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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자본주의 제대로 하는 게 개혁이다 -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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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2016)

경제는 어려워지고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노동자, 농민, 비정규직, 청년실업자, 중소상공인들의 아우성 소리가 드높다. 누군가 여기에 성냥불을 확 당기면, 정말 들판을 태우는 큰불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상황에서, 최순실사태가 터졌다.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라는 여자 모녀의 싸가지 없는 언행이, 그 모녀가 한 마디만 하면 재벌들이 수십억원을 싸들고 달려갔다는 보도가 국민들을 열 받게 했다.
당연히, 야당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에 영합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재벌을 개혁하겠다, 삼성의 부당이득 10조원을 몰수하겠다, 법인세를 올리겠다...그들이 내놓는 경제-사회적인 답안들은 사회주의적이거나 포퓰리즘적인 것들이다. 보수정당이라던 새누리당이나, 새누리당 탈당파들도 좌클릭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는데 여념이 없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조차 자신은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며 ‘진보’를 향해 구애하고 있다. 다시 한번 ‘자본주의’는 만악(萬惡)의 근원이 되고 있고, 그 처방으로 사회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의 진단은 다르다. 저자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자본주의를 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저자는 곳곳에서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인가’라고 묻는다.

저자는 재벌개혁 문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재벌1,2세와는 달리, 이미 도전정신을 잃어버린 3,4세이 고작 주식 지분의 3~4%를 가지고 있으면서 변칙적인 수단을 통해 경영권을 대물림하려 드는 것은 반자본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났던 것처럼 주주와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면서, 경영능력이 없으면 창업주의 자손이더라도 쫓아내는 것이 ‘자본주의적’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국민연금이 외국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탈 시도에 맞선다는 이유로 삼성의 편을 들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한 데 대해서도 저자는 비판적이다. ‘삼성은 한국기업’이라는 관점에서 삼성을 방어하려 든 것은 중상주의적 사고다, 국민연금은 오로지 가입자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진정 자본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한동안 시끄럽게 했던 삼성전자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문제도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혹독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자본주의 사회인데, 그러지 않고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배상액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산재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축산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탓에 우유가 남아돌아도 우유값이 내리지 않는 것, 정부가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하는 것, 인터넷 은행 설립이 안 되는 것, 국산 소비자들이 외국에서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국산제품을 사야 하는 것 등은 정부가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이 또한 반자본주의적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전근대적-반자본주의적 관행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어댄다. 근로자들이 무조건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 하다가 과로사하는 것은 돈만을 생각하는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자본과 기술, 효율성보다는 노동의 투입만을 바라보는 전 근대 농업사회의 유습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벌이나 관피아 문제 역시 한국이 제대로 된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라 전근대적 농업사회의 의식이 잔존해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다. 진정한 자본주의 사회라는 오로지 ‘일’을 가지고 평가를 받아야 하고,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 대기업에서 일하건 중소기업에서 일하건 비슷한 급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기업 소속이냐 중소기업 소속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하는 ‘신분’에 따라 받는 돈이 다르다. 이건 자본주의적이 아니다.
용산사태는 돈만 아는 자본주의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건물주와 임차인간의 계약관계라는 자본주의적 원리를 떠나서 ‘권리금’이라는 전근대적이고 정체불명의 개념이 끼어드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다.

정부개입’이라는 반자본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운다.
1997년의 IMF사태는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조작을 하는 바람에 달러가 부족해서 발생한 일인데, 이 또한 자본주의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환율을 시장에 맡겨 놓았으면, IMF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과적 때문인데, 청해진해운이 과적을 일삼은 것은 정부가 도서(島嶼)주민들을 돕는다는 이유에서 운임을 통제하는 바람에 발생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였다. 운임을 시장에 맡겼더라면 세월호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밖에도 저자는 관피아, 공시(公試)열풍, 가계부채, 알뜰주유소, 외국인 카지노 등 온갖 현안에 대해 살펴보면서, 그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은 우리 사회가 충분히 자본주의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본주의를 하려면 제대로 하자”고 말한다. 예를 들어 성과주의를 도입하더라도 고작 몇 십만원 더 주고 덜 주는 하면서 일 못하는 사람 가려내는 수단으로 써먹지 말고, 미국처럼 일을 잘하면 수 억, 수십 억, 수백 억원의 보상을 받아서 팔자 고칠 수 있는 제대로 된 성과주의를 하자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은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 재벌개혁을 옹호하는 논리가 될 수도 있고, 시민단체나 노조의 억지를 깨는 논리가 될 수도 있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던 공감하지 않던 간에, 저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원래 어떤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신자유주의적’ 관점과 미묘한 차별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넘어서 사회주의적 모색을 하는 것만이 ‘개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반자본주의적-전근대적 요소들을 타파하고 ‘제대로 된 자본주의’를 하는 것이 경제적 번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적폐들을 수술하는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책 뒷날개를 보니 저자가 쓴 책 중에 <말하지 않는 한국사>라는 책도 있다. 서점에서 한번 살펴본 적이 있는데, 한국사의 금기에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입력 : 2017.01.19

조회 :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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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lt;월간조선gt;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년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lt;책으로 세상읽기gt;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lt;억지와 위선gt; lt;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gt; lt;시간을 달리는 남자gt;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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