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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빗나간 예측, 남은 가능성…고배 마신 노벨상 후보작가 3인은 누구인가

응구기 와 시옹오,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내년 수상 거머쥘 수 있을까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앞서 영국 배팅사이트 '래드브록스'가 노벨문학상 유력후보로 점쳤지만 아쉽게도 고배를 마신 3인의 작가. 좌측부터 1, 2, 3순위로 응구기 와 시옹오,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 사진=조선DB

5일 노벨문학상에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선정됐다. 이로써 영국 배팅사이트 ‘래드브록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예측은 실패로 귀결됐다. 앞서 래드브록스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작가들을 점치며 배당률 순위를 정했다. 1위가 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 2위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3위가 캐나다 출신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였다. 발표가 임박하자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도 4위까지 치솟았다.

몇 년간 래드브록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시옹오와 하루키를 점쳤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2015년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유력후보로, 2012년 수상자 모옌을 2위로 예측해 나름의 적중률도 보였다.

비록 래드브록스가 이번에도 빗나간 예측으로 체면을 구겼지만, 집요하고 끈질긴 배팅의 속성상 향후에는 어떤 적중률을 보일지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유력후보로 거론됐지만 아쉽게도 고배(苦杯)를 마시게 된 주요작가들의 문학세계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익히 알려진 그들의 명성과 문학적 성취로 보아 미래의 ‘예비 노벨상 작가’들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래드브록스가 과감한 도박을 걸었던, 그러나 다시 불비불명(不飛不鳴)과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길로 접어든 주요작가 3인의 삶과 문학을 《월간조선》이 들여다봤다.


1. ‘고배 마신 노벨상 유력 작가’ 1위 - 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


케냐의 피와 눈물

응구기 와 시옹오(Ngugi wa Thiongo)는 1938년 아프리카 케냐의 중부 고원지대인 리무루의 카미리수에서 출생했다. 영국 식민지 당시 케냐의 일류학교였던 얼라이언스를 졸업했다. 이후 우간다 마케레레대학교와 영국 리즈대학교에 진학했다. 1965년부터 케냐 일간지 기자로 일하다 1970년 나이로비대학교 문학과 교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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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구기 와 티옹오. 사진=조선DB
1977년과 1978년 사이 재판 없이 1년간 투옥되는 등 정치적 탄압으로 1982년 망명 도정(道程)을 시작했다. 고향을 떠났지만 작품을 쓸 때 오히려 영어가 아닌 모국어를 선택했다. '제임스 응구기'라는 영어 이름 또한 버렸다. 미국 소재의 예일대, 뉴욕대 등 다수의 대학에서 아프리카 문학을 가르쳤다. 탈식민주의(脫植民主義)와 서구중심주의 탈피 등을 강의했다. 1993년 뉴욕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특훈교수로 재직 중이다. 수상경력으로는 1974년 로터스상, 2001년 노니노국제문학상, 2012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2014년 니콜라스 기옌문학상, 2016년 제6회 박경리문학상 등이 있다.

그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저항 작가로 유명하다. 밀려오던 서구 열강의 식민지 바람에 맞서 붓을 세웠다.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아프리카 민초의 설움과 비운을 작품에 아로새겼다. 대표작이 1967년 발표한 〈한 톨의 밀알〉이다. 영국 식민통치에 항거하는 케냐인들의 무장독립투쟁기를 담았다. 살벌했던 당대를 살아낸 케냐 젊은이들의 운명을 사실감 있게 묘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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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표지 캡처.
소설 제목 ‘한 톨의 밀알’은 성경의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한 구절에서 따왔다. 작은 씨가 땅속 깊이 묻혀 죽어도 끝내 꽃과 열매를 만화방창(萬化方暢) 시키듯, 케냐의 독립이 있기까지 작중인물들이 처절한 자기희생과 절실한 고통극복의 과정을 거쳐 왔다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같은 선상에서 1964년 발표한 〈아이야 울지 마라〉 역시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배경은 역시 영국 식민통치에 대항했던 케냐의 독립투쟁기다. 소설은 그 회오리 속에서 한 소년과 가족들에게 닥친 비극적 사건들을 다뤘다. 이 작품은 시옹오의 소설 중 첫 번째로 발표됐다. 1964년 영국에서 출판될 당시 이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시옹오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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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표지 캡처.
시옹오는 해당 작품에서 격동의 시기를 살아간 복잡다단한 인간 군상들을 그려냈다. 영국인 농장에서 일하는 아프리카인, 동족을 핍박하는 앞잡이 아프리카인, 아프리카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영국인 등 그들의 갈등과 마찰을 통해 당대 케냐 사회의 실정(實情)을 담았다. 본 작품의 주인공 아프리카 소년은 동시대에서 성장기를 겪어나가며 개인적인 파국을 맞는다. 제목의 그의 비운을 암시하고 있다. 시옹오는 두 작품 발표 이후 〈피의 꽃잎〉(1977), 〈십자가 위의 악마〉(1980) 등 후기 작품 속에서 식민주의에 대한 더욱 예리해진 문제의식을 관철시켰다.

“김지하는 나의 영감(靈感)”

시옹오는 한국문학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작년 대한민국 토지문화재단으로부터 제6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하장편소설 《토지》를 집필한 고(故) 박경리(1926~2008)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문학상이다. 2011년부터 매년 세계문학 발전에 탁월한 업적을 세운 국내외 작가 중 1명을 선정해 수상해왔다.

작년 10월 22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제6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한 시옹오는 수상소감에서 “박경리문학상은 내게 추억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고 밝혔다. 그는 “고(故) 박경리 선생이 김지하 선생의 장모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다”며 “수상이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도 했다. 당시 그가 말한 추억이란 과거 박경리 선생의 사위인 김지하 시인의 작품을 접했을 때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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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 사진=조선DB
젊은 시절 시옹오는 영국의 문학이 케냐의 교육체계를 지배하는 데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차 1976년 한반도 통일에 관련한 국제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호텔 옆 서점에서 우연히 김지하의 책을 샀다고 한다. 작품명은 ‘민중의 외침(Cry of the People)’으로 당시 김지하 시집의 영어판이었다. ‘오적’ 등 여러 시편을 인상 깊게 읽은 그는 케냐로 돌아간 뒤 나이로비대학 학생들에게 김지하의 문학 세계를 소개했다.

이듬해 시옹오는 케냐 지배층을 풍자한 희곡을 집필하고 상연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 당시 그는 옥중에서 김지하 시인의 시편에 영감을 받아 작품 〈십자가 위의 악마〉(1980) 초고를 교도소 휴지에 몰래 써내려갔다. 해당 작품 집필 이후 시옹오는 영어 대신 케냐 토착어인 ‘기쿠유어’로 작품을 썼다. 영미권에서 인정을 받았으나 정작 케냐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읽을 수 없다는 자성(自省) 때문이었다.

10월 20일 시상식에 앞서 한국기자들과 만난 시옹오는 “김지하도 감옥에 갇힌 채로 작품을 썼다”며 “투옥 경험이나 민중을 향한 외침 등 작품의 주제 면에서 나와 김지하 시인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김지하 시인)는 구전문학을 끌어와 현실 정치를 반영한 시를 많이 썼다”며 “전통의 민담을 재료로 쓴 작품으로 현대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 내게도 많은 시사점을 줬다”고 말했다.

시상식 이후인 같은 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에서 열린 ‘2016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 초청 강연회’에서도 시옹오는 김지하의 시 ‘오적’을 거론했다. 그는 “소설(‘십자가 위의 악마’)의 줄거리는 김지하의 ‘오적’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시를 통해 만났을 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지하의 정신이 케냐에서 가장 큰 감옥인 카미티 교도소의 6번 독방에서 나와 함께했다”고 술회했다.

“밥 딜런 가사도 文學”

작년 10월 20일 시옹오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문학을 넓게 보면 노래도 구전 문학의 하나로 볼 수 있다”며 “밥 딜런의 가사도 문학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밥 딜런의 수상에 대해 “문학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단순히 대중가수로서뿐 아니라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수상하게 됐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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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해당 뉴스 캡처.
작년 기자간담회 당시 시옹오는 “올해(2016년)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는데, 사실 오래전부터 후보로 거론됐다”고 했다. 이어 “해마다 노벨 문학상 발표일이면 많은 기자가 집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리는데, 기자들을 집으로 들여 커피를 마시면서 고생한다고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많은 분이 (저의) 작품의 진가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지고 벅차오르는 느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작년 방한 당시 자신을 “세계 각지의 소외받는 언어들을 위해 투쟁하는 언어전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언어에도 권력관계가 존재한다”며 “하지만 다양한 문화 속에서 다양한 언어가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케냐의 역사에서 내가 본 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 처한 상황을 바꿔 나가려는 인간의 의지였다. 그게 내 글쓰기의 힘이 됐다”고 밝혔다.


2. ‘고배 마신 노벨상 유력 작가’ 2위 –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낭인(浪人)에서 대문호(大文豪)로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는 1949년 일본 교토에서 출생했다. 하루키의 아버지는 불교 승려의 아들이었고, 어머니는 오사카 출신 상인의 딸이었다. 하루키는 그들로부터 일본 문학에 대해 배웠다. 중학교 시절부터 러시아 문학과 재즈음악에 심취했다. 1968년 와세다대학교 문학부 연극과에 진학했지만 학원 분쟁으로 학교가 폐쇄된 이후 영화와 재즈클럽을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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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사진=민음사 제공

1971년 결혼했고 1975년 대학을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74년부터 1981년까지 고쿠분지[國分寺]의 센다가야에서 재즈음악다방 ‘피터 캣’을 경영할 만큼 문학 외에도 다양한 재능을 보였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문학 교수로 임용돼 2년 동안 프린스턴에서 거주했다.

1982년 첫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7년에는 대표작 《노르웨이 숲》을 발표해 만방에 문명(文名)을 떨쳤다. 1994년 작품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5년 작품 『해변의 카프카』는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2006년 ‘프란츠 카프카상’, 2009년 ‘예루살렘상’, 2011년 ‘카탈루냐 국제상’ 등을 휩쓸었다.

그의 소설은 인간소외와 절대고독이라는 순환하는 주제가 ‘카프카’적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우울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상상력, 운명론적인 작품이 많다. 포스트모더니즘 학계에서 하루키는 주요 작가로 다뤄지기도 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서양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서양의 문학과 음악에 심취했다. ‘커트 보니것’, ‘리처드 브로티건’ 등 미국 작가들의 여러 작품을 탐독했다.

소설의 명칭과 주제는 대개 재즈 음악, 서양 고전 음악에서 참고했다. 가령 장편소설 시리즈물 《1Q84》에서는 초반부에서 체코의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플롯의 장치로 등장한다. 소설 《국경의 서쪽, 태양의 남쪽》의 제목은 두 미국인 작곡가들인 지미 케네디와 마이클 카가 집필한 노래인 ‘사우스 오브 더 보더(South of the Border)’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40개 이상의 언어로 50편 이상의 작품이 번역 출간됐다. 현재까지 장편·단편 소설, 번역물, 수필, 평론, 여행기 등 다양한 집필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나가며 전방위적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작 ⓵ – 《노르웨이의 숲》

1987년 발표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청춘의 필독서’로 일컬어지는 하루키의 대표작이다. 관련 도서 출판사인 ‘민음사’ 서평에 따르면 본 소설은 1960년대 말 고도성장기 일본을 배경으로 삼았다. 개인과 사회 사이의 인간소외를 야기하는 타산관계(打算關係) 속에서 현실적인 청춘의 생애를 그려냈다. 고독한 근대도시 아래 외롭게 한 생을 살아내는 청춘의 슬픈 사랑을 감동의 전율로써 독자들의 가슴 속에 각인시켰다. 35개국 이상의 국가에 번역 소개되는 등 세계적인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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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표지 캡처.
영국 언론 가디언은 이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상징적인 가능성이 가득한, 살아 있는 묘사들이 영롱하고 섬세한 구조를 이룬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뉴욕타임스 또한 해당 작품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명징한 표식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카프카상 심사위원회 역시 그를 수상작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은 내일을 위한 문학이다. 그의 언어는 특별하며 그의 관심은 인간에 집중되어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대표작 ⓶ - 《1Q84》

두 남녀의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이자 작중 가상세계 ‘1Q84’를 헤쳐 나가며 겪게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그렸다. 관련 도서 출판사인 ‘문학동네’ 서평에 따르면 작중인물들 역시 비범하다. 작가지망생 ‘덴고’는 꽉 막힌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다른 세계로 접어든 여자 암살자 ‘아오마메’와 천재적인 문학성을 가진 열일곱 소녀 ‘후카에리’를 만나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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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표지 캡처.
저자는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제임스 프레이저, 피츠제럴드, 안톤 체호프 등 다양한 문화예술계의 플롯 내 상징코드를 통해 주도면밀한 암시와 복선의 장치들을 설치했다. 일본에서 출간 2개월 만에 223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출간 3개월 만에 2009년 당시 일본 전체 서적 판매 1위에 오르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출판사상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 돌파와 19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도 오를 만큼 경이로운 베스트셀러가 됐다.  

대표작 ⓷ - 《기사단장 죽이기》

하루키가 《1Q84》 이후 7년 만에 올해 선보인 본격장편소설이다. 한국어판으로는 올 7월 12일 출간됐다. 올 2월 24일 일본 ‘신초샤’에서 출간한 지 138일 만이다.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제작 발행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소설 속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드러나듯 예술가로서의 인간존재가 가진 내면의 자의식, 무의식, 잠재의식 등을 농축하고 발효시킨 작품이다.

관련 도서 출판사인 ‘문학동네’ 서평에 따르면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어느 날 도모히코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하고 신묘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앞에 ‘기사단장’이 나타난다. 그림 속 기사단장의 모습과 똑같은 ‘이데아’와 ‘메타포’의 현현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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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표지 캡처.
발간 당시 일본 매체 《북 아사히》는 “‘이것이 하루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며 “당신은 완벽하게 하루키 월드의 장치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무 구멍에 빠진 앨리스처럼”이라고 극찬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7월 출간된 해당 소설은 올 1월~8월 소설 판매량 기록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세 아이돌도 주목했다

하루키는 우리나라 대세 아이돌그룹도 주목한 작가다. 9월 18일 오후 그룹 방탄소년단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새 음반 〈러브 유어 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 음반 수록곡 하이라이트 음원을 공개하고 노래마다의 이야기들을 전했다. 앨범 수록곡 중 마지막 트랙이자 히든 트랙 ‘바다’는 리더 랩몬스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영감을 받아 프로듀싱한 곡이다.

랩몬스터는 “하루키는 나를 포함해서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하나일 것”이라며 “‘바다’에는 ‘1Q84’ 속 ‘희망이 있는 곳에 시련이 있다’는 구절에 감명 받아서 작업을 시작한 노래”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얼마 전 나온 하루키의 신작도 방금 전까지 읽다가 올라왔다”면서 “전시회나 영화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대해 예민하게 깨어 있으려고 한다”고 독보적인 예술적 감성을 드러냈다.

가수 알리 또한 ‘하루키 사랑’을 밝혔다. 《월간 채널예스》 8월호에 공개한 ‘하루키스트의 커밍아웃’에서 알리는 하루키의 작품 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추천했다. 그는 “복잡한 마음을 부여잡고 한참을 달리다 지친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그 속(해당 작품 속)에 담겨있다”며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달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내게 이 책은 언제나 도움닫기 뛰기와 같다”고 평했다.

자국의 전쟁범죄 비판하기도

하루키는 2014년 11월 3일자 일본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의 문제는 책임 회피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945년 패전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언급하며 “그 누구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하루키는 과거 일본의 전쟁에 대해 “‘나쁜 것은 군벌일 뿐 일왕도 이용당하고 국민도 모두 속아 지독한 일을 겪었다'는 식으로 책임을 덮어 한국과 중국인이 화를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인에게는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발상이 기본적으로 희박한데다 이 같은 성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2011년에도 그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거론하며 “일본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3. ‘고배 마신 노벨상 유력 작가’ 3위 – 캐나다 출신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세계적인 '여성주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캐나다와 캐나다인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작품과 비평으로 캐나다 문학의 차원을 상승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애트우드는 관념적 사변소설을 비롯해 캐나다 남부 온타리오 고딕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집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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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사진=조선DB
세계적으로 젠더 이슈가 떠오를 때 여성주의(女性主義) 작가로 주목받았다. 그는 캐나다의 국가정체성, 미국 및 유럽과 캐나다의 관계, 인권과 환경문제, 자연과 여성문제 등을 작품 소재로 삼았다. 특히 여성에 대한 사회경제적 착취, 여성간의 관계, 여성과 남성간의 관계에 집중했다. 소설가 외에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활발한 비평작업으로 1970년대 캐나다 문학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텔레비전과 오페라 대본 또한 집필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1939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출생해 온타리오와 퀘벡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곤충학자였다. 봄이면 북쪽 황야로 떠났고 가을에 거주지로 돌아오는 생활을 지속해 어울릴만한 친구가 별로 없었다. 독서는 그녀의 놀이였고 책이 곧 친구였다.

여러 종류의 서적을 탐독했다. 6살에 글을 썼고 16살에 전문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굳혔다. 이후 토론토 대학, 하버드 대학에 진학해 영문학을 수학했다. 대학 문예 잡지에도 시와 소설을 발표하며 창작활동을 이어나갔다.

스물한 살에 출간한 첫 시집 《서클 게임》으로 캐나다 총리 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문재(文才)를 보였다. 그 이후 장편소설 《떠오름》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문명을 떨쳤다. 20세기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1985년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터스컬루사캠퍼스 영문학 방문교수, 1971~1972년 캐나다 요크대학교 영문학 강사, 1969~1970년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영문학 강사, 1967~1968년 캐나다 조지윌리엄스경대학교 영문학 강사, 1965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영문학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민권운동연합회, 국제사면위원회, 캐나다작가협회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순수문학부터 비평에 드라마까지

그녀는 순수문학, 본격소설 뿐 아니라 비평, TV드라마, 동화, 오페라 등 다방면에 깊은 관심과 재주를 보였다. 애트우드는 현대여성들이 스스로 자아의 본질을 찾아 나서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각 작품마다 설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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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표지 캡처.
이 같은 주제의식이 가장 잘 표현된 대표작 《도둑 신부》(1993)로 캐나다 작가 협회 선정 올해의 소설상, 캐나다와 카리브 해 지역 영연방 작가상, 《선데이타임스》 최고 문학상을 휩쓸었다. 해당 소설은 2007년 미국 CBS 드라마 시리즈로 방송됐다.

2000년에는 《눈먼 암살자》로 작년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수상했던 영국의 ‘맨부커상’을 먼저 거머쥐었다. 《타임》지(誌)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시점에서 20세기 역사 전체를 역순으로 되짚어가는 액자식 구성의 소설이다. 80대 화자의 회고록, 그녀의 여동생이 쓴 작중 소설 《눈먼 암살자》, 그 소설 속 이야기 등 세 겹의 미적 차원으로 조합됐다.

눈먼 암살자와 시녀 이야기

1985년 발표한 장편소설 《시녀 이야기》 또한 그의 대표작이다. 본 소설로 애트우드는 1987년 아서 C. 클라크상을 수상했다. 해당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성(性)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파헤친 고전으로 유명하다. 근래 ‘Hulu’ 채널을 통해 드라마로 새롭게 탄생하며 또다시 주목받았다. ‘환상문학전집’으로 해당 소설을 출간한 출판사 ‘황금가지’의 작품설명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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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표지 캡처.
“시대는 21세기 중반. 전 지구적인 전쟁과 환경오염과 각종 성질환(性疾患)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국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놓인다. 이 때를 틈타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 ‘길리아드’가 일어나 국민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한다. 특히 여성들을 여러 계급으로 분류, 교묘하게 통제하고 착취하기 시작한다. 이에 평화롭게 살던 여인 ‘오프브레드’는 어느 날 갑자기 이름과 가족을 뺏긴 채 사령관의 ‘시녀’가 되고 삼엄한 감시 속에 그의 아이를 임신하도록 강요받는다”

과학소설이자 애정소설인 《홍수》(2012)도 화제작이었다. 홍수는 인류종말을 다룬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미래사회를 예언한 과학소설이다. 환경오염과 유전공학의 오남용으로 인한 인류 종말을 묘파하고 있다. 슈퍼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은 인간을 멸종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 그 가운데 성인 클럽 댄서인 ‘렌’과 환경론자 ‘토비’는 생존한다. 얼마 후 식량이 소진되자 두 사람은 유전자 조합으로 생성된, 희귀동물들이 가득한 바깥세상으로 나가려고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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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표지 캡처.
과학기술의 고도발전이 가져온 감성의 피폐, 세계의 비참을 이겨내고 끝까지 사랑과 우정을 지키는 작중인물들의 의지는 강렬하고 묵직하다. 아무리 과학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라 할지라도 사랑이 없다면 태초인류들과 다를 바 없다는 작품의 주제의식은 동시대에 깊은 성찰을 제시하고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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