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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갑식 ‘세상읽기’

노사정 협상과 남북 협상은 다르다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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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 노정(勞政) 협상이 상당 기간 단절된 적이 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당시 대화 파트너였다. 지금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노사정위원장이며 이 전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노동계 몫' 최고위원이다.
 
둘의 냉랭한 관계는 무슨 거창한 이념(理念) 차이나 노동법 조항을 둘러싼 해석 때문이 아니었다. '용팔이'라는 별명답게 평소 입이 걸기로 유명한 이 전 위원장이 무심코 욕 한마디를 내뱉은 게 화근이었다. 김 전 장관에게 "얼굴을 보기 싫을 만큼 못 참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이랬다. "나는 평생 욕을 먹어본 적이 없다. 욕먹을 짓 하며 살지도 않았다." 이 전 위원장에게 장관이 사과(謝過)를 원한다고 하자 그는 "이해 못 할 사람"이라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은행에서 해고된 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 취직한 적이 있다. 그때 '뱅크(Bank)'란 말이 있으니 은행 노조원 자격이 있다고 우겨 관철시켰다고 한다. 말도 안 되지만 노동계는 이런 잡초(雜草) 근성이 투쟁력을 만드는 원천이라고 믿고 있다.
 
그때 김 장관은 고매한 인품을 지녔지만 협상가론 적절치 않다고 여겼다. 그런 김씨를 대통령이 노사정위원장에 앉힐 때 놀랐고 넉 달 동안이나 물러나겠다는 김씨를 끝내 붙잡은 대통령에게 또 놀랐다. 얼마 후 대통령은 현기환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기용했다.
 
그것은 누가 봐도 노사정 타협을 이루겠다는 의지였다.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낸 현 수석은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일 정도로 다혈질이지만 '돌격대장'이란 별명처럼 협상력이 정평 나 있기에 김 위원장의 '원칙'에 현 수석의 '완력'을 가미한 포석으로 여겼다.
 
과연 그가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 한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새누리당 노동통(通) 김성태 의원과 3자 대화를 추진한다기에 잔뜩 기대했는데 며칠 안 돼 '없던 일'이 됐다. 알고 보니 "이면 협상은 불용(不容)한다"는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라고 한다.
 
이 상황 전개를 보며 대통령이 남북 협상과 노사정 협상을 같은 '판'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과 함께 노동 개혁의 앞날에 드리워진 암운(暗雲)을 예견한다. 25일 타결된 남북 협상에선 대통령의 원칙 고수가 빛났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북은 악(惡), 남은 선(善)이며 북은 '가해자'고 우린 '피해자'였기에 북의 협박이 통할 리 없었다. 그런데 노동 개혁에서 정부는 선이고 근로자는 악이며 정부는 피해자고 근로자 혹은 그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가해자라는 말인가?
 
상상할 수 없는 고임금에 툭 하면 파업을 빌미로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귀족(貴族) 노조를 그렇게 볼 순 있지만 그런 팔자(八字) 좋은 노조는 극소수다. 오히려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처럼 40대 후반, 50대 초반이면 근로자들은 '무덤'을 본다.
 
근로자들이 "왜 롯데·대한항공의 오만을 막을 근본 대책은 내놓지 못하느냐"고 반발하면 무슨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네 아빠 혹은 엄마의 '목'을 쉽게 잘라야겠다"고 하면 아이들부터 이런 노동 개혁을 도무지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노동 개혁은 모두 탐내는 목표지만 '정치 9단'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동변호사' 출신 노무현 대통령마저 실패했다. 이런 어려움을 안다면 변칙(變則)을 총동원해도 장담할 수 없는 게 노동 개혁이다. 게다가 지금 협상 테이블엔 민주노총마저 빠져 있다.

입력 : 2016.08.16

조회 : 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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