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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시 아닌 시’ 쓰고 싶어…‘이게 시냐’라는 질문 받으면 반은 성공”

등단 1년 만에 김수영문학상 수상한 문보영 시인

사진=뉴시스, 교보문고
제36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 문보영(26) 시인이 수상 시집 《책 기둥》을 펴냈다.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문 시인은 1년 만에 1000만원 상금의 문학상 주인공이 됐다. 역대 최단 기간에 속한다. 앞서 수상한 황인찬 시인에 이어 문 시인 또한 20대 중반 젊은 나이에 영예를 얻었다.
 
김수영문학상은 1981년 민음사에서 고(故) 김수영 시인의 작가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이성복, 황지우, 최승호 같은 해체시 계열은 물론 장정일, 유하, 김혜순 등 포스트모더니즘 시인에 김용택, 조정권, 이정록의 전통 서정시파까지 수상자들의 시세계 면면도 다채롭다. 그만큼 특정 사조(思潮)나 경향이 아닌 시편마다의 작품성과 시인이 지닌 잠재력이 평가 기준이 됐다.
 
작년 10월 30일 민음사는 “총 178명의 시인이 50편 이상의 시집 원고를 투고한 2017년 ‘김수영 문학상’ 수상의 영예는 신예 시인 문보영이 가져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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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낭독회에 참석한 문보영 시인.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당시 심사위원 김나영 문학평론가는 “문보영 시의 담백하고도 에너지 넘치는 문장 이면에는 삶과 세상을 대하는 시인의 용기와 정직한 태도가 두텁게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난쟁이들이 책기둥을 무너뜨리고 원하는 책을 얻는다. 다시 기둥을 쌓는다. 난쟁이들은 책을 때리고 책을 향해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다. 그럴 만도 하다, 고 나는 생각한다. 책은 무례하니까. 책은 사랑을 앗아 가며 어디론가 사람을 치우치게 하니까. 벽만 바라봐서 벽을 약하게 만드니까. 벽에 창문을 뚫고 기어이 바깥을 넘보게 만드니까.’ - 시 ‘책기둥’ 중
 
최근의 현대 산문시는 유려한 문장의 나열이 아닌, 짧지만 문제의식이 예리한 한 편의 서사를 축조한다. 그래서 단일 문장마다 수사 기법이 적용되기보다는, 해당 시편의 전체 서사 자체가 하나의 시적 상징이 된다.
 
부분 인용된 문 시인의 표제시 ‘책기둥’도 마찬가지다. 각 대목이 아름답다기보다는 문장들이 함께 이루는 시적 합창이 울림을 가져다준다.
 
시적 주체가 ‘독서 삼매경에 빠진 난쟁이 서사’를 진행해나가는 이유는 책에 치우치는 행위가 가진 힘을 긍정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화자는 책을 ‘무례하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엄숙주의를 표상하던 권위의 장막을 걷어내고 책의 속성과 본질을 투시한다. ‘사랑을 앗아 사람을 어디론가 치우치게 하는’ 책의 강렬한 존재감을 강조한다.
 
시인에게 있어 책에 빠진 사람들은 현실과 상상의 벽을 허물고, 마침내 미지의 세계로 ‘가능성’이라는 창문을 뚫는 개척자들이다. 이 해답에 도달하기 위해 해당 시편은 난쟁이 서사를 구축해 일종의 수수께끼를 펼쳐 보였던 것이다.
 
수상시집의 해설을 맡은 박상수 문학평론가는 “문보영은 시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인이라는 이름의 스토리텔러”라며 “시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을 재현하는 동시에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낯선 일면들을 되짚는다”고 평했다.
 
문 시인은 “시를 쓰는 이유는 시간이 가장 빨리 가서”라며 “망각은 날마다 절실하기 때문에 매일 시를 쓴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시 아닌 시’를 쓰고 싶다”며 “‘이게 시냐’ 라는 질문을 받으면 반은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고 독특한 계획을 밝혔다. 
 
월간조선 뉴스룸

입력 :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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