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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WS
  1. 배진영 ‘간서치의 세상읽기’

세계를 뒤흔드는 트럼프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 - <거래의 기술>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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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기술>, 도널드 트럼프 지음, 아재호 옮김, 살림 (2016)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 세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대만총통과 통화를 해 중국을 뒤집어 놓더니, 이슬람 7개국 국민에 대한 입국 금지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중국, 독일, 일본을 상대로 환율전쟁을 선포했다. 기업들을 윽박질러 외국으로 이전한 공장을 돌아오게 만들거나 외국의 투자를 강요하고 있다. 전 세계가 트럼프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실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만 해도, 그가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저런 또라이가 있나싶었다. 국내 유수의 언론들도 또라이라는 관점에서 트럼프에 대한 보도를 해댔다. 그런데, 그 또라이가 링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레이건을 배출한 위대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더니, 결국 아메리카제국의 대통령이 되어 버렸다.
이제 한국은 밉건 곱건 또라이를 상대해야 한다. 트럼프는 아직까지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덕담 수준의 얘기만 하고 있지만, 거기에 방심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전액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한미FTA를 재협상하자고 주장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건 말건, 니들끼리 잘해보세요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를 단순히 또라이라고만 봐서는 그와의 협상은 불가능하다. 그의 실체를 이해해야 한다.
 
트럼프가 부동산재벌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1987년에 쓴 자서전 <거래의 기술>은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한참 돈 버는 재미에 빠져 있던, 장래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시절에 쓴 책이라, 그의 실체가 더 잘 보인다. 이 책에 나타난 트럼프는 막말을 일삼는 허세뿐인 사기꾼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변화를 남보다 빨리 읽고, 성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마디로 강하고 빈틈없고 야비할 정도로 냉정한 사람이다.
책 첫머리에서 트럼프는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내게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자신의 거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그가 하는 거래들은 예술이다.
 
그의 거래 기술들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속을 감추고, 상황이 유리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유리한 상황이 닥치면 그 기회를 재빨리 낚아챈다. 그는 원하는 부동산이나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할 때에도, 결코 비용을 많이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취약한 상황을 철저하게 활용한다. “거래를 앞두고 내가 그 호텔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거래에 영향을 미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 호텔을 좋아하는 만큼, 저쪽에서 요구하는 값보다 훨씬 싼값으로 구입할 때만이 그 호텔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되어 있고, 조만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지도 모르는 한국은,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아주 다루기 쉬운 취약한 상대일 것라고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대선 과정에서도 나타났지만, 트럼프는 터프한 사람이다. 건설업자들, 현장공사책임자들에게 그는 거침없이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나 말고 당신들에게 일자리를 줄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다 파산해도 나는 건물을 지을 사람이야. 나에게 잘해줘 봐. 이번 일 제대로만 해봐.”
이런 말투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멕시코 대통령에게 "거기엔 나쁜 놈들이 많다. 당신은 그들을 막기에 충분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 내 생각엔 멕시코 군대가 겁을 먹은 것 같다. 우리 군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군을 보낼 수도 있다"고 겁을 준 것은, 아마도 거친 건설업자들을 상대로 터프하게 밀어붙이던 젊은 시절의 기질이 그에게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는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면서 목표를 높데 잡은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삶과 거래의 지침으로 11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크게 생각하라
 
-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일을 성사시킨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이 나같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 크게 생각하기 위한 기본 요소의 하나는 집중력이다.
 
2.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 나는 긍정적 사고의 힘을 믿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부정적 사고의 능력을 믿고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거래를 할 때는 보수적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즉 항상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있으면 막상 일이 닥치더라도 견뎌낼 수가 있다.
 
3.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 일단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나는 최소한 대여섯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일을 추진시킨다. 왜냐하면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우더라도 무언가 복병이 될 만한 문제가 생길 가능석은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4.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그럴듯한 시장조사는 믿지 않는다. 언제나 스스로 조사를 해서 결론을 낼 뿐이다. 나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를 좋아한다. 아무에게든 직접 물어보아 얻는 결론이 항상 자문회사의 조사결과보다 유용했었다.
 
5. 지렛대를 사용하라
 
- 거래를 할 때 가장 나쁜 자세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일이다. 그런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은 전의에 불타게 되고, 당신은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법은 힘을 내서 거래를 시작하는 것이고, 당신이 힘을 내면 낼수록 그만큼 성공의 가능성은 커진다.
 
6.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 중요한 것은 좋은 입지가 아니라 최선의 거래이다. 좋은 거래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듯이 부동산의 위치도 선전이나 심리적 효과에 따라 얼마든지 좋다고 판단하도록 만들 수 있다.
 
7. 언론을 이용하라
 
-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 당신이 조금 색다르거나 용기가 뛰어나거나 무언가 대담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일을 하면 신문은 당신의 기사를 쓰게 된다.-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비판적 기사일지라도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된다.
- 일을 성공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다. 나는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나, 남들이 그렇다고 부추겨주면 괜히 우쭐하기 마련이다.
 
8.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 신념을 위해 싸우면 때로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기는 해도 대개는 최선의 결과를 낳게 된다.
- 상대방을 저지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들을 인생의 실패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들이 만약 진짜 재능을 갖고 있다면 싸우는 대신 무언가 건설적인 일을 할 것이다.
 
9.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을 오랫동안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잠깐 동안은 흥분시킬 수도 있고, 그럴듯한 선전을 할 수도 있고, 온갖 언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또 좀 떠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끝내 허실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10. 희망을 크게, 비용은 적당히
 
- 요즘에도 나는 청부업자가 부당하게 액수를 늘린다고 생각되면 5000달러나 1만 달러짜리라 할 지라도 전화를 걸어 불평을 하곤 한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그 정도 하찮은 거래 때문에 골치를 썩어요?” 내 대답은 이렇다. “만일 내가 1만 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25센트짜리 전화를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된다면 그때는 사업을 접어야죠.”
 
11.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 내게 돈은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이다.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이후,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그가 위의 11가지 원칙을 정치판에서도 그대로 활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당신이 조금 색다르거나 용기가 뛰어나거나 무언가 대담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일을 하면, 신문은 당신의 기사를 쓰게 된다는 말은, 기자의 입장에서 봐도 언론의 본질을 꿰뚫은 말이다. 그가 무슬림 입국을 전면 통제하겠다는 식의 막말을 일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는 말에서는, 당내외의 사퇴압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대선 후보 자리를 쟁취해낸 그의 저력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삶을 술회하면서 나는 항상 주위에서 리더로 군림했다. 지금은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든 말든 리더가 되려고 한다거나 나는 굽히기보다는 차라리 싸우겠다. 왜냐하면 일단 한번 굽힐 경우 잘 굽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도 그의 기질이 분명히 드러난다.
 
트럼프의 정책성향을 점쳐 볼 수 있는 대목들도 있다. 그는 1980년대 중-후반, 미국 부동산을 사들이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은 수십년 동안 그들은, 우리의 정치가들이 결코 충분히 이해할 수도 없고 반대할 수도 없는 자기중심적인 무역정책으로 미국을 압박함으로써 상당히 부유해졌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FT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거부하는 데는 이런 생각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겠다. 뉴욕시가 6년 동안 13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들였지만 표류하던 스케이트장(울먼 링크) 개수 공사를 3개월 만에 270만 달러를 들여 끝낸 일을 자랑하는 대목에서는, 그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었던 것은 미국 공화당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일 때였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등골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이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정말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 세상을 흔들어 놓고 있다. ‘우주가 조선을 중심으로 돈다고 착각하고, 알량한 대의명분에 목숨을 거는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 외교관, 관료들 중에 이 사람을 상대할 만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삼성이 미국 현지에 가전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인터넷언론 보도에 트럼프는 트위터에 땡큐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는 트윗을 올렸다. 검토 중인 문제를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리는 트럼프에게서,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트럼프 시대는 이미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을 보면 트럼프의 언행을 씹는 가십성 기사, ()트럼프 보도만 대문짝만하게 내보내는 헛발질 기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 마인드로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낼 수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트럼프라는 인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트럼프시대의 미국을 상대해야 할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트럼프가 이 책을 쓰는 걸 도왔던 고스트 라이터는 작년 대선 막바지에 자기가 이 책에서 트럼프를 지나치게 미화해서 미국 국민을 호도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만큼 트럼프를 잘 보여주는 책은 없다.
 
 
입력 : 201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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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간서치의 세상읽기’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년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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