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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용원의 군사세계

'연평도 굴욕'에 이건희 격노 불렀던 K-9, 이젠 수출효자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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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1900억원 규모 수출… 에스토니아도 12문 도입 결정]

2010년 北의 연평도 포격 도발때 6문 중 3문이 작동 않고 '먹통'
이건희 회장, K-9 생산하던 삼성테크윈의 사장 사실상 경질… 방산부문은 2년前 한화에 매각돼
지속적 기술개발로 가성비 뛰어나… 국가별 요구에 맞춘 전략도 주효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먹통' 오명을 썼던 한국군 주력 국산 자주포 K-9이 잇따라 수출계약을 체결하며 명예를 되찾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코트라(KOTRA)는 2일 유시 니니스퇴 핀란드 국방장관과 K-9 자주포(1915억원 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에스토니아도 K-9 12문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노르웨이도 24문의 K-9 자주포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9은 1999년 이후 900여 문이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 도서와 휴전선 인근 최전방 지역에 배치된 한국군의 대표적인 국산 무기다. 초기엔 최대 사거리 40여 ㎞ 세계 정상급 자주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잇따라 불량이 발생하고 납품 과정에서의 비리가 적발됐다. 자주포 엔진의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이음매에 문제가 발생하고, 엔진에 불량 부동액을 써 엔진 실린더 외벽에 구멍이 생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도발 때 '대굴욕'을 겪었다. 북한군이 방사포(다연장로켓) 등으로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연평도에는 모두 6문의 K-9 자주포가 있었고, 해병대는 13분 만에 대응 포격에 나섰다. 하지만 6문 중 3문이 작동하지 않았다. 1문은 포사격 훈련 중 불발탄이 끼어 사격 불능 상태였고, 2문은 자주포 근처에서 북한 포탄이 터지면서 충격에 예민한 사격통제장치의 전자회로에 이상이 생겨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연평도에서 유일하게 북한의 포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K-9 절반이 먹통이 된 참사였다. 정치권에서 군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불비한 점이 있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후폭풍은 당시 K-9을 생산하던 삼성도 흔들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1년 6월 삼성테크윈의 경영 진단 과정에서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 해외 잘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대로(大怒)했다. 삼성테크윈 사장은 바로 사표를 썼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K-9의 불량 및 방산비리 논란이 삼성그룹 전체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고, 2015년 삼성이 방산 부문을 한화에 넘기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K-9 자주포는 한화테크윈에서 생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K-9이 과거의 '오명'을 씻고 수출 효자로 탈바꿈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지속적 기술 개발로 '가격 대비 성능'을 계속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최강 자주포는 독일의 PzH-2000으로 평가되지만 가격이 K-9(40여 억원)의 2배 이상이다. 둘째는 수출 대상 국가 상황과 요구에 따른 '맞춤형 수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계약을 맺은 핀란드의 경우 예산이 부족해 새 자주포의 절반 가격인 중고 K-9을 정비해 수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고 K-9의 수출은 처음이다. 우리 육군에서 사용한 지 12년이 지나 창정비(廠整備·해체 후 유지 및 수리를 거쳐 신품처럼 사용 가능한 상태로 복구)를 해야 하는 자주포를 핀란드에 수출하고, 육군에는 신형 자주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핀란드와 우리 육군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윈-윈'(Win-Win) 모델을 만든 것이다.

K-9 자주포 수출은 2001년 터키, 2014년 폴란드에 이어 핀란드가 셋째다. 노르웨이는 24문의 K-9 자주포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인도도 K-9 100문 도입을 최종 확정하는 단계에 있고, 호주, 이집트 등에 대한 수출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력 :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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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군사세계

bemil@chosun.com 미국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 연수 조선일보 편집국 정치부 군사담당 전문기자 차장 겸 비상근논설위원 조선일보 편집국 정치부 군사담당 전문기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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