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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

상처받은 '보수 유권자'에게 희망을

류근일  언론인,전 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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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뽑았던 선의의 유권자들, 최순실 사태로 집단 우울증… 그들에게 누가 희망을 던져줄까
새 세대 자유·보수 선수들이 역사·문화·철학이 선도하는 자유·보수 본연의 시대를 열어야

'최순실 사태'로 가장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은 당사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그를 뽑아주었던 선의의 유권자들이다. 골수 친박(親朴)이야 자동으로 박근혜 후보를 찍었겠지만, 그 밖의 많은 유권자는 박근혜 후보가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 문재인 후보에게 정권이 갈까 봐 차선책으로 그를 찍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추미애 화법의 '부역자'가 아니라 나라를 걱정한 그들 나름의 애국 유권자들이었다(문재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도 그들 나름의 애국 유권자들이었겠지만).

이들의 생각은 순수하다. 대한민국이란 나라 만들기, 그 과정의 산업화·민주화·세계화·정보화 족적에 대한 애정과 긍지, 그 안에 녹아 있는 '나 개인'의 피와 땀과 눈물의 곡절들에 대한 뿌듯한 감회, 그리고 이게 말짱 무가치했다는 양 깎아내리는 적의(敵意)에 대한 거부라 할 수 있다. 이들 선의의 애국 유권자들은 그들의 그런 생각을 다른 후보들보다 그래도 박근혜 후보가 더 많이 대표해주려니 하고 그를 선택했었다.

'최순실 사태'는 그러나, 그들의 그런 진지한 성의가 일시에 도로(徒勞)로 돌아갔음을 알린 '야청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아연실색, 멘털 붕괴, 집단 우울증이 그들 선의의 피해자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이미 철회했다. 그러나 그 표(票)들이 다른 쪽, 특히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쪽으로 이동한 건 아니다. 그들의 표는 하늘에 붕 떠버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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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문 앞 바리케이드 넘어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조선일보 DB

지금 시국의 논점 중 하나는 그래서, 이들 갈 곳 잃은 자유·보수 유권자들에게 다시 갈 곳을 만들어 주는 일로 모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정치적·문화적·도덕적 헤게모니는 무너져내렸다. 그렇다면 새로운 자유주의·보수주의·세계시장·자유통일 진영의 구심점을 어떻게 재창출해내느냐 하는 게 오늘의 고민이어야 할 것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새누리당부터 먼저 철저하게 죽어야 한다.

무엇이 죽어야 하나? 한 개인에게 줄 서는 정치가 죽어야 한다. 그 대신 개인 아닌 노선에 줄 서는 정치가 들어서야 한다. 친박(親朴)이니 비박(非朴)이니 하는 것 말고 "정통 자유·보수냐, 아니면 중도 개혁이냐?"로 바꿔서 논쟁해야 한다. 이때도 물론 리더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리더는 주군(主君)이나 여왕 개념이어선 안 된다. 이런 당위에서 친박과 비박은 차라리 헤어져 자유주의·보수주의 노선 정당, 그리고 중도 개혁 노선 정당으로 분화하는 편이 순리일 것이다.

그동안 친박은 너무 친위대·돌격대·청년단 같다는 평을 들어왔다. "너희는 떠들어라. 나는야 간다"는 '이정현 스타일'은 보일러 압력을 더 팽팽히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런 '내 배 째라'팀은 쉬 물리고, 그 대신 무난한 캐릭터들을 내세워 외부의 '학식과 덕망'들을 영입해 '박근혜 당'을 자유·보수 '유권자 당'으로 환골탈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비박은 반면, 집권당 프리미엄은 그것대로 누리면서 경제·안보·대북 정책에선 국민의당·민주당 같은 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평을 들어왔다. '우왕좌왕 기회주의'란 시비도 들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친박뿐 아니라 보수 일반과도 인연을 끊은 채 안철수-손학규 집안으로 호적을 파가는 게 더 맞을 법하다. 그런 기색이 이미 있다.

이렇게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을 계기로 친박·비박이 분당 쪽으로 한 걸음 내디딘 건 오히려 당연한 물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거쳐야 할 시험은 물론 있다. 친박이 자유·보수 유권자들의 인증을 따낼 만큼 긍정적 전환을 할 것인지의 문제다. 그리고 김무성 등 비박이 제3지대로 가면 그들도 안철수-박지원처럼 사드 배치 반대, 개성공단 재개로 표변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 시험에 적절히 답하지 못하면 새누리당은 양쪽 다 폭삭 망하는 수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금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뽑아준 선의의 자유·보수 유권자들은 여전히 남아 있고, 살아나야 하고, 살아가야 한다. 이런 그들에게 누가 또 희망을 던져줄 것인가? 탄핵안이 가결되고 황교안 대행이 들어서면 그를 포함한 새 세대 자유·보수 선수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들은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넘어 역사·문화·철학·규범이 선도하는 자유·보수 본연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가 아니라 태어나길 정말 잘한 나라라는 '현대사 인식'과 함께. 한반도와 한국 정치는 결국 그 싸움이기 때문이다. "꽃들에게 희망을…" 그 꽃들은 지금 너무너무 스산하다.
입력 :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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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정치커뮤니케이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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