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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복절 노래 2절 세 번째 소절 가사를 되뇌인 이유는?

대한민국 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수호 강조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징역 5년) 직후인 8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재판 결과를 보고하면서 "자유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역사는 한 두 사람의 결단만으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용기 있는 판결이 자유민주주의 퇴보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는 분석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가벼운' 형이 선고되면 판사가 신상 털기를 당하는 상황이다. 정권 차원에서도 이 재판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재판부가 여론의 시선을 의식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가 법과 증거만 놓고 판단하는 법치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광복절 노래 2절의 셋째 소절 가사를 알고 있느냐"고 물은 뒤 "그 가사를 찾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말한 광복절 노래 2절의 세 번째 소절의 가사는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다.
  
글자 그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보람될 일이 반드시 한국에서 일어난다는 예언인데, 가사처럼 식민지에서 해방될 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던 한국은 1990년대 들어 세계 15대 수출국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열고 세계 11대 수출국으로 진입해 세계 모든 저개발 국가의 본보기, 최고 선진국에게는 경계의 나라가 됐다.
 
대한민국 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수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보수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반하는 사회주의 철학에 가깝다(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 등의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있는 상황에서도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광복절 노래는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기념하여 정인보 선생이 작사, 윤용하 선생이 작곡한 것이다. 위당 선생은 1893년 서울에서 명문가의 외아들로 태어나 한학자 이건방을 사사한 뒤 1913년 상해로 건너가 박은식·신규식 등과 함께 동제사를 결성해 독립운동을 벌였다. 또 1930년 3월 '시문학' 창간회원으로 참여해 김영랑·박용철·정지용·김현구 등과 1930년대 한국시단을 이끌었던 민족시인이다.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와 창씨개명 등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저항해 산속으로 들어가 은둔했고, 1945년 광복이 되자 국학대학 초대학장을 지내면서 '광복절노래', '개천절노래', '3·1절노래', '제헌절노래' 등을 지어 민족의 얼을 되살리는 데 힘썼다.
  
위당 선생의 3녀인 정양완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위당 선생은) 7남매의 아버지를 넘어, 조국의 암울한 시기에 젊은이들에게 겨레의 얼을 심어주신 올곧은 스승"이라고 회고했다.
  
천재 작곡가 윤용하 선생은 1922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지난 65년 43세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그는 시대와의 불화와 가난 등으로 고달픈 삶을 살았으나 가곡과 동요 등에서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는 6·25 전쟁 때에는 종군 작곡가로 참여해 군가 ‘사병의 노래’등을 작곡했으며, 이후 가곡 ‘보리밭’ ‘동백꽃’ 등과 동요 ‘나뭇잎 배’ ‘노래는 즐겁다’ 등 200여 곡을 작곡했다. 또 ‘민족의 노래’ ‘광복절의 노래’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주옥같은 노래들을 남겼다.
   
윤 선생은 위당 선생과 마찬가지로 애국심이 투철했던 인물이다. 윤 선생의 생전의 활동과 사진을 담은 책인 《국민예술가 윤용하》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1958년 3·1절 행사 후, 문총(예총의 전신) 사무실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예술계 원로가 일본말로 유머를 던지고 주위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며 웃었다. 이 때 구석에서 말없이 술잔을 들고 있던 윤용하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내달아, “에끼 이 빌어먹을……”이라고 외마디를 지르고 파티탁자를 뒤집어엎어버렸다. 맥주병과 접시들이 뒹굴며 깨지고 파티는 삽시간에 수라장이 됐다. 용하는 일본말을 지껄인 예술계 원로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여보시오 xx선생, 오늘이 무슨 날이오. 그래 민족예술을 지도한다는 양반이 하필 3·1절에 일본말로 후배들과 지껄인단 말이요. 그러면서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친다고 강단에 서시오? 에이 한심한 것들…….’ 윤용하는 일갈을 내쏘고, 중얼거리면서 휑하니 나가버렸다.”
  
윤 선생은 생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그의 딸 딸 윤은희씨는 윤용하가 작곡한 ‘우리 대통령’이라는 노래를 어린 시절 자랑스럽게 불렀다고 회고했다. ‘우리 대통령’은 윤 선생이 이승만 대통령의 80회 탄신을 맞아 만든 노래다. 딸의 이야기다.
  
“1965년 7월 23일 오후 3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해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하와이에서 19일에 주검으로 귀국한 것이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남방과 바지를 입으시고, 주인집 마당에 서서 힘겹게 라디오 중계방송을 들으신 후 방으로 들어가 누우셨다. 그날 밤 11시 35분 아버지는 눈을 뜬 채 숨을 거두셨다.”
  
광복절 노래 가사
 
1.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 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40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2.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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