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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갑식 ‘세상읽기’

한국 거라 못 믿겠다"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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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련(華聯)그룹의 이름은 의미심장하다. 중국인이 스스로를 화인(華人)이라 하니 '전 세계 중국인의 연합체'란 뜻이다. 이 그룹은 상무부 소속 국영기업이고 주인은 중국 공산당이다. 그래서인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상상을 초월한다. 주요 도시에 86개 백화점과 2400개 대형 마트를 거느리고 있으며 매출액이 연 122조원이다.
 
이 화련그룹이 지난달 22일 젬백스라는 이름 낯선 한국 회사와 5대5 투자로 유통회사를 만들고 별도로 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합작 유통회사가 중국 제품을 한국에 팔아먹으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한국 제품을 중국에서 팔아주겠다는 것이고, '향후 3년 안에 그 규모가 연간 5조원'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이런 파격적인 제의를 보고 중국 공산당의 속셈이 뭔지 궁금해졌다.
 
젬백스는 항암 신약, 약품·건강 보조제, 화장품을 만든다. 중국인들이 먹고살 만해지기 전부터 열광해온 장수(長壽), 건강, 아름다움이란 3대 가치와 딱 맞는데 그것도 '한국산'이다. 기자회견에 나온 화련그룹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인은 초코파이와 신라면도 중국 아닌 한국에서 만든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것은 우리가 일본 전자 제품을 살 때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 만든 것보다 일본 본토산(本土産)을 확인한 뒤 지갑을 여는 것과 같은 심리다.
 
그런데 의사 출신인 김상재 젬백스 대표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그는 "한국 거라 못 믿겠다는 한국 의사들이 뭔가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회사의 췌장암 신약은 식약청의 공인을 받고도 '사이비'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 '사이비'에 중국은 500억원을 투자했다.
 
우리 스스로 '한국 거라 못 믿겠다'고 깔보는 심리는 메르스 사태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서울병원이다.
 
우리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만 붙으면 세계 최고인 줄 알지만 그것은 휴대전화나 반도체 등 극히 제한된 분야에만 통용된다. 휴대폰도 애플 수준인지 의심스럽지만 그와 별개로 삼성이 최고였다면 "삼성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뚫린 것"이란 헛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은 호가호위(狐假虎威), 즉 여우가 호랑이인 줄 착각한 것인데 진짜 호랑이는 허풍을 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메르스 확산이 온통 삼성서울병원 책임이라고 몰매를 가하는 것도 지나치다. 이런 식이라면 환자들은 어딜 가고, 메르스와는 누가 싸울 것인가. 정부의 대응 실패, 공무원의 이기주의, 정보 은폐, 대형 병원 선호, 감염자들의 무신경은 지적해 마땅하지만 한국 의료 시스템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고 '못 믿겠다'고 희생양을 만들기에만 열중한다면 '도륙(屠戮)의 성전(聖戰)'이 아니고 뭔가. 누가 뭐래도 우리 의사들은 대한민국 최고 인재들이며 메르스와의 승부는 인재 중의 인재가 모인 종합병원에서 날 수밖에 없다. 어제는 우리 의료 수준을 세계 최고라고 칭송하다가 오늘 사정이 달라졌다고 짓뭉갠다면 누가 우리를 구해줄 것인가.
 
'한국 거라 못 믿겠다'는 심리의 기저(基底)에는 '비과학'이 있다. 비과학은 사고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종국에 국가를 망친다. '외국 의사 수입론'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임진왜란 때 명(明)을 끌어들여 왜(倭)를 치더니 40년도 안 돼 병자호란을 맞자 왜에 애걸해 청(淸)을 칠 궁리를 한 역사가 떠오른다.
입력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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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식 ‘세상읽기’

gsmoon@chosun.com 1988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편집부-스포츠부-사회부-정치부를 거쳐 논설위원-기획취재부장-스포츠부장-선임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월간조선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회부기자 당시 중국민항기 김해공항 추락-삼풍백화점 참사-씨랜드 화재-대구지하철화재 등 대형사건의 현장을 누볐다. 이라크전쟁-아프가니스탄전쟁을 취재했으며 동일본 대지진때 한국기자로선 처음 현장에서 들어가기도 했다. '문갑식의 하드보일드' '문갑식의 세상읽기' '문갑식이 간다'같은 고정코너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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