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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태완 ‘Stand Up Daddy’

50여 년 전 최인훈의 《광장》과 오늘의 광장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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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崔仁勳. 1936~)의 장편 광장은 1960년 새벽》 10월호에 처음 발표됐다종합문예잡지 새벽의 발행인은 주요한이었다. 1954년 창간됐으나 1960년 12월 종간됐다.
 
기자가 알기로 광장은 모두 6차례 개작을 통해 내용문체가 달라졌다. 현실과 이데올로기, 삶의 근원을 밝히려는 작가의 치밀한 관념적 주관적 서술 탓이다. 그래서 광장은 무겁다울림이 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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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명준은 이념적 지향 없는 삶을 소망한다. 이데올로기적 이상을 추구한 삶을 후회한다. 
명준에게 남한의 광장은 부패하다거짓이 판을 친다비이성이 이성의 탈을 쓰고 거대한(?) 표정을 짓는다.
 
북한의 광장 역시 마찬가지다굿마당과 같은 곳혁명의 허상이 가득한 곳이다헛것의 섬김무쇠 같은 멍에가 다스리는 곳이다.
 
이 소설을 요약하면 이렇다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고초를 겪고 남한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명준은 월북을 택한다그러나 북한 사회의 허상에 환멸을 느끼고 인민군에 입대하는 명준그러나 포로가 되고포로수용소에서 그는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을 택한다.
하지만 더는 자신을 지탱할 광장이 없음을 느끼고 인도로 가는 배 위에서 투신한다.
 
명준이최인훈이 50여년 전 그린 광장과 오늘의 광장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이명준에게 한국의 정치현실은 똥오줌이다.
 
한국 정치의 광장에는 똥오줌에 쓰레기만 더미로 쌓였어요. (중략한국의 정치가들이 정치의 광장에 나올 땐 자루와 도끼와 삽을 들고눈에는 마스크를 가리고 도둑질하러 나오는 것이지요. (중략추악한 밤의 광장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이게 한국 정치의 광장이 아닙니까선량한 시민은 오히려 문에 자물쇠를 잠그고 창을 닫고 있어요. (중략)
 
경제의 광장에는 도둑 물건이 넘치고 있습니다모조리 도둑질한 물건안 놓겠다고 앙탈하는 말라빠진 손목을 도끼로 쳐 떼어 버리고 빼앗아 온 감자 한 자루가 거기 있습니다. (중략한국 경제의 광장에는 사기의 안개 속에 협박의 꽃불이 터지고 허영의 애드벌룬이 떠돕니다.
 
문화의 광장 말입니까헛소리의 꽃이 만발합니다.”
 
광장은 죽었다. 타락한 밀실만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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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밀실만 푸짐하고 광장은 죽었습니다각기의 밀실은 신분에 맞춰서 그런 대로 푸짐합니다개미처럼 물어다 가꾸니깐요. (중략)
 
아무도 광장에서 머물지 않아요필요한 약탈과 사기만 끝나면 광장은 텅 빕니다광장이 죽은 곳이게 남한이 아닙니까광장은 비어 있습니다. (중략)
-그 텅 빈 광장으로 시민을 모으는 나팔수는 될 수 없을까
-자신이 없어요폭군들이 너무 강하니깐.”
 
명준의 눈에 비친 남한은 게으른 즉자태(卽自態현상에서 독립한 그 스스로의 존재).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키에르케고르 식으로 말하면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이 남한이다.
 
가난과 악의 왕초들을 찾기 위하여나누어지고 얽히고 설킨 사회 조직의 미궁 속을 헤매다가불쌍한 인민은그만 팽개쳐 버리고 (중략남한의 정치인들은 천재적이었다들어찬 술집마다 들어차서 울랴고 내가 왔던가 웃으랴고 왔던가를 가슴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대중을 위하여더 많은 양조장 차릴 허가를 내준다. (중략그들의 정치 철학은 의뭉스럽기 이를 데 없다.”
 
명준은 중립국을 택한다남과 북도 아닌...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앉으라고 하던 장교가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번 생각하시오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중략)
중공대표가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설득하던 장교는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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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 행(行) 배 위에서 명준은 불안하다그가 택한 유토피아는 존재하는가.
 
유토피아의 꿈을 꾸고 있는 그 자신이 있다.
 
조선인 콜호스 숙소의 창에서 불타는 저녁놀의 힘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도 있다구겨진 바바리코트 속에 시래기처럼 바랜 심장을 안고 은혜가 기다리는 하숙으로 돌아가고 있는 9월의 어느 저녁이 있다. 도어에 뒤통수를 부딪치면서 악마가 되지 못한 자기를 언제까지나 웃고 있는 그가 있다. 그의 삶의 터는 부채꼴, 넓은 데서 점점 안으로 오므라들고 있었다. (중략)
 
자 이제는모르는 나라아무도 자기를 알리 없는 먼 나라로 가서전혀 새 사람이 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중략그는 지금 부채의 사북자리(부채 살이나 가위다리의 교차된 부분에 박은못과 같은 물건이 놓이는 자리가장 중요한 곳의 비유-편집자)에 서 있다.
 
삶의 광장은 좁아지다 못해 끝내 그의 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가 되고 말았다.’
 
밤중선장은 석방자 중 한사람이 행방 불명됐다는 보고를 받는다그리고 그가 명준임을 안다. 이튿날타고르 호는 한 사람의 손님을 잃어버린 채 다시 항해한다.
 
에필로그 – 촛불의 광장을 생각한다수십만수백만의 마음자비가 없는 분노미움의 주문을 외우는 구호상처를 헤집는 절망을광장을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입력 : 2016.12.23

조회 : 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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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Stand Up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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