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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보

북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원자탄, 수소탄은 미국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그간 내뱉은 '서울 불바다' '청와대 불바다' 공갈은 무엇인가

2013년 3월엔 "핵타격 수단으로 서울만이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협박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수석대표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이선권은 회담 말미에 우리 대표단이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자 정색을 하며 “그만 합시다. 좋게 했는데 이거 마무리가 개운치 않게 됐다”고 했다. 또 “남측 언론에서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논의된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있다. 핵 문제가 나와서 말하는데,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수소탄·대륙간탄도로켓트(미사일)를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최근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은 대남 공격용이 아니라 대미용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일, 북한 김정은도 신년사를 통해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북핵은 대미 타격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북한 주장과 달리 북핵이 가장 먼저 떨어질 곳은 미국이 아니라 남한이다. 관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은 현재 미완성 상태이지만, 남한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은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남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핵을 날릴 수 있는 투발 수단을 오래 전부터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북한은 ‘대남 핵공갈’을 수없이 자행해 왔다.
 
가장 대표적 게 ‘불바다 협박’이다. 현실적으로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무기는 ‘핵’ 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한 여러 ‘불바다 협박’ 중 본격적으로 핵 개발에 돌입할 시점인 1994년에 있었던 ‘서울 불바다’ 위협과 2016년 6월 방사포 공격 등을 언급한 걸 제외한다면, 여타  ‘불바다 협박’은 모두 핵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다음은 지난해 8월, 《한겨레》가 정리한 북한의 ‘서울 불바다’ ‘청와대 불바다’ 협박이다.
 
〈서울 불바다론’의 시작: 북한 김일성 -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은 1994년 3월 19일 남한을 향해 ‘불바다’라는 말을 처음 썼다. 남북 간 특사 교환을 위해 열린 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쪽 회담 대표가 송영대 남쪽 대표에게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그쪽이 전쟁을 강요하는 데 대해서는 피할 생각이 없다. 전쟁의 효과에 대해서 송 선생 쪽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경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쪽에 “핵 문제를 우선 해결한다는 입장에서 특사를 교환하겠다
는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던 가운데 북쪽 대표 입에서 ‘불바다’라는 말이 나왔다. ‘서울 불바다론’의 시초다.
 
다시 등장한 ‘불바다’: 북한 김정일 - 이명박 정부 시절
 
이후 16년여 동안 북한은 ‘불바다’라는 표현을 대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잠잠했던 ‘불바다’ 협박은 이명박 정부 들어 빈번하고 강도 높게 사용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6월 12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 확성기를 비무장지대 일대에 설치한 것을 일종의 ‘도발’로 여기고 ‘말 폭탄’을 날렸다. “우리의 군사적 타격은 비례적 원칙에 따른 1대 1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듬해인 2011년 2월 27일 북한은 다음날 있을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앞두고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북한은 “만약 침략자들이 ‘국지전’을 떠들며 도발해온다면 세계는 일찍이 알지 못하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전면전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동시에 상상할 수 없는 전략과 전술로 온갖 대결책동을 산산히 짓부셔버리는 서울 불바다전과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9개월 뒤인 2011년 11월 23일엔 ‘서울 불바다’가 ‘청와대 불바다’로까지 이어지며 긴장이 극대화됐다. 한국 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 1주년을 맞아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곧바로 다음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만일 또다시 우리의 존엄을 함부로 건드리고 신성한 영해, 영공, 영토에 단 한발 총포탄이라도 떨어진다면 연평도의 그 불바다가 청와대의 불바다로, 청와대의 불바다가 역적패당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불바다로 타번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불바다’ 빈번: 북한 김정은 - 이명박 정부 시절
 
2011년 12월 17일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한 후 후계자로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이후 ‘불바다’ 발언이 더 빈발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부대를 방문하거나 군사 훈련을 참관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릴 때도 ‘불바다’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만 등장했던 표현이 일상적 표현으로 전환한 셈이다.
2012년 8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선 지역 군부대 방문을 알리며 “지휘관들이 당장에라도 명령만 내리면 제일 먼저 서울부터 잿더미로 만들며 나아가서 원수의 아성을 모조리 불바다에 처넣음으로써 쌓이고 쌓인 천추의 한을 기어이 풀고야 말 경의를 다지었다”고 전했다.
 
미국을 겨냥한 불바다: 북한 김정은 - 박근혜 정부 시절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북한의 ‘불바다’ 위협이 미국을 향했다. 2013년 3월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 기류, 한미 합동군사 훈련 등에 반발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며 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핵타격 수단으로 서울만이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10월 최윤희 당시 신임 합참의장의 발언 직후에도 북한은 ‘불바다’를 거론했다. 최 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하면 ‘선제 타격’하겠다고 말하고, 중부전선 지오피(GOP) 부대에 가서는 북의 도발에 도발 원점을 물론, 지휘 지원세력까지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월 21일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한 바와 같이 괴뢰호전광들이 우리의 신성한 영공, 영해, 영토에 단 한 점의 도발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서울만이 아니라 온 남조선 땅이 불바다로 화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으나 2016년 2월 23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두고 북한 <로동신문>은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자” “청와대와 백악관을 잿가루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3월 2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틀 전에 있었던 한국 공군의 북한 핵심 군사시설 타격 훈련을 거론하며 “무적을 자랑하는 우리 포병집단의 위력한 대구경방사포들도 박근혜가 도사리고 있는 청와대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격동상태에 있다···누르면 불바다가 되고 타격하면 잿가루가 되게 되여있다”고 엄포를 놨다.
 
같은해 12월 11일엔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청와대를 포함한 한국 특정 대상물들에 대한 타격방법을 확인하기 위한 전투훈련을 참관했다고 밝히며 “전투원들은 훈련을 통하여 연평도의 불바다를 기어이 청와대의 불바다로 이어 놓고 남조선 괴뢰들을 멸망의 구렁텅이에 영원히 처박아넣을 영웅적 조선인민군의원수 격멸의 투지와 용맹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고 선전했다.
 
트럼프로 옮겨간 ‘불바다’: 북한 김정은 - 문재인 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은 ‘불바다’ 표현을 사용하지 않다가 지난 8월 9일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시 한 번 ‘불바다론’에 불을 지폈다. 성명에서 북한은 “우리 식의 앞선 선제타격은 미국의 무모한 선제타격기도가 드러나는 그 즉시 서울을 포함한 괴뢰1, 3야전군지역의 모든 대상들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타격과 함께 태평양작전전구의 미제침략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력 :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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