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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진영 ‘간서치의 세상읽기’

한국을 겁주고 어르는 중국 외교, 어디서 나왔나 - <전국책>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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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책>, 유향 지음, 신동준 옮김, 인간세상 펴냄 (2011)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 중국 외교당국의 극진한 환대를 받고 돌아왔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핍박하고, 갖가지 형태의 대한(對韓)경제보복을 실천해 온 중국이 민주당 의원들을 한껏 환대한 속셈은 안 봐도 뻔하다. 촛불사태 이후 한국의 정정(政情)이 불안정해지는 형국을 이용, 우리 내부를 이간질하자는 것이다.
생각이 있는 국민들은 21.4후퇴라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철없는 외교행각을 비판하지만, 민주당은 그저 중국의 구애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양이다. 하기야 박근혜 정부도 한때 시진핑이 레드 카펫 깔아주던 시절에는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친중(親中)외교를 벌였지만.....
미국, 일본과의 해양동맹은 단순한 안보경제적 관계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방식, 즉 체제와 관련된 근본적 문제이며, 문명의 선택에 관한 문제이다. 미국은 종북(從北)세력에 대한 마지막 방파제이자 자유통일에 대한 담보자이기도 하다. 그러한 역할을 중국이 대신해 줄 수 있을까?
중국의 이간질 외교에 놀아나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책 하나가 생각났다. 바로 <전국책>( 유향 지음, 신동준 옮김,인간사랑 (2011))이다.
 
춘추시대의 뒤를 이은 전국(戰國)시대는 그야말로 전쟁의 시대였다. 춘추시대에는 나라 사이에 약간의 염치가 남아 있었으나, 전국시대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시대였다. 전국7웅이라고 불리는 일곱 나라(,,,,,,)와 그때까지 용케 살아남은 소국(小國)들은 혹은 팽창을 위해, 혹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특히 여러 나라들에게는 전국시대의 초강대국으로 호시탐탐 천하통일의 기회를 노리는 진()을 어떻게 견제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진으로서는 당연히 자신에 대한 견제를 깨뜨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시대에 활약한 사람들이 바로 종횡가(縱橫家)들이다. 당시의 외교가이자 전략가인 이들은 그야말로 천하를 종횡으로 누비면서 각 나라의 군주나 실력자들을 찾아가서 을 푼다. 누구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진나라와 손을 잡으라고 하고(연횡), 누구는 진나라와 손을 끊으라고 한다(합종).
물론 국제관계는 진()하고의 관계만이 전부는 아니다. 진을 제외한 나머지 6국들, 그리고 7대 열강 사이에 낀 소국들 간에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다. 여기에도 종횡가들이 끼어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누구든 한 나라의 군주나 실력자를 상대로 자기의 전략을 파는 데 성공한 사람은 대박이 난다. 소진처럼 여러 나라의 재상을 겸임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전략을 파는데 실패하거나, 한 나라의 대외정책이 바뀌면 일순간에 목숨을 잃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이게 종횡가의 운명이다.
 
<전국책>은 바로 전국시대에 활약한 종횡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국시대라는 말 자체가 이 책에서 나왔다.
<전국책>은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에 대한 책이다. 우선 다양한 실제 상황 속에서 어떤 국제전략, 외교정책을 펴는 것이 나라에 이로운가를 논하는 책이다. 또 변전(變轉)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위정자나 관료들에게 어떻게 줄을 잘 서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얘기하는 책이기도 하다. 또 종횡가들이 외교정책이나 국제전략을 가지고 군주에게 유세(遊說)한 내용을 엮은 책이니만큼 동양적인 변론술(辯論術)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전국책>을 읽으면서, 모골이 송연해졌다. ‘중국은 이렇게 뿌리 깊은 외교의 역사를 가진 나라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천 수백년 전에 강대국, 약소국 할 것 없이 서로 어르고 달래가면서 외교를 했던 경험이 있는 나라가 중국임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반면에 우리는? 수천년간 중국을 상대로 하는 사대(事大)외교가 외교의 전부였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는 미국만 쳐다보는 것이 외교의 전부였다. 이런 나라가 변화무쌍한 외교의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전국책> 속의 종횡가들의 후예인 중국인들은, 노무현의 균형자 외교에 박수를 보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친중(親中)행보에 하오 하오(好好)’를 연발하면서, 그리고 이번에 외교부의 환대에 입에 헤벌쭉해진 민주당 의원들을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까?
 
이제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대를 지나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아시아 이웃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주저 없이 대국(大國)’이라고 칭하면서 소국들에게는 굴종을 요구하고 있다. ‘신형대국관계론이라는 말은 중국에게는 자부심 섞인 것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어딘지 불길한 말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책>은 대외관계에 대한 중국인들의 사고와 변론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딱딱한 중국판 <국제전략론>은 아니다. 종횡가들이 유세할 때 써 먹었던 야부리로 가득한 이야기책이기도 하다. 조개와 황새가 서로 싸우다가 어부만 좋은 일을 했다는 방휼지쟁(蚌鷸之爭)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 책을 번역한 신동준 박사에 의하면, 조선 성종 때에 <전국책>을 경연에서 강연하려 하자 유신(儒臣)들이 반대해 이를 무산시켰으며, 이런 풍조 때문에 조선조 500년 동안 <전국책>에 대한 주석서 하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19세기 초엽 중국인들조차 감탄케 하는 <전국서>의 주해서가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차이가 19세기 말 조선과 일본의 운명을 갈라 놓았으리라.
<전국책>에서 배운 일본인들의 외교행보 역시 만만치 않다. 한중과 갈등을 빚자 북한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그렇거니와, 한동안 박근혜 대통령에게 열렬히 구애하는 듯 하다가 그게 여의치 않자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집단자위권 문제, 역사문제를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그런 식으로 일본은 한국의 등을 떠밀어 중국편이 되도록 몰고 가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봐라, 한국은 중국의 꼬붕이 될 수밖에 없다. 동북아에서 변치 않는 미국의 동맹은 우리 일본밖에 없다"고 시위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토인비는 "역사는 전략적 실수를 하는 민족에게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 외교안보수석, 문재인씨 등 대권 주자들, 야당, 언론, 국민에게는 전략적 실수를 하지 않을 만한 전략적 사고가 있는가?
중국의 감언이설에 흥분하기에 앞서 <전국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간절히 권한다.
 
입력 :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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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간서치의 세상읽기’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년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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