 그들에게 우리의 평화의지를 믿게 하여 계속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바로 이상의 조치들을 즉각 폐지하는 것이었다. 왕안석이 등용된 이래 추진해 온 국방력 강화 조치들이 요나라를 자극했으니, 그런 정책들을 철폐하면 요나라와의 평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얼빠진 주장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한기와 같은 자들을 많이 본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과 주한미군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자들,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 배치가 북한을 자극한다는 자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그보다 훨씬 사거리가 짧은 한국군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펄펄 뛰는 자들, 북한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연합훈련을 북침연습이라며 시위하는 자들, 중국 해군의 영해 침범을 견제할 수 있는 제주 강정해군기지가 동북아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는 자들이 바로 그런 자들이다.

입력 : 2017.07.27

조회 :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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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년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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