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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피임약으로 생리 미루고 행군에 참여하라"는 국민은행

의료계 "피임약 부작용 대부분 복용 초기에 발생... 단기복용 권하지 않아"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KB국민은행이 수년째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100km 행군을 진행한 가운데 여성 신입직원들에게 3년 전부터 피임약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최근 신입사원 연수 기간에 신입 여직원들만 모아놓고 피임약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은행측은 “9주동안 진행되는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 중 마지막 일정이 행군인데, 이때 혹시 생리중인 여성직원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배려하기 위해 피임약이 필요한 연수생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고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은행측이 지급한 경구피임약은 생리 미루는 약의 용도다. 일부 여성들이 여행이나 중요한 일정에 생리주기가 겹치는 일을 피하기 위해 피임약을 사용하며, 생리시작예정일 5일전부터 하루 한 알씩 복용하면 약을 먹는 기간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1~2일 후 생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피임약을 생리를 미루는 용도로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피임약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작용으로 구역질, 구토, 두통, 정맥혈전증, 가슴땡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종합병원 의사는 약에 따라 발진, 부정출혈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이 있거나 이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복용시 의사와 상담해야 라며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여성들이 걱정하는 여드름이나 체중증가 같은 부작용은 흔치 않은 데 비해 구역질과 두통 등은 흔한 편이고, 복용 초기에는 부작용이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전피임약의 경우 최소 5일 정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복용한다 해도 행군 기간중에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생리 2~3일 전부터 복용하면 생리를 미루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작용을 감수하고 5일 이상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리주기가 정확하지 않다면 더 긴 기간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피임약을 처음 복용해본 여성의 경우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어지러움으로 쓰러질뻔했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인데, 의사들은 부작용은 대부분 복용시작 2~3개월 후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생리를 미루기 위한 용도로 단기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수능시험때 생리를 할 것 같다며 이를 미루려고 피임약 처방을 하러 오는 학생이나 학부모도 많은데, 혹시라도 모르는 부작용 때문에 생리통이 걱정이라면 차라리 진통제를 먹으라고 조언하곤 한다부작용이 대부분 복용 초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간 복용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여성 신입사원 중 피임약을 복용해봤거나 부작용을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피임약을 받아가라는 상사의 이야기에 수치심을 느낀 직원도 있었을 것이다. 은행측은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치열한 취업관문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이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100km행군이 얼마나 중요했기에 일상적인 생리작용까지 조절해가며 참여해야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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